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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님의 서재입니다.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군자행
작품등록일 :
2021.05.12 21:11
최근연재일 :
2022.03.20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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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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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날이 밝아 아침이 되었건만, 늑대들은 여전히 집 안으로 들어오거나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았지만 오두막으르 떠나지도 않았고, 몸에 천 떼기 같은 것을 걸치고 있던 ‘사람같은’이 아니라 ‘사람’인 아이도 기운이 빠졌는지 제이크의 품에서 가끔 씩 버둥거릴 뿐 크게 반항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가까이 가 엉키고 길어서 여기저기 풀어진 머리를 넘기니 생각보다 귀여운 얼굴이 나왔다.


“이 아이... 음... 설마...”


헤리오스는 무언가 생각을 하고 있었고, 두 여인은 아이를 보고 혼란에 빠졌다. 귀신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이이고 정황상 사라진 아이일지도 모른다 느꼈다.

뭐 작은 마을에 아이가 없어졌다면 벌써 마을이 뒤집혔을 것이다. 게다가 늑대와 함께라면...

가만보니 늑대들도 아이가 살아있고 아직 안전하다는 것을 아는지 섣불리 공격을 하지도 않고, 눈치만 보는 것이 느껴졌다.


“아... 뭐야. 이번 클리셰는 정글북이냐?”


전생이 기억나 평범하지 않게 생각하고 사는 것도 무언가 손해보는 기분이었건만, 담력훈련 겸 두 여인들에게 장난치려고 온 오두막에서 정글북의 클리셰를 맞이한 헤리오스의 얼굴은 전생에 귀지맛 젤리를 먹을 때의 표정과 유사해졌다.


“무언가 불결한 표정이에요.”

“좀 껄끄러운 얼굴이군요.”


두 여인은 밤 새 잠도 못자고 제이크의 팔뚝과 어린아이, 밖의 늑대를 보다가 시커멓게 내려앉은 다크써클을 나름 없애고자 눈을 비비고, 충혈된 눈으로 헤리오스를 본 후 소감을 이야기한다.


“그런 것도 표정에 보이는 겁니까?”

“그게 다 혈통의...”

“어제 달팽이가 발목에 붙은 줄도 모르고 울던...”

“닥치세요!”


공주의 근엄한 목소리가 오두막에 울렸지만...


“목에 거미가 앉을 줄도 모르고 기절 직전까지...”

“흥! 사람이 그렇게 꼬장꼬장 하면 매력 없는 것 몰라요?”


공주답지 않게 닥치라는 말과 귀족답지 않게 꼬장꼬장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얼굴을 붉히는 모습을 보니 그냥 즐거워진 헤리오스. 이제 눈 앞의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었다.


“자. 어린이. 이름이 뭐지?”

“...캬아!”


늑대와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제대로 뻗지도 자라지도 않는 송곳니를 보이는 아이를 보고 다시 물었다.


“엄마는? 엄마는 어디있니?”


그 말에 아이의 몸이 움찔 거린다.


“엄마. 엄마 어디있는지 몰라? 아빠는? 아빠는 어디 있니?”


아빠라는 말에 아이의 시선이 창문 밖 바다로 향한다.


“어?”


웃자고 시작한 일이 왜인지 죽자고 덤벼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나저나 어쩌죠?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카밀레아는 걱정스러움을 가득 담아 입을 열었다.

늑대를 공격하려 하자 아이가 늑대를 위협하는 키사에게 괴성을 지르며 난리를 쳤고, 아이가 난리를 쳐 목을 콱 조르자 늑대들이 발광을 한다.


“풀어주면...”


카밀레아의 말에 헤리오스가 버럭 소리친다.


“사람이 사람과 살지 못하고 늑대와 살아가려는데 이걸 같은 사람이 보고만 있겠다고요?”

“그래봐야 평민인데...”

“평민의 목숨은? 인생은? 그리고 아직 어린아이인데 불쌍하지도 않습니까?”


단호하다 못해 이렇게까지 강경한 발언의 헤리오스를 처음 본 카밀레아는 그 기세에 질려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고, 공주 또한 이상하면서 알 수 없는 분위기를 가끔씩 풍기는 헤리오스와 대립하고 싶지 않아 그저 한숨만 쉬고 있었다.


“이 정도 시간이 지나도 우리가 내려가지 않으면 마을에서 사람들을 모아 올라올 것입니다. 왕께서 저에게 안전장치를 괜히 붙여주신 것이 아니니까요.”

“네? 안정장치요?”


카밀레아의 놀란 눈이 곧 헤리오스를 향했다가 헤리오스의 시선을 따라 옮겨져 불쾌한 표정의 공주의 얼굴이 이르자 얼른 시선을 문 밖으로 돌렸다.

그리고 헤리오스의 말은 옳았다. 행정관이 마을에 몇 되지 않는 치안대와 장정들을 이끌고 언덕 위로 올라오자 늑대들은 근처 수풀로 도망을 가버리고, 오두막 안에 있던 일행은 마을로 내려오게 되었다.


“그 아이는...?”

“오다 주웠어.”

“,,,”

“...”


싸늘한 분위기에 뒷머리를 긁적인 헤리오스는 먼저 공관에서 얘기하겠다고 한 후 일행들과 건물 안으로 바로 들어가 버렸다.

하지만 헤리오스는 굳어진 마을 사람들의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분명 그들의 눈에 보인 감정은 썰렁한 농담에 대한 어이없음이 아닌 경악과 불신, 탄식과 안쓰러움등 매우 복잡함이 느껴진 것이 확실했다.


응접실에 앉아 있는 귀족 세 명과 행정관.


“확실히 저 아이가 얼마 전까지 오두막에 살았다는 그 아이가 맞나?”

“네.”

“본 적은 있고?”

“사실 저야 본 적은 없고,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아는 겁니다.”


분명 왕실에서 파견된 행정관이지만 헤리오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는 베이버. 그는 가끔씩 공주의 눈치를 보았지만 공주 역시 헤리오스가 말하는 대로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이는 헤리오스가 하는 일이 공주의 뜻이라는 이야기.


“마을에서 아이가 혼자 오두막에 살게 두었다? 이건 좀 이상하지 않아? 게다가... 늑대와 같이 지냈더라고. 사람이 보살핀 것이 아니라 짐승이 어린 아이를 살리고 있었어. 이게 이 나라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아이를 보고 심지어 불안해 하는 눈빛도 느꼈는데...?”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모두 다 알아와. 아이의 부모가 누구였는지, 몇 살이었는지, 언제 죽었는지, 아니면 실종이 되었다면 언제, 어디서, 왜 그랬는지 누구와 친했는지, 하다못해 하루에 몇 끼를 먹고 살았는지까지 다 알아오도록.”


다시 공주의 눈치를 힐끔 본 행정관은 결국 고개를 푹 숙이고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행정관이 나가자 공주의 입이 열렸다.


“공자가 지금 이러는 것이 아이를 위해서 인가요?”

“뭐... 그렇기도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공주님과 함께 있기 때문에 하는 일입니다. 순수하게 공주님에 대한 호의입니다.”

“지금 이러는 것이 저에 대한 호의라고요?”

“물론입니다. 그리고 왕에 대한 일종의 보답이라고 해두죠.”


왜 헤리오스가 하는 일이 왕을 위한 일이고 자신을 위한 일이라 하는지 아직은 모르는 상태였지만 확실히 자신에게 좋은 일이라고 하니 그저 지켜보기로 했다. 물론 카밀레아 역시 왜 그런지 알지는 못했다.


그렇게 차를 마시는데 노크 소리와 함께 키사가 들어왔다.


“공자님. 아직까지 붙잡고 있는 아이는 어찌해야 할지... 죽일까요?”

“살벌한 소리 하지 말고... 말은 시켜봤어?”

“입은 말을 하지 않고 제이크의 팔만 물어뜯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라면...”


‘키사의 성격상 길게 잡고 있는 것을 좋아할리 없으니 어디 묶어놓던가 기절을 시키던가, 죽이던가... 겠지.’


“일단 사람 몰골로 만들어 놓고 이야기 하자. 그래도 늑대랑 어울릴 정도면 커서 늑대처럼 강한 힘을 가진...”

“여자아이입니다.”

“그래... 강한 여자... 응?”


헤리오스는 잠시 생각을 했다.


“혹시... 혹시 말야... 키사가 한 번 확인해줄 수 있을까? 그 아이... 학대를 당했다거나...”

“학대요?”


잠시 생각을 하던 키사의 얼굴에 얼음이 한겹 씌여지더니 이를 뿌득 간다.


“확실히 제가 확인을 하고 오겠습니다.”

“그... 팔이나 다리 자르지 말고...”

“...알겠습니다.”


거친 걸음으로 응접실에서 키사가 나가고 얼마지 않아 다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제이크입니다. 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제이크가 왔다. 뭐 키사가 갔으니 당연히... 방으로 들어온 제이크는 질린 얼굴로 헤리오스에게 물었다.


“혹시 공자님께서 키사에게 무슨 지시를 내리셨습니까?”

“왜?”


제이크의 설명에 따르면...


방 문을 덜컥 열고 들어온 키사가 차가운 얼굴로 아이를 슥 본다.


“이제 내가 보고 있을테니 나가.”

“응? 괜찮겠어? 이 녀석 그래도 힘이 좋다고.”

“공자께서 나에게 확인을 명하셨다.”

“확인?”


그리고 금새 다가 온 키사는 검의 손잡이로 아이의 머리를 바로 후려친다.


퍽!


“이봐! 이게 무슨 짓이야?!”

“나가...!”


이를 갈면서 말하는 키사의 기세에 더 이상 말을 붙일 수도 없었다. 게다가 헤리오스의 지시가 있었다고 하지 않았는가?

조용히 방 밖으로 나가면서 키사를 바라보는데 그 때까지 키사는 움직이지 않고 바닥에 쓰러진 아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제이크의 말을 다 들은 헤리오스는 그냥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살갑지 않은 성격인 것은 알았지만 정말 진짜로 무지 냉정하네. 누가 데리고 갈지는 몰라도 정말 부부싸움하면 목숨을 걸고 해야 할 것 같아.”


그러면서 힐끗 제이크를 쳐다보니 얼굴이 이상할 정도로 하얗게 질리고 이마에 땀이 솟아나는 것이 보인다.


“아이가 성적인 학대를 당했는지 확인을 시켰다. 그러니...”

“아... 그래도 기절까지는... 음... 뭐... 얌전하지는 않으니...”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헤리오스를 찾아온 키사. 꽉 쥐어진 주먹과 부서질 듯 깨물고 있는 어금니...


“역시... 그런건가?”

“죄송합니다.”

“그게 경이 죄송할 일은 아니지... 고생이 많았어. 아이는?”

“의외로 지쳤는지 아침을 먹이고 얼마 후 잠이 들었습니다.”

“그렇군...”


그 다음 찾아 온 것은 베이버의 보고서. 긴 두루마리에 많은 글이 적혀있었다.


“고생 많았어. 너 최고 결정권자한테 보고해도 좋아. 이건 정말 너네 땅의 그 분을 위해서 하는 일이니까...”


확실히 왕실의 정보망까지 가동하여 알아온 정보를 적은 두루마리를 보며 이 마을이 생각보다 더 뒤틀려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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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쥐불놀이 +4 21.07.07 8,335 130 15쪽
57 이제 낚시를 해야지 +4 21.07.06 8,397 128 12쪽
56 적에게 공포를 +7 21.07.05 8,465 132 12쪽
55 전쟁은 병력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지 +4 21.07.04 8,752 134 13쪽
54 벨로시아에는 뭐가 있는거지 +3 21.07.03 8,715 141 11쪽
53 동맹을 맺자 +3 21.07.03 8,789 131 12쪽
52 모의 전투 훈련이라고 들어보았나 +4 21.07.01 8,993 142 9쪽
51 도착 +3 21.06.30 8,931 138 10쪽
50 우리 갈 길이 멀지 않나요 +6 21.06.29 8,979 135 12쪽
49 너무 날로 먹으려고 하지마 +6 21.06.28 9,091 14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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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다음 생에 만나면요 +7 21.06.20 10,539 147 12쪽
40 말은 그냥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야 +8 21.06.19 10,554 148 9쪽
39 왕께서 하신 말씀이니까요 +8 21.06.19 10,800 144 9쪽
38 더 잘 살게 만들어주고 싶어서요 +6 21.06.18 11,018 158 11쪽
37 왕이시니까요 +6 21.06.16 11,220 169 10쪽
36 좀 멋지셨습니다 +8 21.06.15 11,402 158 10쪽
35 내가 실수를 했어 +6 21.06.14 11,848 161 9쪽
34 안전장치 +7 21.06.13 12,045 17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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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즐거우셨다니 기쁩니다 +4 21.06.09 12,647 18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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