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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님의 서재입니다.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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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작품등록일 :
2021.05.12 21:11
최근연재일 :
2022.03.20 00:50
연재수 :
149 회
조회수 :
1,083,065
추천수 :
16,739
글자수 :
714,085

작성
21.06.26 23:52
조회
9,578
추천
150
글자
10쪽

용돈을 버는 겁니다

DUMMY

“헤리오스 공자. 오늘은 밖으로 나가지 않는 건가요?”


자신의 방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연공을 준비하던 헤리오스의 귀로 삼공주 라이비아의 목소리가 찔러 들어온다.


“음... 오늘은 방에서 쉬려고 합니다만...”

“이런 구석진 곳까지 와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방에만 있다니... 밖에서 산책이라도 같이 하는 것은 어때요?”


겨우 정중하게 거절하고, 다시 연공을 준비하는데...


“정말 여자에게 관심이 없는 건가요? 아니면 제가 그렇게 매력이 없어요?”

“노크 정도는 하고 들어오시는 것이 기본예절 아닙니까?”

“제가 죽게 생겼는데 예절은 무슨... 저 여기서 벗으면...”


다짜고짜 옷부터 벗으려는 카밀레아를 말리고 겨우 밖으로 내보냈다.


“이래서는 단련이고, 연공이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결국 헤리오스는 두 여자를 불러 이야기를 했다.


“이건 고대의 엘프들에게 전해져 오는 비법이지만 솔직히 말씀드려서 두 분이 하실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고대...엘프?”

“무슨 비법인데요?”


두 여자는 엘프라는 단어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

장수하면서 아름다움을 오래도록 간직하는 여자들이 보기에는 미의 화신과도 같은 종족. 그런 종족의 비법이라면 듣기만 해도 마음이 설레였다.


“몸매와 피부를 위해 하는 것입니다만... 두 분이 하실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또 한다고 하더라도 두 분에게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건 아까 말씀 드렸듯이 엘프들의...”

“종족이 다르다고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좋지 못합니다. 인간이기에 도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호한 입장의 공주와


“흐음... 이번에는 공주님의 말씀이 전적으로 옳다고 생각해요. 헤리오스 공자가 알고 있는 비법... 알려주실거죠?”


얻어 배우려는 주제에 당당한 척 하는 두 여자를 보며 속으로 짜증이 났지만 그래도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은 헤리오스다.


“말을 꺼냈으니 알려드리겠습니다. 다만... 제가 몸을 만지더라도 오해를 하지 마시길... 이것은 대자연의 정기를 흡수하는 통로를 알려드리는 방법이니 오해를 하지 않기 바랍니다.”

“물론이에요. 엘프처럼 된다면... 아니 엘프처럼 저도 해낼 수 있다는 얘기에요.”


살짝 들뜬 공주와...


“어서 시작해요. 어디를 주물러도 뭐라하지 않겠어요. 그러니 빨리요.”


아주 많이 들뜬 카밀레아.


그리고 헤리오스는 둘에게 기초적인 토납법과 단전을 집어주며 약간의 내력을 넣어 기감을 느끼게 해주었고, 그 과정이 끝이나자 가벼운 행공을 하나 알려주며 몸의 기의 순환과 자세를 일일이 잡아주었다.


“이것을 새벽에 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습니다. 맑은 이슬이 생겨나고 해가 떠오르기 직전까지가 가장 많은 대자연의 기운을 몸이 받아들이는 시간이죠. 그리고 그 외에도 틈나는 대로 한다면 매우 고운 피부와 더 많이 예쁜 몸매를 가지게 된다고 하죠.”


그 말에 여인들은 헤리오스가 가르쳐준 내용을 다시 연습하면서 틀린 부분을 교정받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더니 급하게 인사를 하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되었나?”


하루를 투자하여 이제야 마음 편히 연공에 들어가는 헤리오스 였다.


다음 날.


“저... 공자님.”


키사가 쭈뼛거리며 헤리오스의 방으로 들어왔다.


“무슨... 어?”


키사의 뒤에는 겁을 먹은 채 숨어서 슬쩍 헤리오스를 훔쳐보는 여자아이가 보였다.


“너... 설마...”

“아...아...녕?”


키사 역시 집념과 불굴의 의지를 가진 기사였던 것이다.

헤리오스가 생각하기에 저 여자아이는 다시 사람의 사이로 들어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부모도 없어졌고, 짐승에게 길러졌으며, 무엇보다 마을에서의 아는 사람에게 인간이라면 저지르지 말아야 하는 짓까지 당해 사람에 대한 불신도 있을 것이고, 본능적으로 사람을 피할 것이라 여겼다.


“어떻게...?”

“그... 목걸이를 걸어주고... 그냥 꼭 안아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름을 불러주니...”

“그게 다야?”

“뭐... 그 상점 주인을 찾아가 사과를 받아내었습니다.”


그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키사경. 그 놈이 그리 쉽게 사과를 하지는 않았을텐데...?”

“저도 쉽게 사과를 받아내지는 않았습니다.”

“아...”


과연 키사였다. 아마 그 상점 주인은 신체의 어딘가가 부족하거나 부실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촌장에게도 사과를 받아내었습니다.”

“음... 그럼 우물 안의 시체는...”

“제대로 장례를 치러주었습니다.”


진심이 통했는지 클라라는 키사의 보살핌과 복수, 장례를 치르는 과정에 천천히 눈빛이 변해갔고, 여전히 사나웠지만 키사에게만은 얌전하고 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 귀여운 여자아이 같은 모습이 되었다.


“이게...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군...”

“그리고...”

“또 있어?”

“그...”


그러면서 창 밖을 힐끔 본다.


“만약 내가 생각하는 것들이 밖에 있다면... 있네...”


창 밖에는 늑대 세 마리가 나란히 앉아 헤리오스가 있는 곳을 쳐다보고 있었고, 창 밖으로 클라라가 비춰지자 늑대들은 반갑다는 듯이 울어 제낀다.


“아... 관세음보살...”

“네?”

“몰라도 돼.”


중원에서의 생으로 인해 습관적으로 관세음보살을 중얼거렸지만, 이 골치 아픈 상황이 오자 전생의 기억이고, 경험이고, 추억이고 뭐고 다 쓸모가 없어졌다.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했고, 그래서 귀족가의 여인들에게 토납법까지 알려주었다. 겨우 시간을 만들어 운공을 하고, 신체도 좀 다듬으려고 했건만...

키사에게는 약속한 것도 있고 해서 짜증을 내기도 어렵다. 하지만 기분이 좋지 못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으어...빠?”


말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키사 뒤에서 창문 밖을 힐끔거리면서 늑대를 보고 안심했는지 이번에는 헤리오스를 보고 어눌하게 말을 한다.


“하아... 오빠라니...”


헤리오스는 고개를 들고 천장을 바라보며 어이가 없는 듯이 중얼거렸다.


“나에게 오빠...라고 말을 하다니... 이 말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나에게...”


그리고 매서워진 눈으로 키사를 노려보았다.


“좋아... 키사. 생각보다 아주 아이를 잘 다듬었어. 내일부터 아이가 놀라지 않도록 항상 같이 있어주면서 말을 많이 걸어주도록 해. 이 곳으로 데리고 오면 몸 상태를 내가 보아주도록 하지. 식사는 사람이 먹는 것으로 먹이면서 천천히 식사예절을 가르치고, 늑대는 애완동물처럼 먹이를 주면서 길들이도록 해. 안되면 바로 나에게 말을 하고... 후후 오.빠.라면 이 정도는 해주어야지.”

“아...네...”

“좋아. 그럼 몸 상태부터 볼까? 클라라? 손을 한 번 줘 볼래?”


헤리오스는 조심스레 손을 내밀었고, 키사는 안심하라는 듯이 클라라를 옆에서 꼭 안아주며 말했다.


“괜찮아. 손을 내밀어도 돼. 손.”


클라라는 키사를 힐끔 보고는 손을 내밀었고, 헤리오스는 그 손을 지나 손목의 맥을 손가락을 집어 클라라의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적지만 정순한 진기가 클라라의 몸으로 스미며 몸의 곳곳을 돌아다녔고, 여기저기를 다니던 중 머리에 기혈의 흐름이 흐트러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 이제 다 나을 거야. 천천히 이 오.빠.가 고쳐줄게.”


이상하게 흐뭇하게 웃으며, 헌신적인 자세를 취하는 헤리오스.

그리고 다시 시간은 흘러가기 시작했다.


왕의 답장이 돌아오는 시간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헤리오스가 보낸 법을 그대로 사용할 왕이 아니다. 측근들과 학자들을 불러 헤리오스가 내민 법의 초안을 바탕으로 법령을 만들고, 지원 범위를 논의했으며, 헤리오스를 써먹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회의를 진행했다.


그리고 답장을 보낸 것이 일주일이 지나고 난 후. 그러니까 헤리오스가 왕에게 편지를 보내고 약 보름정도가 지난 후였다.


“햐! 진짜 고민 많이 하셨네.”


물론 지금 왕이 보낸 장문의 글과 법령을 보는 헤리오스는 21세기 지구의 각종 헌법에서부터 민법, 형법, 소방법 이외에도 각종 법령을 본 적이 있어 가볍게 보아 넘기고 있었지만...


“이렇게 하지 말라는 것이 많다면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을까요?”

“맞아요. 사람들을 이렇게 얽매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아요.”


두 여자가 이러는 이유는...


- 왕의 땅에서는 왕의 명령이 가장 우선이 되며, 왕의 명령이 없을 때에는 왕의 법이 가장 우선이 된다. 모든 이는 왕의 땅에서는 왕의 법에 절대적인 복종을 해야 한다.


라는 말이 제일 처음 나오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런 강압적인 문장은 사람들의 반발을 불러오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뭐 어차피 글을 아는 사람은 귀족뿐이고, 이 법을 알려주는 사람은 왕의 수족인 행정관들. 그러니 문제없을 겁니다. 그리고...”


헤리오스는 행정관과 마을의 문제를 감찰하는 감찰관이라는 직책을 공주가 받게 되었고, 헤리오스는 그 공주를 수행하는 직책을 받았다는 것도 이야기 해주며,


“여행 중에 약간의 일을 하고 용돈을 버는 겁니다. 그래서 더욱 편안하고 맛있고 즐거운 여행을 하게 되는 거죠.”


왕의 명령을 간단한 아르바이트처럼 소개해주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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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벨로시아에는 뭐가 있는거지 +3 21.07.03 8,715 141 11쪽
53 동맹을 맺자 +3 21.07.03 8,789 131 12쪽
52 모의 전투 훈련이라고 들어보았나 +4 21.07.01 8,993 142 9쪽
51 도착 +3 21.06.30 8,931 138 10쪽
50 우리 갈 길이 멀지 않나요 +6 21.06.29 8,979 135 12쪽
49 너무 날로 먹으려고 하지마 +6 21.06.28 9,091 149 10쪽
48 당신의 능력을 사용하고 싶습니다 +4 21.06.27 9,458 139 13쪽
» 용돈을 버는 겁니다 +5 21.06.26 9,579 150 10쪽
46 취향차이 +7 21.06.26 9,588 146 11쪽
45 인정할 수 없다면 지금 나서라 +5 21.06.24 9,553 147 11쪽
44 확인 +6 21.06.23 9,610 140 10쪽
43 놀이는 이제 끝이군 +5 21.06.22 9,773 145 9쪽
42 그곳에 다녀오실 용기가 있으십니까 +9 21.06.21 10,153 145 12쪽
41 다음 생에 만나면요 +7 21.06.20 10,539 147 12쪽
40 말은 그냥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야 +8 21.06.19 10,554 148 9쪽
39 왕께서 하신 말씀이니까요 +8 21.06.19 10,800 144 9쪽
38 더 잘 살게 만들어주고 싶어서요 +6 21.06.18 11,017 158 11쪽
37 왕이시니까요 +6 21.06.16 11,220 169 10쪽
36 좀 멋지셨습니다 +8 21.06.15 11,402 15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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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비인부전 +5 21.06.12 12,108 191 9쪽
32 네 다리를 올릴까 +8 21.06.11 11,941 20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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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즐거우셨다니 기쁩니다 +4 21.06.09 12,646 18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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