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군자행 님의 서재입니다.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군자행
작품등록일 :
2021.05.12 21:11
최근연재일 :
2022.03.20 00:50
연재수 :
149 회
조회수 :
1,083,066
추천수 :
16,739
글자수 :
714,085

작성
21.07.04 19:06
조회
8,751
추천
134
글자
13쪽

전쟁은 병력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지

DUMMY

“그... 정보에 따르면 오크들은 모두 죽거나 모두 죽일 때까지 전투를 멈추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니...”

“오크가 맞다는 소리군...”


슬로안 후작을 중심으로한 중부 귀족들이 모여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습격 사태를 해결한 방안을 찾기 위해 회의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막 오크족들과 전투를 가장 많이 벌인 벨로시아 영지의 전투 기록을 찾고, 또한 첩자들의 증언을 들은 후 도출한 결론이었다.


“오크가 맞는 것 같습니다. 이주민들에 끼어 있는 첩자들의 이야기도 오크들은 동부에서 서부로 이동을 상당히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의 전투는 동쪽보다는 서쪽에 더 치우쳐 있는 모양새입니다.”

“그... 최근 벨로시아 영지의 병력이 오크를 이기는 횟수가 많아져 오크들은 숲으로 또는 산으로 도망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각 지방의 영주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교환했지만 도출되는 가장 큰 가능성은 벨로시아의 영지에 있는 오크들이 공격해왔다는 것이고, 모두 죽을 때까지 싸운다는 것을 특징으로 보았을 때 이들의 특징과 현재 각 영지의 변경의 상황이 매우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우선 벨로시아 공작령에 항의 서한을 보내고 우리 역시 오크들을 토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습격으로 인해 상당량의 식량을 약탈 당한 유리켈론 자작이다.


“그리고 영지의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벨로시아 영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입니다.”


그의 말에 슬로안 후작의 인상이 찡그려졌다.


“만약 그런 일을 했다가는 자네 영지는 오크와 벨로시아 영지군 둘을 한꺼번에 감당해야 할 것일세.”

“그러니 여기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저 빌어먹을 벨로시아놈들과 야만스러운 오크들을 모두 공격할 수 있도록 여기 있는 귀족분들이 힘을 합친다면 벨로시아 영지를 아예 우리 손에 넣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 국왕이 그 꼴을 두고 보겠나?”


슬로안 후작의 반응이 좋지 않자 다른 영주가 슬로안 후작에게 말했다.


“후작께서 왕을 좀 어떻게 해주실 수 없겠습니까?”

“하아... 이 못난 사람들아...”


답답한 후작이 이 욕심덩어리에 평소 공부는커녕 책도 제대로 보지 않은 멍청이들을 보며 한탄을 했다.


“들어라. 자네들이 왕을 설득하여 공격을 한다고 한들 그 넓은 땅을 모두 뒤져 오크들을 모두 토벌할 수 있겠는가? 또한 토벌을 한다고 치자. 그 이후에 동쪽에서 몰려오는 오크를 막는 것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리고 그 돈은 누가 대고?”


막상 책임과 돈 이야기가 나오자 모두들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실패할 경우 동부에서 압박해온다면 어쩔텐가?”

“...”


뒤도 생각하지 않고 욕심만 부려대는 이들을 데리고 왕국의 실세가 되려하는 자신이 상당히 불쌍하다고 생각되어지는지 슬로안 후작은 조용히 두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며, 방법을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 일은 왕께 알리고, 벨로시아 영지에 군사를 보내 당장 서쪽에 있는 오크를 토벌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네 말이 맞아. 그런데 자네 역시 군사를 움직여 본 적이 없군.”

“네? 아... 그렇습니다.”


모두들 살은 뒤룩뒤룩 쪄서는 얼굴에 개기름이 흐르는 자들도 있다. 옷은 어디서 구한 옷감인지 반짝이고 색색이 요란스러운 것으로 치장을 하고, 신발도 귀한 가죽에 손가락에는 왜 저리 반지를 잔뜩 끼워 넣었는지 식사 때에는 손가락 움직이기도 힘들어 보이는데, 하나 같이 생각을 하기 싫은 것인지 아니면 그냥 바보인지 자신이 한마디만 하면 그저 쳐다만 보고 눈말 껌벅이는 것을 보자가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 올라오는 슬로안 후작이다.


“후우... 전쟁을 하기 위해서는 적을 알아야지. 자... 적이 오크라고 치세. 그런데... 오크의 숫자는? 영지의 어디에 있지? 모르면 영지의 서부를 모두 뒤지는데 필요한 기간은? 그리고 병력을 얼마나 차출할 생각인가? 그 병력을 운용하려면 그것이 다 돈인데... 준비는 다 되어 있나?”

“아...!”

“역시...”


슬로안 후작은 갑자기 뒷목이 뻗뻗해지는 것을 느꼈다.


“으... 당장 식량이나 간수를 잘 하시게들... 서부에서 이상을 느끼면 식량부터 사재기 할 가능성이 있으니...”


그 말은 바로 알아들었는지 중부의 영주들은 따라 온 시종을 불러 무언가를 급히 알려주기시작했다.


* * *


“아무래도 중부의 상황이 점점 좋지 않습니다.”

“그 멍청이들이 벌써부터 식량을 단속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촌구석에서 오크하나 막지 못해 이게 무슨 꼴인지...”


서부 귀족들 역시 중부의 소식에 식량 가격이 폭등하고, 이런 사태를 미리 예견하지 못하고 지원을 줄이자고 건의한 사이먼 남작을 무섭게 질타했다.


“우리가 제대로 된 병력... 아니 무기라도 제대로 주었다면 저렇게 오크들이 난장을 치지는 않을 것 아닌가?”

“그대의 영지는 안전하니 그런 생각을 했을지 몰라도 그게 다 왕국의 흐름에 악영향을 끼치는 결정이었어. 알겠나?”


귀족들이 한마디 씩 할 때마다 사이먼 남작의 얼굴을 썩어들어갔다.


‘망할 새끼들. 처음에 지원을 줄이자고 했을 때 가장 좋다고 박수를 치던 놈들이...!’


하지만 사이먼 남작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여동생이 이번에는 정말 벨로시아의 그 꼬맹이하고 바람이 났다는 소문이...”


누군가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에 사이먼 남작은 참지 못하고 검을 뽑을...


“그만!”


하지만 그를 말리는 것은 중후한 음성의 남성의 목소리.


“사이먼 남작이 잘 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에 화풀이를 한다고 들어갈 돈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 그리고...”


쟈이네크 후작의 시선이 사이먼 남작의 눈을 똑바로 향했다.


“현재 여동생이 벨로시아로 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

“곧 가문에서 이름이 지워질 것입니다.”

“피가 그리 쉽게 끊어지지는 않지. 여동생에게 연락을 하게. 정확한 정보야 말로 돈이 되기도 하고 비수가 되기도 하지.”

“...네.”


쟈이네크 후작의 손이 사이먼 남작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더니 다른 귀족들을 향해 말한다.


“중부가 저리 나오는 것은 동부가 불안하기 때문이지. 그렇다면 동부가 안정이 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동부를 지원하던가 아니면 동부를 깨끗하게 청소하던가. 중 하나지. 의견을 서로 교환하자고.”


의견을 교환하자는 후작의 말이지만 곧 후작의 말할 의견에 무조건 따르라는 소리였다.


“후작님의 생각은 어떠신지...?”

“오! 도미니크 남작이 그래도 나를 먼저 생각해주는군.”


영지가 바로 맞닿아있기에 항상 눈치를 보는 도미니크 남작이 가볍게 머리를 숙였다.


“밀을 전량 판매 중지했다는 것은 무언가 꾸민다는 소리고, 꾸민다고 해봐야 전쟁 정도겠지. 아마도 저들은 벨로시아에서 오크가 나타났다는 것을 빌미로 군사들을 챙겨 공작령을 넘겠지.”


그의 말에 대부분의 귀족들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몇몇는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그럴 경우 영지전이 벌어질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걸 노리는 거지.”

“점령 후에 그 영지를 어찌 나눌지, 또한 어찌 관리할 지가 문제가 될텐데...”


서부의 귀족들은 중부 귀족과는 다르게 나름 불안 요소를 집으며 후작의 말에 토를 달았지만 후작은 즐겁게 이야기 할 뿐이었다.


“저 돼지들은 농사를 위해 더 많은 땅을 원할 뿐이야. 그건 그 후의 일이지.”

“국왕이 인정할까요? 영지전을 시작하려면 국왕의 승인이 있어야 할텐데...”

“두고 봐야지. 영지전이 터지면 우리는...”


* * *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시종장은 여러 보고서를 가지고 와 왕에게 준 후 한참을 기다리다가 왕이 보고서를 다 훑어본 것을 확인하고 슬쩍 말을 걸었다.


“그래. 확실히 왕국 전체가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 확실해.”

“하지만 이러다 진짜 전쟁이라도 나면...”

“나겠지.”

“네?”


시종장은 잠시 놀란 표정이 되었지만 금새 표정을 회복하고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강력한 왕권이 필요하다고...”

“...네.”


국왕은 말없이 천정을 쳐다보았다.


“이봐. 강력한 권력은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나?”

“그야...”

“힘이야. 무력이든, 권력이든, 금력이든... 하지만 가장 궁극적인 것은 무력이지. 그리고 그 무력을 가지고 있는 곳은 지금 차고 넘치고 있어. 슬슬 터질 때가 되기도 했지.”


봉건제의 구조상 왕이 절대 권력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각자의 영지에서 왕처럼 군림하고, 또한 그 곳에서 힘을 길러 왕국을 교체할 수도 있다. 놀랍게도 이러한 평화는 무려 수백년이 넘게 지속되어 왔고, 벨리오스를 제외한 모든 영지의 인구는 생산량을 넘어 과할 정도로 넘치고 있고, 그로 인해 사람들은 더 많은 땅, 더 많은 식량, 더 많은 권력을 원하였고, 권력이 있는 자들은 그 많은 머리 수를 바탕으로 무력도 상당히 축적하였다.

이런 상황에 왕이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주변의 약화였고, 그 방법 중 가장 확실한 것은 영지간의 전쟁으로 서로 약해지는 것이다.


“그 녀석도 알고 있는 사실이고...”


라이비아가 따라간 그 영지의 후계자도 분명 이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전쟁이 날 것을 예측했는지 혼란 상황에서도 국왕령은 사람들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또 쉽게 전쟁이 나서지 못하게 국왕의 이름으로 법을 만들게 하였고, 행정관의 비리를 파헤쳐 충성심이 약해보이는 자들을 그대로 처벌했다.

최소한 국왕령은 법을 선포했으니 법의 시행을 위해 또 행정관의 임무 수행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쉽게 움직이지 못한다.


“하지만 병력의 차이는 극복하기가 쉽지 않지...”


자신의 편에 서겠다고 분명히 말하고 간 그 후계자가 걱정이 되었지만 지금은 기다려줄 수 밖에 없다.


* * *


“전쟁은 병력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지.”


지도를 펼쳐놓고 진행하는 회의에서 헤리오스는 손가락은 좌우로 흔들며 혀까지 찼다.


“전쟁을 병사들이 안하면 누가 합니까?”

“에헤이! 전쟁이란게 그냥 칼들고 싸워서 머릿 수 많으면 이긴다고? 그럼 왜 싸우나? 머릿 수 많은 쪽한테 그냥 항복하면 되지.”


숲 속의 그 오두막에서 헤리오스를 비롯한 예전의 그 인원에 지금은 헤리오스의 부친인 공작까지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지만 회의는 딱딱하지 않았고, 상당히 자유로웠으며, 격렬했다.


“오크족만으로 방어를 한다고 쳐도, 그 많은 인원을 다 죽일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자. 봐. 여기 접경지대를 넘는 순간 평원이지? 그러니까 이 평원에서는 기동력이 우선이란 말이지.”

“그러니까 제 말도 그 말입니다.”


영지군 대장과 헤리오스가 격렬하게 토론하는 사이 공작은 기사단장과 챠 쿰 라하와 함께 전략에 대해 토의를 하고 있었다.


“중부에서 들어오면 최대한 안쪽으로 들여서 보급을 길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할지가 고민입니다.”


챠 쿰 라하와 기사단장의 고민을 들은 공작은 헤리오스를 슬쩍보고 말했다.


“걱정하지 말고 신호가 갈 때까지 기다리면 돼. 어차피 시비를 거는 것은 내가 할 일이니까.”

“그런데... 좀 명예롭지...” “안그래도 그 이유로 아들과 한바탕 했지.”


헤리오스는 결국 영지군 대장을 말로써 제압하고 허리에 손을 얹고 음하하 하며 웃고 있었고, 경비대장은 둘의 말싸움이 끝나자 무언가를 말해서 둘의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다.


“영지의 주인이면 그 명예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인답게 따르는 이들의 입에 음식을 넣어주고 잘 자리 마련해주는 것이 먼저라고 하더군.”

“아...”


기사단장은 나름 감동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챠 쿰 라하 역시 수긍하며 말했다.


“맞다. 부족장도 그렇게 해야 한다. 난 그걸 못해 죽으러 왔었다.”

“내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을 하라고 했지. 내 새끼 굶어 죽는데 남의 자식 손에 있는 빵을 빼앗아 먹을 정도는 되어야 영지를 다스릴 자격이 있다고...”


날강도같은 소리였지만 지금 영지의 사정이 그러했다.


“그래서 명분이라도 쌓으려고 이렇게 어렵게 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느 새 경비대장과 영지군대장과의 얘기를 끝낸 헤리오스가 빙그레 웃으며 공작에게 말한다.

“이제 슬슬 각자 자리로 가시죠? 비겁과 졸렬의 끝장판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나중에 아버지도 맘 약해지지 마시고 뻔뻔해지셔야 합니다.”

“알겠다. 걱정마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9 똑같은 상황이다 +4 21.07.09 8,030 116 11쪽
58 쥐불놀이 +4 21.07.07 8,335 130 15쪽
57 이제 낚시를 해야지 +4 21.07.06 8,397 128 12쪽
56 적에게 공포를 +7 21.07.05 8,465 132 12쪽
» 전쟁은 병력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지 +4 21.07.04 8,752 134 13쪽
54 벨로시아에는 뭐가 있는거지 +3 21.07.03 8,715 141 11쪽
53 동맹을 맺자 +3 21.07.03 8,789 131 12쪽
52 모의 전투 훈련이라고 들어보았나 +4 21.07.01 8,993 142 9쪽
51 도착 +3 21.06.30 8,931 138 10쪽
50 우리 갈 길이 멀지 않나요 +6 21.06.29 8,979 135 12쪽
49 너무 날로 먹으려고 하지마 +6 21.06.28 9,091 149 10쪽
48 당신의 능력을 사용하고 싶습니다 +4 21.06.27 9,458 139 13쪽
47 용돈을 버는 겁니다 +5 21.06.26 9,579 150 10쪽
46 취향차이 +7 21.06.26 9,588 146 11쪽
45 인정할 수 없다면 지금 나서라 +5 21.06.24 9,553 147 11쪽
44 확인 +6 21.06.23 9,610 140 10쪽
43 놀이는 이제 끝이군 +5 21.06.22 9,773 145 9쪽
42 그곳에 다녀오실 용기가 있으십니까 +9 21.06.21 10,153 145 12쪽
41 다음 생에 만나면요 +7 21.06.20 10,539 147 12쪽
40 말은 그냥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야 +8 21.06.19 10,554 148 9쪽
39 왕께서 하신 말씀이니까요 +8 21.06.19 10,800 144 9쪽
38 더 잘 살게 만들어주고 싶어서요 +6 21.06.18 11,017 158 11쪽
37 왕이시니까요 +6 21.06.16 11,220 169 10쪽
36 좀 멋지셨습니다 +8 21.06.15 11,402 158 10쪽
35 내가 실수를 했어 +6 21.06.14 11,848 161 9쪽
34 안전장치 +7 21.06.13 12,045 176 9쪽
33 비인부전 +5 21.06.12 12,108 191 9쪽
32 네 다리를 올릴까 +8 21.06.11 11,941 206 9쪽
31 개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10 21.06.10 12,249 182 13쪽
30 즐거우셨다니 기쁩니다 +4 21.06.09 12,646 189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