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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님의 서재입니다.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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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작품등록일 :
2021.05.12 21:11
최근연재일 :
2022.03.20 00:5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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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14,085

작성
21.07.0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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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벨로시아에는 뭐가 있는거지

DUMMY

늦은 밤, 숲 속의 작은 오두막에 불이 밝혀진 채 굵고 힘있는 목소리가 오간다.


“이런 식의 방어는 놀랍습니다. 확실히 이번에는 한 수 배웠습니다.”

“저 역시 이쪽으로 매복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오두막 안에는 큰 탁자가 있었고, 그 탁자에는 커다란 지도가 펼쳐져 있었다.


“흠... 하지만 오크족의 개인 전투력은 확실히 인간 기사의 전투력을 상회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군요.”

“하지만 아직까지 작전 수행능력은 인간족이 더 낫습니다.”


헤리오스와 기사단장, 경비대장, 영지군 대장, 그리고 오크족을 대표하여 챠 쿰 라하와 그의 심복인 루 비 아크낫이 탁자 주위를 서서 지도를 보며 이야기 하고 있는 중이었다.


“오늘 낮에 있었던 훈련에서 오크족이 총 80명이 공격해서 60명이 사망 판정을 받고 패배했지만 인간족은 영지군 전원이 사망 판정을 받았지?”

“네. 확실히 일 대 일의 전투는 인간족이 열세입니다. 추후 검토를 할 필요도 없는 작전으로 처리할 예정입니다.”

“오크족은 이번 시간 차 공격에서 전투가 혼전으로 가자 시간 차 공격을 무시하고 전원 돌격해서 패배다. 이유가 뭐지?”

“그게 본능적인 문제라 아직까지 통제가 어렵습니다. 저 또한 그 전투에 참여하고 있었다면 시간차 공격을 머리에서 지우고 돌격했을 것입니다.”


서로에 대한 전투 방식이 달라 훈련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였지만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영지의 무력과 오크들의 전투력이 급상승하는 것은 확실히 좋았다.

루 비 아크낫은 여전히 헤리오스에게 존대를 하면서 의견을 이야기했다.


“사실 공자의 전투 방식이 우리 오크족에게 맞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토르의 힘처럼 강하게 적을 몰아 부쳐 적을 죽이는 것이 토르를 믿는 우리에게 필요한 전투 방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 토르...”


잠시 인상을 썼던 헤리오스. 다시 표정관리하고 루 비 아크낫을 쳐다본다.


“그거 알아? 토르는 번개의 강함으로 상태를 한방에 격퇴시키기도 하지만, 번개를 치고 구름과 비를 불러 농작물에게 생명을 주고, 계곡과 강에 물을 주어 생명을 뿌리내리게 하는 신이기도 하다는 것을...”

“그게 우리 전투 방식을 토르와 같이 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루 비 아크낫과 헤리오스의 대화에 챠 쿰 라하는 관심있다는 듯이 둘을 쳐다보았고, 기사단장을 비롯한 인간측 인원은 잠시 머리를 식히려는 듯이 기지개를 켰다.


“생각해봐. 비를 내리는 토르가 비를 한꺼번에 내리지 않고, 그저 비만 내리고 있어.”

“토르께서는 그럴 수 있습니다.”

“그래... 루 비 아크낫... 비가 계속 온다고...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엿새...”

“네? 아...”

“그래. 비는 쉬지 않고, 한꺼번에 많이 오는 비가 아닌 그냥 계속해서 내리는 비 말이야. 너희 초원에서 말하는 우기처럼.”


그제야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루 비 아크낫.


“지속적으로 상대를 괴롭히는 공격은 처음에는 위력이 없지. 하지만 그 피로는 뒤로 갈수록 상상을 초월한다.”


챠 쿰 라하는 그런 루 비 아크낫을 보며 빙그레 웃는다.

챠 쿰 라하의 심복. 초원을 돌며 살아갈 때부터 함께 해 온 친구이자 형제이자 자신의 오른 팔인 루 비 아크낫의 성장은 매우 기쁜 일이었다.


한참을 더 하고 마무리를 짓는 회의.


“우리가 이런 훈련을 한 지 벌써 반년이네.”

“음... 사실 공작부인께서 매우 섭섭해하셨습니다.”


기사단장의 말에 헤리오스가 시선을 주었다.


“이제는 꽤 지나버렸습니다만... 공자께서 16살 생일에도 저택에 오시지 않아 많이 상심하셨습니다.”

“뭐... 나중에 혼나지 뭐.”

“괜찮을 겁니다. 이미 영주님께서 충분히 괴롭힘 당하신 것 같거든요.”


살짝 농담이 오가고 난 후 헤리오스가 신중하게 말했다.


“계획대로 내일은 실전이야. 확실히 계획한 대로 실행해.”

“알겠습니다.”

“네.”


그리고 깊은 숲 속의 오두막의 불빛이 꺼졌다.


* * *


메이안 남작령. 중부의 가장 북쪽에 위치해 있고, 남쪽으로는 휴머스 남작령 북서쪽은 해안과 닿아있다. 풍부한 해산물로 인해 영지의 해안은 풍족했고, 넓은 평야에서 나오는 밀과 작물들은 영주들의 재산을 더욱 많이 쌓을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런 영지의 동쪽에는 연이어 병력이 배치되었고, 급하게 돌이 아닌 나무로 목책을 만들고, 영지의 경계를 강화해 밤낮으로 침입에 대비했다.

영주의 지시로 끌려 온 남자들은 불만이 가득했지만 어쩔 수 없이 창을 들고 서 있는 척이라도 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병사들과 기사들에게 얻어맞으니까.

지금도 그렇다. 목책에 올라 벨로시아 영지쪽을 바라보는 병사들. 아니 옷도 제각각이고 손에는 진짜 창도 아닌 나무를 깎아 만든 길다랗고 뾰족한 막대기를 들고 하품을 하며 겨우 눈만 뜨고 있는 중인 어디 선가 끌려온 남자들.


“형씨는 어디에서 왔수?”

“나? 거기 해안쪽에 쿠루소라는 곳인데 아쇼?”

“오! 알지! 나도 그 근처에 살았으니까.”

“어딘데?”

“난 거기서 서부쪽으로 가면 나오는...”


서로 잡담을 나누고 군기라고는 보이지 않았지만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이런 생활이 벌써 5개월이 넘어 반년 가까이 되고 있으니까.

게다가 이렇게 남자들만 모여 엉뚱한 소리만 해대면 이런 뜬금없는 자신감도 생기는 법이다.


“귀족나리들은 이해가 안돼. 그냥 여기 우리끼리 저기로 쳐들어가서 오크들 싹 다 죽이면 되는거 아냐?”

“크흐흐흐. 그거 알아? 저쪽은 여자들도 전쟁에서 싸운다고 하더라고. 그래서인지 몸매가...”


횃불 아래 모여 잡답을 하던 그들의 입이 멎었다.


- 휙!

- 슈욱!

- 휙!


어디선가 날아온 무수하게 많은 돌이 그들의 머리를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 퍽!

- 퍼퍽!

- 퍽!


순식간에 머리가 터져 바닥으로 쓰러지는 그들과 상관없이 어둠에서 달려오는 무리가 있었다.

건장한 체격을 지닌 그들은 어깨에 무언가를 짊어지고 전속력을 달려 목책의 문을 들이 받는다.


우지직!

쾅!


편안하게 잠을 자고 있던 기사들은 물론이고, 병사들 역시 유곽의 여인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어 남은 사람들은 기강이 없다못해 바닥에 찌꺼기도 안남은 강제 차출된 남자들이었지만 제대로 근무를 서는 사람은 없었다.


“이대로 모두 처리하고 식량은 모두 가져간다.”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다시 명령한다.


“결코! 살아있는 것이 있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이어진 학살. 기강이 해이해진 이들은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모두 죽임을 당했다. 살아서 끌려나온 이들 역시 모두 죽음을 맞이했고, 심지어 유곽에서 몸을 파는 여인들 또한 살아남지 못했다.

아니 근처에 떠도는 들개들도 모조리 눈에 보이는대로 목숨을 빼앗을 이들은 해가 뜨기 전 서둘러 동쪽으로 물러났다.


* * *


에스워프 자작령.

자작 저택에서 과실주를 마시며 조금 전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는 저택의 주인은 살짝 인상을 썼다.


“그래도 요즘 너무 몸을 안썼나? 배가 좀 나온 것 같아.”


새로 들인 첩과 정사를 벌이고, 홀로 넓은 침대에 누워 편안하게 자는 습관을 가진 자작은 좀 더 편안한 수면을 위해 과실주를 조금 더 입에 넣고 달콤함을 즐기고 있는 가운데 복도에 거친 발걸음 소리와 함께 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영주님! 습격입니다.”

“습격이라니? 상단을? 아니면 고블린이? 똑바로 말하란 말이다.”


목소리를 들으니 기사단의 어느 누군가였다.


“벨로시아 영지쪽에서 습격을 해왔습니다.”

“뭣?”


순간 자작의 몸이 굳었다.


“...잠시 후 집무실에서 보지.”


편안한 잠은 글렀다는 생각을 하며, 시종을 불러 옷을 차려 입기 시작하는 자작이었다.


집무실에 들어간 자작은 언제 연락을 했는지 모두 모인 가신들을 보며 거만하게 말했다.


“보고해라.”

“...”


하지만 아까 큰일이 났다고 소란을 떨던 기사와 달리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편히 쉬는 나를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으면 이유를 말해야 할 것 아닌가!”


자작의 큰 소리에 모두가 기사단장을 쳐다보았고, 기사단장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영지의 접경지대에 습격이 있었습니다.”

“접경지대 어디?”


이미 슬로안 후작에게 경고를 받기는 했었다. 하지만 접경지대 한 두군데 정도야 손해를 봐도 수익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접경 지대의 마을 약 세곳...”

“하! 그깟 마을 서너 곳 습격 받은 것 때문에 나를 부른 건가? 기사단이 존재가 왜 필요한가? 그런 것은 알아서 처리 못하나?”


자작의 호통에 누구도 말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하지만 평소에 기사단장과 사이가 너무도 나빴던 재정관 역시 고개를 들지 못하고 바닥을 바라보고 있다.


“뭐지...?”


자작의 물음에 기사단장이 힘없이 말을 이었다.

“...약... 세곳을 제외한 모든 초소지역이 습격 당했습니다.”

“...뭐?”

“세 곳은 그나마 남쪽에 치우쳐 있는 지역이었음을 감안할 때 습격한 자들은 북쪽을 일부러 노린 것으로...”

“잠깐!”


자작은 갑자기 일어나는 현기증이 가라앉을 때까지 숨을 크게 쉬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 전에...! 그 전에 누가 그랬는지 보고가 없다. 누구야?”

“...”

“누군지 모르는 것은 아닐테고... 어서 말해.”

“...죄송합니다.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뭐?”

“보급을 위해 이동한 병력이 당도할 때까지 누구도 습격을 알아차린 이가 없었습니다.”

“그게 말이 되나? 습격이 있었다면 지원요청을 하러 누군가를 보냈거나 살아남은 놈이 하나도 없어? 그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냔 말이다!”


또다시 소리를 지르는 자작이지만 가신들의 얼굴을 보니 그 말도 안되는 일이 실제 일어났음을 알 수 있었다.


“세상에... 도대체 벨로시아에는 뭐가 있는거지?”


이러한 사태는 벨로시아와 국경을 마주한 모든 영지에 일어나 중부귀족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작가의말

주인공도 너무 놀았고, 스토리도 슬슬 늘어지고 하는 느낌이 들어 오늘부터 급발진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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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이제 낚시를 해야지 +4 21.07.06 8,397 128 12쪽
56 적에게 공포를 +7 21.07.05 8,465 132 12쪽
55 전쟁은 병력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지 +4 21.07.04 8,752 134 13쪽
» 벨로시아에는 뭐가 있는거지 +3 21.07.03 8,716 141 11쪽
53 동맹을 맺자 +3 21.07.03 8,789 131 12쪽
52 모의 전투 훈련이라고 들어보았나 +4 21.07.01 8,993 142 9쪽
51 도착 +3 21.06.30 8,931 138 10쪽
50 우리 갈 길이 멀지 않나요 +6 21.06.29 8,979 135 12쪽
49 너무 날로 먹으려고 하지마 +6 21.06.28 9,091 14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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