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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quiem M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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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elco
작품등록일 :
2008.03.08 21:35
최근연재일 :
2008.03.08 21:35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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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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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글자수 :
224,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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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3.08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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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Requiem Mass - 전쟁

DUMMY

세리알의 예상대로 세레이언은 쳐들어오지 않았고, 두 명씩 짝을 지어 돌아가며 세레이언의 숙영지를 관찰했지만 특별한 움직임은 없었다. 아마 모두들 휴식을 취하고 있을 것이었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저녁에 양쪽 모두 깨어있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기습이 통할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적어도 야습을 하진 못할 거라는 이노크의 생각을 멋지게 무너뜨려줄 수는 있을 것이었다. 결국 양면의 칼일 뿐이라는 말. 물론, 이것 하나에 모든 걸 걸 순 없었다. 야습이라 해봐야 결국 비어버린 숙영지에 혼란을 일으키는 것일 뿐이며 남은 본대는 사령부에 남을 인원으로 막아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기엔 인원수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지만, 별 다른 방법은 없었다. 기대할 수 있는 건 2황자가 제때 움직여 주는 것뿐이었다.


“아직 더 기다려야 하는 건가?”


헬레나는 사령부와 세레이언의 숙영지를 잇는 도로의 덤불속에 들어가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로 투덜거렸다. 일단 땅 속에서부터 피어오르는 엄청난 량의 냉기로 인해 온 몸이 얼어버렸기 때문도 있었지만, 작전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벌써 4시간 넘게 한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못한 채 엎드려 있다는 건 그리 썩 좋은 기분이라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이 순간 새삼스럽게 존경스러워지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바로 레오나르트 자이델. 한겨울 눈밭에서 17시간을 엎드린 채로 견뎌내 결국 적의 보급로를 차단하는 데 일조했다는 이유로 상을 받았던 이유를 새삼 실감하고 있는 것이었다.


“조금만 참아. 이제 새벽 3시야. 곧 움직이겠지. 하루라도 빨리 해결을 봐야 할 테니까.”


메이야는 그렇게 헬레나를 다독거렸다. 그러나 정작 이 작전을 주장한 세리알은 잠자코 엎드려 있었다. 분명 레이언과 함께 있을 땐 은빛이었던 눈이 이젠 다시 검은색으로 바뀌어있었다. 어두운 밤에만 자신의 눈동자 색으로 돌아오는 건 세리알이 뱀파이어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적어도 이곳에선 레이언 한 명 뿐이었다. 레이언 역시 괜히 떠들어 일이 커지는 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움직이고 있군요.”


한동안 가만히 있던 세리알이 메이야를 툭툭 건든 뒤 손가락으로 세레이언의 숙영지를 살짝 가리켰다. 그 곳엔 조용하지만 분명 다수의 사람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 작지만 이노크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었다. 작전의 종이 울린 것이다.


----------


“메이야로부터 연락입니다.”

“좋아, 모두 준비시켜! 메이야는… 더 이상 통신은 필요 없으니 상황 보고 알아서 들어가라 그래.”

“네.”


이제 시작이다. 승률을 따지자면 반란군 전원의 뼈가 오늘 이곳에 묻힐 것이다. 숙영지를 공략하는 것도 결국 세레이언을 당황하게 만들 시간벌이일 뿐, 특별한 의미는 없었다. 그 시간이라는 것조차 동부 사령부를 위해서가 아닌 내일이면 본격적으로 시작될 이 나라의 정권 교체를 위한 시간벌이. 그걸 위해 세레이언을 이곳에 묶어둬야만 했기에 진작 포기했을 동부 사령부를 지금 이 순간까지 포기하지 못한 것이었다.


“나도 간다.”


레이언은 말리려는 에밀리를 노려본 후, 윗옷을 입었다. 입었다 하나 왼쪽 팔을 들 수 없으니 말 그대로 걸친 수준을 벗어나진 못했지만, 충분했다. 죽으러 가는 길이지만 굳이 곱게 차려입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었다.


“고요한 푸르른 달빛을 거느리는 한없는 고요의 바다.”


레이언은 방을 나서며 어설프지만 분명 태백국의 언어로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내


“흑령(黑令). 흑호(黑昊)”


아래로 향해 있는 레이언의 오른손엔 한 자루의 검은 칼이 들려있었다.


----------


저녁부터 시작된 사령부 앞을 가로막는 대공사는 이미 오래전에 끝나있었고, 그 앞에 중화기를 배치시키는 것도 이젠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전투가 길어질 것을 대비해 최대한의 화력을 아끼기 위해 마그네슘만으로 견뎌내려던 작전마저도 내일 오전 8시에 반란을 일으킬 거라는 2황자의 전언에 의해 완전히 소각된 상태에서 최대한의 시간 끌기로 세레이언을 붙잡을 방법은 모든 화력을 총동원 하고 있지만, 고작해봐야 기관총 세 개가 전부였다.


“아, 그 기관총은… 그래, 저기다 배치해. …어, 형?”


사령부 밖으로 나온 레이언을 가장 먼저 발견하고 반긴 건 폴이었다. 폴은 특유의 뚱뚱한 몸을 좌우로 뒤뚱거리며 레이언에게 다가왔다. 둥글고 단단한 뱃살은 마치 임산부의 배처럼 앞으로 툭 튀어나와 있었다.


“왜 나왔어? 아직은 이렇게 돌아다니면 안 되는 거 아냐?”

“야야, 너도 그 소리냐? 내가 누워있을 놈으로 보여?”

“아니, 전혀.”


당연한 걸 묻지 말라는 투로 대꾸한 폴은 곧 허리를 젖히며 크게 웃어보였다. 그 웃음을 보며 레이언은 생각했다. 목표 수정이다. 라고…


“준비는 다 된 것 같군.”


이 웃음을 사라지게 한 자 모두를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


크로아 대륙의(동방 대륙) 중부에 자리한 카보베르데 왕국의 어느 항구의 여관방. 허름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여관이라는 구색을 갖춰놓은 비교적 괜찮은 방에 창문을 열어놓고 이제 거의 저물어가기 시작하는 햇볕을 전등 삼아 창문틀에 걸터앉아선 두꺼운 책을 정신없이 읽어대던 빼빼마른 체격의 남자가 책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갑자기 신경질적으로 책을 덮어 버렸다.


“제길, 결국 알아버린 건가.”


그의 입에선 짜증과 한숨이 뒤섞인 투덜거림이 튀어나왔다.


“세리알 N. 크루센. 그걸 말해도 된다고 느낀 건가. 그것도 레이언에게?”


그 남자의 말. 놀랍게도 그건 서양 대륙인 셀렌 대륙의 마레크 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란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것이 지금 책으로 출간될 리도 없는 상황. 아니, 그런 상황들이 지금 보일 리도 없는 상태의 이 남자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 더 놀라웠다.


“무슨 불쾌한 일이라도 있으십니다. 타루엘 님.”

“아, 미호. 아무것… 크루센이 사고를 쳤다. 기어이 날 방해하겠다고 나선 것 같다.”


타루엘은 그냥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넘기려다 무언가 생각이 든 듯, 자신이 읽고 있던 쪽수를 찾아 미호에게 보여주었다. 그곳엔 레이언이 앞으로 할 행동이 빠르게 써지고 있었다.


“‘운명의 서’로군요.”

“그래, 운명의 서. 내가 받아 치러야 할 죄악이지.”


처음 저 책을 받기 전의 타루엘은 무엇이든 곧잘 즐거워하던 성격이었다. 그러나 저 책을 받은 이후로 타루엘의 성격과 행동 모두가 바뀌어 버렸다. 심지어 각기 성별과 모습으로 변신하기 시작한 것도 운명의 서라는 이름의 책을 받은 이후부터였다. 전 세계 수십억인구의 삶과 죽음이 기술되어지는 책. 그렇기에 타루엘은 책을 받은 지 1년 만에 책을 봉인해버렸고, 봉인시킨 뒤 단 한순간도 꺼낸 적이 없었다. 보고 싶지 않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랬음에도 지금 와서 다시 꺼내든 이유가 알 수 없었지만 저 책을 꺼내들지 않으면 안될 만큼 마레크 제국과 레이언의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알아서 하겠지! 이미 알아버린 사실을 되돌릴 수도 없잖아!”


지금까지 어느 성별, 어느 나이, 어느 종족에서도 보이지 않았던 신경질적인 모습. 빼빼마른 몸만큼이나 날카로운 신경이 이번에 변신한 타루엘의 성격인 듯 보였다.


“쳇!”


타루엘은 혀를 차며 책을 허공으로 던져버렸다. 그에 타루엘의 손을 떠나 허공을 날아가기 시작하던 책은 갑자기 조각조각 나며 허공에서 흩어져 버렸다. 다시 봉인시켜버린 것이었다. 뭐, 사실 봉인이라 해봐야 특별한 것 없었다. 말이 봉인이지 그냥 큰 자물쇠 하나 달아놓고 걸어 잠그는 게 고작이었다. 그럼에도 봉인이라 할 수 있는 건, 타루엘을 제외한 그 누구라 해도 봉인을 푸는 열쇠를 가지고 있지 않고, 또한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며, 설사 알게 된다 해도 열수 없기에 봉인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기분만 잡쳤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마레크 제국은 내 손을 떠난 것 같고… 얻어낼 게 없어져버렸어.”

“네? 그럼?”

“뭐, 선택한 대로 가는 거겠지. 어차피 레이언은 돌아온다. 그것만 있으면 되는 거였으니까.”


타루엘은 태양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똑같은 노을을 가진 하늘, 그리고 언제나 똑같은 태양.


‘어머니, 당신이 바라는 세상은 무엇입니까?’




==========


잡설 1.

타루엘에 대한 비밀은 다 풀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위의 장면으로 인해 타루엘이 어떤 존재인지는 다 밝혀졌을거라 생각하겠습니다. 본래라면 엔딩에서나 밝힐 생각이었지만, 글쎄요... 세리알의 비밀을 밝히고 나니 왠지 이짓도 재밌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라고 할까요.



그럼, 갱신합니다.

* 정규마스터님에 의해서 문피아 - 자연 - 판타지 (gof) 에서 문피아 - 하 - 연재 완결(etc_fine) 으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3-1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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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Requiem Mass - 전운 08.02.22 237 2 11쪽
18 Requiem Mass - 전운 08.02.21 293 3 17쪽
17 Requiem Mass - 전운 08.02.21 209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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