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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quiem Mass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Delco
작품등록일 :
2008.03.08 21:35
최근연재일 :
2008.03.08 21:35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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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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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글자수 :
224,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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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3.0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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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Requiem Mass - 전쟁

DUMMY

“자, 그럼 난 다시 내려간다. 레이언! 몸 조리 잘하고, 내가 준 약 꼭 챙겨먹어! 그 약 먹어야지 신경이 이어진다구!”

“그래, 그래.”


레이언은 건성으로 대꾸했다. 왼팔이 절단됐기 때문에 신경까지 완전히 끊어져 버린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레이언의 마법 속성이 수계(水系) 쪽이라 절단면 보관상태가 양호했기에 수술이 잘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제 남은 건, 끊어진 신경을 다시 잇는 것 뿐. 그러기 위해선 신경 연결에 도움을 주는 약물인 에프룬이란 주사액을 2주에 한번, 한 시간씩 링거와 함께 맞으며 재활훈련을 하는 것뿐이었다. 이 약품을 쓰고 나서 최단기간에 고친 사람의 기록이 6개월이었다. 결국 레이언 역시 약 6개월 정도 꾸준히 맞아야 한다는 소리가 된다.

결국 전선에서 낙오된 자가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앉아서 쉴 수만은 없었다. 무엇보다도 황태자의 후원까지 얻어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황태자 죽이기를 시작해야 하니까.


“미안하지만 당신이 가진 모든 걸 빼앗겠어. 그래야 내 복수가 시작되니까.”


레이언은 에밀리가 모아줬던 귀족들의 서명이 적힌 명단을 꺼내 들고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너무 길게 돌아왔다. 거의 한 시간이란 긴 시간동안 편지를 썼고, 이내 마지막 편지가 되었다. 제목은 2황자에게. 였다.


----------


“황태자님의 출병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레이언이 편지를 보내고 3일 뒤, 황궁에선 아센테르드가 기습을 받아 퇴각해야 했던 해양도시 하델로에 군대를 파견하겠다는 황태자의 출병 요구에 대한 최종 결정회의가 열렸다. 그러나 황태자는 몰랐겠지만, 최종 결정 회의에 참석한 원로들을 비롯, 귀족의 대다수가 이미 레이언과, 아니 정확하겐 2황자와 손을 잡은 자들이었고, 그게 아니더라도 이미 원로회와 황태자의 사이가 좋지 않았기에 아무런 증거도 없이 그냥 무조건 그 곳에 지금 롤리안 시와 올렌도 시의 반란군의 근거지가 있을 것이라는 말로는 해양도시 하델로에 군대를 파견할 수 없다는 원로회 최종 결정이 내려진 것이었다.

꼭 위의 두 가지 상황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미 두 곳의 시에서 거의 동시에 벌어진 반란에 군대를 움직여도 시원찮을 판에 굳이 조용한 곳에 군대를 보내 벌집 쑤실 필요가 없다는 게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했다.


“젠장.”


황태자는 집무실로 가던 도중 방향을 틀어 침실로 직행해 그대로 침대에 드러누워 버렸다. 피곤했다. 레이언이 이번 반란에 연관 있을 거라는 건 이미 레이언의 말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심증일 뿐,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황실의 일이라면 무조건 반대하고 나서는 원로회의 생각을 뒤집을 순 없는 일이었다. 레이언의 옛 부하들이 반란군의 앞에서 그들을 지휘하고 있다는 게 그 증거가 되긴 하겠지만, 레이언과 무관하게 뭉친 거라면? 무고한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려 했다는 오명만 뒤집어쓰게 되는 것이었고, 결국 레이언이 이번 반란에 연관되어 있다는 걸 밝혀내 묶어서 체포하려던 황태자의 계획은 틀어져 버렸다.


“어떻게 해야 하지?”


아센테르드에서 도착한 내용에서도 레이언이 반란군을 이끌었을 거라는 정황 증거는 없었다. 에즈밀라의 보고에 따르면 레이언이 항구로 마중을 나오겠다고 했고, 데려간 군인 모두를 한꺼번에 배에서 내리게 하는 건, 마을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조성시킬 것 같다는 판단에 소수의 인원만 데리고 내렸다가 갑자기 나타난 자들에게 기습을 당했다는 것뿐이었기에 결국 증거가 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흐흐흐…흐흐흐흐…하하하하. 그 자식 역시 대단한 놈이야.”


황태자는 큰 소리로 웃어재끼다가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얼굴 근육을 굳혔다. 그러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런 건가? 2황자와 레이언의 손에 원로와 귀족이 구워삶아지고 있었던 건가?”


마치 미친놈처럼 황태자는 중얼거렸다. 그렇게 결론이 내려지자 황태자는 가장 손쉬운 결정을 내릴 수밖엔 없었다. 황족의 직속 기사단이자 존재가 부정되어 온 세레이언(실버 크로우)을 해상도시 하델로로 보내는 것이었다. 물론 이것 역시 원로의 눈치를 봐야 하지만, 제국 정규군에 비해 황실에서 자체적으로 키운 기사단인 만큼 황실에 대한 충성도가 높았고, 또한 오로지 황제와 황실 가족의 명령만을 받는 그들이기에 황태자로썬 가장 쉽게 움직일 수 있는 병력이었다.


“너도 세레이언이었지. 그리고 네가 일으킨 군대의 지휘관들 역시 세레이언 들이었지. 기대해보지. 세레이언들의 싸움을.”


----------


“그라피티 프레스!”


쿵!


겨울 기사단 윈터 밀러의 요원 한명이 반항 한 번 못해보고 피를 토하며 폴 앞에서 나뒹굴었다. 즉사였다. 폴의 속성인 지계(地系) 속성 중에서 중력계의 기술인 중력 증가에 깔려 죽은 것이었다. 갓난아이만 한 큰 머리를 가진 망치를 휘둘러 땅에 내려찍으면, 자신이 목표로 삼은 적 1명에게 기본 중력에 100Kg의 중력을 더한 무게를 실어주어 찍어 누르는 기술이다.


“헉헉, 헉헉, 이건, 진짜 끝이 없네!”


폴은 큰 귀를 흔들며 히스테리를 부렸다. 해가 뜨기도 전에 장갑차에서부터 시작된 총격을 신호로 제국군과 윈터 밀러들이 저택을 포위하고 밀고 들어오기 시작하자 우왕좌왕하던 저택 입구는 금세 뚫려버렸고, 그 뒤로 1층은 말할 것도 없었다. 어차피 인질이 3층 침실에 나눠져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은 그들의 저돌적 기습은 2층에서 폴과 헬레나의 선전으로 주춤거렸지만, 수적 열세가 가장 큰 문제였다. 아무리 저택이 크다 해도 100명이 넘는 적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데는 아무리 과거 세레이언이었다 해도 체력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엔 없는 일이었다.


“헉헉, 헉헉, 미치겠군.”


폴은 숨을 몰아쉬더니 보기만 해도 무거워 보이는 붉은색 쇠망치를 끙! 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들어올렸다. 망치라 하지만 망치의 양끝엔 뾰쪽한 돌기가 무수히 생성되어 있어 무게가 주는 피해만큼이나 그 돌기의 피해도 만만찮은 무기였다. 물론 그게 아니더라도 폴의 중력계 기술은 충분히 살벌했다.


“자! 덤벼!”


폴은 망치를 어깨에 메고 견제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주위를 포위하고 있던 윈터 밀러를 비롯하여 정규군 병사들이 주춤거리며 싸울 자세를 취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이 총이나 활. 근접 공격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병사들은 앞서 죽어나간 세 명의 동료들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폴은 생각했다. 이럴 땐 레이언이 정말 부럽다고. 총알을 막아낼 수 있는 마법은 지계 중에서도 얼마든지 있지만, 문제는 소지하고 있는 마력. 폴은 물리 공격에만 집중해서 힘을 길러왔기에 레이언에 비해 마력이 높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만능에 가까운 실력을 소유한 레이언이 괴물이라 불리는 것이다.

폴은 살짝 비웃음을 지어보였다. 총알이 날아온다면 첨 몇 발은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짧은 거리에서 쏘아대는 총알 모두를 막아내는 건, 불가능했다. 이 자리가 마지막 자리가 된 셈이었다. 그렇다면…


“죽어보자!”

“닥치고 엎드려! 윈드 커터!”


폴은 포위하고 있는 적들의 틈바구니 너머에서 들려온 헬레나의 외침에 본능적으로 납작 엎드렸고, 미처 상황판단을 하지 못한 병사 서너 명이 그 자리에서 몸이 잘려나가며 쓰러졌다. 그 여파에 당한 자들도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야 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는 당당하게 서있는 헬레나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몸을 감싸고 회전하고 있는 무수한 바람의 칼날 중 몇 개가 날아온 것이었다.


“꽤 고전하고 있더라?”

“너 분명 방금 나까지 벨 생각으로 날린 거지? 그렇지!”

“엎드리라 했잖아? 그래서 엎드렸음 됐지 뭐가 불만인데?”


헬레나는 또 하나의 바람의 칼날을 날려 폴에게 총을 쏘려던 병사 한명의 목을 쳐냈다. 그 모습에 폴 역시 망치를 휘둘러 거리를 넓히며 기술을 쓸 시간을 번 뒤,


“스톤 블릿!”


이라 외쳤고, 그 순간 병사 4명이 작은 돌조각으로 만들어진 마법 총알에 미간을 뚫려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그 광경에 몇 명의 병사들이 달려들었다. 동료가 죽는 것에 대한 분노도, 공포도 아닌 그저 적을 향해 달려드는 모습. 그러나 그러기엔 상대가 너무나 안 좋았다. 폴은 망치로 바닥을 내리 찍었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집 전체가 흔들린다고 느낄 때 쯤, 달려들었던 병사들 역시 오징어포처럼 바닥에 납작하게 붙어서 숨을 거뒀다. 그라피티 프레스의 응용 기술인 그라피티 필드에 휘말린 탓에 중력을 견디지 못하고 눌려버린 것이었다.


“안되겠다. 일단 물러나자!”


폴은 그라피티 필드가 끝나기 무섭게 달려 나가 병사들을 베기 시작하는 헬레나를 불러 세웠다. 헬레나의 등장으로 승기를 잡았다하나 이미 체력이 너무 많이 떨어진 폴은 더 이상 망치를 들고 싸울 힘도 없었다. 헬레나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폴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병사들에게서 재빨리 떨어져 거리를 두며 폴을 따라 3층으로 올라갔다. 3층엔 이미 2층에서 헬레나와 폴이 시간을 버는 동안 장애물이 만들어져 있었다. 많은 인원이 진격하기엔 무리가 있도록 최대한 복도를 좁혀놓기만 해도 시간벌기는 되기 때문이었다.


“이게 마지막 보루로군.”


헬레나는 두 사람 겨우 통과할 수 있을 만큼 무릎 높이까지 쌓아 길게 복도에 늘어뜨린 장애물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


용어 설명


1. 그라피티 프레스 :

개인당 자연적으로 받게 되는 기본적인 중력에 약 100Kg의 중력을 더한 힘으로 내려찍는 마법, 혹은 기술이다. 쉽게 100Kg의 쇠망치로 내려찍는 힘이라 보면 된다. 기술의 위치는 그라피티 프레스를 시전한 사람의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거리 내에서 마음대로 조절 할 수 있다.


2. 윈드 커터 :

바람을 넓직하게 눌러놓은 마법이다. 말 그대로 바람이 뭉쳐져 있기에 그 안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른 회전력이 들어 있어 베지 못하는 물건이 없다고 할 만큼 강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는 마법이다.


3. 그라피티 필드 :

그라피티 프레스의 응용형으로 자신의 바로 곁에 서있는 적 다수를 공격하는 기술이다. 위치 지정은 되지 않으며 바로 곁에 적이 있어야만 효과를 볼 수 있기에 포위되지 않으면 거의 쓸모가 없다.


4. 스톤 블릿 :

돌조각을 쏘는 마법이다. 총알과 비슷한 관통력을 가지고 있다.


==========


잡설 1.

이번화에서 레이언과 황태자의 태도가 이상함을 느끼셨을 텐데요. 그건 협상과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어차피 둘 다 목적을 위해서 손을 잡은 것이고 그 뒤에 2황자가 있는 한, 이 둘의 싸움은 계속될 겁니다. 그리고 애초에 황태자는 레이언을 믿고 있는 게 아닙니다. 결국 죽여야 하는 적일 뿐이죠. 협상을 맺은 건 레이언을 좀 더 쉽게 죽이기 위함이라는 황태자만의 계획일 뿐입니다. 황태자가 굳이 레이언을 죽여야 할 이유는 2황자와 같은 이유라 하겠습니다.



그럼, 갱신합니다.

* 정규마스터님에 의해서 문피아 - 자연 - 판타지 (gof) 에서 문피아 - 하 - 연재 완결(etc_fine) 으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3-1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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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Requiem Mass - 전쟁 +2 08.03.04 287 2 12쪽
31 Requiem Mass - 전쟁 08.03.04 342 2 14쪽
30 Requiem Mass - 전쟁 08.03.01 150 2 16쪽
29 Requiem Mass - 전쟁 08.03.01 307 2 11쪽
28 Requiem Mass - 전쟁 08.03.01 193 2 11쪽
» Requiem Mass - 전쟁 08.03.01 17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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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Requiem Mass - 전쟁 08.03.01 172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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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Requiem Mass - 전운 08.02.24 17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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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Requiem Mass - 전운 08.02.23 313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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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Requiem Mass - 전운 08.02.22 237 2 11쪽
18 Requiem Mass - 전운 08.02.21 293 3 17쪽
17 Requiem Mass - 전운 08.02.21 208 7 12쪽
16 Requiem Mass - 전운 08.02.21 299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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