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Delco 님의 서재입니다.

Requiem Mass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Delco
작품등록일 :
2008.03.08 21:35
최근연재일 :
2008.03.08 21:35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2,827
추천수 :
110
글자수 :
224,276

작성
08.03.07 06:30
조회
205
추천
2
글자
10쪽

Requiem Mass - 전쟁

DUMMY

그 즈음.

2황자는 레이언이 보낸 전문을 읽고 있었다. 전문을 읽어 내려가던 2황자의 눈엔 어느새 장난기가 가득 차올랐다.


“역시, 네놈은 제거 대상 1호야. 아주 재밌는 짓을 해달라니까 말이야.”


2황자는 레이언이 보낸 전문을 대충 구겨 재떨이에 올리더니 성냥에 불을 붙여 그 아래로 살며시 밀어 넣었다. 그러자 이내 아주 작고 붉은 불꽃을 내며 타들어가기 시작하는 전문.


“그럼, 이제부터 나도 움직이기 시작해볼까?”


2황자는 시녀를 손끝으로 불러 잔에 물을 따르게 한 뒤, 그 물의 일부를 재떨이에 부었다. 완전히 타들어가 검은 재만 남았던 재떨이에 물이 차오르고 검은 재는 그 속을 어지럽게 헤엄쳐갔다.


----------


“블레어 님!”


왠만한 이유론 쉽사리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에듀란을 대신하여 야전병원 안으로 벨린다 라이더가 뛰어 들어왔다. 그 곳엔 카일리 블레어와 함께 그녀보다 먼저 온 멕라렌 록크스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입에서 피를 토하면서 실려 왔다 해서 급하게 뛰어온 것치곤 카일리 블레어의 상태는 심히 좋아보였다. 멕라렌과 웃으며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으니까.


“아, 라이더 씨.”

“괘, 괜찮으세요?”

“예, 다행히 큰 내상은 없다고 해요.”


카일리는 상큼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적어도 그 미소만큼은 정말 다친 곳 하나 없는 지극히 정상의 몸상태라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카일리는 당분간 전투에 나갈 수 없는 상태였다. 무엇보다 몸 안에서 터질 뻔한 마력의 역류를 억지로 억눌러 배출하며 위를 비롯하여 식도, 기도 모두가 심한 상처를 입은 탓에 당분간 병원신세를 져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전, 말짱합니다. 오른팔을 베인 거 제외하고는 말이죠.”

“남자들이야 영광의 상처겠죠.”


그 말 대로였다. 멕라렌은 치료가 끝났지만 아직 붕대조차 감지 않은 팔을 들어 보이며 웃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모습에 라이더는 “붕대나 어서 감으세요!” 라고 타박을 준 뒤, 카일리에겐 “푹 쉬세요.” 라는 말을 남긴 채 야전 병원을 빠져나와 에듀란에게 달려갔다. 현재 사령부에 남아서 싸우는 사람은 이노크 한명 뿐이었다. 즉, 아무리 이노크가 강하다 해도 레이언까지 포함한 다수의 반란군과 싸워야 한다는 뜻이 되었다. 어서 불러 들여야 했다.


----------


이노크가 세레이언 기사들을 이끌고 퇴각하자 자연스럽게 전투는 종결되었다. 레이언은 에밀리에게 명령하여 전원 복귀하도록 명령한 뒤, 공치사를 위해 회의실로 모이도록 하였다


“모두 수고했다.”


레이언은 동생들과 함께 들어온 세리알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세리알에게 반했다던가, 적의를 가지고 쳐다보는 것이 아닌 ‘저 여자가 멕라렌과 싸워 이겼다던 그 세리알인가? 그런데… 어디서 본 듯한 사람인데.’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분명 어디선가…


“배에서 보고 오랜만에 뵙는 것 같네요.”


배?

레이언은 세리알의 인사에 어디서 봤는지 기억을 해냈고, 이내 표정이 펴졌다.


“아아, 어쩐지 어디서 봤다 했소.”


호위무사로 배에 있다 칼 한번 부딪히고 붙잡혔다가 ‘해군장교… 이름이…’ 레이언이 해적놀이를 한 해역을 담당하고 있던 해군장교의 의심을 푸는 데 도움을 줬었던…


“응?”


레이언은 거기까지 생각하고 나서 잊고 있었던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


“자, 이제 조금은 자세한 이야기를 해봅시다.”


레이언은 술을 보관하도록 만들어진 작은 냉장고에서 술을 꺼내 잔에 따른 뒤, 소파에 앉아있는 세리알에게 건넸다.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인 세리알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세리알도 그것을 예상하고 있었던 듯, 무언가 즐거워 참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레이언을 쳐다보고 있었다.


“자세한 이야기라…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이죠?”

“당신이 날 아는 정도. 그리고 날 도와주는 이유.”


이 두 가지만큼은 하늘이 두 쪽이 나도 들어야 할 중요한 사안이었다. 무엇보다 신임할 수 없었다. 처음 그레이의 무기상선에서 호위무사와 해적의 관계로 만났었다. 그런데 우습게도 마치 처음부터 모든 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너무 쉽게 붙잡힌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다음에 해군이 나타났을 때, 마치 일행인 것처럼 너무나 당당하게 앞으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였다. 배에서 내려서도 당당하게 구명정을 요구할 만큼 당찬 성격을 보여줬던 세리알.

그리고 그 이후로 모습 한 번 보이지 않다가 며칠 전 있었던 전투에서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나 도와주고는 사라져버렸다. 이번에 다시 나타나 도와줬다. 아무런 대가도 없이. 그것도 두 번 모두 멕라렌 록크스만을 공격대상으로 삼아 싸워 이겼다.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았다. 쉽게 생각하고 넘기기엔 걸리는 것이 너무 많았다.

일단 무엇보다도 세리알의 실력이었다. 레이언 자신과 맞붙었을 땐, 너무나도 엉성했던 폼이 멕라렌을 상대할 수 있을 만큼 그 짧은 시간 안에 고쳐졌을 거라는 기대 따윈 어린 애나 할 만큼 웃긴 기대였다.


“…그거야… 아주 잘 알죠. 마레크 제국 개국공신 가문 중 하나인 시크레스트 가문의 장남이었으며, 전쟁 도중 연인 리엔을 2황자의 손에 잃었고, 그 복수심으로 이번 반란을 계획했다.”

“…….”

“…더 듣고 싶나요?”

“아니, 됐소.”


더 들을 필요도,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 정도 알고 있다는 건 이미 중요한 요점은 전부 파악하고 접근한 사람이라는 것일 테니 더 들어볼 필요가 없었다. 다음 문제는


“그럼, 내게 접근한 이유는?”

“접근? 접근이라뇨. 실례네요. 이제 저 만큼 좋은 후원자도 없지 않나요?”


세리알은 자신을 좋은 후원자라 했다. 그리고 그건 레이언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문제는 거기에 있었다. 단 한명의 손이라도 아쉬운 상황에서 너무나 든든한 아군의 등장. 그것도 세레이언 기사 중에서 검술 실력이라 하자면 이미 마레크 제국 내에서 따를 자가 없다는 말을 듣고 사는 멕라렌을 가볍게 제압할 만큼 대단한 검술을 가지고 등장하였다면 거액을 들여서라도 스카우트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동시에 구렁이가 담 넘어 가는 것 같은 전개.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바로 그 점 때문에 당신을 믿지 못한다고 하면…?”

“…흠… 그렇겠네요.”


쉽게 납득하는 세리알. 그 즉시 모든 걸 해명하려는 듯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다가 결국 포기하고 오른손을 쫙 펼친 채 갑자기 레이언의 코앞으로 들이밀었다. 순간적으로 시야가 가려진 레이언의 눈동자가 커지는 순간 세리알의 왼손은 허리춤으로 가있었다.


“무, 무슨!”


레이언이 당황하며 고개를 뒤로 빼고 몸을 일으켰을 때, 세리알의 왼손에 쥐어진 것이 보였다. 덱샤.


“아버지와 직접 통화해보세요.”


세리알은 레이언의 당황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덱샤를 레이언에게 건네주었다. 덱샤는 이미 누군가와 통신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번호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여보세요?

“…여, 여보세요? 혹시… 형님?”


놀랍게도 덱샤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공은 그레이였다. 세리알은 분명 덱샤를 바꿔주면서 아버지라 했다. ‘하지만 그레이에겐 딸이 없는데?’ 레이언은 그렇게 생각하며 세리알을 다시 쳐다보았다. 어떻게 된 것일까?


“어떻게 형님이…”

-아, 레이언이었구나. 그래, 든든한 지원병과 만나보니 어떻더냐?

“하, 하지만… 입양이라도 하신 겁니까?”

-응? 아, 하하하 농담이 많이 늘었구나, 세리알은 내가 입양한 아이가 아냐.


입양하는 게 농담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레이언은 난생 처음 깨달았다. 그럼 낳은 자식이란 뜻인가? 하긴, 그레이의 경우엔 젊어서 잦은 지방 출장이 있었고, 이런 저런 이유로 타국으로 넘어가기도 했었다. 그때 낳은 아이라고 봐도 무관하겠지만 평소 청결을 중요시하던 그레이의 행실과는 조금은 괴리감이 느껴지는 무분별한 행동.


-이 녀석아. 너 설마 내 혈육이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럼, 입양한 것도 아니고, 낳은 것도 아니란 말씀이십니까?”

-당연하지 이 녀석아. 뭐, 긴 이야기 해봐야 도청 당할 테니, 자세한 건 세리알에게 듣도록 하고. 황제폐하께 감사해라. 세리알을 보내주셨으니까. 그럼, 난 끊는다.


그레이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만 끝내고 덱샤를 끊어버렸다. 레이언은 끊어져버린 덱샤를 쳐다보고는 이제 싱글벙글 웃고 있는 세리알을 쳐다보았다. 황제폐하는 또 무슨 말인가. 점점 무언가 알 수 없어져버렸다.



==========


잡설 1.

전투는 일시적인 휴지기입니다. 폼나게 말하자면 고착상태고, 그냥 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흐지부지 된 상태인 거죠. 원래 분위기대로 돌아가 싸우기 위해 잠시 떼어낸 것입니다. 서로 적당히 얻어맞아서 으르렁 거리게 됬으니 이제 좀 제대로 싸우게 되겠죠. 뭐.


잡설 2.

세리알의 비밀은 이제 절반 밝혀졌군요. 남은 부분은 다음 연재에서 밝히겠습니다. 뭐, 세리알은 황실과 직접 연관이 있는 사이라고 하겠습니다. '사생아냐!' 라고 하신다면 '즐! 반사!' 라고 외치겠습니다.




그럼, 갱신합니다.

* 정규마스터님에 의해서 문피아 - 자연 - 판타지 (gof) 에서 문피아 - 하 - 연재 완결(etc_fine) 으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3-19 13:51)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Requiem Mass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3 Requiem Mass - 뒷이야기 +3 08.03.08 519 2 3쪽
42 Requiem Mass - 에필로그 - 이별 08.03.08 514 3 19쪽
41 Requiem Mass - 전쟁 08.03.08 314 5 11쪽
40 Requiem Mass - 전쟁 08.03.08 281 2 9쪽
39 Requiem Mass - 전쟁 08.03.07 285 3 12쪽
» Requiem Mass - 전쟁 08.03.07 206 2 10쪽
37 Requiem Mass - 전쟁 08.03.07 220 2 12쪽
36 Requiem Mass - 전쟁 08.03.05 152 2 10쪽
35 Requiem Mass - 전쟁 08.03.05 241 2 10쪽
34 Requiem Mass - 전쟁 08.03.05 206 4 10쪽
33 Requiem Mass - 전쟁 +2 08.03.04 396 2 12쪽
32 Requiem Mass - 전쟁 +2 08.03.04 288 2 12쪽
31 Requiem Mass - 전쟁 08.03.04 344 2 14쪽
30 Requiem Mass - 전쟁 08.03.01 150 2 16쪽
29 Requiem Mass - 전쟁 08.03.01 309 2 11쪽
28 Requiem Mass - 전쟁 08.03.01 194 2 11쪽
27 Requiem Mass - 전쟁 08.03.01 174 2 12쪽
26 Requiem Mass - 전쟁 08.03.01 237 4 13쪽
25 Requiem Mass - 전쟁 08.03.01 172 2 9쪽
24 Requiem Mass - 전운 08.02.24 289 3 17쪽
23 Requiem Mass - 전운 08.02.24 175 2 11쪽
22 Requiem Mass - 전운 08.02.23 276 2 11쪽
21 Requiem Mass - 전운 08.02.23 313 3 10쪽
20 Requiem Mass - 전운 08.02.23 187 2 10쪽
19 Requiem Mass - 전운 08.02.22 237 2 11쪽
18 Requiem Mass - 전운 08.02.21 293 3 17쪽
17 Requiem Mass - 전운 08.02.21 208 7 12쪽
16 Requiem Mass - 전운 08.02.21 300 2 9쪽
15 Requiem Mass - 전운 08.01.12 346 4 13쪽
14 Requiem Mass - 전운 +2 08.01.06 450 6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