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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co 님의 서재입니다.

Requiem M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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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elco
작품등록일 :
2008.03.08 21:35
최근연재일 :
2008.03.08 21:35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2,826
추천수 :
110
글자수 :
224,276

작성
08.03.0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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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
추천
2
글자
11쪽

Requiem Mass - 전쟁

DUMMY

‘오른쪽으로!’


폴은 헬레나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고작 무릎높이 밖엔 안 오는데다가 복도를 따라 길게 늘어뜨려진 장애물 덕분에 접근이 쉽지 않은 탓에 제국군이 집안을 수색하는 시간이 지체되었다. 만일 반란군만 있었다면 분명 전원 퇴각명령을 내리고 밖에서 불을 질렀겠지만, 시장을 비롯하여 이 지방의 유지들이 이 저택에 모두 감금되어 있는 상태에서 그럴 순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반란군이 원하는 데로 움직일 수밖엔 없는 제국 정규군이었다. 거기다 3층부터는 캄캄한 밤이라는 걸 이용해서 창문이란 창문은 모조리 막은 바람에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완벽한 암흑천지. 제국군에겐 야간 투시경이 있다곤 해도 반란군이 어디서 공격해 올 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발 떼는 것도 두려운 상황이었다.

야간 투시경을 쓴 헬레나가 폴의 엄호를 받으며 반대편 복도로 달려갔다. 야간 투시경을 썼다 하나 어둠속을 헬레나는 마치 달리기 경주에 출전한 장애물 달리기 선수처럼 장애물을 피해 이리저리 잘만 달려갔다. 그 만큼 어둠속에 완전히 적응된 것이었다. 헬레나의 뒤를 따라 간격을 두고 10명의 총을 들고 헬레나처럼 야간 투시경을 쓴 병사들이 뒤를 따랐다.


‘하나, 둘…’


자리가 잡히고 헬레나를 비롯하여 4명의 병사들이 쓰고 있던 야간 투시경을 벗어 발밑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폴 역시 자신이 쓰고 있던 야간 투시경을 벗은 뒤 마음속으로 숫자를 헤아렸다. 그리곤 미리 손을 뻗어놓은 복도의 전등 스위치를 눌렀다.


“아악!”

“악! 내 눈! 내 눈!”


제국군 병사들의 단말마 같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가장 단순한 방법이면서 동시에 가장 확실한 효과를 주는 공격에 제국군은 맥없이 당한 것이다. 폴이 켰던 스위치는 제국군이 오고 있던 복도의 전등만 켜는 것이었고, 덕분에 상대적으로 어두웠던 폴과 헬레나가 있던 곳은 빛의 영향이 그리 크지 않았다. 수적 열세가 지리적 우세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공격!”

“와아아!”


복도 끝에 숨어있던 10여명의 반란군이 폴과 헬레나를 따라 일어나 제국군을 향해 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맨 앞줄부터 장애물 위로 붉은 피를 쏟아내며 제국군은 쓰러지기 시작했다. 시각이 마비된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총에 맞아 비명을 지르는 것과 쓰러지는 것뿐이었다. 그에


“반격해! 반격해라!”


라는 안타까운 제국군 장교의 외침이 들렸지만, 제국군 병사들 역시 반격하기 싫어 안하는 게 아니었다. 이미 시각을 잃은 상태에서 반격한다는 건 마음처럼 쉽진 않은 일. 그러나 제국군 병사들은 역시나 군인이었다. 장교의 외침에 따라 아픈 눈을 내팽개치고 총을 들고 쏘기 시작했다.


“아악!”

“악!”


제국군 병사들의 비명소리가 복도를 더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무작정 적을 향해서 쏜다는 건 좋은 결론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이 화가 된다는 게 반란군 측에서 총을 쏘지 않아도 제국군 병사들이 서로를 향해 총을 쏘기 시작했다는 결론이 되어 돌아왔다. 눈이 보이지 않으니 방향 감각을 잃은 것이고, 자신들이 총을 쏘기 시작하자 보이지 않는다는 공포심으로 인해 총소리에 무작정 반응하여 총을 쏘기 시작한 것이었다.


“휘휴. 살벌하군.”


폴과 헬레나를 비롯하여 10여명의 반란군들은 제국군이 반격하기 시작하자 유탄의 위험이 있는지라 벽 뒤로 재빨리 몸을 숨긴 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폴의 말 그대로였다. 살벌했다. 아니, 그들의 모습은 불쌍했다. 살기 위해 총을 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도리어 자신과 동료의 죽음을 앞당기고 있었다.

그렇게 저택으로 밀고 들어왔던 30여명의 제국군 병사들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3층 복도에서 전원 몰살당하고 말았다. 저택에 침입한 지 채 5분도 지나지 않은 짧은 시간 안에 벌어진 일이었다.


----------


한번 실패했다고 포기할 리 없다는 것 정도는 폴이나 헬레나나 제국군 모두 알고 있는 일이다. 거기다 한술 더 떠 제국군은 동료들의 전멸 소식을 전해 들어야 했기에 그 분노까지 더해져 언제든 저택을 기습할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그 사실은 반란군도 잘 알고 있었기에 만발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시체는 내버려두었다. 시체를 내버려 두는 것으로 분노와 공포를 동시에 선사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라 할 수 있으니 최선의 선택이라 할 수 있었다. 대신 시체를 죽은 위치와는 조금 다르게 만들어놓았다.


“흐힉!”


제국군 병사들은 시체가 아니라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귀신의 집에 왔다고 느꼈을 것이다. 일부 비위가 약한 자들은 그 자리에서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벽과 몸을 십여 개의 칼로 고정시킨 제국군 장교의 시체를 시작으로 천장에 목이 매달려 있는 시체, 서로의 몸에 칼을 꽂고 있는 병사들의 시체, 등등 여러 자세로 처참하게 죽어있는 제국군 병사들의 시체가 20여분 뒤 뒤따라 온 또 다른 제국군 장교와 병사들의 눈에 들어왔다.


“그라피티 푸쉬(push)!”


공포와 구역질로 인해 뒤쳐지는 병사들을 제외하고 앞서 진격하던 제국군 장교를 비롯하여 2명의 정규군 병사들이 앞에서부터 밀려오는 엄청난 압력을 느끼기도 전에 빠르게 회전하며 날아온 여러 개의 칼날에 온 몸을 난자당했다. 헬레나의 단검 던지기와 폴의 중력의 힘을 옆으로 작용시켜 적을 밀어버리는 마법의 호환 공격에 의한 처참한 죽음이었다.

그 뒤를 따르던 제국군 병사들 역시 그리 좋은 결론에 도달하진 못했다. 몇몇 공포를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갔던 병사들을 제외하곤 모두들 그 자리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해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 날, 최악의 인질극으로 발전한 사건이 시작되었다.


“세레이언의 대장 이노크 J. 드리버라 합니다.”


이노크가 아침해가 뜨자마자 인질극이 벌어지고 있는 롤리안 시에 도착한 것이다.


----------


올렌도 시는 10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밤사이 기습을 준비하던 제국군은 결국 작전을 철회해야 했다. 경미한 부상까지 합쳐 사상자 170명. 막사 두 곳을 비롯하여 무기고까지 한꺼번에 화염에 휩싸여 더 이상의 작전 수행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었다.

그 불길에 세레이언들 역시 급하게 짐을 챙겨 밖으로 빠져나가야 했지만, 그렇다고 이렇다 할 피해는 입지 않았다. 제국군으로썬 다행스런 일이지만 제이크와 레스티에겐 아쉬움이 남는 작전 성공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이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지 못했지만…


“레스티는 아직도 자고 있는 건가?”


제이크는 평평한 옥상위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제국군 진지의 피해상황을 살펴보며 입에 씹고 있던 풍선껌을 힘차게 불었다. 보라색의 큰 풍선이 입안에서부터 부풀어 커지다가 ‘톡’ 소리와 함께 터져 다시 제이크 입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오호… 피해가 예상외로 엄청난데? 저런, 저런 무기고까지 불탄 건가?”


제이크는 자신의 작품이 마음에 드는 지 실실 웃었다. 그러다 문뜩, 한 점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웃고 있던 표정과는 달리 심각하다 못해 완전히 굳어버렸다. 아무리 동부 사령부가 중요한 요충지라 해도…


“이노크 이 자식! 날 죽이려고 별 짓 다하는 군. 멕라렌, 블레어님까지 있으신 건가? 젠장. 벨린다와 에듀란 만으로도 충분히 괴롭거늘! 환장하겠네.”


검은색이라 해도 믿을 만큼 짙은 갈색의 머리색을 가진 케우족의 멕라렌과 미의 여신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으며 과거 제이크 역시 세레이언 당시 만인의 연인이라 불릴 만큼 세레이언 최고의 미모를 자랑하는 뱀족 샤네키 족의 카일리 블레어가 보인 것이었다. 그들은 어제 제이크가 날려버린 모텔 근처에서 서성이다 이내 나타난 병사를 따라 휴게실로 들어갔고, 그 즉시 휴게실 안에 있던 모든 병사들이 밖으로 쫓겨나듯 밀려나오는 게 보였다.


“작전 회의에 들어가나 보군. 이러고 있을 때가 아냐!”


제이크는 3일째 무리하고 피곤하단 이유로 벌써 10시간 가까이 잠을 자고 있는 레스티를 깨우기 위해 옥상에서 서둘러 내려갔다.


----------


“그냥 내가 밀어버리면 되는 거 아냐?”


잠이 아직 덜 깬 듯한 눈빛으로 말하는 레스티의 자신감이 가득 찬 말에 제이크는 고개를 흔들며 그건 안 된다고 일축했다.


“멕라렌이 있는 이상, 네 전기 공격은 무용지물이라 봐야 돼.”

“왜?”


마법 공격만으로 따지자면 레스티가 멕라렌을 앞서는 건 당연하다. 누가 뭐래도 마법사와 기사의 싸움이니까. 하지만 멕라렌에겐 그것만으론 승부를 결론지을 수 없는 절대적인 우위가 하나 있었다. 그건 멕라렌이 레스티와 같은 전격계의 마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속성이 똑같다고 해서 기사가 우위를 점거하는 건 당연히 아니다. 문제라면 멕라렌이 가지고 있는 특기.


“그 자식은 칼에 전기의 기운을 씌워서 상대의 전기 공격을 흘리거나 되돌려주는 기술을 가지고 있어.”


물의 속성을 가지고 있던 레이언 마저 멕라렌과의 대련에서 두 손 두 발 다 들었던 멕라렌의 특기였다. 멕라렌은 분명 어떤 경로로든지 간에 반란군 중에서 전기의 기운을 쓸 줄 아는 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 말의 의미는 전기에 대해서만큼은 방심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

지금같이 승리를 장담하고 있는 레스티에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강한 상대였다.


“작전을 새로 짜야겠어. 어차피 내일이면 롤리안 시의 작전도 종결될 거야. 그때까지만 견딜 수 있는 작전을 세워보자.”


제이크는 그렇게 말하며 문뜩 떠오른 해양도시 하델로는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단 생각을 했다.



==========


용어 설명


야간 투시경 :

캄캄한 어둠속에서 전방을 확인하기 위한 야간 특수 장비이다.


그라피티 푸쉬 :

중력계 마법들이 대부분 위에서 아래로 내리 누르거나 아래에서 위로 들어올리는 마법임에 반해 몇 안되는 옆으로 밀어버리는 마법이다. 바람계열의 마법들과도 비슷하지만, 그라피티 푸쉬의 경우엔 말 그대로 중력의 힘이 작용하기 때문에 그 피해가 더 큰 편이다.


==========



갱신합니다.

* 정규마스터님에 의해서 문피아 - 자연 - 판타지 (gof) 에서 문피아 - 하 - 연재 완결(etc_fine) 으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3-1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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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Requiem Mass - 전운 08.02.22 237 2 11쪽
18 Requiem Mass - 전운 08.02.21 293 3 17쪽
17 Requiem Mass - 전운 08.02.21 208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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