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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quiem M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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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elco
작품등록일 :
2008.03.08 21:35
최근연재일 :
2008.03.08 21:35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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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25
추천수 :
110
글자수 :
224,276

작성
08.03.0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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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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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Requiem Mass - 전쟁

DUMMY

“죽을 거 같어.”


결코 장난치는 말이 아니었다. 정말 레스티의 얼굴은 초췌하다 못해 살아있는 시체의 그것과 같았다. 아무리 인간 발전기라 해도 발전기도 전기가 공급 돼야 돌아가는 법. 인간인 레스티로써는 휴식이라는 전기가 공급 돼야 하는 데, 그럴 시간을 주지 않고 3부대 정도 규모의 부대가 교대하며 기습을 하는 통에 레스티는 정신부터 지켜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 곁에서 자신을 도와줄 사람은 없었다. 이유는 어느 순간부턴가 동부 사령부 안에서 제이크의 모습이 사라진 것이었다. 약 50명 정도의 민병대만 레스티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아, 좀 쉬자!”


레스티는 창문틀 너머로 유리를 살짝 들어 몰려오는 적들을 확인한 뒤에 거의 절규하듯 외쳤다. 싸울 기력도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제국군이 사정 봐주고 쳐들어오지 않을 리 없지만.


“제이크 돌아와 줘! 대체 어디 간 거야!”


레스티가 이토록 애타게 찾고 있는 제이크는 그 즈음


‘킥킥, 아쉽네. 오랜만에 그 자식 절규하는 모습 볼 수 있었을 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킥킥.’


이라 생각하며 저 멀리 동부 사령부에서부터 레스티의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는 착각을 느끼며 혼자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가 있는 곳은 방금 공격에 들어간 3군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돌아온 제국군 2군의 막사로 쓰이는 모텔이었다. 제이크는 2군이 공격이 시작되자 곧바로 1층으로 내려간 뒤 미리 봐둔 뒷길로 돌아서 어벙해 보이는 병사 한명을 납치해 옷을 벗기고 죽인 뒤 제국군으로 변장하고 적당히 싸우는 척 하다 이곳까지 온 것이었다.

제이크는 제국군 병사들에게 정체를 들킬 가능성도 있으니 모텔에 도착하자마자 재빨리 몸을 숨기고 동태를 살폈다. 인원수를 파악한다 해도 어차피 한 둘 정도는 애초부터 인원수 파악이 잘못됐거나 그게 아니라면 탈영, 그것도 아니라면 전사일 테니 사라진 놈 하나 찾자고 두리번거리진 않을 테니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잘 숨어만 있다면 계획이 성공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다만 앞으로 약 4시간을 혼자서 버텨야 할 레스티가 문제였다.


‘미안 레스티. 잘 죽어라.’


제이크는 그저 환한 미소로 명복을 빌어줄 수밖엔 없었다.


----------


“세레이언 기사단 소속 멕라렌 듀크 L. 록크스라 하오.”

“세레이언 기사단 소속의 카일리 블레어라 합니다.”


제이크가 계획했던 모든 준비를 마치고 동부 사령부로 돌아갈 차비를 하고 있을 때, 멕라렌과 카일리는 동부 사령부 탈환을 위해 주둔하고 있는 제국군의 장교를 만나고 있었다. 실버 크로우는 대외적으로 존재가 부정되는 기사단이지만, 세레이언은 조금은 달랐다. 그저 황제 직속의 기사단일 뿐인, 아는 사람만 아는 기사단이었다.


“오신다는 전갈을 받았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50세 중후반일까. 조금 있으면 정년퇴임할 나이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이들을 반기고 있었다.


‘근육을 단련시킨 건가?’


멕라렌의 생각처럼 얼굴과 머리는 분명 50대 중후반이지만, 몸은 30대 정도로 보여 이질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저희 세레이언은 어디에 있습니까?”


멕라렌은 이곳에 주둔하고 있던 제닌의 이복동생이자 무기 개발 국의 요원인 벨린다 알렌디 드 라이더와 7년 전 마레크 제국의 북부에 자리한 고목족(古木族) 루모트의 왕국인 로이탄 왕국과의 전쟁 중이었던 당시 레이언의 군사였던 에듀란 투비아스 랑거필드부터 찾았다. 이들에게 정확한 이야기를 듣기 위함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불렀으니 곧 이곳으로 올 겁니다.”


장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방을 울렸다. 그에 ‘들어오게’ 라는 말이 장교의 입에서 튀어나오고 문이 열리며 이제 갓 20살이 되었을 병사 한명과 벨린다와 에듀란이 방으로 들어왔다. 깨끗이 씻긴 한 것 같지만, 전쟁을 통해 입은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이리저리 묶어놓은 붕대를 보니 행색이 말이 아니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럼, 저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작전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후에 듣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렇게 하십시오.”


멕라렌의 일방적인 통보였다. 그러나 장교는 그것에 대해 문제 삼지 않았다. 세레이언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지금 눈앞에 있는 자들의 지위는 황제의 지위와 맞먹었다. 무엇보다도 황제의 수족인 기사단이니까. 그러니 더더욱 멕라렌의 말에 불쾌하단 표현을 할 수 없었다.


“어떻게 된 거야?”


배정 받은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멕라렌은 샤이멜스 마법을 발동시키는 원통형의 작은 기계를 주머니에서 꺼내 탁자위에 올려놓은 뒤,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두 남녀를 쳐다보았다. 벨린다도 에듀란도 모두 전투와는 크게 상관없는 자들이긴 했다. 벨린다는 전공이 기계 공학이고, 에듀란은 전술이 주 전공이니 애초에 전투와는 상관없었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둘이 손 한번 제대로 못써보고 이렇게 나가떨어졌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예상외의 복병이 있었어.”


에듀란이 입을 열었다. 그가 말하는 복병.


“복병? 어떤?”


멕라렌은 다그치듯 되물었다. 아무리 복병이 있었다고 해도 너무 쉽게 무너져 버렸다. 권총 사격 솜씨 만큼은 세레이언 내에서도 알아주는 실력들의 소유자인 이들이 손쉽게 당했다는 게 너무나 말이 되지 않았다.


“전기를 쓰는 놈이 있었어. 어두운 하늘임에도 슈퍼셀(Supercell)로 보이는 구름층이 형성된다는 게 보였고, 대피 명령과 함께 무언가에 맞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깨어나 보니 야전 병원이더군.”


벨린다가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저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창틀에 기대어 동부 사령부를 지켜보던 카일리가 동부 사령부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곳엔 보기만 해도 살벌한 낙뢰들이 지상을 향해 사정없이 내리꽂히고 있었다. 전격 계(電激 系) 마법 중 범위 공격으로썬 가장 적은 마력 소모로 가장 큰 효과를 보여준다는 썬더 레인이었다.


“네, 저것이에요. 벌써 3일째죠.”

“우와, 인간 발전기라도 있다는 거야?”


벨린더와 에듀란이 전기에 맞아 나가떨어진 3일 전부터 지금까지 한시도 쉬지 않고 썬더 레인이 쏟아진다는 말에는 혀를 내두를 수밖엔 없는 일이었다. 마력 소모가 적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범위 공격마법 중에서라는 전제조건이 따르는 말이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마법들에 한해선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많은 마력이 소모되는 마법이 바로 썬더 레인이었다. 그 말의 의미는 즉.


“적어도 레이언님의 수하는 아니라는 뜻이겠죠.”


미련한 놈이 있다는 소리였다.

멕라렌은 카일리의 말에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레이언의 부하 중 한명은 아니었다. 저 정도의 마법을 3일 동안 써댈 수 있는 마력이라면 레이언은 분명 아주 간단한 마법들을 조합하여 강력한 마법으로 바꿔 싸우는 방법을 가르쳤을 것이다. 머리만 잘 굴린다면 다발의 화이어 볼로 메테오 효과도 낼 수 있는 것이 마법이라는 놈의 본모습이니까.

예를 들어, 썬더 레인만큼의 큰 효과는 기대하지 못하지만, 약간의 물과 불꽃을 혼합하여 안개를 만든 뒤 그 위에 썬더 볼을 올려놓는다면 적들을 향해 미친 듯이 뻗어나가는 전기를 볼 수 있다. 물론 아쉽게도 중간에 나아갈 길을 상실하면 땅으로 소멸해버리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위에서 쏟아지는 썬더 레인만큼 확실한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어도 뭉쳐있는 적에 대항해선 써볼만한 공격이었다. 이것이 1대 다수의 싸움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올라앉았던 레이언 특유의 전투 법이었다.


“이거 하나 뚫지 못하다니 고작 사령부 하나 탈환하기 위해 보내진 사람답군. 좋아, 그럼 한번 무단 침입이란 대단한 죄를 저지르신 우리의 불한당 나리께 전투라는 것에 대한 교육 좀 시켜볼까?”


세레이언 만의 작전 회의가 시작되었다.


----------


한편 세레이언들이 작전회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제이크는 어느새 동부 사령부의 입구까지 와있었다. 하늘에선 레스티가 부린 마법으로 인해 낙뢰 비가 끝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제이크의 명령을 레스티가 충실히 실행하고 있는 것이었다.


‘대충 이 정도이려나?’


제이크는 그렇게 생각했다. 처음부터 무모하게 작전을 몰고 갔다. 그만큼 레스티가 힘들었지만, 이제 레스티가 실제 지쳐가는 것처럼 제국군들도 동부 사령부를 점령하고 있는 자신들이 지쳐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었다. 이 말의 뜻은 대규모 공습이 멀지 않았다는 말. 그것을 이번에 제국군의 기지에 잠입하여 얻어낸 정보들로 확신하게 되었다. 물론 애초부터 그것하나만을 위한 잠입이 아니었다.

제이크는 ‘겁먹지 마라! 너희들은 위대한 마레크 제국의 병사들이다!’ 라는 장교의 헛소리를 뒤로하고 무리에서 살며시 빠져나와 동부 사령부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마련된 근처의 가정집을 통해 동부 사령부로 들어갔다.


“어디 갔다 온 거야!”


제이크의 모습이 보이자마자 레스티는 볼멘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제이크는 거수경례하듯 오른손을 머리 위로 들어 미안함을 표현했다. 그러곤 곧장 레스티에게로 걸어가 곁에 섰다. 저 멀리서 이곳까지 함께 왔던 열댓 명의 병사들이 보였다. 그들이 공포에 떨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이쿠! 저기 또 온다.”

“응? 아악! 끈질겨! 그만 좀 오라구!”


레스티는 또 다시 썬더 레인을 발동시켰다. 그러자 절규하듯 뭐라고 열심히 외치며 달려들던 10명가량의 병사들이 온 몸을 바르르 떨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최소한 중상이거나 아니면 사망일 것이었다.


“어이쿠! 다 쓰러졌네? 수고했어. 레스티.”

“흥! 마치 혼자서 대단한 일이라도 처리한 것처럼 말씀하시네?”


레스티가 콧방귀를 끼며 고개를 홱 잡아 돌렸고, 그 모습에 제이크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그래, 대단한 일을 했지. 기대해도 좋아.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여흥이니까.”


제이크는 그렇게 말하며 제국군의 기지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전쟁이라는 상황을 조금은 더 즐겁게 만드는 것. 그것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닌 것이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제이크는 품 안에서 붉은색 스위치가 달린 한손에 쥘 수 있는 크기의 기계를 꺼내 든 뒤,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 높게 치켜들곤 붉은색 스위치를 눌렀다.



==========


용어 설명


썬더 레인 :

하늘에서 다발의 낙뢰를 떨어뜨려 적을 공격하는 마법. 이 마법에 맞은 적은 기절하거나 감전으로 인해 사망한다.


==========


잡설 1.

마법이라는 걸 굉장히 어렵게 만드는 분들이 많더군요.

제가 생각하는 마법은 편리한 기계일 뿐입니다.

그러니 호환만 된다면 얼마든지. 라는 생각이죠.

아마 마법에 대한 정의 중에서 제 정의가 가장 골 때릴 거라 생각합니다.



연재합니다.

* 정규마스터님에 의해서 문피아 - 자연 - 판타지 (gof) 에서 문피아 - 하 - 연재 완결(etc_fine) 으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3-1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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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Requiem Mass - 전운 08.02.21 293 3 17쪽
17 Requiem Mass - 전운 08.02.21 208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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