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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quiem M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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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elco
작품등록일 :
2008.03.08 21:35
최근연재일 :
2008.03.08 21:35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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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4,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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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2.2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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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quiem Mass - 전운

DUMMY

메기 키킨으로부터 에밀리에게로 작전 성공이라는 연락이 전해졌다. 에밀리와 함께 있는 케트 윌은 물론이거니와 전국각지에 퍼져있는 반란군에 그 소식이 빠르게 전해졌다. 그리고 레이언 역시 그 소식을 전해 들었으며, 동시에 바빠졌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시간이 없다는 걸 다시 깨달은 레이언의 시선이 머문 곳엔 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거대한 성벽과, 저택이 자리하고 있었다.


“후읍! 후우우우…”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각. 저녁 준비로 분주할 저택을 쳐다보던 레이언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멈췄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느리게 내뱉기 시작했다. 온 몸의 근육에 마치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찌르르한 느낌이 전신을 휘감았다. 몸에 기를 돌린 것이었다. 그러자 긴장되어 있던 몸이 아주 천천히, 그러나 시원하다 느낄 만큼 풀리는 것 같았다.

황궁에 숨어드는 것보다 몇 배는 쉬운 일이었다. 그러나 상대는 리엔의 오빠. 심적으로 쉽지 않은 상대였다. 이대로 저격해서 죽여 버릴 수도 있었다. 케스팔 가문이 움직이지 못하게 하려면 그 이상의 것이라 해도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리엔의 오빠라는 점이 그 모든 방법을 배제하게 만들었다.

레이언의 계획은 단순했다. 저택에 침입한 뒤, 클린트를 만나 협상을 맺는 것이었다. 협상이라 해봐야 결국 움직이지 말라는 것 정도. 그러나 그걸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게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대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레이언도 알고 있었다.


“가볼까.”


레이언은 나무에서 뛰어내려 저택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풀잎을 스치는 소리와 나뭇가지를 쳐내는 소리가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고요한 숲 속에 울려 퍼진다는 생각이 들 때쯤, 레이언은 이미 숲 밖에 서있었다. 이젠 저택까지 남은 거리가 얼마 남아있지 않았다.


“고민은 다음으로, 행동을 우선으로. 목숨은 이후로, 목적을 지금으로.”


마치 대사를 외우듯 빠르게 말한 레이언은 허리춤에서 소음기가 달린 총과 단검 하나를 뽑아들었다.


“후우, 후우, 후우.”


마치 호흡곤란이라도 겪는 사람 같은 짧게 끊어지는 호흡을 쉬었다. 숨을 고르는 것 같지만, 입술만 움직이는 것으로 미뤄 숨을 고르는 건 아니었다. 그럴 것이 레이언은 지금 호흡이 아닌 마음을 가다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품속에서 파란색의 사각형 종이다발을 꺼내들었다. 한 손에 딱 들어갈 만한 작은 크기의 종이들이었는데, 그 위엔 기이한 도형이 마법진(매직서클)을 형성하고 있었다.

100m 이내의 거리를 뛰어넘을 수 있는 홉 룸(Hop room)이 그려진 마법 도구였다.


“가볼까.”


그 말과 함께 한장의 종이가 레이언의 양 손에 의해 찢겨져 버렸고, 그 순간 짧은 돌풍과 함께 레이언의 모습이 사라졌다.


----------


탕! 이라는 소리가 나야 정상이었다. 그러나 연기를 내뿜고 있는 총에서 나온 소리는 마치 바람이 빠진 듯한 퓨슉. 하는 소리만 날 뿐이었다. 누군가 총구에다 특정 공간을 진공으로 만들어 소리를 없애는 마법인 세이멜스 마법을 쓴 것이었다. 기초 중에서 가장 기초적인 마법이니 클린트 역시 잘 알고 있는 마법이었다.


“시크레스트!”


클린트가 눈앞에 나타난 침입자의 정체를 알아보고 낮은 음성으로 으르렁거렸다.


“그렇지 않아도 만나고 싶었다. 내 동생을 죽인 원수!”


너무 반가운 탓일까. 클린트의 두 눈엔 이미 광채가 서려있었다. 사냥감을 앞에 둔 사자의 눈처럼 클린트의 두 눈은 그렇게 번뜩이고 있었다.


“…당신의 목적은 황태자인가? 2황자인가? 누굴 돕는 거지?”

“그걸 네놈이 알아서 뭐해!”


퓨슉! …툭.


또 다시 레이언이 만들어낸 진공상태의 공간을 벗어나 날아간 총알은 레이언을 맞추지도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사일런스로 이뤄진 진공의 장벽 뒤엔 총알이 레이언에게 도달하지 못하게 하는 어떠한 마법을 부려놓았다는 뜻이었다. 중력계의 마법이거나 바람장벽이거나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았다.


“다시 묻겠다. 누굴 돕는 건가?”

“…황태자님이시다. 황태자님을 도와 2황자와 네놈을 죽일 거니까!”


또 한 방의 총성이 울렸고, 또 다시 총알 하나가 바닥으로 힘없이 떨어졌다.


“…황태자를 돕고, 2황자를 죽이고 싶다면 나와 손을 잡아라. 그게 아니라면 지금 이 자리에서 넌 죽는다.”

“큭큭큭, 협박이냐? 네놈이 내게 협박할 자격이라도 있어 보이는 게냐!”

“…조언이다.”


솔직한 심정은 충고라는 게 맞는 말이었다. 레이언은 지금 리엔의 오빠를 만나고 있는 것이 아닌 계획에 방해되는 인물을 만나고 있는 것이었다. 즉, 죽여야 할 상대를 대면하고 있는 것이었다.

눈에 빛이 없었다. 어둠속에 보이는 금색의 눈동자엔 의지를 잃은 차가운 감정만 담겨져 있을 뿐이었다. 클린트는 이제야 승산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적어도 이 순간 이 방안의 주인은 레이언이었다.


“…네놈은 2황자의 편을 들고 있는 것 아니었나?”

“…난, 리엔을 죽인 적도, 2황자를 돕겠다고 마음먹은 적도 없다. 어떻게 하겠는가?”

“그걸 어떻게 믿을 수 있다는 거지?”

“…어떻게 할 생각인가?”


레이언에게 있어 클린트가 자신의 말을 믿든지 믿지 않던지 그런 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아니 관심조차 없었다. 믿음이 없으면 동맹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목적을 위해 손을 잡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고, 이미 모든 작전이 시작된 이 시기에 방해물일 뿐인 클린트는 그저 전력 보강 이외엔 쓸모없는 칼일 뿐이었다.


“황태자 전하와 내가 믿을 수 있는 증거를 보여라.”

“…네 여동생에게 물어봐라.”


그 이상 레이언이 하고 싶은 말은 없었다. 어차피 성립되기 힘들 거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클린트에게 있어서 레이언은 그저 광기에 사로잡혀 리엔을 무참히 살해한 원수일 뿐이었다. 그 외엔 어떠한 사실도 없었다. 그것뿐만 아니라 그 배경에 2황자가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건 리엔이 레이언의 손에 살해당할 당시 그 곳에 있었던 기사 중 한명을 고문한 결과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기사의 물건 중에서 2황자와 관련이 깊을 것이라 추정되는 여러 금품과 물품들을 통해 기사의 말이 사실임이 증명된 것이었다.


“네놈이 지금 누구의 이름을 말하려는 게냐!”

“…어떻게 하겠는가?”


클린트와 레이언 사이에 차가운 기운이 흘러나와 부딪히기 시작했다. 상대를 향한 끝없는 살기였다. 그리고 살의만이 담긴 레이언의 금색 눈을 통해 클린트는 더 이상 고민할 가치도 없다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훗, 협상이라 했는가? 좋다 협상하지! 내 조건은 네놈의 목이다.”

“…간단하군.”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다. 남은 결정은 클린트를 어떻게 하느냐는 것 뿐. 레이언은 이 짧은 순간에 리엔의 눈물을 되새겨보았다. 고통스럽게 흔들리면서도 입가에 띄우고 있던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미소가 떠올랐다. 노을처럼… 해변을 붉게 물들이던 그 순간이 다시 떠올랐다.


‘사랑한다 했었던가? 아니… 그래… 사랑한다고 했었어. …그랬나?’


그 뒤로 바다를 향해있는 리엔의 무덤이 떠올랐다. 청록색의 바닷물이 노르스름한 모래해변을 하얀색으로 칠하려는 듯 끊임없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모습, 그리고 그 소리… 레이언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은 굵은 빗줄기가 온 몸을 때리고 흐르던 그때가 다시 떠올랐다.


‘뭐라고 했었지? 내가… 그래, 파란하늘… 파란하늘을 주겠다고 했었지? 그러니 그만 울라고…’


레이언은 더 이상의 망상은 무의미하다는 걸 깨달았다. 리엔에게 약속했었다. 그 약속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리엔에게 돌아갈 수조차 없게 된다. 레이언은 마치 수사자 한마리가 또 다른 수사자의 목덜미를 물어뜯기 위해 노려보듯, 그렇게 클린트를 노려보았다.


“…3일 뒤에 다시 오겠다. 그때까지 잘 생각해보는 게 좋을 거다.”


결국 최악의 대안이 튀어나왔고, 클린트는 순간적으로나마 [어제 귀를 안 팠었나?] 하는 웃긴 생각을 하며 정신 나간 대답을 늘어놓은 레이언을 '뭐?' 라는 말과 함께 '미친 게냐?' 라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다른 것도 아니고 찾아올 시기까지 예고한다는 건, 클린트가 군대를 배치하고 레이언을 잡으려 든다 해도 레이언이 뭐라 불평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 된다. 레이언은 지금 그것을 스스로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넌 내가 죽이고 싶겠지만, 내겐 네 군사력이 필요하다.”


레이언은 결국 가장 쉬운 핑계를 선택했고, 그것은 또한 그 무엇보다도 가장 확실한 이유이기도 했다.


“3일 뒤에 다시 오겠다…”


레이언의 말은 다 끝나지 못하고 허공에서 마치 메아리처럼 흩어졌다. 방금 전까지 클린트의 눈앞에서 말하던 레이언의 주위로 돌풍이 일며 돌풍 속으로 그 모습을 서서히 감춰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겨, 경비병! 경비병!”


그제야 제정신을 차린 듯한 클린트의 외침이 어제와 마찬가지로 평화로운 저녁을 맞이하던 저택 안을 울리며 퍼져나갔다.



==========


용어 설명


세이멜스 :

특정 공간의 공기를 임의대로 진공상태로 만들어 소리의 전달을 막는 마법이다.

진공상태가 되기 때문에 얼굴에 씌울 경우 질식사하기도 한다.


==========


잡설 1. 사일런스 마법을 세이멜스로 바꿨습니다.

저작권 어쩌고 하는 거 듣기 싫거든요. 쓸데없는 똥고집이겠지만, 적어도 설정만큼은 제가 머리 굴려 탄생시킨 저만의 세계인 겁니다. 그걸 남이 왈가왈부 하는 거 듣기 싫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사일런스 마법은 소리를 없에는 마법이지 질식까진 불가능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잡설 2. 소설 쓰기 참... 힘들어졌네요.




연재합니다.

* 정규마스터님에 의해서 문피아 - 자연 - 판타지 (gof) 에서 문피아 - 하 - 연재 완결(etc_fine) 으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3-1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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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Requiem Mass - 전운 08.02.23 313 3 10쪽
» Requiem Mass - 전운 08.02.23 186 2 10쪽
19 Requiem Mass - 전운 08.02.22 237 2 11쪽
18 Requiem Mass - 전운 08.02.21 293 3 17쪽
17 Requiem Mass - 전운 08.02.21 208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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