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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의하늘 님의 서재입니다.

탄핵당한 대통령이 회귀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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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의하늘
작품등록일 :
2024.05.0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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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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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3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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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0화. 사우나 의장 홍사진

DUMMY

‘무천시 재량사업 비리’로 이름 지어진 사건은 내 예상대로 흘러갔다.


경찰은 올해의 재량사업비 예산만 수사했다.


이기현과 도의원들, 공원녹지과 주무관은 검찰에 넘어가자마자 곧바로 기소됐다.


백아연은 상반기 리베이트 건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기소됐고.


물론, 민진당은 백아연도 신속하게 출당시켰다.


이제 무천시 갑과 을 선거구의 지역구 위원장은 둘 다 공석이 됐다.


*******


민진당 원내총무 홍사진의 전화가 온 건 8월 초였다.


이때는 원내대표가 아니라 원내총무였다.


“여보세요?”

[김 시장? 나, 원내총무 홍사진입니다. 우리 한번 만나야죠. 여의도 좀 나오시죠.]


홍사진은 5선의 중진이다.


원내총무는 의원들의 표로 결정된다.


원내총무에 출마한 후보들은 각자 자신의 표를 계산하면서 의원들을 만난다.


‘이번에 원내총무 나가는데 한 표 부탁합니다.’

‘나는 무조건이지’

‘걱정하지 마. 당신 찍어 줄 테니까.’


의원들 대부분은 표를 구하는 원내총무 후보들에게 ‘한 표’를 약속한다.


그래서 원내총무 후보들이 계산한 표를 다 더하면 당내 의원 수보다 무조건 많아진다.


어느 후보와도 척지고 싶지 않은 의원들이 심리 때문이다.


어쨌든,


홍사진은 대선주자 감은 못 되지만 당내 의원들에게 인심을 얻어서 원내총무가 됐다.


여의도 의원회관에 들어서 김강국은 자신이 알고 있는 홍사진의 기억을 떠올렸다.


올해 육십이 넘은 홍사진은 민진당뿐만 아니라 대한당 의원들과도 두루 친하다.


여당과 야당 의원들이 서로 죽일 듯 싸우다가도 무장해제 하는 곳이 여의도 사우나다.


사우나에서 만난 여야 의원들은 적당히 풀어진 상태로 적당히 협상하는 경우가 많다.


그때, 좌장 역할을 하는 의원이 바로 홍사진이다.


그래서 그의 별명이 ‘사우나 의장’이다.


민진당 의원들이 그를 원내총무로 선택한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엉키고 꼬인 여야관계를 풀 수 있는 온건파 홍사진.


민진당의 열성 지지자들이 보기에는 못마땅하지만, 어떤 점에서는 꼭 필요한 인물이다.


내년 총선에서 ‘중진 물갈이’ 대상이 된 홍사진은 스스로 민진당의 험지에 출마한다.


결과는 낙선이다.


이후에 국무총리 ‘하마평’에 오르지만, 아들의 마약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계에서 완전히 은퇴한다.


*******


“안녕하십니까? 무천시장 김강국입니다.”

“아이고~ 어서 와요. 김 시장.”


홍사진 총무가 덥석 내 손을 잡았다.


후덕한 풍채에 누가 봐도 인상 좋은 얼굴이다.


전생에서도 보긴 했지만, 사우나 의장이라는 별명이 괜히 생긴 게 아닌 것 같다.


“앉아요, 앉아. 여기 시원한 것 좀 부탁해요.”


잠시 후, 얼음이 담긴 시원한 주스가 나왔다.


“어서 들어요. 날도 더운데 여의도까지 오느라 수고 했어요. 이 동네는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워요. 아, 당연한 말인가? 하하하. 무천시는 요새 어때요?”


무천시의 재량사업 비리 건을 말하는 것 같다.


“벌써 재판으로 넘어간 사안이라 크게 관여할 바가 없습니다. 검찰의 요구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눈 한 번 깜빡하면 총선이에요. 정신 바싹 차려야 합니다. 행동거지 하나하나 조심하고.”

“네, 대표님.”

“내가 김 시장을 부른 이유는 짐작하고 있지요?”


공천 때문이다.


“네.”

“어차피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물읍시다. 비례 어때요?”

“······”


비례로 나간다면 손 하나 까닥 않고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있다.


그러나 비례는 내 계산에 없다.


무천시장이 된 지 만으로 1년도 안 돼서 시장을 사퇴하고 비례로 간다면 ‘명분’을 잃는다.


무천시 지역구로 나가야 ‘무천시의 더 큰 일꾼’이라는 뻔하지만, 당연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제가 비례로 나가는 건 무천시민들을 배신하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안전하고 확실하게 국회의원이 되는 길이죠. 위에서는 김 시장의 낙선은 ‘절대 불가’라는 입장입니다.”


‘위’라면 청와대를 말한다.


“무천시라면, 지역구로 나간다 해도 낙선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흐음······ 이거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내년 총선에서 김 시장의 러닝메이트는 청와대가 될 겁니다. 김 시장 혼자 뛰는 게 아니라고요. 내 말 이해합니까?”


누구도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내가 김대준 대통령의 ‘젊은 피’ 수혈론의 선두가 됐다.


내가 총선에서 떨어지면 청와대의 체면이 구겨진다.


김대준 대통령의 ‘젊은 피’ 수혈도 시작부터 이미지가 구겨진다.


정치에서 대중에게 가장 쉽게 어필할 수 있는 게 이미지다.


그래서 인물 좋고, 인기 많고, 인지도 높으면 국회의원에 당선될 확률이 높다.


그러나 한 번 구겨진 이미지는 다시 펴도 흔적이 남는다.


지금 홍사진 총무가 내게 비례를 권하는 건 청와대와 ‘젊은 피’의 이미지 때문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수더분하고 진정성 있는 홍사진의 태도에서 위선이 느껴진다.


상대방의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는 나의 감각이 분명 말하고 있다.


‘지금 홍사진 총무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상하다.


홍사진 총무가 하는 말은 충분히 수긍이 가는데 거짓이라니.


“청와대와 당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무천시장 중 한 명은 비리로 잘리고, 또 한 명은 배신자가 된다면······, 죄송합니다. 저는 비례를 받을 수 없습니다.”

“이거야 원. 다른 사람들은 공천 헌금을 싸 들고 와서 비례 한 자리 받으려고 난린데.”

“죄송합니다.”

“청와대의 뜻이라도요?”


거짓말이다.


확실히 느껴진다, 홍사진 총무의 거짓말이.


나에게 비례를 권하는 건 청와대가 아니라 홍사진의 뜻이다.


“알았어요. 평안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지.”


홍사진 총무가 살짝 비뚤어진 투로 말했다.


“끝내 지역구를 고집하면 어쩔 수 없죠. 그럼, 무천시 갑과 을 중에서 생각한 곳은 있어요?”

“무천시 을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거기로 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무천시 갑보다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무천시 갑의 마용진 의원보다 박문술 의원이 낫다? 뭐, 틀린 생각은 아니네요. 일단 알았어요. 조만간 다시 연락하리다.”


홍사진 총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


끝내 홍사진 총무의 속내를 알지 못한 채 무천시로 돌아왔다.


찜찜한 기분이 가시지 않는데 서영희 의원의 전화가 왔다.


[시장님, 시간 되면 저녁 어때요?]

“네, 괜찮습니다.”


서영희 의원과 무천시 한정식 식당에서 만났다.


굳이 이런 곳을 찾는 이유는 밥보다 대화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은 나숙자 변호사 때문에 연락했어요. 시장님이 국회의원으로 출마하라고 권했다면서요?”

“네, 나숙자 변호사님과 함께 국회에 들어가면 어떨까, 생각했거든요.”

“처음에는 어이없는 소리를 들었다면서 농담처럼 말했는데, 점점 고민이 되나 봐요.”


나숙자 변호사에게 던진 돌멩이가 파문을 제대로 일으킨 것 같다.


“그랬군요. 서영희 의원님 생각은 어떠세요?”

“쉽지 않은 일이죠. 그렇지만 나숙자 변호사와 김강국 시장이 나란히 국회에 입성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긴 해요. 그런데······”


서영희 의원이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나숙자 변호사가 정치판에서 잘 버틸 수 있을까 의문이에요. 정치판이 하얀색, 검은색이 확실한 곳도 아니고, 친구와 적도 수시로 바뀌는 곳이라서요.”

“그렇지만 나숙자 변호사가 총선에 나가는 건 찬성이란 말이죠?”

“네, 찬성이에요.”

“그럼, 확실히 설득해 주세요. 기회는 제가 만들어 볼게요.”

“청와대 빽으로요?”


청와대에 한 번 다녀온 게 이렇게까지 대단한 일이라니.


“네, 빽이든 가방이든 해볼게요.”


*******


다음 날 오후에 박문술 의원이 시장실을 방문했다.


“하하하, 김강국 시장님, 시장 당선되고 나서 제대로 축하도 못 하고 이제야 왔습니다.”


박문술 의원이 시장실에 들어오자마자 너스레를 떨었다.


“시장 되시더니 신수가 훤해졌어요. 하하하.”

“보내 주신 난은 잘 받았습니다.”

“약소합니다. 하하하”


연신 웃어 젖히면서 살짝 눈치를 보는 폼이 뭔가 할 말이 따로 있는 것 같다.


“시장실에 CCTV가 있다더니 안 보이네요.”


CCTV가 화재경보기 속에 감춰져 있다는 것까지는 모르나 보다.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거라서요.”

“네? 하하하! 그럼 내 눈에는 절대 안 보이겠네요. 대한민국 욕받이에, 나쁜 놈 일 순위가 국회의원 아닙니까? 이거 당선 인사로 저녁이라도 사야 하는데 갑자기 찾아와서 시간이 어떨지?”

“갑자기 찾아오셨는데 마침 시간도 있네요. 가시죠.”


박문술이 시장 당선 인사차 왔을 리는 없다.


무슨 꿍꿍이로 왔는지 알아야겠다.


시청에서 가까운 참치 식당으로 갔다.


다른 이유는 없다.


조용히 대화할 수 있는 룸이 있기 때문이다.


참치회에 소주를 한 잔씩 기울이는데 여지없이 청와대 이야기가 나왔다.


“청와대에서 밀어주는 분이니까 공천은 문제없을 테고, 비례를 거절하셨다고요. 그럼, 지역구는 어디를 생각하시는지?”


어? 내가 비례를 거절한 사실을 아는 것은 홍사진 총무뿐이다.


다른 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그렇다면 박문술은 홍사진 총무에게 그 사실을 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제가 비례를 거절한 건 홍사진 총무님만 아는 사실인데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홍사진 총무님이 알려주셨나요?”

“아, 그거야 뭐. 어쩌다 보니······ 여의도 바닥이 의외로 좁아요.”


박문술의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굳이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나의 능력이 아니더라도 거짓말이 확실했다.


‘홍사진 총무가 나에게 숨겼던 진실이 뭔지 이제야 알겠네.’


“홍사진 총무님께 무천시 을 지역구에서 출마하겠다고 했는데 그것도 들으셨겠네요.”

“그래요? 전혀 몰랐어요.”


거짓말이다.


홍사진 총무가 박문술과 모종의 거래를 했다면 나에게 비례를 권한 이유가 설명된다.


“일전에 마용진 의원이랑 성동개발 건으로 으르렁거렸을 때는 든든했는데, 어쩌다 보니 이번에는 경쟁자가 됐네요. 하하하.”


박문술은 처음부터 내가 ’무천시 을‘ 지역구에서 출마할 것을 알고 나를 찾아온 것이다.


그렇다면 나를 찾아온 본론은 아직이다.


“그런데 김 시장, 굳이 나랑 싸울 필요가 있을까요? 전에 김 시장에 나를 도왔듯이 이번엔 내가 김 시장을 돕고 싶은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무천시 갑으로 나가는 건 어때요? 김 시장이 결심만 한다면 마용진 정도는 한 방에 날려 버릴 수도 있는데.”


이거였군.


박문술이 마용진의 약점을 알고 있는 게 분명하다.


박문술은 무천시의 인기와 청와대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젊은 후보와 붙어서 이길 자신이 없는 거다.


그래서 홍사진을 이용해서 나를 비례로 돌리려 했겠지.


그러나 내가 지역구를 고집하자 다른 방법을 찾은 것이다.


현역이나 지구당 위원장이나 하는 짓들이 판박이다.


그런데 박문술은 마용진이 어떤 놈인지 모른다.


약점이 있다고 당할 놈이 아니다.


재벌 처가와 당내 계파, 검찰 내부 세력까지 놈을 비호하는 세력을 상대해야 한다.


선거까지는 아직 시간이 충분하다.


당장 박문술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는 없다.


마용진의 약점이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생각할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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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2화. 거부할 수 없는 제안 24.07.02 306 19 12쪽
61 61화. 포개진 여섯 개의 손 +2 24.07.01 373 19 13쪽
» 60화. 사우나 의장 홍사진 +3 24.06.30 420 22 12쪽
59 59화. 경기도 의회 재량 사업 (5) +2 24.06.29 488 22 13쪽
58 58화. 경기도 의회 재량사업 (4) +1 24.06.28 495 24 13쪽
57 57화. 경기도 의회 재량사업 (3) +2 24.06.27 530 25 12쪽
56 56화. 경기도 의회 재량사업 (2) +1 24.06.26 564 26 13쪽
55 55화. 경기도 의회 재량사업 (1) +1 24.06.25 613 23 14쪽
54 54화. 암투 (2) +1 24.06.24 635 25 13쪽
53 53화. 암투 (1) +4 24.06.23 683 27 13쪽
52 52화. 내 지역구만 아니면 돼 +1 24.06.22 692 25 12쪽
51 51화. 동상이몽 +1 24.06.21 751 29 12쪽
50 50화. 16대 총선은 이미 시작됐다 +6 24.06.20 784 31 12쪽
49 49화. 의외의 문답 +3 24.06.19 780 33 13쪽
48 48화. 6월에만 기억되는 사람들 +3 24.06.18 811 34 13쪽
47 47화. 사실과 진실 +2 24.06.17 845 32 12쪽
46 46화. 가짜 양심선언 +2 24.06.16 836 38 12쪽
45 45화. 공청회 (2) 24.06.15 847 31 12쪽
44 44화. 공청회 (1) +2 24.06.14 876 31 12쪽
43 43화. 복어 +2 24.06.13 858 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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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0화. 무천시장 보궐선거 (4) +2 24.06.10 943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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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화. 무천시장 보궐선거 (2) +2 24.06.08 972 3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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