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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의하늘 님의 서재입니다.

탄핵당한 대통령이 회귀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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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의하늘
작품등록일 :
2024.05.08 10:50
최근연재일 :
2024.06.2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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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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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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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4화. 공청회 (1)

DUMMY

“감사합니다, 실장님.”

[일전에 대통령님께서 통화하셨을 때, 김강국 의원을 한번 보시겠다고 하셨죠?]

“네, 실장님.”

[그것 때문에 전화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님 일정이 빠듯해서 당장은 어렵습니다. 조만간 일정 잡히는 대로 다시 연락할게요.]

“네, 알겠습니다.”


1999년 6월에 대한민국 서해에서는 두 차례의 연평해전이 발발한다.


이른바, 1차, 2차 연평해전이다.


이 때문에, 북한에 대한 햇볕 정책을 지속한 김대준 정부는 곤란한 상황에 빠진다.


박지운 실장에게 연평해전을 경고 하고 싶었지만, 밑도 끝도 없이 정보를 줄 수는 없어서 일단 통화를 마쳤다.


다만, 연평해전이 발발하기 전에 어떤 식으로든 경고할 작정이다.


*******


“남부시장이라꼬요?”

“네, 거기 분위기가 어떤지 좀 알아야겠어요.”


퇴근 후, 동주 심부름센터에 들러서 남부시장 활성화 방안과 나선규 회장에 대해서 말했다.


내 말을 들은 윤동주 실장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뭐지?


윤동주 실장이 난감한 표정을 지을 때는 활동비나 착수금처럼 돈 이야기를 할 때뿐이었는데······


“그기 다른 건 몰라도 시장 사람들 속에 섞여서 세평을 수집한다카는 게······”


윤동주 실장이 말끝을 흐리면서 냉커피를 타고 있는 미스 김을 보았다.


순간, 윤동주 실장이 난감한 표정을 지은 이유를 깨달았다.


‘그런 거였군.’


윤동주 실장이나 김 실장이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물으면, 누가 봐도 경찰이나 시에서 내보낸 사람이라고 의심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일은 미스 김이 제격이다.


“이건 출장비에 위험수당까지 따로 주셔야 해요. 시장 사람들 염탐하다가 머리끄덩이 잡힐 수도 있으니까.”


눈치 빠른 미스 김이 냉커피를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그렇지.


아무래도 스파이 짓을 하는 거니까 위험수당도 당연히 줘야 한다.


그런데 윤동주 실장이 미스 김에게 대답하지 않고 나를 본다.


뭐지?


내 주머니에서 돈이 빠져나갈 것만 같은 이 불길한 예감은?


“시장님 말 듣고, 있는 돈은 죄다 영상단지 땅에 박았드만 미스 김이랑 김 실장 월급도 빠듯합니더.”


제기랄.


10배나 뛰는 금싸라기 땅을 소개해 놓고, 내 돈만 더 나가게 생겼네.


가만 보면 내가 윤동주 실장을 부리는 게 아니라 호구 잡힌 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바로 지금이 그렇다.


윤동주 실장과 미스 김도 모자라서 김 실장까지 불쌍한 눈빛으로 나를 본다.


이런 웬수들을 보았나?


에라이! 돈 많은 내가 지른다.


“바로 100만 원 입금할 테니까 마무리까지 확실히 해요. 오케이?”

“네! 윤 실장님, 100만 원은 시장님이 나한테 준 거니까 손대지 말아요.”


입금 얘기를 듣자마자 미스 김이 정색을 하고 윤동주 실장에게 말했다.


“무슨 소리고? 니는 직원이고 내는 실장이야. 그니까네 여기 수입은 내 거고 니는 월급이 수입이야.”

“그래요? 그럼 나 안 해!”

“뭐라꼬?”

“안 한다구요!”

“그럼 3대7.”

“누가 3인데요?”

“내가 실장이다. 당연히 내가 7이지.”

“안 해!”

“좋다, 그럼 5대5.”

“오케이! 근데 누가 5에요?”

“······??”


뭐지?


미스 김과 윤동주 실장의 대화를 듣다 보면 나만 회귀한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 저들과 같다면 갑질도 없고 불행한 을도 없을 것 같지만,


당신들······ 너무 시끄러워.


두 사람이 티격태격 다투는 동안에 조용히 심부름센터를 나와서 현진이에게 전화했다.


“동주 심부름센터 계좌로 100만 원 보내줘.”

[이번엔 또 무슨 일을 벌이시려고?]

“시장 되자마자 뒤통수 노리는 놈이 있어서.”

[알았다, 살살 해라. 그리고 고맙다.]

“갑자기?”

[주말에 부모님 모시고 당진에 있는 외가에 가기로 했어. 벤츠 샀다고 타박하시더니, 당진 가신다고 태워 달라신다. 자랑하고 싶으신가 봐.]

“운전만 하지 말고, 통장에서 100만 원 인출 해서 효도 많이 해라.”

[강국아, 내가 너 좋아하는 거 알지?]

“어, 닥쳐.”


*******


윤동주 실장과 실랑이 끝에 5대5로 협상한 미스 김이 사무실을 나섰다.


“나 오늘 현장에서 퇴근해요.”

“그래라.”


미스 김이 나가자 윤동주가 봉투 하나를 꺼내서 김 실장에게 건넸다.


“니도 오늘은 일찍 드가라. 돌아가는 뽄새를 보니까네 남부시장 공청회 때 바쁘지 않겠나? 아들 고기 좀 멕이고 네 용돈 좀 하고. 활동비다.”

“감사합니다, 실장님.”

“미스 김한테는 비밀이다. 가시나가 돈독이 올라가 내가 아주 죽겄다.”

“네, 실장님.”


김 실장이 영등포의 동생들에게 전화해서 삼겹살집으로 집합시켰다.


사무실을 나선 뒤 열어본 봉투에는 50만 원이 들어 있었다.


윤동주 실장이 5대5로 챙긴 돈이다.


*******


화장기 하나 없는 젊은 여자가 슬리퍼에 반바지 차림으로 남부시장에 나타났다.


미스 김이다.


미스 김의 장바구니에는 채소와 나물이 담겨 있었다.


시장에 오다가 버스 정류장 앞에서 행상하는 할머니에게 산 것이다.


잘 먹지도 않는 나물까지 산 미스 김은 나물값이 너무 싼 게 마음에 걸렸다.


할머니의 고무대야에 있는 나물을 다 팔아도 만 원도 안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이따가 통째로 다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걸 다 어떻게 먹지?


그건 나중 문제니까 생각하지 말자.


지금은 임무에 충실하자.


시장을 돌던 미스 김이 전집 앞에서 수군거리는 상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쫑긋 세웠다.


“공청횐지 뭔지 정말 한대요?”

“새로 당선된 시장이 벌써 다 결정했다잖아. 그러니까 정말이지 거짓말이겠어?”

“근데 그거 하면 뭐가 좀 달라지나?”

“시에서 돈 들여서 주차장도 세운다잖아. 아무래도 손님이 늘지 않겠어?”


수더분하게 생긴 전집 여사장이 말했다.


“무슨 소리야? 시장이고 국회의원이고 언제 우리 편 드는 거 봤어? 괜히 시장만 뒤집어 놓고 말 거야. 덕분에 우리 속도 뒤집히고.”


국방색 전대를 찬 족발집 사장이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에이~ 시장이 뭐 한다고 그러겠어? 시장에 차양막도 쳐 준다잖아. 그럼 비 와도 손님들 안 끊기고 좋지 뭘 그래?”


전집 사장이 시청의 편을 들자, 그 옆에 서 있던 분식집 사장이 버럭 화를 냈다.


“전집은 암 것도 모르면 말을 말아!”

“내가 뭘 몰라?”

“나 회장 말 못 들었어? 앞으로는 가격 정찰제 해야 하고, 반품이랑 환불도 무조건 해야 한다잖아.”

“에이~ 설마?”

“어? 정말 암 것도 모르는 거야?”


족발집 사장이 끼어들었다.


“시장 통로도 우리 맘대로 못 쓰게 만든다잖아. 당장 전집은 여기 내놓은 가판부터 걷어야 할 판이라고.”

“그게 정말이야?”

“나 회장이 다 확인한 거래.”

“그럼 어떡해?”

“일단 오늘 시마이하고 다 모이라니까 자세한 얘기는 그때 들어보자고.”

“이런 씨부럴 거. 이번 선거에서 김강국이 찍었는데.”

“쓸데없는 짓을 다 했네.”


미스 김이 동태전과 고추전을 몇 개씩 골랐다.


그리고 잔술로 파는 막걸리를 마시면서 야근까지 해야 하나 생각했다.


그날 밤, 남부시장에서 목소리깨나 낸다는 상인들 100여 명이 상인연합회 회의실에 모였다.


칠판에는 강제 정찰제, 무조건 교환, 환불, 주차장 건설 분담금, 가판 철수 등 사실과 과장, 왜곡이 적절히 섞인 단어들이 적혀 있었다.


“시에서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로 나온다면 우리는 무조건 투쟁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양이가 쥐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지들이 언제부터 우리 생각했다고!”


나선균 회장이 무천남부시장 활성화 방안과 김강국 시장을 열심히 씹어대는 동안,


족발집 사장이 ’투쟁‘이라고 적힌 붉은 띠를 상인들에게 돌렸다.


“무조건 막아야 해. 남부시장은 우리 거야. 무천시 게 아니라고!”

“그래, 공청회장에서 아주 본때를 보여주자고.”

“시에서 해 준 게 뭐 있다고 감 놔라 배 놔라 참견질이야?”


회의실에 모인 상인들 대부분은 나선균의 말에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우리의 행동 강령은 무조건 투쟁입니다. 공청회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지 절대 놀라지 마시고 제가 먼저 분위기 띄우면 무조건 호응하시고 욕도 실컷 하시고, 속에 쌓인 거 다 풀고 오신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시겠죠!”


상인들 틈에서 대강의 분위기를 파악한 미스 김이 바닥에 떨어진 붉은 띠를 집어 들고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


무천남부지상 회의실에 상인들이 모여 있을 때,


원미식육식당의 룸에는 손목부터 어깨까지 뱀 문신을 한 건달이 김충선을 만나고 있었다.


“불까지 지릅니까?”


뱀 문신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누구 인생 조지는 거 보고 싶어? 진짜로 불을 지르라는 게 아니야. 일단 휘발유 뿌리면 냄새가 날 거 아냐? 그럼, 사람들이 혼비백산할 거고. 그 틈에 시장 새끼, 팔이든 다리든 하나 부러뜨려.”

“하나만요?”


뱀 문신이 비릿한 표정으로 물었다.


“죽이지만 마.”


*******


며칠 후, 무천 시청 지하에 있는 대강당에서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장에는 100여 명의 무천남부시장 상인들이 모였다.


연단에는 무천 시장 김강국이 자리했고,


방청석에는 나선규를 비롯한 무천남부시장 상인들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방청석 좌측에는 무천남부시장 지역구 시의원과 김충선, 조성호, 강용준 의원이 앉았고,


방청석 우측에는 도시계획과장, 행정지원 과장 등 시청 간부들이 앉았다.


그리고 뒤쪽에 윤동주 실장과 김 실장이 서 있었다.


윤동주 실장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100여 명의 시장 상인들을 훑었다.


저 중에 김충선이 심어 놓은 건달이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스 김이 무천시장을 염탐하던 날,


김 실장을 조기 퇴근시킨 윤동주 실장은 연미시장의 김충선을 마크했다.


그리고 그때, 김충선과 뱀 문신 건달이 식육식당에서 만난 것을 확인했다.


‘이거 꼬롬~한데.’


김강국에게 곧바로 보고했다.


“어떡할까요? 공청회 전에 뱀 대가리 글마 봐뿌까요?”

“아니요, 그냥 두세요. 우리 쪽에서 손을 쓰면 김충선이 다른 방법을 또 찾을 겁니다. 공청회장에서 소란 피우지 못하게 막을 수 있죠?”

“머, 알고서야 당하겠습니꺼.”


윤동주 실장이 상인들 틈에서 뱀 문신 건달을 찾아냈다.


“김 실장아, 아들 준비 됐제?”

“네, 준비됐습니다. 실장님.”

“그래, 오늘 일 마무리 하고 아들 용돈 좀 챙겨주자.”

“네, 실장님.”


윤동주 실장을 만나기 전까지, 김 실장은 힘 있고 빽 있는 놈들 편에서 약한 사람들을 괴롭히면서 돈을 벌었다.


그런데 이제는 힘 있고 빽 있는 분들 편에서 나쁜 놈들을 때려잡으면서 돈을 번다.


김 실장의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영등포에 있는 동생들과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면서 ‘정의 구현’을 떠들었다.


좋은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술잔을 부딪칠 때마다 동생들한테 정의롭게 살라고 했다.


”모두 자리에 앉아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곧 공청회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사회를 맡은 정보근 비서실장이 마이크로 말했다.


김강국은 김충선과 나선규를 찬찬히 훑었다.


‘김충선이 풀어 놓은 복어가 두 마리네.’


김강국이 도마 위에 놓인 두 마리의 복어를 생각했다.


‘너희는 파닥거리기도 전에 횟감이 될 거야.’


자리가 정리됐다.


“그럼, 지금부터 무천남부시장 활성화 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정보근 실장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족발집 사장이 김강국 시장에게 삿대질을 냈다.


“이거 시장 됐다고 돈벌이 공사 벌이는 거 아닙니까? 전임 시장도 건설 업자한테 돈 해 먹다가 잘렸는데 또 그 꼴 나는 거 아니냐고요.”


나선규 회장이 족발집 사장에게 선공을 지시한 것이다.


족발집 사장의 시비가 신호라도 되는 양,


다른 상인들의 거친 목소리가 이어졌다.


“맞아, 김강국 시장이 그때 시의장이었잖아. 그때도 같이 해 먹은 거 아냐?”

“도둑놈들끼리 의리도 없지. 한 놈 잘리니까 냅다 그 자리 꿰찬 것 좀 보소.”


정책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고 싸움은 해야겠으면 인신공격만 한 게 없다.


지금의 상인들이 그렇다.


김강국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 상인들의 목소리를 잠자코 들었다.


‘그래, 시장 상인들을 위한 공청회니까 당신들 목소리가 먼저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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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성동지역개발 (3) 24.06.02 948 3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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