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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의하늘 님의 서재입니다.

탄핵당한 대통령이 회귀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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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의하늘
작품등록일 :
2024.05.08 10:50
최근연재일 :
2024.06.2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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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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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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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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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1화. 동상이몽

DUMMY

행사가 끝났다.


김대준 대통령이 민진당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의원들은 김대준 대통령과 1초라도 더 눈맞춤을 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그들은 오직 공천을 욕망했다.


설마 내가 공천에서 배제되는 건 아니겠지, 싶은 불안감이 그들을 김대준 대통령 앞에 무릎 꿇게 했다.


총재든 대통령이든 공천권을 가진 자가 염라대왕이다.


의원들의 맨 뒤에서 기다리던 김강국에게 김대준 대통령이 다가왔다.


“김 시장, 수고 했어요.”


다른 의원들과는 악수만 나눴던 김대준 대통령이 김강국을 가볍게 포옹했다.


그리고 어깨까지 두드리면서 김강국의 귓가에 속삭이듯 뭐라고 말했다.


“뭐야? 무슨 말을 한 거야?”

“혹시 김강국 시장을 부른 게 대통령님이야?”


김대준 대통령이 김강국에게 속삭이는 모습은 무척이나 가까운 사이로 보였다.


김대준 대통령은 그것으로 김강국을 부른 정치적 목적을 드러냈다.


“대통령이 기어코 다음 총선에서 ‘86’ 운동권을 끌어들인 심산이군.”

“누가 아니래? 대통령이 김강국 시장을 괜히 불렀겠어? 우리 보라고 부른 거지.”

“어쨌든 무천 시장은 횡재했네. 이 정도면 공천 확정이잖아.”

“고속도로도 저런 고속도로가 없지. 2년 만에 시의원에서 국회의원이라니.”


민진당 의원 몇 명이 김강국이 국회의원이라도 된 듯이 입방아를 찧는 동안,


그들 뒤에 서 있는 ‘무천시 갑’ 선거구의 지구당 위원장 이기현은 속이 부글거렸다.


이기현 위원장은 60대 초반의 14대 국회의원이다.


지난 대선에서 마용진에게 10% 이상 차이로 패했다.


그러나 한 번 맛본 국회의원 배지의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어떻게든 다시 여의도에 입성해야 한다.


‘제기랄, 이거 엄한 불똥이 나한테 튀는 거 아니야?’


이기현 위원장이 누군가를 찾아서 두리번거렸다.


‘백아연은 어딨는 거야?’


오늘 행사에는 민진당의 지구당 위원장들도 대거 참석했다.


지난 총선에서 떨어졌거나 새로 임명된 사람들이다.


이기현 위원장이 찾는 백아연은 ‘무천시 을’ 지구당 위원장이다.


빼어난 외모를 가진 30대 후반의 백아연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얻은 KBC 아나운서 출신이다.


14대 총선에서 민진당에 영입됐지만 박문술에게 1.7% 차이로 패배했다.


이기현 위원장은 눈치 빠르고 외모만큼이나 머리가 잘 돌아가는 백아연이 대통령보다 먼저 자리를 뜰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아~ 역시 백아연이라니까······’


대통령의 전용차, 벤츠 S600 앞에 도열한 민진당 의원들 틈에 서 있는 백아연이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든 공천권을 가진 김대준 대통령의 눈에 한 번이라도 더 띄려는 것이다.


그런데 김대준 대통령이 떠난 뒤, 백아연이 먼저 이기현에게 다가왔다.


“이기현 위원장님, 바쁘세요?”

“기념식도 다 끝났는데 바쁠 게 뭐 있나? 왜?”


조금 전까지 백아연을 찾던 이기현이 시치미를 떼고 물었다.


둘 다 같은 위원장이지만 나이 차가 워낙 많아서 이기현의 반말이 어색하지는 않다.


“김강국 시장이랑 점심 하기로 했는데 위원장님도 같이하실래요?”


백아연이 눈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젊은 사람들 밥 먹는데 내가 왜 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잘 됐다 싶었다.


그렇지 않아도 백아연과 함께 김강국을 만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총선에 출마할 건지, 출마할 거면 어디를 생각하는지 알아야 했다.


비례로 나가면 다행이지만, 지역구로 나간다면 무천시가 뻔하기 때문이다.


김강국이 무천시에서 출마한다면 무조건 ‘무천시 병’ 선거구에 나가면 무조건 당선이라고 밀어붙일 생각이다.


이유는 뭐든 만들면 된다.


백아연이 눈웃음 살살 치면서 지원하면 젊은 시장 놈이 넘어가지 않겠나?


그런 생각으로 백아연과 손을 잡으려 했다.


백아연도 자신과 같은 처지니까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벌서 자리를 만들다니.


“그럼 당연히 셋이 해야죠. 젊은 사람 셋이서.”


백아연이 이기현에게 듣기 좋게 말했다.


“허허, 하여튼 아나운서 출신 아니랄까 봐. 알았어. 하긴, 돌아가는 판이 심상치 않긴 하지.”


이기현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백아연을 보면서 말했다.


“그러니까요.”


백아연이 고개를 까딱이면서 대답했다.


“그래, 백 위원장도 내년 총선에서 배지 달아야지.”

“이기현 위원장님도 한 번 쉬셨으니까, 내년에는 꼭 재선 하시고요.”


이심전심이다.


둘은 서로에 대한 덕담으로 김강국을 향한 공동 전선을 약속한 것이다.


“그런데 김 시장이랑 점심 약속은 언제 잡았어?”

“아까 기념식 시작하기 전에요. 제가 김 시장 보고 얼마나 놀랐게요. 그래서 보자마자 점심 먹자고 했어요.”

“잘했어. 어떻게 돌아가는 판인지는 알아야 대책을 세우지.”


그때, 두 사람을 향해서 다가온 김강국이 이기현 위원장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기현 위원장님.”

“김강국 시장, 백 위원장이랑 점심 하기로 했다면서. 늙은이가 껴도 되겠어?”

“그럼요. 당연히 같이하셔야죠.”

“하하하, 그래, 젊은 사람들 틈에 끼는 거니까 점심은 내가 사지.”


이기현 위원장이 김강국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기분 좋게 말했다.


김강국의 시장 선거 때, 백아연과 이기현이 선거 사무실에 찾아온 적이 있다.


누가 봐도 김강국의 당선이 유력한 선거에서 생색을 내려는 수작이었다.


김강국은 두 사람에게 선거운동 현장에서 함께 뛰어달라고 부탁했다.


힘들게 현장에서 뛰라고?


선거 차량에서 찬조 연설이나 하면서, 얼굴이나 들이밀려던 이기현과 백아연은 어쩔 수 없이 ‘그러마’ 승낙했다.


두 사람은 한나절 거리 유세를 지원하면서 자기네 사진만 수십 장 찍은 게 다였다.


‘시장 후보 김강국’보다 저희 이름을 더 많이 떠들었다.


김강국이 그걸 모를 리 없다.


그러나 굳이 탓하지 않았다.


이기현이나 백아연이 특별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선거는 인지도가 깡패다.


‘국민의 종’이라는 시트콤에서 멋진 대통령 연기를 한 코미디언이 실제로 대통령이 된 나라가 있을 정도다.


결과적으로 그 나라는 몇 년간 전쟁의 늪에 빠진다.


일차적으로는 전쟁을 일으킨 이웃 나라의 독재자가 문제지만, 국제 정세와 갈등을 풀 능력이 없는 그 나라의 무능한 대통령도 전쟁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조금 밉게 말하자면 시트콤과 현실을 구분 못 한 그 나라 유권자들의 책임도 크다.


그런데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다.


코미디언과 배우가 국회의원에 당선된 경우가 상당하다.


웃기는 코미디언, 잘생긴 배우, 이미지 좋은 배우와 아나운서 등.


14대 총선에서는 얼굴이 못생겨서 죄송한, 대한민국 최고의 코미디언이 당선되기도 했다.


국회의원 임기를 마친 코미디언은,


‘여기에는 나보다 코미디를 더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 코미디 공부 많이 하고 떠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 뒤로 국회에서 배운 게 있어서 더 웃겼다는 말도 있고······


어쨌든,


김강국은 자신과 점심을 하자는 두 사람의 저의가 김대준 대통령의 ‘젊은 피 수혈론’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김대준 대통령이 김강국을 6·25 기념식에 부른 건 성공적인 처세였다.


이기현과 백아연 위원장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참석한 의원들에게 다음 총선에서 ‘젊은 피’를 수혈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김강국을 포옹하면서 속삭인 귓속말은 신의 한 수였다.


권력자가 특정인을 독대하거나 비밀스러운 사인을 보낸 것은, 신뢰와 힘을 실어주는 정치 행위이기 때문이다.


*******


용산역 뒤에 노상에 테이블을 놓고 장사를 하는 식당 골목이 있다.


주로 연탄 불고기를 판다.


김강국과 이기현, 백아연이 맛있는 연기가 오르는 연탄 불고기에 식사를 했다.


시원한 맥주도 한 잔씩 했다.


“정치를 하려는 사람은 돈에 둔감해야 해. 아니할 말로, 돈이 정말로 돈으로 보이는 순간에 정치를 접어야 한다고. 안 그럼, 패가망신에 감옥이야. 여의도에 한번 가봐. 이선철 같은 자들이 한둘이 아니야.”


술과 고기가 들어가자, 이기현 위원장이 고고한 척 이선철의 뇌물수수를 비난했다.


“정말요? 저는 여의도에 가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네요.”

“내년에 갈 거잖아. 백 위원장도 가 보면 알아.”


14대 때 국회의원을 한번 해 봤다고, 이기현 위원장이 목에 힘을 주면서 말했다.


“백 위원장은 의원실 신청부터 보좌관 놈들 길들이는 것까지 내 말만 들으면 돼. 그럼, 의원 생활 편하게 가는 거야.”

“정말요? 위원장님이 그래 주시면 정말 고맙죠.”


백아연이 이기현 의원 앞으로 연탄 불고기를 놓으면서 눈웃음쳤다.


노인과 관련된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 뜬 백아연은 어르신들을 어떻게 대해야 자신에게 득이 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어르신들에게 무조건 친절할 것.


어르신들의 말에 대꾸하지 말고 무조건 듣고 호응할 것.


같은 말을 백 번 해도 처음 듣는 양 반응할 것.


애교와 눈웃음은 많을수록 좋다.


그러다가 어르신의 입에서 내 딸 하자 소리 나오면 만사 오케이다.


그래서 백아연은 이기현이 국회의원 할아비라도 어렵지 않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내 한 몸 편하겠다고 하는 자리는 아니잖습니까?”


김강국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뭐?”


이기현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김강국을 보았다.


백아연은 못 들은 척 고기만 뒤적거렸다.


그러나 속으로는 웃고 있었다.


‘그렇지, 이래야 내가 두 사람을 붙여 놓은 보람이 있지.’


백아연은 구닥다리 사고방식을 가진 60대 초반의 이기현과 서른이 갓 넘은 젊은 시장이 만나면 분명히 문제가 생길 줄 알았다.


노인과 젊은이는 같은 것을 보면서도 다른 생각을 한다.


설령, 같은 생각이더라도 다르게 표현한다.


그동안의 방송으로 얻은 경험이다.


말 한마디 엇나가서 웬수 되는 경우는 일상다반사다.


제발 김강국과 이기현이 그렇게 되기를 바랐다.


언제든 둘 사이를 이간질할 준비도 되어 있다.


백아연 입장에서는 자기 지역구만 지키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김강국이 이기현의 ‘무천시 갑’ 선거구를 꿰차는 게 이득이다.


무천역 야시장부터 무천남부시장 현대화 정책, 투명한 행정, 열린 시장실 등, 시장 보궐 선거에서 확인한 김강국의 인기는 대단했다.


동상이몽.


이기현은 김강국이 비례로 나가지 않는다면 ‘무천시 병’ 선거구에서 나가기를 바란다.


백아연과 연합해서 그렇게 만들 생각이다.


그러나 백아연은 김강국이 이기현의 지역구, 무천시 갑에 출마하기를 바란다.


김강국은 두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당신들 생각이고······.


김강국은 무천시 지역구 중에서 ‘무천시 병’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거긴 서영희 의원의 지역구다.


아무리 급해도 같은 편의 등에 칼을 꽂는 짓은 할 수 없다.


그런 건 마용진이나 하는 짓이다.


“하하하, 그렇지만 역시 편한 게 좋죠. 백아연 위원장님은 좋으시겠습니다. 여의도에 가면 이끌어 주실 분이 계셔서요.”


김강국이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한 미소를 보이면서 한발 물러섰다.


그야말로 깜냥도 안 되는 것들하고 입씨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더 이상 들어주기 역겨우니까, 돼지불고기 앞에서 개소리는 이제 그만하라는 경고 정도는 할 필요가 있었을 뿐이다.


“허허, 젊은 사람 참. 부러우면 부럽다고 할 것이지. 김 시장이 국회 오면 내가 모르는 척하겠어?”


이기현이 김강국을 빤히 보면서 말했다.


그 말에는 총선에 출마할 건지의 질문이 담겨 있었다.


김강국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기현이 아까부터 궁금하던 것을 물었다.


“전쟁 기념관에서 대통령님이 김 시장한테 뭐라고 말씀하신 것 같던데······”

백아연의 귀가 쫑긋했다.


“별거 아닙니다. 애썼다고요.”

“응? 무슨 애를 썼다고?”


깜짝 놀란 이기현의 눈이 김강국의 입술을 노려보았다.


“죄송합니다. 그건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대통령과 관련된 일이다.


김강국이 말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캐물을 수 없다.


그러나 대통령과 김강국이 생각 이상으로 가까운 게 확실한 것 같다.


이기현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갔다.


백아연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김강국의 손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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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화. 성동지역개발 (5) 24.06.04 862 31 12쪽
33 33화. 성동지역개발 (4) 24.06.03 876 32 12쪽
32 32화. 성동지역개발 (3) 24.06.02 948 35 14쪽
31 31화. 성동지역개발 (2) 24.06.01 964 3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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