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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의하늘 님의 서재입니다.

탄핵당한 대통령이 회귀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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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의하늘
작품등록일 :
2024.05.08 10:50
최근연재일 :
2024.06.2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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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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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2화. 남부역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

DUMMY

가까이에서 본 경찰의 가슴에는 정윤기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이십 대 후반으로 보이는 정윤기 경장이다.


”조금 전에 밖에 있던 할아버지가 궁금해서요. 지나다가 우연히 봤는데 무슨 사연이 있는 것 같아서요.“

“아······ 차일식 할아버지요.”

“그분 성함이 차일식이군요. 시간이 되신다며 그분에 대해서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마침 파출소 안에는 경감 계급의 파출소장이 있었다.


정윤기 경장이 파출소장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눈빛으로 물었다.


파출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리로 앉으시죠.”


정윤기 경장이 파출소 한쪽에 놓인 작은 테이블로 나를 안내했다.


정수기 옆에는 종이컵과 믹스 커피가 놓여 있었다.


믹스 커피를 보니 동주 심부름센터의 미스 김이 생각난다.


믹스 커피를 한 잔씩 놓고 정윤기 경장이 차일식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했다.


“치매기가 있으신데 본인이 6.25 참전 용사라고 하면서 하루에 한 번씩 파출소에 오세요. 아까 들으셨으면 아시겠지만, 할아버지는 본인이 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정말 북한 사람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죠. 그렇지만 아무리 오래됐어도 북한 사투리나 억양이 전혀 없어요.”


함경도나 평안도 사투리는 특유의 리듬과 억양이 강해서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렇군요. 그런데 할아버지는 뭘 도와달라는 거죠?”

“그걸 모르겠어요. 알면 어떻게든 도와드리고 싶은데 무조건 도와달라고만 하니까요.”


차일식 할아버지는 자신이 북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북한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달라는 건가?


그러나 경례할 때는 대한민국 육군 차일식이라고 관등성명을 댄다.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남쪽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달라는 건가?


도무지 무엇을 도와달라는지 알 수가 없다.


머릿속에 윤동주 실장과 한진희 기자가 떠올랐다.


‘둘 중 누구한테 알아보라고 할까?’


누군가를 턴다면 윤동주 실장이 맞겠지만 이번 일은 뒷조사보다는 취재가 어울린다.


한진희 기자에게 부탁해야겠다.


업무를 보는지, 파출소장이 연신 서류를 뒤적이면서 이쪽을 보았다.


어쩐지 나를 알아보는 것 같다.


“할아버지 댁이 삼곡동이에요. 여기서 2km 정도 떨어졌는데, 할아버지 걸음으로는 두 시간이나 걸리는 거리죠.”


정윤기 경장이 알아본 바로는, 대중없는 시간에 집을 나선 할아버지는 삼곡동 사무소와 시청 민원실을 거쳐서 성동 파출소까지 온다고 했다.


치매기가 있는 차일식 할아버지는 들르는 곳마다 도와 달라고 말하면서, 매일 똑같은 코스를 돌고 있었다.


“혹시나 정말 참전 용사가 아닐까요?”

“저희도 그런 생각을 했죠. 그래서 알아봤는데 아니었어요. 할아버지가 6.25 전쟁에 참전한 기록은 어디에도 없었어요. 그런데······”


항상 그런데 다음이 문제다.


“이건 정말 제 생각인데 혹시나 북한군에 강제로 징집됐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어요. 그래서 할아버지가 도와달라고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대한민국 육군 일병이라고 경례하는 걸 보면 아닌 것 같고.”


정윤기 경장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후우~ 인제 와서 누가 알겠어요? 벌써 50년 전의 일인 걸요.”

“할아버지의 가족은 있나요?”

“없어요. 삼곡동 동사무소에서 기본적인 생필품도 챙겨 드리고 며칠에 한 번씩 복지사가 방문하고 있어요.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차일식 할아버지에 대해서 말하는 정윤기 경정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정윤기 경장님은 좋은 경찰이네요.”

“네?”

“얘기 잘 들었습니다. 그럼······”


밖으로 나오는데 파출소장이 뛰어나왔다.


“시장님 맞으시죠?”

“지나는 길에 할아버지 사연이 궁금해서 들른 겁니다. 그런데 소장님은 좋은 경찰을 부하로 두셨네요. 오래간만에 봅니다, 진짜 좋은 경찰.”

“감사합니다, 시장님.”


파출소장이 절도있게 경례했다.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그 지팡이가 몽둥이가 되어서 시민들을 때려잡은 적도 있었다.


일제강점기 때의 친일 경찰들은 말할 것도 없고,


반민특위를 습격한 것도 경찰이었다.


무천시에서 성고문을 했던 것도 경찰이었다.


그래서 더 다행이다.


정윤기 경장 같은 민중의 지팡이가 있어서.


*******


시의장실로 들어가자, 기다리고 있던 조성호 의원이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시장님.”

“저 때문에 괜한 직을 맡게 된 건 아닌지 송구스럽습니다.”

“하하하. 아닙니다. 비록 대행이지만 시장님 덕분에 시의장도 해보고 아주 좋습니다. 어차피 1년짜리 대행인 걸요.”


잠시 후,


강용준 의원이 시의장실에 나타났다.


“축하합니다. 시장님.”

“어서 오세요, 강 의원님.”

“처음부터 이러려고 전반기 시의장 한 거 아닙니까?”


강용준 의원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다.


본인은 농담으로 던진 말이지만 내 계산은 정확히 그랬다.


이선철 시장의 뇌물수수를 충분히 예상했고,


그것을 빌미로 무천시장 보궐 선거를 노렸으니까.


어쨌든,


가벼운 덕담과 인사가 오간 뒤에 시의회에서 내 편이 되어줄 두 사람에게 본론을 꺼냈다.


“무천 남부시장은 좀 어때요?”

“북부역 광장의 야시장 때문에 주말 손님이 줄었다고 울상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것 때문에 민원이 들어오는데, 장사 안되는 것까지 시에서 해결해 줄 수는 없잖습니까?”


강용준 의원과 조성호 의원이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따지고 보면, 야시장을 기획한 제 책임도 있죠.”


내가 말했다.


“어휴! 그런 말씀은 아니고.”

“신경 쓰지 마세요. 야시장이 아니더라도 요새는 대형 마트 때문에 재래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줄어드는 형편입니다.”

“맞습니다. 주차부터 시작해서 여러모로 마트가 편하니까요. 요새 젊은 사람들은 무조건 마트만 간다니까요.”


두 사람이 손사래를 치면서 내 탓이 아니라고 말했다.


“아닙니다. 분명 제 책임도 있어요. 그래서 말인데요, 남부역 재래시장을 활성화하는 건 어떨까요? 두 분 말씀대로 젊은 사람들도 올 수 있게요.”

“그렇게 되면야 좋긴 하겠지만 방법이 있습니까?”

“몇 가지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말씀해 보세요. 시의회에서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무조건 돕겠습니다.”


시장은 정치인보다는 행정가에 가깝다.


여의도에서 물러난 지자체장이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서 멀쩡한 의료원을 폐쇄하거나 중앙 정부와 엉뚱한 각을 세우는 경우가 있다.


그런 자들은 지자체의 예산과 시민을 볼모로 자신의 정치질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청와대를 향해 가는 동안 이전의 삶과 다른 선택을 할 것이다.


전생에서 재래시장을 활성화했던 지자체의 정책 몇 가지를 꺼냈다.


“무천시 차원에서 남부시장을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눈이나 비가 오면 장보기가 난감합니다. 비는 쏟아지고 땅은 질척이니까요. 시장 전체를 덮을 수 있는 천장이 필요합니다.”


두 사람이 내 말에 적극 찬성했다.


“진짜 천장이라기보다는 방수 천과 프레임을 이용해야겠군요.”


조성호 의원이 말했다.


“인건비가 더 들더라도 작업은 시장이 문을 닫은 이후에 하는 게 좋을 겁니다.”


강용준 의원이 말했다.


역시, 같은 편은 이래서 좋다.


“천장의 프레임은 수시로 여닫을 수 있는 구조로 해야 할 겁니다. 대낮에는 천장 때문에 시장 분위기가 어두워져서는 안 되니까요.”

“좋은 생각입니다.”

“그리고 재래시장에서 쓸 수 있는 상품권도 필요합니다.”


상품권 사용과 유통에 불편이 없어야 한다.


상품권의 판매는 시와 구청, 동사무소에서 하는 방법이 있다.


반응이 좋아지면 무천시에 있는 은행의 협조를 구할 수도 있다.


무천시에서 실시하는 각종 포상과 기업체와 공공기관, 각종 단체에서 상품권을 이용하는 것도 활성화 방법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굳이 상품권을 구매할까요? 구두 상품권처럼 깡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거리의 구둣방이나 복권 판매점에서 흔하게 사고파는 게 구두 상품권이다.


“시에서도 재래시장 상품권을 10% 할인 가격으로 판매하면 됩니다. 차액은 시의 복지 기금으로 하면 어떨까요?”


‘할인’도 결국은 ‘깡’이다.


“시에서 깡을 한다는 게······”

“그러게요, 아무래도 격에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시에서 공식적으로 ‘깡’을 하겠다는 말에 두 사람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상품권 할인은 초기 단계에서만 하고, 이후에는 특정 기간에만 하면 어떨까요?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요.”

“······”

“아무 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생깁니다. 부탁드립니다.”


내가 뜻을 굽히지 않자 두 사람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주차시설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500대의 자동차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 타워를 세웠으면 합니다.”


신발만 신고 나가면 돈이라는 말이 있다.


시에서 하는 일에도 시작부터 돈이 든다.


예산이라고 불리는 그 돈은 시의회를 통과해야 집행할 수 있다.


처음에는 찬성하던 두 사람의 표정이 조금 달라진 것 같다.


별거 아닌 줄 알았는데 점점 일이 커지네?


이런 느낌이다.


“시에서 예산을 책정하면 의회 통과는 문제없을 겁니다. 그런데 주차 타워 건설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무천시 예산에서 그 정도를 확보할 수 있겠습니까?”


조성호 의원이 물었다.


역시 성격이 꼼꼼하고 안정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무천시의 예산만 가지고 주차타워를 지을 생각은 없습니다.”


성동지역에서 돈을 벌고 있는 건설 업체를 참여시킬 생각이다.


“그럼 중앙 정부의 예산 지원이라도 받을 수 있을까요? 시장실에 대통령의 ‘축하 난’까지 왔다던데······”


강용준 의원이 나와 대통령의 관계가 궁금하다는 듯 슬쩍 ‘축하 난’을 끼워 넣었다.


“굳이 중앙 정부가 아니더라도 돈은 구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다면야 문제 될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시장에서 파는 물건과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입니다.”


마트는 각종 편의시설 이외에도 반품과 교환이 어렵지 않다.


그러나 재래시장에서는 반품과 교환 때문에 소비자와 상인이 언성을 높이는 경우가 많다.


옷 가게의 경우, ‘반품 교환 X’라고 종이에 써 붙인 곳도 있다.


마트에서 파는 물건은 대기업에서 책임진다.


그러나 재래시장에서 파는 물건은 오롯이 시장 상인의 손해이기 때문이다.


시장은 가격이 싸고 덤도 있지만 물건값도 들쑥날쑥하다.


마트는 싸든 비싸든 정찰제다.


모든 소비자가 똑같은 가격에 사야 한다.


그러나 재래시장에서는 내가 산 것과 똑같은 물건을 다른 소비자가 싸게 사는 경우가 있다.


시장 상인의 마음이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비들은 물건을 살 때마다, 10원이라도 깎고 본다.


“가격 정찰제와 교환과 반품의 편리성. 두 가지를 해결해야 합니다.”


쉽지 않겠지만 꼭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상인들을 설득해야 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조성호 의원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재래시장 활성화 계획의 일환으로 공청회를 준비할 생각입니다.”


내 말을 들은 두 사람의 표정은 여전히 걱정스러웠다.


*******


김강국이 시장실로 가고 강용준 의원과 조성호 의원이 남았다.


“강 의원은 어떻게 생각해요? 김 시장 생각이요.”


조성호 의원이 물었다.


“취지도 나쁘지 않고 잘만 되면 무천시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겠죠. 그렇지만 아까 김 시장이 말한 문제점이 정말 문제예요.”

“그러게 말입니다.”


두 사람이 말하는 ‘문제’는 공청회다.


시장 상인들을 모아놓고 가격 정찰제를 강제하는 공청회를 연다는 것은 기름통을 메고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형국이다.


“절대 쉽지 않을 겁니다. 정찰제를 하려면 합당한 가격을 정해야 하는데 그 기준을 누가 정합니까? 공청회가 아니라 그런 걸 왜 하냐는 청문회가 될 수도 있어요.”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벌써 다음 선거에서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


두 사람은 김강국에게 호의적이다.


그러나 재래시장의 가격 정찰제를 두고 생각이 복잡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현실적인 문제와 표 대문이다.


“김 시장이 보통이 아니라는 거 알잖아요. 일단 지켜보시죠.”


강용준 의원이 그동안의 김강국을 떠올리면서 말했다.


“그래야죠. 일단 지켜보는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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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화. 6월에만 기억되는 사람들 +3 24.06.18 718 3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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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화. 공청회 (2) 24.06.15 754 29 12쪽
44 44화. 공청회 (1) +2 24.06.14 782 29 12쪽
43 43화. 복어 +2 24.06.13 768 30 12쪽
» 42화. 남부역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 +1 24.06.12 813 31 13쪽
41 41화. 대한민국 육군 일병 차일식 +2 24.06.11 829 30 12쪽
40 40화. 무천시장 보궐선거 (4) +2 24.06.10 850 28 12쪽
39 39화. 무천시장 보궐선거 (3) +3 24.06.09 831 27 12쪽
38 38화. 무천시장 보궐선거 (2) +2 24.06.08 881 30 11쪽
37 37화. 무천시장 보궐선거 (1) 24.06.07 921 27 14쪽
36 36화. 성동지역개발 (7) +2 24.06.06 899 29 12쪽
35 35화. 성동지역개발 (6) 24.06.05 868 32 13쪽
34 34화. 성동지역개발 (5) 24.06.04 862 31 12쪽
33 33화. 성동지역개발 (4) 24.06.03 876 32 12쪽
32 32화. 성동지역개발 (3) 24.06.02 948 3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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