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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순덕님의 서재입니다.

마법 웨딩홀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중·단편

공모전참가작

에리카짱
그림/삽화
에리카
작품등록일 :
2024.05.22 16:44
최근연재일 :
2024.06.29 00:26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291
추천수 :
23
글자수 :
97,170

작성
24.06.29 00:26
조회
4
추천
1
글자
9쪽

호텔리어

DUMMY

‘딱딱 딱’


과장의 손톱이 책상을 긁듯이 두드렸다.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신경까지 긁는 소리에 다들 불편했지만 아무도 얘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만큼 지금 과장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그 새끼가 어쩐지”


“이미 저희 쪽에서 나간 사람이잖아요.”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 거야?”


모르는 것에 대한 불안감은 아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상희와 짜고 일을 벌였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냥 결이 다른 사람이라 뜻을 같이할 수 없지만 같은 종족이니 원한다면 언제든 서로를 도울 수 있는 상대라 생각했는데...


원래 아는 놈이 무섭다고...


“그래서, 상희는 어디 숨은 거야?”


“그거야 모르지.”


“넌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괜히 한마디 했다가 카메라 아저씨에게 불똥이 튀었다.


아 그래서 다들 말을 아끼고 있었구나.


눈치백단 서리는 아예 입에 지퍼를 채운 채 팔짱을 끼고 불편한 얼굴로 구석에 앉아있었다.


저런 건 배워야 해. 역시


“유나, 너.”


왜 나? 난 같은 종족도 아닌데...


유나의 등줄기를 따라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정말 이사장이 맞아?”


“확실해요.”


“도사 복 입고?”


“네.”


“원래 스타일이 그래?”


“아니요.”


“뭔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그러니까요. 학교에서도 수상했었다니까요. 식당 건물로 막 사라지고.”


“식당?”


아차! 말수를 줄여야 하는데...


“거기가 어디랬지?”


“네?... 어디요?”


과장의 얼굴의 화가 올라왔다. 연기가 나오기 직전.

얼른 대답했다.


“이지 시라고. 서울은 아니고...”


“이지 시? 지방이야? 다들 준비해.”


2페이지.jpeg


우와, 지구를 지키는 지구 수비대?

아니 무지개 수비대...

흑...


이건 뭐,


이 사람들은 텔레비전이나 잡지도 안 보나? 그냥 유니폼을 입고 오지...


사복을 입고 나온 이 에리다 인들의 패션은...


과장님...

보라색 블라우스에 보라색 스커트.

약간 풍채가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저렇게 입으니 영심이에 나오는 홍두깨 선생님을 사랑하는 고은애와 꼭 닮았다.

아니... 그냥 보라돌이


명부...

아 저분은 어째...

그냥 멸치...

하늘색 티셔츠에 파란색 바지... 저런 센스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카메라 아저씨...

초록색 양복을 입으시길래 아, 초록색을 좋아하는구나. 했었는데 진심이었나 보다.

초록색 셔츠에 더 진한 초록색 바지...

원색으로 같은 색을 입으면 저렇게 되는구나.

마치 텔레토비의 ‘다다’ 같은


DALL·E 2024-06-28 13.54.56 - A group of four young adults, drawn in a shojo manga style, with no background. The first is a young man in his 20s wearing a yellow silk shirt. The s.jpg


서리는 자기만 예쁘게 입고 주변은 신경을 시지 않고 있다.


유나가 감히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제일 거슬리는 것은 기민...


아니... 전부


기민은 저 미끌미끌한 개나리 색깔 실크 셔츠에 검은색 바지가 예쁘다고 생각하나?


역시 기찬이는

그래, 저래야지.

흰 셔츠에 통넓은 청바지.

얼마나 좋아? 시크하고 시원해 보이고, 잘생긴

딱 보기 좋다.


이렇게 유나, 서리, 보라색 과장님, 파란색 명부 대리님, 초록색 카메라 아저씨, 노란색 기민이, 잘생긴 기찬과 이지 시로 떠났다.


어떻게?


뭐, 말 그대로 그냥 손가락 하나만 튕겨서 탁! 하니 짠! 하고 도착했다.


------------------------------------------------------------------


오랜만에 맡아보는 자연의 냄새


이지 시는 여전히 초록 초록 넓은 논밭이 펼쳐져 있는 시골 풍경이었다.


발전과 변화는 보이지 않고 추억을 소환하는 그런 곳...


“이게 무슨 냄새야?”


과장은 논길을 걸으며 코를 부여잡았다.


“학교는 어디 있는 거야?”


유나가 손으로 저 멀리를 가리켰다.


하얀색 건물의 꼭대기가 보일 듯 말 듯 했다.


“저기까지 걸어간다고? 이렇게 더운데?”


같이 다니기 아주 불편한 스타일이다.

과장님은.


“아니 왜 여기다 내려줘? 저기로 안 가고?”


“안 먹혀.”


기찬이 짜증 난 목소리로 대답했다.

팔짱을 끼고 앞서가는 게 더운 걸 정말 싫어하는구나! 싶었다.


“왜 안 먹혀?”


“아, 몰라.”


“아니, 얘랑 있으면 다 된다며.”


기찬이 기다렸다는 듯 손가락을 튕기자 과장의 손에 부채가 들렸다.


“되네.”


“된다니까.”


“그런데 저기는 왜 못 가?”


“내 말이.”


뒤에 떨어져 걷는 유나는 보라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옷이 앞으로 걸어가는 걸 보다가


“노란 우산, 빨간 우산, 보라색 우산~”


저도 모르게 노래가 나왔다.


“노래 그만!”


서리의 차가운 한마디에 유나는 바로 순응했다.


“넵”


이상하게 서리한테는 저절로 공손해진다. 이런 걸 카리스마라고 하지 않을까?


은근 밖으로 나오니 과장은 그냥 세상 물정 모르는 뭐, 좋게 말하면 순수한 어르신.


“어머! 어머! 이게 뭐야?”


벌레 처음 보나? 가뜩이나 말라서 보기 안쓰러운 명부에게 매달리다시피 하며 걸어갔다.

아주아주 작은 날파리떼를 손으로 쫓으며 명부는 과장을 에스코트하고 있었다.


그냥 운명처럼 받아들이는 것 같다.


과장님의 동반자? 비서? 뭐든 본인만 행복하면 됐지.


유나는 뒷짐을 지고 최대한 천천히 걸으면서 일행들을 찬찬히 살폈다.


기민은 앞섬이 파인 노란 셔츠를 펄럭이며 기찬 뒤를 따라 걸어가고 있었다.


“사람은 참 좋은데 내 스타일은 아니야.”


“네 스타일은 뭔데?”


서리가 다 알고 있다는 듯 옆으로 와서 말을 걸었다.


혼자가 걸으니 좋았는데 뭘 굳이 알려고 하는지...


“시골 스타일”


“뭐?”


“넌 여기 다닐 때 좋았어?”


“뭐가?”


“그냥 차도 잘 안 다니고 푸릇푸릇한 식물들과 함께 하는 전원 라이프”


“에리다누스는 여기보다 더 아름다워! 자동차와 빌딩이 있는 서울이 나는 별로였어.”


“너는 행복했었구나.”


“난 가끔 보면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아.”


“오늘 내 스타일 좀 괜찮지 않아? 뭐랄까? 발랄한 대학생의 느낌이 막 나는”


유나의 뜬금없는 말에 서리가 고개를 저었다.


“봐봐. 이러니 말이 안 통하지.”


“지는?”


유나는 심플하게 생각했다.

서리랑 그냥 안 맞는 거야.


DALL·E 2024-06-28 09.19.27 - A shojo anime style illustration of a homeless man sitting among the ruins of a dilapidated building. The man is wearing a plain t-shirt and pants. Th.jpg


언덕 위에 폐허같이 보이는 건물의 잔해 옆에 한 남자가 쓸쓸히 앉아 있었다.


귀티 나는 외모와는 달리 낡은 옷에 얼굴은 지쳐 보였다.

괜히 소설 한 편 나올 것처럼 사연 많아 보이는 얼굴.


바람이 쓱 하고 지나가다 남자에게 멈춘 듯 머리카락을 마구 휘젓고 있었다.

넓은 잔디가 파도처럼 울렁였다.

폐허의 조각들이 하늘로 날려 올라가는 듯 바람의 굵기가 더 세졌다.


“뭐야?”


“뭐?”


맨 뒤에서 걷던 유나 소리에 기민이가 뒷걸음쳐 왔다.


“저기 봐봐”


손가락이 향한 방향으로 남자의 머리가 파도치는 바닷속의 미역처럼 마구 흩날리고 있었다.


“나무?”


“사람이야.”


“뭔 소리? 헐”


“맞지? 사람?”


눈이 나쁜가?

기민이가 눈을 가늘게 뜨고 집중해서 위를 봤다.

하긴 멀긴 먼 곳에 있네.

가만 난 왜 잘 보이지?

아, 찝찝하게.

사람 아닌 거 아냐?


“뭐해? 안 오고?”


서리가 뒤처진 둘을 향해 다가왔다.

짜증 섞인 목소리가 지금 서리의 기분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왜?”


“저기 봐봐”


“어디?”


별로 볼 생각이 없는지 입으로만 말하는 서리의 얼굴을 잡아서 위쪽을 향하게 했다.

강하게 반발하는 서리가 순간 멈췄다.


“나무?”


“아이, 사람이라니까.”


“야!”


서리가 유나의 손을 뿌리치고 허리에 손을 얹었다.

이럴 때는 누구나 쫄게 마련이다.


“왜...에?”


“인간적으로 저게 보이냐?”


“넌 인간이... 아니...잖...”


“말이! 말이 그렇다는 거지. 산만하기는? 이러다가 해지겠어. 빨리 따라와.”


고개를 돌리던 유나가 언덕 위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머리칼에 얼굴을 다 가리고 있었지만 빛나는 눈동자는 정확히 유나의 눈과 만났다.


‘아 합하암! 왜 이러지?’


유나의 눈이 스르르 감기기 시작했다.

다리의 힘이 풀리며 자꾸만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정신 차려. 진유나!’


왜 이러지?

갑자기 왜 이렇게 졸리지?

눈꺼풀이 무겁게 짓누르며 유나가 안간힘을 썼지만 이길 수가 없었다.


언덕 위 남자의 눈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유나야!”


“과장님, 유나 더위 먹었나 봐요.”


“뭐? 아니 애가 생긴 거랑 다르게 왜 이리 비실비실해?”


과장이 보라색 치마를 날리며 달려왔다. 몸집에 비해 행동은 굉장히 빨랐다.


“물!”


과장이 연신 엄지와 검지를 튕겼지만 손에는 아무것도 생기지 않았다.


“이게 왜 이렇지? 명부! 이거 왜 안돼?”


“응?”


하늘색 셔츠를 펄럭이며 명부가 얇디얇은 다리로 휘청이며 걸어왔다.


“안돼?”


과장을 따라 엄지와 검지를 튕겼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진짜 무슨 일이 생겼나?”


유나를 간신히 잡고 있던 서리는 팔에 힘이 풀려 옆에 있던 기민에게 예고 없이 유나의 머리를 넘겼다.


“야!”


엉겁결에 유나의 머리를 받기는 했지만 너무 무거워서 앞으로 고꾸라질 듯 주저앉았다.


“머리가 왜 이렇게 커?”


들었는지 유나의 미관에 주름이 깊게 잡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10 이시언
    작성일
    24.06.30 22:26
    No. 1

    머리가……머리가 크다니…… 그럼 유나는 그동안 필터 사용했던 건가요??ㅜㅡ;;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에리카짱
    작성일
    24.07.01 17:14
    No. 2

    ㅎㅎㅎ 유나는 그렇고 그런 주변에서 흔히 보는 평범 캐릭터로 설정했어요. 나도 될 수 있고, 너도 될 수 있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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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마법 웨딩홀 24.05.23 18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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