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문지기순덕님의 서재입니다.

마법 웨딩홀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중·단편

공모전참가작 완결

에리카짱
그림/삽화
에리카
작품등록일 :
2024.05.22 16:44
최근연재일 :
2024.08.14 20:14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510
추천수 :
29
글자수 :
128,917

작성
24.05.22 20:00
조회
44
추천
1
글자
11쪽

마법 웨딩홀을 소개합니다.

DUMMY

“진 유나!”


“진 유 나! 안 일어나?”


우렁찬 고함 소리와 함께 엄마의 우람한 팔뚝이 다음으로 들어왔다.


“아! 좀만!"


"좀 만? 좀만? 지금 몇 신 줄 알아?”


침대에서 이불을 감싸고 몸을 더 비튼 유나의 등짝에 사정없는 엄마의 스매싱이 들어왔다.


“아! 아파!”


비명은 지르지만 유나는 일어날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뭐, 일어나서 딱히 할 일도 없었다. 백수의 생활이 그렇지 뭐, 시간은 많고 돈은 없고.


“진 유 나!!”


이러다 물이라도 한 바가지 들고 오는 거 아냐? 순간적인 두려움이 현실로 바뀐 순간이었다. 그래도 빨랫감을 생각했는지 엄마는 한 바가지가 아니라 한 그릇의 물을 유나의 얼굴에 사정없이 들이부었다.


“아! 엄마!”


“뭐?”


“딸한테 이러기야?”


얼굴의 물을 이불로 닦아내며 유나가 돌아눕자 엄마의 얼굴은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뭐, 유나라고 이런 생활이 좋을 리가 없었다. 예술대학교 방송연예과를 졸업하고 화려한 연예인의 삶이 쭉쭉 펼쳐질 줄 알았었다. 뉴스에서 보는 것처럼 한강 변 아파트에 고양이 한 마리 키우며 외제차 타고 매니저와 스타일리스트가 있는 그런 멋진 삶을 살고 싶었는데, 누가 이럴 줄 알았냐고? 오디션 보는 족족 다 떨어지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때는 1999년 세기말. 유나는 자신의 인생을 저주하고 있었다.


“이 새끼 안 일어나?”


정신이 번쩍 드는 엄마 목소리에 유나가 드디어 일어났다.


“엄마는 딸한테 이 새끼가 뭐야? 교양 없이. ”


물론 엄마에게 무지무지 미안했다. 뭐, 늘 하는 말이지만 유나라고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지 않겠는가? 이런 속도 모르고 소리만 질러대는 엄마가 원망스럽다가 미안했다가 복잡한 마음이었다.


“교양 같은 소리 한다. 어디 가? 세수도 안 하고.”


방문에 이어 현관문까지 열던 유나가 다시 돌아온다.


“밥 있어?”


“쳐 먹어!”


그래도 엄마는 엄마다 딸이 굶을까 봐 식당에 아주 간소하게 밥과 김치 그리고 진미채 무침까지. 웬일이지? 엄마가 이럴 리가 없는데...


“엄마, 이거 상한 거 아니지?”


양치도 하지 않고 밥상 앞에 앉아서 젓가락으로 진미채를 집어 올리며 유나가 말하자 엄마가 자동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썩었어.”


“괜찮은 거네.”


이런 딸이 아니었는데.... 불과 3년 전만 해도 고3 유나는 집안의 귀하디 귀한 딸. 아침, 저녁 고기반찬에 혹시나 다리 아플까 봐 엄마의 차는 유나를 위해 늘 대기하고 있었다. 식전 유산균은 기본이고 때 되면 보약에 영양제에... 그 시절이 그립다기보다는 딴 세상? 꿈? 뭐 가물가물 떠오르는 전생이라고나 할까?


“어떡할 거야? 계속 이렇게 지낼 거야?”


“뭐가?”


“졸업하고 벌써 반년이 지났어.”


“오버하기는 6월인데 무슨 반년이야?”


“해가 반이 지났으니 반년이지. 그렇게 계산을 잘하는 년이 집에서 처 놀아?”


“엄마! 교양은 어디 갖다 버린 거야? 요즘 말만 하면 다 욕이야.”


“입장 바꿔 너 같으면 욕이 안 나오겠니?”


“아니.. 뭐...”


딱히 반박하기 힘들다. 반에서 5등 안에 늘 들던 못해도 인 서울은 할 줄 알았던 유나가 뜬금없이 전문대학교 방송 연예과를 가서 2년 만에 졸업하고 백수로 지내고 있으니... 속상하겠지. 암. 내가 엄마라도 속 터지지.


“편입을 하든. 대학을 다시 가든. 생각을 좀 하고 살아. 시간만 보내지 말고. 네가 언제까지 20살인 줄 알아? 세월 금방 간다고. 아차 하면 30이고, 직장도 없이 엄마 아빠한테 얹혀서 40 되고 50 되고. 나 그 꼴 못 본다. ”


엄마의 이야기는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우주까지 갈 기세였다.

이럴 때는 나가야 한다. 그것만이 살길이다.


그런데...


“엄마”


“아! 왜?”


“저기...”


“뭐?”


“나 만 원만”


“미친...”


더 이상 험한 말이 나오기 전에 유나는 벌떡 일어났다. 다 먹은 빈 그릇은 그대로 식탁 위에 두고 얼른 자기 방으로 들어가 빠르게 환복했다. 이렇게 빠릿빠릿한 성격은 아니었는데 뭐 생존 같은 거지 않을까?


“네가 먹은 건 네가 치워!”


엄마의 목소리가 메아리가 되고, 치울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는 유나는 요즘 유행하는 배꼽티에 찰랑찰랑 한 바지로 갈아입은 후 가볍게 화장을 하고 베레모를 썼다.


“많이 늘었어!”


역시 사람은 환경에 적응을 잘한다. 2년 전만 해도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이었던 유나가 이렇게 달라졌어요.


스스로 대견해하며 패션의 마지막인 링 귀고리로 마무리를 한 뒤 거울을 쓱 보고 얼른 방문을 열었다. 다행히 엄마는 유나가 두고 간 그릇들을 정리하느라 열린 방문을 알아채지 못했다.


띠딩! 현관문을 여는 순간!

유진의 얼굴이 쑥 하고 들어오며 유나와 마주했다. 자매라고 키도 비슷해서 이건 뭐 원치 않은 아니 끔찍한 뽀뽀를 할 뻔한 순간이었다. 운동신경이 좋은 유진이 바로 옆으로 피한 덕에 유나는 현관문에 그대로 머리를 박았다.


‘쿵!’


“아야!”


“왜? 무슨 일이야?”


엄마의 목소리와 동시에 유나는 본능적으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멀리서 들리는


“엄마! 언니 나갔어.”


“미친년....”


못 들은 게 다행인 욕설임이 분명한 말머리를 자르고 유나는 때맞춰 서 있는 엘리베이터에 얼른 탔다.


고등학생이 뭐 이리 빨리 와? 모의고사 기간인가? 맞다. 그러네...


불과 몇 년 전 유나도 유진처럼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어쩌다 보니 이 시간에 일어나는 백수가 되었다.


돈도 없어 어디로 가야 하나. 유나의 한숨을 들었는지 가방 속 핸드폰이 대답을 했다.


“여보세요?”


“뭐 하냐?”


“영식 군”


반갑지도 안 반갑지도 않은 대학 동창 영식이었다. 영식이는 그래도 SM 오디션에 1차 합격까지 한 반 연예인이었지만 백수이긴 마찬가지다. 백수는 백수랑 놀아야지.


“아 나! 헨리. 헨리라고.”


“야! 민증에 떡하니 영식이라 나와 있는데 헨리 같은 소리 한다. ”


“뭐 하냐?”


“뭐 하긴. 할 일 없지. 넌?”


“나도 뭐. 강남역으로 나와라. ”


“밥 사주게?”


내 친구 영식이 아니 헨리는 부자다. 놀아도 상관없는 부자.


“내가 왜 맨날 너 밥을 사주냐?”


“헨리, 왜 그래?”


“엉클 톰으로 와. 할 얘기도 있고.”


“할 얘기? 대답 먼저 할 게. 노야. 노! 네 맘은 알지만...”


‘뚝’


끊겼다. 뭐, 친구니까.


깨우는 엄마.jpg




언제 와도 엉클 톰은 딱 내 스타일이다. 넓은 실내 어두침침한 조명, 힙한 음악.


저기 잘생긴 위아래 시커멓게 입은 남자가 바로 영식이다. 생긴 건 멀쩡한데 머리가 좀 나쁜... 대학 때 살짝 썸도 있었지만 이성은 아닌 동성도 아니지. 어쨌든 그냥 친구.


“야!”


“어!”


“새우볶음밥 시켰다.”


“왜? 물어보지도 않고.”


영식이 고개를 들고 쳐다보자 유나가 살짝 웃었다. 좀 비굴하게


“잘 먹을게. 근데, 할 얘기 뭐?”


“우리 이렇게 계속 놀 순 없잖아.”


“놀긴 누가 놀아? 나 저번 주도 오디션 보고 왔었는데.”


맞다. 오디션을 보러 갔었다. 아주 이상한.


--------


“진희야! 여기 맞아?”


진희는 내 베스트 프렌드. 직업은 같은 백수다. 대학 동창. 어디에서 봤는지 독립영화 오디션이 있다는 정보를 가져온 진희의 말에 종로 뒷골목으로 같이 왔다. 어찌어찌 찾아는 왔는데 아무래도 외진 골목 끝자락에 있는 낡은 건물에 기획사가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사기 아냐?”


“몰라. 이상하긴 하지. 들어가지 말까?”


검게 그을린 듯한 건물 외벽에 때가 낀 간판이 보일 듯 말 듯 걸려있었다.


‘김 엔터테인먼트’


청록색의 문은 녹이 슬어 떨어질 듯 말 듯 간신히 매달려 있었다. 발로 툭하고 건드리면 당장 떨어져 나갈 것 같아서 들어가더라도 갇힐 염려는 없을 듯 보였지만 전혀 안심되는 장소는 아니었다.


발이 떨어지지 않아 골목 어귀에서 유나가 낮게 말했다.


“여긴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아.”


“그치? 갈까?”


“그래. 집에 가자!”


절친이라 바로 의견이 맞았다.


돌아서는 뒤통수를 때리며 머리카락을 곤두서게 만드는 이상한 울림.


“아가씨들 오디션 보러 왔나요?”


돌아보지 않아도 어떤 외모인지 알 것 같은 두툼하고 느글거리는 말투였다.


“아! 아니요!”


“왔으면 들어가지.”


뒤통수에 입김이 닿는 듯 짙은 숨소리가 배인 소리에 유나와 진희는 냅다 앞만 보고 달려 나왔다.

큰 대로변에 서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찌찌뽕 동시에 같은 말이 나왔다.


“이상한 데 맞지?”


-------------


“무슨 오디션?”


“뭐, 있어. 그런 게.”


설명하면 입만 아프지 영식이에게 또 다른 놀림감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안 하던 소리야?”


“상희 누나가 너 하는 일 없냐고 물어보더라.”


“상희 언니가? 왜? 나 언니 전화번호도 모르는데.”


“누나도 모르니까 나한테 연락했겠지.”


“왜?”


“모르지.”


역시 엉클 톰의 새우볶음밥은 기가 막힌다. 엄마가 준 김치에 밥보다 백배 아니 천배 낫다. 뭐, 오늘은 진미채 무침도 줬지만.


“야. 이거 진짜 너무 맛있지 않냐?”


“어! 누나! 여기!”


벌떡 일어난 영식 아니 헨리가 손을 들자 그냥 빛이 나는 외모의 상희가 계단을 내려왔다. 같은 방연 과지만 이럴 때 정말 초라해진다.


그나저나 영식이 이 녀석은 그냥 상희 언니가 나오라고 했다고 하면 되지 뭘 그리 빙빙 돌려 말한 거야.


“유나 왔네.”


“언니 오랜만이야.”


아직 밥이 입에 남은 상태로 인사하는 유나를 영식이 한심한 눈으로 쳐다봤다.


“누나 뭐 좀 먹을래?”


“아니야. 나 금방 가야 해.”


“응?”


“유나야, 너 혹시 시간 있어?”


“얘가 가진 게 시간밖에 없지.”


유나보다 영식이 아니 헨리가 먼저 대답했다.


“그래?”


반색하며 상희가 명함 하나를 내밀었다.


“내가 급한 일이 생겨서 일을 못 하게 됐는데, 당장 이번 주부터 일할 사람이 필요해서.”


설마 뭐, 이상한 곳은 아니야? 남자들 상대하는 뭐.. 그런... 룸 뭐 하는... 유나의 상상은 아무도 눈치채지 아니 생각도 하지 못한 듯했다.


“편의점이야?”


아무렇지 않게 명함을 든 영식의 표정이 이상했다.


“마법 웨딩홀?”


상희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일은 어렵지 않을 거야. 좀 바쁘긴 하지만.”


작가의말

만약 당신이 누군가에게 '마법 웨딩홀'이라 적힌 명함과 함께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는다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법 웨딩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공존 +4 24.08.14 10 0 13쪽
29 멤브레인은 어디에 +6 24.08.01 10 1 10쪽
28 28화 진짜와 가짜 +2 24.07.26 11 1 11쪽
27 801호 +2 24.07.19 17 1 9쪽
26 노숙자 +4 24.07.17 13 1 9쪽
25 멤브레인 +2 24.07.09 12 1 9쪽
24 S와 H +2 24.07.08 13 1 10쪽
23 호텔리어 +6 24.06.29 16 1 9쪽
22 신령님의 정체 +2 24.06.26 13 1 9쪽
21 무당이 어때서? +2 24.06.25 16 1 9쪽
20 신비한 원통 +4 24.06.24 14 1 9쪽
19 도둑질 +2 24.06.21 16 1 10쪽
18 신이 된 여자 +2 24.06.20 14 1 9쪽
17 믿음과 배신 +2 24.06.20 17 1 9쪽
16 혼례식 +2 24.06.18 14 1 9쪽
15 미안함 / 못다한 결혼식 –기억할 수 있을 때 +2 24.06.17 14 1 9쪽
14 땡땡이!! +2 24.06.14 15 1 10쪽
13 저승사자 맞네! +2 24.06.12 17 1 10쪽
12 능력자 +10 24.06.10 29 1 9쪽
11 와이파이 존 +2 24.06.06 15 1 10쪽
10 잃어버린 시간 +2 24.06.05 17 1 10쪽
9 옆집 오빠 +2 24.06.04 16 1 10쪽
8 소원을 이뤄드립니다. +6 24.06.03 13 1 10쪽
7 행복한 야구선수 +4 24.05.31 19 1 9쪽
6 에리다누스 +2 24.05.30 15 1 9쪽
5 행복한 부부 +2 24.05.29 20 1 9쪽
4 이래서 돈을 버는 구나~ 알아버린 돈의 맛 +4 24.05.27 23 1 9쪽
3 아르바이트 24.05.24 18 1 10쪽
2 마법 웨딩홀 24.05.23 29 1 9쪽
» 마법 웨딩홀을 소개합니다. +2 24.05.22 45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