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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순덕님의 서재입니다.

마법 웨딩홀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중·단편

공모전참가작

에리카짱
그림/삽화
에리카
작품등록일 :
2024.05.22 16:44
최근연재일 :
2024.06.29 00:26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274
추천수 :
20
글자수 :
97,170

작성
24.06.25 18:38
조회
7
추천
0
글자
9쪽

무당이 어때서?

DUMMY

“살아있는 거야?”


“왜 전화했어?”


“그렇게 버리고 가서 어떻게 연락 한 번 없어?”


“야! 이. 징그러워. 할 말 없으면 끊어!”


“잠깐만! 너 진짜 무슨 일 없어?”


영웅의 걱정하는 말이 귀찮았다.


빨리 끊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없어.”


민서의 눈은 식탁 위에 놓인 원통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눈 밑이 검게 물들고, 머리는 감지 않아 여러 가닥이 엉겨 붙었다.

입술 위로 듬성듬성 자란 수염을 문지르며 식탁 의자에 못 박힌 듯 앉았다.


“나와라! 나와라!”


그날 이후로 상희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뜨겁게 달궈진 원통은 더 큰 간절함을 원하는 듯 밝은 빛을 내며 민서를 붙잡았다.


언제 나올지 모를 상희를 기다리면서 민서는 먹는 것도 씻는 것도 잠자는 것도 잊은 채 원통만을 바라봤다.


---------------------------------------------


“아! 나 이건 뭐야?”


붉은 댕기를 들고 질색하며 유나가 서리를 쳐다봤다.


역시...


무표정한 서리의 얼굴에는 어떤 공포심도 없었다.


“귀신 나오는 거 아냐?”


“귀신같은 거 없어.”


“네가 어떻게 알아?”


“없는걸 어떻게 증명해야 하지?”


“아니 왜, 본 사람들도 많고.”


“봤다는 건 어떻게 증명하지?”


서리는 눈빛만큼이나 차가운 말투로 얘기했다.


“알았어. 없어! 없다고. 뭘 그리 심각하게 그러냐?”


“일이나 해. 놀고먹으려 하지 말고.”


“아니, 누가 놀고먹어.”


서리가 다시 유나를 힐끔 쳐다봤다.

다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열심히 해. 봐봐 이렇게 벌건 리본을 여기도 달고, 저기도 달고”


유나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하얗고 투명한 웨딩홀을 붉게 물들였다.


마치 성황당의 여기로 옮겨온 것 같아 보였다.


“결혼식이 아니라 굿판이야?”


DALL·E 2024-06-25 18.24.32 - Inside the vibrant wedding hall with red ribbons and floral decorations, a woman in her 20s with neatly tied-up hair, wearing a white shirt, black ves.jpg


“조용히 좀 해.”


“아니, 이렇게 정신 사나운데 조용히가 돼?”


“그만 좀 할래?”


“아니, 이 상황이 이상하지 않은 게 이상한 거 아냐?”


유나의 구시렁대는 소리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서리가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야! 여기 무서워!”


붉은 댕기를 들고 서리 뒤를 쫓아 총총 총 나오는데, 기찬과 기민이 벽에 기대선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이이이이히!”


유나가 붉은 댕기를 들고 가까이 다가가 괴상한 소리를 내며 흔들어 보였다.


“뭐 하냐?”


“안 무서워?”


“응, 무서워. 좀 전에 너 무슨 소리를 낸 거야?”


“쿠쿠쿠쿠쿠”


기찬과 유나의 대화를 들으며 기민은 혼자 쿡쿡대며 웃었다.


“아니, 이 상황이 무서운 건 나만이야?”


“무슨 말하는 거야?”


“저기 봐봐!”


유나의 손을 따라 웨딩홀 안의 붉은 장식을 쳐다보던 기찬과 기민은 표정 없이 유나를 다시 봤다.


“뭐가?”


“저거 안 이상해?”


“빨갛네.”


“이거 이거”


유나가 다시 붉은 댕기를 흔들었다.


“아니, 웨딩홀이 성황당도 아니고, 웨딩홀은 하얗고, 순결하고 뭐 그래야 하는 거 아니야?”


“왜?”


“그야, 웨딩홀이니까.”


“그러니까 왜?”


“그게......”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지. 그러네.


“그런데”


돌아서던 기찬이 귀찮은 표정을 지었다.


“오늘 누가 결혼하는 거야?”


-------------------------------------------------------


“신부님 여기에서 이렇게 입장하시면 되고요.. 호호호호”


유나의 목소리가 염소처럼 떨렸다.


알록달록 색동치마에 화려하게 장식된 쪽 머리. 아름다운 얼굴은 짙은 화장에 가려지고 날카로운 눈빛만 살아있는 신부님.


“신랑님은 어디 계실까요?”


유나의 목소리가 더 떨렸다.


신부는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려 유나를 쳐다보더니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아? 아! 영혼 결혼식”


“어디 감히 신령님께.”


“아! 네 신령님”


유나는 자기도 모르게 두 손을 모아 빌며 고개를 숙였다.


굿판에서 사람들이 왜 다들 고개를 숙이며 손을 비비는 지 알 것 같았다.


카리스마가 정말 서리 못지않았다.


“뭐야? 신령님하고 결혼해?”


“누가?”


“누구긴? 오늘 결혼식.”


“아, 신과 결혼한다는. 뭐 행복하기만 하면 되지.”


“그게 뭐야?”


“넌 남의 인생에 너무 관심이 많아. 생긴 대로 사는 거야.”


“그래도. 신랑도 없이 어떻게 결혼식을 해?”


“없긴 왜 없어. 신령님이라잖아.”


“그러니까. 그 신령님이 어딨냐고.”


서리가 한 손을 유나 가슴에 대고 말했다.


“여기. 네 안에.”


“뭐래?”


정말 신령님이 나타난다는 거야?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유나는 분명히 이번 결혼식에서도 어딘가로 가겠지?

그럼 신령님을 직접 만난다는 건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장면들은 얼굴에 돼지 피를 잔뜩 바르거나 작두 위에서 춤을 추는 무서운 것들뿐이었다.

혼자 그 속으로 들어갈 자신이 없었다.


어떡하지? 도망갈까?


“어디로?”


“그야... 집으로?”


기찬이 재밌다는 듯 유나 바로 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지만. 나갈 때는 그렇지 못할 텐데...”


“왜? 내 발로 내가 나가겠다는데.”


“그럼 그렇게 해 보시지?”


“당연하지. 나 간다.”


유나가 씩씩하게 정문으로 걸어나갔다.

걷고, 걸었는데 문과 유나와의 간격은 줄어들지 않았다.


“간다.”


이번에는 뛰어서 앞으로 나갔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아이, 이게 왜 이래”


“못 나간다고 했잖아.”


내가 다음 주에 출근하나 봐라.


“다음 주에 너도 모르게 여기에 있을 거야.”


“아! 나. 뭐야 진짜.”


“그냥 받아들여.”


“같이 가자.”


“뭘? 어디로?”


“있다가 결혼식이 시작되면 신부의 상상 속 결혼식 안으로. ”


“난 사진 찍어야지.”


“가자.”


이번에는 유나가 기찬에게 바짝 다가섰다.


“뭔데, 나도 나도”


기민이 쓱 하고 들어왔다.


“그래, 너도.”


유나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심했다.


혼자가 아니야.

혼자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셋이 낫지.


그래도 무섭기는 해.

마음 단단히 먹자!


유나의 발걸음 하나하나에 힘이 들어갔다.


결혼식 준비를 하면서 하객이 없는 결혼식은 처음이었다.


“이런 적 있어?”


“없어.”


“무당이 결혼한 적은?”


“직업이 무당인 경우는 있었지.”


유나가 다시 신부 대기실을 힐끗 봤다.


“혼자 예식비를 다 지급한대?”


“저 여자 엄청 유명해.”


들었다는 듯 웨딩홀 입구로 화환이 배달되어 줄을 섰다.

보낸 사람의 이름은 어디에도 쓰여있지 않았다.


“왜 보낸 사람이 없어?”


“알면 안 되는 사람들인가 보지. 하여튼 웃겨.”


“아, 뭐 정치, 기업 그런 거?”


“관심 있어?”


“전혀”


갑자기 두통이 오는 듯 유나가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곧 식이 시작될 예정이니 하객 여러분께서는 자리에 착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장난해? 누가 있다고?


치렁치렁 붉은 댕기만 정신없이 흔들리고 있는데...

설마 저 댕기들이 다 혼령 뭐 이런 건가?


아, 진짜 저 속으로 들어가기 싫다.


유나의 속도 모르는 듯 신부는 색감이 아주 풍부한 한복 차림으로 신부 입장을 위해 웨딩홀 끝에 섰다.


서리 쟤는 정말 돈독이 오른 게 아니고서야 저렇게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헐! 하얀 웨딩드레스도 아니고 한복 치마를 들어 올리고 내리네.


별 짓을 다한다.


유나는 제발 신부가 싫증 났다며 그냥 나가주기만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물론 부처님 하나님 다 불렀으니..... 믿음이 부족해서 그런지

여자는 북소리를 내듯이 유나의 심장을 두드리며 한발 한발 앞으로 다가왔다.


“준비됐지?”


날아왔나?


어느새 옆으로 와 귓속말로 서리가 속삭였다.


“너 나 놀리지?”


“프로답게 행동해. 돈 받고 일하면 돈값을 해야지.”


"꼴값...."


서리의 날선 눈빛에 나오던 말이 쏙 들어갔다.


다소곳하게 걸어 들어오는 무당의 발이 언뜻 보였다.

너무 가볍다 싶었는데 버선발이었다.


하얀 버선코가 살짝살짝 보이며 점점점 앞으로 다가오고

심장이 북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정말 북소리가 BGM으로 깔렸다.


‘둥둥 둥둥 둥’


잠들기 싫다. 잠들기 싫다.

주문을 외우며 유나의 머리가 바닥으로 툭 하고 털어졌다.


뭐, 이제는 서서도 앉아서도 나중에는 뭐 하늘을 날면서도 자겠다 하면서 잠들었다.


유나의 속을 읽고 있던 서리가 잠든 얼굴을 내려다보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


웨딩홀을 꾸민 것과 같은 붉은 천 조각이 사방에서 날렸다.


시커먼 어둠에 둘러싸인 커다란 나무는 수많은 가지를 뻗치며 자신의 구역 표시를 하듯 붉은 끈을 펄럭였다.


바람이 유나의 올림머리를 세게 치고 지나가자 끈이 풀리고 긴 머리카락이 아래로 툭 떨어졌다.


어둠, 바람, 붉은 댕기, 그리고 산발을 한 유나까지.


‘여기가 어디지?’


눈알이 좌에서 우로 쉴 새 없이 굴렀다.

나무, 하늘, 산

불빛 하나 없이 어두운 숲 속에

유나는 혼자였다.


‘기찬이, 기민이 이 새끼들 어딨는 거야?’


DALL·E 2024-06-25 17.36.45 - Inside the vibrant wedding hall with red ribbons and floral decorations, a bride stands wearing a colorful hanbok with a rainbow-striped jeogori and a.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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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호텔리어 24.06.29 1 0 9쪽
22 신령님의 정체 24.06.26 4 0 9쪽
» 무당이 어때서? 24.06.25 8 0 9쪽
20 신비한 원통 +4 24.06.24 8 1 9쪽
19 도둑질 +2 24.06.21 10 1 10쪽
18 신이 된 여자 +2 24.06.20 10 1 9쪽
17 믿음과 배신 +2 24.06.20 12 1 9쪽
16 혼례식 +2 24.06.18 10 1 9쪽
15 미안함 / 못다한 결혼식 –기억할 수 있을 때 +2 24.06.17 11 1 9쪽
14 땡땡이!! +2 24.06.14 11 1 10쪽
13 저승사자 맞네! +2 24.06.12 11 1 10쪽
12 능력자 +10 24.06.10 22 1 9쪽
11 와이파이 존 +2 24.06.06 11 1 10쪽
10 잃어버린 시간 +2 24.06.05 13 1 10쪽
9 옆집 오빠 +2 24.06.04 11 1 10쪽
8 소원을 이뤄드립니다. +6 24.06.03 8 1 10쪽
7 행복한 야구선수 +4 24.05.31 15 1 9쪽
6 에리다누스 +2 24.05.30 12 1 9쪽
5 행복한 부부 +2 24.05.29 11 1 9쪽
4 이래서 돈을 버는 구나~ 알아버린 돈의 맛 +4 24.05.27 15 1 9쪽
3 아르바이트 24.05.24 12 1 10쪽
2 마법 웨딩홀 24.05.23 18 1 9쪽
1 마법 웨딩홀을 소개합니다. +2 24.05.22 3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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