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문지기순덕님의 서재입니다.

마법 웨딩홀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중·단편

공모전참가작

에리카짱
그림/삽화
에리카
작품등록일 :
2024.05.22 16:44
최근연재일 :
2024.06.29 00:26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275
추천수 :
20
글자수 :
97,170

작성
24.06.24 15:00
조회
8
추천
1
글자
9쪽

신비한 원통

DUMMY

“선배, 잠깐 나올 수 있어?”


민서는 당황했다.

갑자기 사라졌다가 갑자기 나타난 상희가 반가우면서 미운 마음이 섞여 나왔다.


“왜? 누군데”


영웅이 일어나는 민서의 팔을 잡았다.


송골송골 수증기가 맺힌 잔에 든 생맥주의 살얼음이 그대로였고, 안주가 나오기 전이었다.


당황한 영웅은


“나 혼자 두고 가는 거야?”


“태준이 불러.”


“야! 호프집에 혼자 버리고 가는 거야? 난 혼자서 밥도 못 먹어.”


영웅의 처절한 외침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왔다.


술집이 즐비한 신천의 어지러운 밤거리를 지나 잠실까지 걸었다.


“왜 전화했냐고 묻지도 못했다. 왜 사라졌냐고 묻지도 못했고...”


서로 마음이 통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상희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식은 마음이라 생각했는데 멀리서도 상희만 또렷이 보였다.


“젠장”


상희를 봄과 동시에 손을 흔드는 자신의 팔이 한심했다.


“선배”


“어”


어가 뭐야! 어가! 좀 더 멋있게 말했어야지.

민서는 표정이라도 시크하게 잡아보려 했지만 오랜만에 보는 상희의 상큼한 미소를 보자


“오늘 예쁘네.”


정말 입이 따로 움직이고 있었다.


“고마워.”


“잘 지냈어?”


꽃이라도 사서 와야 했나?

상희의 눈을 바로 보지 못하겠다.

아직 마음이 식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응, 선배도 잘 지냈지?”


“그럼.”


직업이라도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걱정이 되었다.

백수라고 말할 수도 없고, 사업 구상 중이라고 하면 허풍쟁이로 보일 것 같고, 아버지 사업을 이으려고 준비 중이라고 할까?


“어디 들어갈까?”


상희는 민서에게 크게 관심 있어 보이지 않았다.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 작은 기대를 하고 있었는지 김이 샌 기분이었다.


--------------------------


“이게 뭐야?”


대뜸 상희가 내민 둥글고 긴 원통에서는 파란 빛과 붉은 빛이 나오며 열을 내는지 따뜻했다.

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불길한 느낌이라 받고 싶지 않았지만 의지와 다르게 손이 먼저 나갔고 어느새 민서의 손에 들려 있었다.


“살 것 같다.”


상희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그제야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뭔데?”


갑자기 사라졌다가 갑자기 나타나 물건을 맡아달라니.

혹시 이상한 조직에 들어간 게 아닐까?

누군가에게 사주 받은 거라면 상희는 지금 위기에 처한 거다.


“누구야?”


“뭐가?”


“누가 시킨 거야?”


뜨끔하는 표정.


분명히 그냥 그런 물건은 아닌 거다.


“미안해. 내가 잘 못 찾아왔나 봐.”


물건을 다시 가방에 넣으며 상희가 일어났다.


“아니, 누가 안 맡아준대?”


뭐래?

지금 뭐라는 거야?

무슨 물건인 줄 알고 덥석 맡아준대.

김민서 너 정말 미쳤구나.


“맡아준다는 거지?”


상희가 다시 의자에 앉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이걸 내가 가지고 있으면 상희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거잖아.

못 맡을 이유가 없지.

너 정말 여자에 미쳤구나.

하얗다 못해 핏줄까지 보이는 투명한 상희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봤다.

도도해 보이는 외모에서 슬픔이 보이는 눈빛은 그냥 달려가 꼭 안아주고 싶게 만들었다.

지금도 상희의 손을 잡고 싶었고, 옆에 앉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그러면 도망가 버릴 것 같아서.....


상희는 말이 없었다. 탁자에 놓인 원통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에 있는 거야?”


“그냥 아무 데나”


“무슨 일해?”


“일했는데 내일부터 안 하려고.”


“그럼 어디로 갈 거야?”


“아직 모르겠어.”


“나한테 올래?”


민서가 용기를 냈다.


그런 민서를 상희는 가만히 바라봤다.


“아니”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민서의 마음은 이미 내려와 있었다.

체념

그러면서 남은 미련까지.


“갈 곳이 생각났어.”


“갑자기?”


민서는 상희가 떠나려는 것 같아 서운했다.


“잠깐만 가지고 있어줘. 곧 찾으러 갈게.”


안심했다.

다시 만날 약속.


“혹시 유나 전화번호 알아?”


“유나?”


“교내 방송국에 있었던.”


“누군지는 알겠는데, 전화번호는 모르겠는데...”


“알만한 사람 없을까?”


“영식이랑 친하지 않았나?”


“영식이?”


-----------------------------------------


도어록의 비밀번호를 누르는 민서의 한쪽 팔에는 원통이 끼워져 있었다.

묘한 색을 띠고 사람의 체온처럼 만지고 있으면 더 따뜻해졌다.


썰렁한 실내.

부모님의 돈이긴 하지만 독립해서 혼자 살고 있는 오피스텔은 방 하나에 거실과 부엌이 있는 간단한 구조였다.

좁은 방에서 마땅히 원통을 둘 곳을 찾기가 귀찮아 주방 식탁 위에 대충 올려둔 채 샤워를 하러 욕실로 들어갔다.


평소처럼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툴툴 털면서 나오던 민서의 눈에 원통의 빛이 더 커진 것이 보였다.


“뭐야? 조명인가?”


손으로 연신 머리를 말리며 다가간 민서는 원통 옆에 놓인 따뜻한 차를 말없이 바라봤다.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컵은 아침에 커피를 마신 후 깨끗이 씻어서 올려둔 것인데...

선뜻 손이 가지 알았다.


천천히 차가운 기운이 목덜미를 덮으며 팔뚝에 소름이 솟아올랐다.

감각이 느린 건지 원래 느려서 그런 건지 그제야 민서는 뒷걸음질을 하며 식탁에서 멀어졌다.


“뭐지? 샤워하기 전에 내가 차를 끓였었나?”


자신의 기억을 의심했다. 그게 더 말이 되는 거니.


침대에서 일어나 슬며시 밖으로 나와 다시 주방 쪽을 쳐다봤다.

바로 다가갈 용기는 나지 않았다.


찻잔은 여전히 그 자리에 놓여 있었고, 원통의 빛도 상희가 줬을 때와 같은 빛을 내고 있었다.


“내가 착각했나?”


요즘 몸이 안 좋아져서 그래.

오랜만에 상희를 만나고 나도 제정신이 아니었나 봐.


민서는 침실 밖으로 나가는 게 두려워 그대로 잠들었다.

잠자면서 살짝 화장실 가고 싶은 것도 참았다.


일어나면 아침이 올거고, 별일 없을 거야.

그래, 원래 귀신도 밤에만 나오는 거잖아.

괜찮을 거야.


“아하아 함”


기지개를 크게 켜면서 일어난 민서는 어제 일이 꿈같았다.

눈만 껌뻑이며 가만히 침대에 앉아있다가 벌떡 일어났다.

바닥으로 툭 떨어진 이불을 들어 크게 한번 털어준 후 가볍게 침대에 놓고 다시 한번 기지개를 켜며 어제의 두려움을 떨궈냈다.


“아! 잘 잤다.”


일부러 소리도 크게 내면서 화장실로 들어가 칫솔을 집어 들고 거울을 바로 봤다.

혹시 뒤에 누가 서 있을 것 같아서 이 행동도 용기가 필요했다.


“휴!”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튀어나왔다.


창피한 마음에 기합까지 넣으며 세수를 하고 얼굴에 로션을 탁탁 소리를 크게 내면서 발랐다.


이제는 주방으로 갈 차례.


발이 떨어지지 않아 걷는 속도가 느려졌다.


“물이나 한 잔 마셔볼까?”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소리를 내며 흘낏 원통으로 시선을 줬는데 별거 없었다.


그럼 그렇지.

신경 쓰이는데 창고에 넣어둬야겠다.


다가서는 민서는 믿기 힘든 광경을 다시 보고 말았다.


가스 불이 탁하고 켜지더니 냉장고 문이 벌컥 열렸다.

하늘로 올라온 달걀이 눈앞에서 뱅그르르 돌더니 프라이팬으로 날아가 탁하고 속만 떨어뜨린 채 껍질은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완전 자동으로.

커피 머신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어제 따뜻한 찻물이 담겼던 그 컵에 커피 한 잔을 내려서 짠하고 식탁으로 날아와 놓였다.


DALL·E 2024-06-22 14.31.46 - A kitchen scene with the refrigerator door open, showing eggs flying out and hovering over a frying pan on the stove. There are no people in the scene.jpg



떨어지지 않는 발과 굳어버린 몸은 그대로 앞에 세팅된 아침식사를 보고 있었다.

비명도 나오지 않았다.


“내가 아직 잠이 덜 깼나 봐.”


그대로 등을 돌린 채 침대로 향했다.


“민서야. 자자”


자신의 팔을 토닥이며 그대로 이불 속으로 들아갔다.

머리끝까지 이불로 덮은 후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뜨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 스스로에게 말하면서 스르륵 잠이 들었다.


‘띠리리링’


전화벨 소리가 민서를 깨웠다.


“지금 몇 시야?”


이불 밖으로 얼굴을 내밀 지도 못한 채 손만 밖으로 내밀어 침대 옆 협탁을 더듬었다.

여기쯤에 휴대폰이 있는데...

탁하고 손으로 폰이 들어왔다.

마치 누가 쥐여준 것처럼

휴대폰을 쥔 채 안으로 넣지 못한 손은 방향을 잃었다.


‘엄마 부를까?’


아니다.

상희한테 다시 가져가라고 해야겠다.


아주 빠르게 휴대폰을 이불 속으로 집어넣고 전화번호를 찾았다.


“상희, 상희, 상희 어딨니?”


“나 찾아?”


“뭐?”


반사적으로 이불을 걷어내며 민서가 소리를 질렀다.


위에서 은은한 빛을 내며 내려다보는 사람은 분명히 상희였다.

앞치마까지 두른 모습은 꿈속에서 민서가 늘 상상하던 모습이었다.


“너?”


“아침 먹어. 해가 중천에 떴어.”


생긋 웃는 상희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봤다.


갑자기 뭐가 생각난 사람처럼 벌떡 일어나 주방으로 뛰어갔다.

꿈을 꾼 거라면 사라지고 없을 텅 빈 주방을 생각하며.

아니길 바라면서 달려갔다.


“아침 먹으세요.”


방긋 웃는 상희는 주방 의자에 앉아 민서를 올려다봤다.


테이블 가운데에는 붉고 푸른 원통이 뜨겁게 빛을 내고 있었다.


DALL·E 2024-06-22 14.30.22 - A woman in her 20s with long straight hair, wearing an apron, sitting at a kitchen table. On the table, there is a long cylinder with a red and blue g.jpg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법 웨딩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3 호텔리어 24.06.29 1 0 9쪽
22 신령님의 정체 24.06.26 4 0 9쪽
21 무당이 어때서? 24.06.25 8 0 9쪽
» 신비한 원통 +4 24.06.24 9 1 9쪽
19 도둑질 +2 24.06.21 10 1 10쪽
18 신이 된 여자 +2 24.06.20 10 1 9쪽
17 믿음과 배신 +2 24.06.20 12 1 9쪽
16 혼례식 +2 24.06.18 10 1 9쪽
15 미안함 / 못다한 결혼식 –기억할 수 있을 때 +2 24.06.17 11 1 9쪽
14 땡땡이!! +2 24.06.14 11 1 10쪽
13 저승사자 맞네! +2 24.06.12 11 1 10쪽
12 능력자 +10 24.06.10 22 1 9쪽
11 와이파이 존 +2 24.06.06 11 1 10쪽
10 잃어버린 시간 +2 24.06.05 13 1 10쪽
9 옆집 오빠 +2 24.06.04 11 1 10쪽
8 소원을 이뤄드립니다. +6 24.06.03 8 1 10쪽
7 행복한 야구선수 +4 24.05.31 15 1 9쪽
6 에리다누스 +2 24.05.30 12 1 9쪽
5 행복한 부부 +2 24.05.29 11 1 9쪽
4 이래서 돈을 버는 구나~ 알아버린 돈의 맛 +4 24.05.27 15 1 9쪽
3 아르바이트 24.05.24 12 1 10쪽
2 마법 웨딩홀 24.05.23 18 1 9쪽
1 마법 웨딩홀을 소개합니다. +2 24.05.22 31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