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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순덕님의 서재입니다.

마법 웨딩홀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중·단편

공모전참가작

에리카짱
그림/삽화
에리카
작품등록일 :
2024.05.22 16:44
최근연재일 :
2024.06.29 00:26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276
추천수 :
20
글자수 :
97,170

작성
24.06.26 14:30
조회
4
추천
0
글자
9쪽

신령님의 정체

DUMMY

“애들아!”


쉰 소리를 살짝 내어 봤다.

바람 소리가 워낙에 커서 유나의 소리는 그대로 묻혀 날아갔다.


‘기민아! 아니 기민 오빠!’


그나마 가능성 있는 이름을 속으로 부르며 눈에서는 이미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공포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 지금 바로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물론 거기에서 사람은 나 혼자다.


그 여자는 어디 간 거야?


“무당님!”


미쳤나 보다 정말.


오죽하면 무당까지 부르냐?


아무도 없다는 게 미치도록 싫었다.


“휙!”


“으악!”


등 뒤에서 슬쩍 미는 힘에 비명이 튀어나오자 뒤에서 나온 손이 입을 막았다.

코까지 덮인 손에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유나의 안위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무례함과 강한 힘으로 다른 팔로 몸통을 잡아끌고 나갔다.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팔 다리를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세상 이렇게 열심히 생존을 위해 노력한 적이 있었던가?

되는대로 마구 퍼덕이며 상대방을 향해 양 다리를 들어 올려 차내기를 반복했다.

유연함이란 극한의 상황에서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능력이구나.


유나의 양다리는 허리까지 올라와 앞을 세게 치고 내렸다.


“야, 야, 아파! 그만! 좀! 힘이 왜 이렇게 세?”


풀려난 손아귀에서 유나는 바닥에 던져졌다.

그제야 '후아' 하고 막혔던 숨이 터져 나왔다.


“헉 헉 헉 누구야!”


“야! 소리 좀 낮춰.”


“누후 구후 야하?”


호흡만으로 소리를 만들어냈다.


“나하 야하”


유나를 따라 말하는 목소리.

많이 듣던 소리다.

얇고 가볍고 신뢰 가지 않는 바로 그 소리


“기찬이 너!”


“언제는 오빠라더니.”


“오빠고 나발이고 사람을 그렇게 끌고 가냐? 나 숨도 못 쉬고 죽는 줄 알았잖아.”


“조용히 좀 해!”


“아! 맞다.”


“네가 이러니 널 끌고 나왔지.”


“어쨌든”


기찬이 끌고 온 곳은 바위 언덕 뒤였다.

몸을 가릴 수도 있고, 머리만 내밀어 염탐도 가능한 적절한 장소였다.


“기민이는?”


“저기”


기찬의 손을 따라가니 바닥에 납작 엎드려 몰래 훔쳐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던데 뭘 보는 거야?”


“못 본 거야?”


“뭘?”


“무당 신랑”


“뭐?”


유나가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뭐 하냐?”


“구경 가게.”


“가지가지 한다.”


유나는 군인들이 훈련받을 때 하는 것처럼 양 팔을 바닥에 대고 기듯이 앞으로 나갔다.

오른팔과 오른 다리가 같이 왼팔과 왼 다리가 함께 오르락 내리락하며 나름 박자를 맞춰 움직였다.

생각보다 소질이 있나?

유나는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한 것 같았다.


순간 아차 하는 마음에 치마가 말려올라가지 않게 주의했지만...

기찬이 먼 산을 바라보며 애써 유나를 외면하고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DALL·E 2024-06-26 13.10.58 - In a dark forest, a woman in her 20s with neatly tied-up hair in an updo, wearing a white shirt, black vest, and black skirt, is crawling on the groun.jpg


기민의 뒤로 가서 톡톡하고 어깨를 두드리자 기민의 몸이 활어처럼 튀어 오르며 놀랐다.


“아이씨”


“왜 욕은 하고 그래”


가능한 소리를 죽여 말했지만 기민의 빠른 손이 유나의 입을 막았다.


“욱”


아니 이것들은 조용히 하라고만 하면 되지. 왜

자꾸 입을 막아.


손가락을 하나하나 올려서 간신히 풀려난 유나가 선수쳐서 검지를 입에 대었다.


기민이 고개를 끄덕이자 유나는 기민 옆에 붙어서 나란히 고개만 올린 채 앞을 봤다.

어둠이 깊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계속 노려보니 두 개의 사람 그림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


넓게 펼쳐진 한복이 유달리 커서 처음에는 커다란 짐승처럼 보이던 무당이 옆으로 몸을 틀었다.


날카로운 콧날 위로 번뜩이는 눈에서는 레이저를 쏘듯이 광채가 났다.

어둠 속에서도 입술의 색깔이 붉게 보였다.

진한 화장으로 덮인 무당의 얼굴은 마치 가면처럼 보였다.

진짜는 어디에도 없는.....


무당의 두 팔이 위로 올라가더니 양손을 앞으로 모아 기도하는 듯 고개를 숙였다.


“신령님”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누구나 그렇듯 여자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뒷짐을 지고 선 남자는 키가 크고 어깨가 넓었다.


무당과 세트로 맞춘 듯 한복을 입어 더 크게 보이는 것도 같았다.


신령처럼 길게 내려온 머리는 희지 않고 검었다.

원래 신령님 하면 하얗고 긴 머리의 노인이 떠오르는데 지금 저 앞에선 남자는 너무 젊어 보였다.

유나는 속으로 모르지 뭐, 돌아섰는데 완전 할아버지가 있을지도 하고 생각했었다.


“준비는 되었습니까?”


목소리마저 젊었다.

굵고 건강한 남자의 목소리였다.


“네 저는 언제나 신령님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무당의 다소곳한 말투는 의상과 매치가 되지 않았고, 청순한 교회 누나 분위기였다.

하얀 티와 청바지에 긴 생머리가 더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하며 유나는 계속 지켜봤다.


워낙에 무당의 목소리가 작고 나긋나긋해서 귀를 쫑긋 세우지 않으면 안 되었다.


“혼례식을 하면 뭐가 달라지죠?”


남자는 결혼하고 싶어 하지 않은 듯했다.


'짝사랑?'


“제가 신령님의 사람임을 확인할 수 있어요.”


“꼭 해야만 되겠소?”


“네”


단호하게 여자가 말했다.


결혼 못 해 안달 난 듯 여자는 남자를 재촉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당신은 내 사람입니다.”


'진짜 결혼하기 싫구나!'

유나는 생각했다.


“지금까지 신령님의 말씀만 듣고 기다렸습니다. 제게도 확신이 필요합니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해요.”


그래, 남자도 지치겠지.

그냥 해라 해 결혼.

이건 뭐 일일연속극을 보는 듯 두 사람의 대화에 빠져들었다.


기민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슬쩍 눈을 돌려보니 기민이도 유나처럼 둘의 대화에 폭 빠진 듯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저 얼굴은...


화가 났다고 해야 하나?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맞았을 때 짓는 표정인데...


뭐야, 무당이 기민이 스타일이었구나.

어이구 취향하곤...

원래 멋대로 생각하고 단정 지어 버리는 유나답게 마무리 지었다.


“서방님”


무당이 도발했다.


‘서방님? 윽 닭살 돋아!’


남자도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댄데 서방님은 좀”


하면서

몸을 돌렸다.


“헉”


다시 기민의 커다란 손이 유나의 입을 덮쳤다.


세 번째는 익숙해서인지 유나는 손가락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떼어냈다.

그리고 뒤로 돌아 기어 나갔다.


바위에 몸을 기대고 있던 기찬이 다시 돌아 나오는 유나를 보고 놀랐다.


“왜 헤헤?”


호흡으로 물어보는 기찬에게


“나하 저어 허기 히히 아하하 할라 하하하”


‘뭐래?’


기찬이 양손을 들어 올리며 못 알아듣는 표정을 짓자 유나가 기찬의 앞으로 바짝 다가갔다.


‘너 왜 이번에는 못 알아들어? 말 안 해도 다 알아들었잖아.’


입모양으로 말했다.


‘가까이 오니 알겠어.’


얼굴이 보여야 알아듣는구나.

대개 불편한 능력이네.


유나는 잘 들어라는 듯 기찬에게 얼굴을 갖다 댔다.

물론 이게 더 상대방은 불편해 보였지만 유나는 뭐, 나쁘지 않았다.


DALL·E 2024-06-26 13.13.24 - Against a dark night background, a close-up of the upper body of a woman in her 20s with neatly tied-up hair in an updo, wearing a white shirt, black .jpg


‘아는 사람이라고?’


‘응’


‘어떻게?’


‘그러니까 나도 깜짝 놀랐어.’


서걱서걱 소리가 나면서 기민이 유나와 기찬을 향해 기어 오고 있었다.

기민은 생각보다 운동신경이 없는 듯 기는데 마치 동물이 걸어 나오는 듯 주변의 풀을 다 팔로 치면서 생각보다 큰 소리를 만들어냈다.


“무슨 소리지?”


무당이 눈치챘다.


기찬과 유나는 일단 기민을 버리고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아하하”


기민은 좌절한 듯 바닥에 얼굴을 박고 몸을 최대한 밀착시켰다.

누가 풀이고 누가 기민인지 알아채지 못하도록.


유나가 보기에는 바로 걸릴 것 같았지만 일단 나부터 살고 봐야 하니...


저도 모르게 기민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야하”


기찬이 흔드는 유나의 손을 잡고 바위에 찰싹 몸을 붙였다. 이렇게 가까워도 되나 싶게 유나와 함께


‘두근두근’


이건 무서워서 나는 심장의 소리가 아니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도근도근?’


기찬의 체온을 옆에서 느끼며 유나의 심장이 두근댔다.

--------------------------------------


“무슨 소리지?”


“산짐승 소리가 아닐까요? 저도 좀 이상하긴 했는데...”


“저쪽이지?”


좀 전과는 달리 싸늘하게 변한 남자의 목소리는 날카로웠다.


“네”


여자는 순종하며 남자의 뒤를 따랐다.


거추장스러운 듯 단령을 벗어던진 남자는 빠르게 기민이 있던 곳까지 다가왔다.

성큼성큼 앞으로 걷는 남자는 커다란 산짐승이 덮치듯 기민에게 점점 가까워졌다.


불쌍한 기민이

할 수 있는 한 몸을 바닥에 더 밀착시켰다.

점점점 아래로 내려가는 기민의 몸이 서서히 사라지나 싶더니 유나도 바닥으로 꺼지듯 내려갔다.

물론 비명을 지를 뻔했지만 정신력으로 버텨냈다.

처음도 아니고.


‘후!’


“오늘 좀 오래 걸렸네. 정신 차려봐!”


늘 같은 상황.


차가운 서리 목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나... ”


“응 너”


“참 무당은?”


“몰라! 갑자기 밖으로 뛰쳐나갔어. 정산은 했나 몰라.”


“나 아는 사람 봤어.”


“그랬어?”


생각 없이 대꾸하던 서리가 고개를 들었다.


“어디서? 방금 거기 서?”


바로 그때 기민과 기찬이 뛰어들어왔다.


“봤어?”


기민이 숨이 턱까지 차서 물어봤다.


“너도 알아? 누군지?”


“누군데 그래?”


서리가 둘을 번갈아보며 물었다.


“이사장님!”


DALL·E 2024-06-26 13.08.39 - In a dark forest, a young man with long black hair wearing a white traditional Korean hanbok stands. The scene is depicted in Japanese anime style wit.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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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령님의 정체 24.06.26 5 0 9쪽
21 무당이 어때서? 24.06.25 8 0 9쪽
20 신비한 원통 +4 24.06.24 9 1 9쪽
19 도둑질 +2 24.06.21 10 1 10쪽
18 신이 된 여자 +2 24.06.20 10 1 9쪽
17 믿음과 배신 +2 24.06.20 12 1 9쪽
16 혼례식 +2 24.06.18 10 1 9쪽
15 미안함 / 못다한 결혼식 –기억할 수 있을 때 +2 24.06.17 11 1 9쪽
14 땡땡이!! +2 24.06.14 11 1 10쪽
13 저승사자 맞네! +2 24.06.12 11 1 10쪽
12 능력자 +10 24.06.10 22 1 9쪽
11 와이파이 존 +2 24.06.06 11 1 10쪽
10 잃어버린 시간 +2 24.06.05 13 1 10쪽
9 옆집 오빠 +2 24.06.04 11 1 10쪽
8 소원을 이뤄드립니다. +6 24.06.03 8 1 10쪽
7 행복한 야구선수 +4 24.05.31 15 1 9쪽
6 에리다누스 +2 24.05.30 12 1 9쪽
5 행복한 부부 +2 24.05.29 11 1 9쪽
4 이래서 돈을 버는 구나~ 알아버린 돈의 맛 +4 24.05.27 15 1 9쪽
3 아르바이트 24.05.24 12 1 10쪽
2 마법 웨딩홀 24.05.23 18 1 9쪽
1 마법 웨딩홀을 소개합니다. +2 24.05.22 3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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