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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순덕님의 서재입니다.

마법 웨딩홀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중·단편

공모전참가작

에리카짱
그림/삽화
에리카
작품등록일 :
2024.05.22 16:44
최근연재일 :
2024.06.20 14:3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203
추천수 :
18
글자수 :
76,439

작성
24.05.23 16:25
조회
15
추천
1
글자
9쪽

마법 웨딩홀

DUMMY

“이게 뭐지?”


눈이 부시다고 해야 할까?


당장 먹고 살 길이 없어 알바라도 하려고 와본 건데 생각보다 너무 괜찮았다.


용산에 이런 곳이 있었나?


뭐, 와 본 적이 있어야 알지.


영화에나 나올법한 커다란 성이 눈앞에 있었다.


푸른 빛이 도는 건물은 한국보다 유럽에 더 어울릴 것 같았고, 반짝반짝 세련된 외관에 고풍스러운 멋이 풍겼다.


'몇 층이지? 하나, 둘, 셋.... 10층 11층 12층.... 에이 모르겠다. 일단 입구부터 찾고... 어라? 문이? 없네.'


뱅글 뱅글 커다란 원을 돌 듯 몇 바퀴 돌면서 찾았지만 도무지 문이란 게 보이지 않았다.


들어가는 사람도 나오는 사람도 없었다.


이거 뭐? 웨딩홀에 문이 없으면 어쩌라는 거야?


‘눈이 나빠졌나?’


손등으로 벅벅 눈두덩을 문지르다 아차 싶었다. 면접 날이라 예쁘게 보이려고 시커먼 아이라인을 그리고 왔는데 그제야 생각이 났다.

가방에서 거울을 꺼내 보니 역시나... 이건 뭐 어디서 펑펑 울고 온 듯 위아래 다 까맣게 변해 있었다. 손수건 따위를 가지고 다닐 리가 없으니 일단 침이라도 묻혀서 손끝으로 살살 지우려는데 갑자기 기대고 선 벽이 옆으로 열렸다. 아주 천천히...


그 바람에 유나의 몸이 기우뚱 균형을 잃고 무거운 머리부터 아래로 떨어졌다.


“아이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예측하고 질끈 눈을 감았다. 고통은 예정된 것이라 생각했는데 툭 튀어나온 무언가에 걸리며 미끌미끌하고 차가운 감촉이 유나의 목덜미에 닿았다.

아주 불쾌한 느낌.

마치 뱀이라도 닿은 듯 소스라치게 놀라 작은 소리를 뱉고 말았다.


“아이씨!”


손으로 입을 막을 겨를 없이 성격 급한 말이 먼저 튀어 나왔다.


'뭐지?'


미끌미끌한 노란색 실크 셔츠에는 난잡한 문양이 가득했다.

생각보다 키가 큰 듯 유나의 눈에 단추를 반만 채워 풀어헤친 가슴팍이 먼저 보였다.

'불쾌했다.'

속으로만 생각하며 고개를 쳐들자 뱅스타일 앞머리에 귀 밑까지 찰랑찰랑한 단발머리 헤어스타일을 한 태닝을 한 듯 짙은 피부색을 가진 선 굵은 남자의 얼굴이 들어왔다.

머리 스타일만 달랐어도 남자 답다 할만한 외모였지만 까맣고 앞머리까지 반듯하게 잘린 남자의 단발머리는 그냥 얼굴을 못생기게 만들어 주었다


‘웩’


외모지상주의인 유나는 바로 거부감이 들었다.

하지만 넘어지는 자신을 도와준 뭐 은인이니 예의는 차려야 했다.


“감솨합...”


고개 숙인 유나 앞에 착 달라붙은 남자의 까만 스키니 바지로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난 거기가 딱 들어왔다.


“으아아앆”


못 볼 것을 보고 말았다. 더럽혀진 눈을 정화시켜야 하는데.....

유나는 가능한 눈을 멀찌감치 떼어서 다른 곳을 보려고 고개를 돌렸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더니 단발머리 남자의 바로 뒤로 좋은 기운을 풍기는 훈남이 떡하니 서 있었다.


‘정화!’


유나의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단발머리 남자가 유나에게 말을 걸려고 했지만 원천 차단!

팔을 높이 올려 얼굴을 가린 후 다시 눈을 정화시키려 밝은 곳을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웨딩홀 안에 들어와 있었다.


‘자동문이었구나!’


유나가 문에 가깝게 섰는지 센서가 작동해 문이 옆으로 열렸다가 완전히 닫히지 못하고 반 정도 닫힐 듯하다가 다시 열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불편한 상황이었다. 얼른 안으로 쑥 들어온 유나의 입이 다시 벌어졌다.


‘대박!’


가장자리로 화려한 문양의 초가 꽂혀있고, 진짜 불인지 조명인지 구분할 수 없었지만 조명이라면 정말 잘 만들어진 듯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이것만 있다면 어두울 수 있는 넓은 내부인데 천장의 유리로 빛이 들어와 전체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가운데가 뻥 뚫린 건물 내부는 높고 깊었다.


가장자리로 휘말리듯 계단이 돌아가고 층마다 황금 빛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하얀색 벽면에는 금박이 수놓아져 빛을 반사하며 화려함을 뽐내고 있었다.


럭셔리 그 자체.


여기는 도대체 얼마나 돈이 많아야 올 수 있는 곳인지 궁금했다.


호텔에서 하는 것보다 몇 배는 더 화려한 결혼식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 유나에게는 먼 얘기지만 살짝 직원 할인이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어떻게 오셨...”


똑단발이 입을 열자 굵은 남자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유나는 얼른 그의 입을 막기 위해 손을 다시 높이 처 들었다.

말을 섞고 싶지 않은...

누가 보면 참 못됐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무례한 행동이었다.

뭐, 유나라고 그런 상식이 없겠는가. 단지 본능적으로 똑 단발 옆 환한 남자와 대화를 하고 싶었다.


“저... 아르바이트”


정확하게 아름다운 남자를 보며 얘기했지만 눈치 없는 똑단발이 다시 끼어들었다.


“아르바이트 왔구나. 난 또.”


뭐야? 지금 손님 아니라고 무시하는 거야? 욱하는 마음에 괜히 돌아보다가 다시 그 보기 싫은 바지로 눈이 가고 말았다.


“아이씨”


헉! 이게 컨트롤이 안된다.

두 손으로 입을 막고 다시 얌전한 척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겠지?

환한 얼굴의 남자가 유나를 보고 빙긋 웃었다. 세상에 잘생긴 놈의 웃는 모습이라니.


‘안구 정화!’


하얀색 티셔츠에 헐렁한 청바지 차림. 딱 내 스타일인데... 유나의 버릇이 다시 나온 모양이다.

잘생긴 사람을 탐내는.


“아르바이트생?”


목소리는 살짝 야리야리한 게 좀... 뭐, 잘생겼으니까.


“네.”


가능한 조신한 모습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이자 남자가 손가락으로 위층을 가리켰다.


“저기로 가보세요.”


어머, 존댓말. 잘생긴 사람이 예의도 바르네.


“호호호 감사합니다.”


유나가 들어도 참... 좋아하는 티를 엄청 내며 위로 올라가려다가 다시 판다 눈이 떠올랐다


“저기.”


잘생긴 남자의 돌아보는 모습이 또 보고 싶어서라기 보다 화장실이 급했다.


“화장실은?”


남자의 손가락이 유나의 뒤를 향했다.


“저기”


'조금 말이 짧은 듯했지만 뭐, 잘생겼으니....'


가리킨 방향으로 바로 쪼르르 달려갔다.


‘화장실이 맞나? 화장하는 곳 아냐?’


붉은 천으로 싸인 문을 밀고 들어가니 벽면에 빙 둘러선 커다란 거울과 테이블, 동그란 등받이가 푹신해 보이는 핑크빛 벨벳 의자가 안을 채우고 있었다.


문과 같은 붉은 조명의 방 가운데에는 분수처럼 물이 올라오고 분수 가장자리로 금박이 장식된 세면대가 고급스럽게 둘러져 있었다.


마치 물도 황금 물이 나올 것 같았다.


자꾸 보니 식상하네.


“이거 너무 사치가 심한 것 아냐?”


늙었나? 요즘 속에 말이 자꾸 밖으로 나온다.


“결혼식 하루 정도는 좀 사치스러워도 되지 않을까요?”


나긋나긋하지만 위엄이 가득한 목소리가 변기 물 내려가는 소리와 함께 들렸다.


벽인 줄 알았던 붉은 문이 열리며 뭐라고 할까? 너구리? 그것보다는 좀 더 살찐 그래. 살찐 너구리를 닮은 여자가 매서운 눈빛으로 유나를 보며 아주 천천히 걸어 나왔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뭔가 좀 오해하신 것 같은데요.”


비굴하다. 딱 봐도 싸워서 좋을 상대가 아니었다. 말로든 몸으로든 유나에게 불리한 싸움이었다.


검은 스커트와 재킷 차림의 여자는 까다로운 성격을 보여주듯 머리카락 한 올 내려오지 않게 스프레이를 잔뜩 뿌려 딱 붙인 반들반들한 올림머리였다.


무용하는 것도 아닌데 좀 과하다 싶은..... 까칠함 그 자체였다.


손을 아주 정성 들여 씻으면서 여자의 목소리는 물소리에 묻히지 않고 또박또박 카랑카랑하게 유나의 귀에 들어왔다.


“누구시죠?”


“아르...”


화장지로 손가락 사이사이를 다 닦아서 휴지통에 버리며 여자가 쏘아보았다.


아니 왜 이리 쫄았는지 여자의 얼굴을 보니 말이 목구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아르바...”


“아!”


“상희 언니 소개로...”


바보가 됐나 보다. 아니면 쫄아서 입이 마비된 건지 말이 똑바로 나오지 않았다.


여자는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유나의 주변을 뱅글뱅글 돌았다.


이건 뭐 시장에서 물건 살 때 하자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유나를 꼼꼼히 봤다.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진땀이 났다. 긴장되고 절대 떨어지면 안 되는 면접에 온 것 같았다.


사실 절실한 마음에 온 것은 아니었는데 어떻게든 붙고 싶은 마음이 갑자기 확 들었다.


‘뭐지?’


등을 꼿꼿이 펴서 바른 자세를 취하고 어디서 본 것은 있어서 옅은 미소를 지으며 여자와 아이 콘택트를 하려고 노력했다. 보여지는 모습이 어떤지는 여자가 판단할 일.


유나로서는 최선을 다했다.


“이름이?”


“진.. 유나.입니다.”


면접의 기본은 똘똘해 보이는 거다. 발음을 정확히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


수업 시간에 배운 발성 법을 떠올리며 정확히 대답했다.


고작 이름을.


어쩌다 보니 화장실 면접을 하게 된 유나는 정면의 거울을 보고 현실을 자각했다.


‘맞다! 내 눈!’


잊고 있었다.


시커먼 눈가를 웃음으로 가리며 손끝으로 닦으려 했지만 물기가 없어서인지 지워지지 않았다.


“진유나”


“합격!”


“네?”


귀를 의심하게 하는 명쾌한 대답이었다.


“저 합격했어요?”


“네 합격했어요. 오늘부터 일할 수 있죠?”


“오늘부터요? 라잇 나우?”




DALL·E 2024-05-16 11.50.38 - A young man with bangs and a blunt bob haircut, depicted in Japanese anime style. He is wearing a uniform consisting of a white shirt and a black vest.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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