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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순덕님의 서재입니다.

마법 웨딩홀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중·단편

공모전참가작

에리카짱
그림/삽화
에리카
작품등록일 :
2024.05.22 16:44
최근연재일 :
2024.06.20 14:3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205
추천수 :
18
글자수 :
76,439

작성
24.05.30 10:00
조회
9
추천
1
글자
9쪽

에리다누스

DUMMY

“오늘부터 홀에서 일해!”


아침 조회 시간에 갑자기 과장이 유나에게 말했다.


“홀 요?”


“엘리베이터에서 냄새 난다고 컴플레인이 너무 많아 머리 아파. 뭐 버튼 누르는 데 사람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참, 눈꽃 너는 해고.”


“네? 왜?”


눈꽃의 눈망울에 이슬이 맺혔다.


“고객 컴플레인”


“누가요?”


“손님들이”


“손님 누구요?”


“봐, 봐. 이러니까 컴플레인 들어오지. 해고!”


“억울해요.”


“피곤해.”


과장은 더 말하고 싶지 않은 듯 손으로 나가라는 표시를 했지만 눈꽃은 끝까지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버티고 섰다.


아무리 봐도 회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었다.


눈꽃 쟤는 도대체 어떻게 하고 사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들다가 쟤도 참 안 풀리는 인생이다. 라는 생각이 미치자 안쓰러워졌다.


“과장님 한 번만 봐주시죠?”


눈치 없이 유나가 끼어들자 과장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너도 나갈 거야?”


“아닙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한숨을 폭하고 내쉬던 과장이 눈꽃을 째려보다가 곁에선 깡마른 남자에게 눈빛을 보냈다.


“자, 자 잠깐 저쪽으로 가서 얘기 좀 할까요?”


눈꽃에게 사정하듯이 말하며 끌고 나갔다.


“누구야?”


“누구?”


옆에 서있는 유명 여자대학교 무용 전공이라는 다른 알바생은 관심 없다는 듯 툭 말했다.


“저기 마르신 분”


“몰랐어?”


“뭘?”


“과장 이거.”


새끼손가락을 들어 보이는데 이미지랑 너무 안 어울려 조금 놀랐다.

어쨌든 과장과 저 마른 분은 아주 친하다는 거구나.


“뭐라고 불러?”


“헐. 뭐 아는 게 없어?”


당연히 모르지. 아무도 안 알려주는데... 속으로만 욕하며 웃어 보였다.

이럴 때 유나는 타협에 능한 자신이 조금 비굴해졌다.

뭐, 좋게 말하면 평화주의자다 난.


“명부 차장님”


“차장님이셨구나. 명부 차장님? 명부가 이름인가? 늘 저렇게 과장님 옆에만 있어?”


“성은 몰라. 과장님이 명부 명부 하니까 명부 차장님이라고 하는 거지.

말이 차장이지. 그냥 과장님 남자친구라 생각해.”


“아, 남자친구. 그렇구나.”


아무리 봐도 여긴 이상한 곳이다. 사회생활을 안 해 봤으니 다른 곳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그나저나


알고 보면 다 감시당하고 있는 거 아냐? 천장 구석구석에 달린 카메라가 이제야 눈에 들어왔다. 기분 나쁜 찜찜함.


깃발을 옆에 끼고 나갈 준비를 하는 아르바이트 생에게 유나가 또 물었다.


“너네는 어디서 일하는 거야? 홀 아냐?”


“우린 밖에서 안내해. 이거 들고.”


하며 깃발을 흔들어 보였다.


“헉 외근. 근데 그건 왜?”


“오는 길이 찾기 힘드니까 사람들 잘 찾아올 수 있게 하는 거지.”


“찾기 쉽던데.”


“설마. 여기 역에서도 멀고 걸어오는데 표지판도 없어서 찾기 완전 힘들었는데.”


“역 옆에 바로 있던데.”


“이상한 애야.”


“뭐지? 내가 지름길로 왔나?”


그나저나 이 더위에 힘들겠다.

돈을 얼마나 주기에 저 외모에 외근을 하지?

나도 나가면 더 많이 주려나?

드글드글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유나도 따라 나가려다가 돌아보며 과장에게 물었다.


“저 어디로 가면 될까요?”


“2호실 수정방”

“넵”


분위기상 씩씩하게 대답은 했지만 어딘지 몰랐다.


알바 일주일 만에 승진이라니.

눈꽃에게는 미안했지만 뭐, 따지고 보면 제가 제 앞가림 잘못한 거니.

내 책임도 아니고. 남 신경 쓸 만큼 여유도 없다.

나 페이도 오르는 건가? 또 돈 욕심이 앞섰다.


이리저리 기웃대며 번호를 확인했다. 숫자는 1부터 시작하니 2호면 2층인가?

그나저나 여기 도대체 홀이 몇 개가 있는 거야? 크긴 엄청 크다.


“이 시간에 엘리베이터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똑단발과 사진사 아저씨 그리고 잘생긴 남자가 나란히 서서 유나를 신기하게 보고 있었다.


“저 오늘부터 홀에서 일해요. 혹시 2호 수정방 아세요?”


역시 잘생긴 남자가 친절하게 위를 가리켰다.


“아, 위층. 근데 여기 홀이 몇 개나 있는 거예요?”


“그때그때 달라서.”


“네?”


“그때그때 달라. 익숙해질 거야.”


이건 뭐, 다 아리송한 것 투성이다.


--------------------------------------------


의자에 앉은 과장은 머리를 감싸 안았다. 요즘 들어 자꾸 일이 생기는 게 골치가 아팠다.


“당신 이거라도 좀 마셔.”


늘 곁에 서 있는 명부가 깡마른 손으로 따뜻한 차를 내밀었다.


“당신도 좀 마셔요.”


평소와 다르게 다정한 말투의 과장이 명부를 올려다봤다.


“상희가 가져간 게 얼마나 되지?”


“요 정도.”


과장이 오른손으로 왼 손목을 잡아들어 올리더니 가운뎃손가락 하나를 잡아 보였다.

상희에 대한 살의가 느껴지는... 입으로 말하지 않고 손으로 말한 욕설 같았다.


“어디로 갔는지 잡히지 않아?”


“전혀. 꽁꽁 숨어버렸어.”


진하게 우러나온 차가 과장의 목을 타고 흐르며 속을 데워줬다. 이제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난 거다.

마법나라 3.jpg


죽은 자들의 영혼과 공존하는 마법의 세계 '에리다누스'는 땅속 아주아주 깊은 곳에 위치해 있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느리게 흐르는 시간은 땅속 깊은 곳 어느 한계점에 이르면 그대로 멈추게 된다.

뜨거운 내핵과 태양의 자기장이 맞닥뜨려 균형 잡힌 그곳이 바로 우리가 '저승'이라고도 부르는 마법의 세계 '에리다누스'다.

이 세계에서는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모호해지는 그들만의 세상이 펼쳐진다.


공간이 없다는 말은 그들은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땅속 깊은 아주 깊은 곳에 있지만 하늘에 혹은 바닷속에 나타나기도 한다.

그들에 있어서 공간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늙지 않는 에리다누스인들은 밤이 없어 잠들지 못하고 아침이 오지 않아 일어나지 않는 매일을 보내고 있다.

오늘이 없기에 내일도 없고 어제도 없다.

과거가 현재가 되기도 미래가 과거로 옮겨가기도 하는 이곳에서 그들은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49일이 지난 인간의 영혼이 다른 행성으로 이동해 새로운 삶을 시작할 때 에너지를 불어넣어 반짝이는 별과 함께 날려 보내는 게 일상인 무료하지만 심심하지 않고, 행복이 없어 불행하지도 않는 그곳에 재앙이 닥친 게 정확히 10년 전이었다.


눈을 밝혀주던 파란 하늘에 검은 장막이 밀려와 황금 바닥과 개울로 짙은 그림자가 번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무 빛도 들어오지 않았다.

캄캄한 어둠에 꽃과 나무는 말라갔고, 인간의 영혼은 완전히 사라졌다.

추위가 찾아왔고, 어려움과 힘든 것을 겪어보지 않아 처음에는 당황하던 그들은 종말을 경고하는 예언자의 소리가 하늘에서 울리자 점점 겁을 먹었다.


대책을 세워야 했다.


현상을 연구하던 몇몇이 밝혀낸 이론에 따르면 그들이 가진 마법 같은 힘은 눈에 비친 형상이기 때문에 태양 에너지가 반드시 필요하고, 태양 에너지가 이곳 깊숙한 곳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인간의 영혼에게서 얻을 수 있는 인류 에너지가 있어야 했다. 태양은 그대로 있으니 인류에 (인간 영혼 에너지)만 찾는다면 다시 평화를 찾을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인류에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것이 바로 행복과 노여움이었다.


점점 기운을 잃어가는 그들이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내 만든 것이 바로 '마법 웨딩홀'이다.

행복이 있고, 배신당한 자의 노여움이 공존하는 곳. 그들은 가장 강력한 에너지인 행복 에너지를 가지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


지금도 지하에서 어둠과 맞서며 그들에게 한 가닥 건 희망으로 매일을 보내고 있는 에리다누스인들을 위해서.


과장의 방 뒤편에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비밀의 방이 숨겨져 있었다.


행복을 담는 붉은빛과 노여움을 담은 파란빛이 채워진 그곳에 상희가 몰래 들어온 거다.

LEVEL 10에 거의 다 왔는데... 무슨 마음을 먹었는지 상희가 빼 간 에너지는 거의 10분의 1에 달하는 양이었다.

그 정도 에너지라면 지구에서 바다 한가운데 커다란 나라를 하나 만들 수도 있는 양이었다.


“인간과 친해지며 나쁜 물이 든 게 분명해.”


“욕심이지.”


“쓸모없는 것.”


과장의 분노가 더 크게 올라왔다.


상희는 무슨 마음으로 유나라는 아이를 여기에 보낸 걸까?

에너지를 더 빼가기 위한 첩자인가?

그렇다면 지금 수배 중인 자신의 소개라고 보내지 않았을 거다.

애매할 때는 곁에 두고 지켜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다.


과장이 손가락 하나를 위로 올리자 유나의 모습이 하나하나 담긴 화면이 홀로그램처럼 나타났다.

팔짱을 끼고 천천히 유심히 들여다봤지만 전혀 특이한 점을 찾지 못했다.

뭔가 알고 온 아이 같지는 않은데....... 그렇다면 왜?


“눈꽃은 잘 돌려보냈지?”


"어휴 가기 싫다고 싫다고 간신히 내려보냈어.”


“가기 싫겠지. 어둠 속에 있기에 애가 성질머리가 너무 세.”


“말썽을 좀 피웠어야지. 사람들과의 트러블은 피해야 하는데 쌈닭도 아니고...... 눈에 띄어 좋을 것 없는데”


“찬이가 애 좀 썼겠네.”

마법나라 2.jpg


작가의말

어렸을 때부터 늘 상상한 지하 속 세계.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꿨을 것 같은 마법의 세계를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 이시언
    작성일
    24.05.30 10:07
    No. 1

    위대한 작가들 대부분 어릴적 상상하던 것 들을 작품에 담았습니다. 파이링~~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에리카짱
    작성일
    24.05.31 00:50
    No. 2

    상상을 표현할 수 있는 장이 있어서 참 고맙고 또 늘 부족해서 부끄럽습니다. 응원해 주셔서 감사해요~^^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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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행복한 야구선수 +4 24.05.31 14 1 9쪽
» 에리다누스 +2 24.05.30 10 1 9쪽
5 행복한 부부 +2 24.05.29 10 1 9쪽
4 이래서 돈을 버는 구나~ 알아버린 돈의 맛 +4 24.05.27 14 1 9쪽
3 아르바이트 24.05.24 11 1 10쪽
2 마법 웨딩홀 24.05.23 16 1 9쪽
1 마법 웨딩홀을 소개합니다. +2 24.05.22 2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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