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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순덕님의 서재입니다.

마법 웨딩홀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중·단편

공모전참가작

에리카짱
그림/삽화
에리카
작품등록일 :
2024.05.22 16:44
최근연재일 :
2024.06.20 14:3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206
추천수 :
18
글자수 :
76,439

작성
24.05.27 16:04
조회
14
추천
1
글자
9쪽

이래서 돈을 버는 구나~ 알아버린 돈의 맛

DUMMY

“오늘 어떠셨어요?”


방긋 웃는 과장의 얼굴에서 유나는 ‘어때? 만만치 않지?’ 하는 느낌을 받은 것은 혼자만의 상상인 것일까?


길게 늘어선 줄에 유나와 같은 유니폼을 입은 아르바이트생이 10명 정도 있었다.

다들 늘씬한 다리에 슬쩍 봐도 예쁜 얼굴에 하나같이 발레리나처럼 올림머리를 하고 있었다.

뭔가 초라해지는 느낌.

얻어 신은 까만 구두가 맞지 않아 이제는 얼얼한 통증이 고통이 되어 있었다.

뭐, 누가 알았나? 면접 첫날 일하게 될지.

내 책임 아니야. 하니 맘은 좀 편해졌다.


“유나 양?”


“네?”


정신이 번쩍 드는 과장의 목소리.


“오늘 어땠냐고요.”


“아, 네. 뭐. 괜찮았습니다.”


킥킥대는 주변의 웃음소리가 비웃는 소리처럼 들렸다.


“뭐가 자꾸 ‘아’, ‘네’, 래”


들으라는 말이지?

과장이랑 너무 안 맞지만 뭐 내가 '을'이니 속으로 생각하며 얼굴에 영업용 미소를 지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여기 웨딩홀은 주말에만 열립니다. 지금 계신 분들은 엄격한 심사를 통해 제가 직접 뽑은 분들이십니다. 어깨 당당히 펴시고, 이 구역에서 내가 제일 예뻐란 마음으로 멋있게 주말을 보내시면 됩니다.”


“저”


“뭐가 또 저야. 누구?”


유나가 쭈뼛거리며 손을 들었다.


“저는 내일도 엘리베이터에 타나요?”


“응?”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과장이 다시 물었다.


“아니, 저는 웨딩홀 아르바이트인 줄 알고 왔는데...”


다시 킥킥대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질문을 잘 못 한 건가? 뭐야? 기분 나쁘게


“신입은 무조건 엘리베이터부터입니다. 엘리베이터 업무도 웨딩홀 일이에요. 방긋방긋 환한 미소로 웨딩홀에 오시는 분들을 무조건 행복하게 만드셔야 합니다. 그럼 이만.”


뭐가 제대로 된 설명도 없고 방긋방긋은 무슨. 에이 때려치워?


하는데 과장 옆에 딱 서 있던 기다란 얼굴도 몸도 다리도 기다란 남자가 봉투를 하나씩 나눠줬다.


뭐야? 바로 주는 거야?

설마 하며 얼마나 줄지 벌써부터 떨려오는 기대감에 심장이 퐁퐁 뛰었다.

내가 오늘 일 한 시간이 8시간. 한 오만 원?

설마 그렇게나 많이?

밥도 주는데?

하며 받아든 하얀 봉투.


유나의 손끝이 달달 떨렸다.

태어나 처음으로 벌어보는 돈.

엄마 내복이라도 사줘야 하나?


“헉 10만 원?”


너무 놀라 속의 말이 밖으로 툭 하고 나와 버렸다.

무슨 알바가 일당 10만 원이야?

그것도 방긋방긋 웃기만 하면 되는데


“많아요? 내가 많이 준다고 했잖아”


하는 과장의 목소리가 나긋나긋 천사같이 들렸다.


“지금 건 초봉. 그 말은 늘 수 있다는 말이죠?”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진심에서 나오는 우렁찬 대답을 했다.


탈의실로 향하는 걸음이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이건 뭐, 주말은 토, 일 한 달에 네 번만 해도 80만 원. 대박!


“알바 처음이니?”


반말? 휙 하고 사나운 눈으로 돌아보는 유나의 눈에 가느다란 눈 웃음의 눈꽃이 들어왔다.


“너? 너 언제부터 여기 있었던 거야?”


“나? 대학 졸업하고 바로 일 시작했으니까 5개월? 됐나?”


“너도 상희 언니가 소개한 거야?”


“상희 언니 그만뒀다더니 너 대신 보냈구나. 나야 이사장님 소개지.”


“야, 무슨 대학 이사장이 알바 소개를 하냐?”


“그러게. 어디 드라마나 꽂아주시지. 몰라. 오디션 열심히 보고 있으니까 뭐든 되겠지.”


눈꽃도 참. 생긴 거랑 다르게 안 풀리는 인생이구나. 내 앞날이 깜깜인데 뭔 남 걱정까지.


“넌 그럼 지금까지 놀고 있었던 거야? 너네 부모님 괜찮으셔?”


꼴갑지 않게 남의 부모님 걱정까지. 하여튼 인성은 변하지 않는 법이다.


“안 괜찮으시니까 내가 여기 와 있지. 나야 그렇다 치고 넌 그 얼굴로 오디션 아무 데도 안된 거야?”


눈꽃의 얼굴이 붉어졌다.

눈에는 눈물방울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았다.


“거기 둘!”


과장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뒤꼭지를 찔렀다. 뭐야 내가 지금 눈꽃 울린 꼴이 된 거야? 아, 억울해.


“둘이 친한가 봐?”


“네? 아 저 대학 동창”


“잘 됐네. 그럼 이제 둘이 한 팀으로 하자.”


“네?”


이건 뭐. 돈이고 뭐고 나 일 그만둬야 하나?


--------------


“엄마!”


당당한 내 목소리. 돈이란 게 이렇게 좋은 거구나.


“왜?”


영문을 모르는 엄마는 평소처럼 날카로운 울림으로 대꾸했다.


“여기!”


아까웠지만 당당한 일상을 위해서 유나는 10만원 전부를 내놨다. 내일이면 또 생길테니 괜찮아. 토닥토닥 맘을 달래면서


“뭐야?”


봉투를 받아든 엄마의 손끝에 떨림이 보였다. 이런 기분이구나! 저기에 동그라미 하나 더 붙이면 엄마 쓰러지는 거 아냐?


“알바 뛰었어?”


살짝 누그러진 목소리는 돈의 힘이다.


“응, 잠깐.”


“그 시간에 취업 공부를 하던지. 공무원 공부를 하던지 미래를 위해 써야지. 지금 이거 몇 푼 벌자고 시간을 낭비한 거야?

너는 애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거니? 미래를 생각해야지. 미래를”


실수다.

엄마가 원한 건 지금 돈 한 푼이 아니라 꾸준한 월급이었다.


아까운 10만 원.

밴드 붙인 뒤꿈치가 따끔거렸다.


“어디 가?”


“돈 받았으니 고기 사야지.”


엄마도 속으로는 좋으면서 유나가 실없이 웃었다.


“헤헤, 난 소고기”


“돼지고기”


엄마의 싸늘한 대답과 함께 현관문이 탁! 하고 닫혔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돈이 좋긴 좋다.

돈세는 엄마.jpg


"어휴"


유나의 입에서 절로 한숨이 나왔다. 생글생글 웃는 눈꽃의 옆에서 일할 맛이 날 리 없었다.


“넌 왜 엘리베이터냐? 들어온 지도 꽤 됐는데.”


눈꽃의 눈빛에 찌릿하고 뭔가 들어왔나 나간 것 같았다.


“싸웠거든. 뭐 말하자면 강등된 거지.”


그럼 그렇지.


“가지가지 한다.”


“뭐?”


눈꽃의 날카로운 목소리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소리가 겹쳤다.

집에서 가장 깨끗하고 좋은 옷을 입은 듯 잔뜩 꾸민 사람들이 밀려 들어왔다.

오늘따라 하객이 많은 것 같았다.


“안녕하십니까? 몇 층으로 가시죠?”


좁은 엘리베이터에 손님까지 타니 숨을 쉬기 힘들었다. 이건 뭐 말이 '엘리베이터 걸'이지 손님들에게 밀려 뒤에 딱 붙어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말이 안 되는 거였다.

두 명의 엘리베이터 걸이라니 항의할 수 있는 급도 안되고...

역시 쉽게 버는 돈은 없다.

어떻게 어떻게 점심시간까지 온 듯해서 유나가 선수쳤다.


“나 먼저 밥 먹고 올게.”


“지랄. 내가 선배야.”


“헐”


놀란 유나를 굳이 밀치며 눈꽃이 먼저 나갔다.

남의 이목을 제일 중요시하는 눈꽃의 입에서 저런 험한 말이 나오다니 쟤도 쉽지 않은 삶을 살았구나 싶었다.


한쪽으로 밀려난 조끼를 탈탈 털어 바로 한 후 유나가 자세를 바로 했다.


“돈도 좋지만 난 쟤랑은 같이 일 못하겠는데...”


속으로 말하려던 게 밖으로 또 나왔다.

요즘 왜이렇게 조절이 안되는지 다 스트레스 때문이다.


-----------------------


간신히 참았다.

뷔페에 있으면 뭐 하나. 제대로 먹지를 못하는데...

오늘따라 대게라니. 그나저나 여기는 얼마짜리 웨딩홀이야?

지난번에 봤던 장면이 떠올라 호기심에 식이 진행되는 웨딩홀로 슬쩍 눈길을 주었다.


“오늘은 여기 층에 예식이 없나?”


식당이 있는 2층 구석에는 작은 웨딩홀이 있었다.

별빛처럼 반짝이는 빛이 보였다가 사라져 이벤트 홀인가 생각했었는데, 급 궁금증이 발동한 유나는 자연스레 그쪽으로 발걸음이 옮겨갔다.


다닥다닥 구두 굽소리가 크게 들렸다.

인기척이 없는 어두운 구석에 다시 빛이 깜빡였다.

다닥다닥 구두굽소리는 유나의 심장을 방망이질하며 마치 잘못된 곳으로 들어온 듯 두려움이 들었다.


화려한 금박문양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밀어도 열리지 않을 듯 무거워 보였다.


유나의 손이 기다리지 않고 그대로 문을 밀어 보았다.

공포영화에 나오는 수도원의 거대한 문을 미는 듯 무겁고 둔탁한 소리가 났다.

영화 속에서 이런 상황이면 하늘에서 목을 맨 시체가 툭 하고 떨어진다든지 눈알이 없는 형체가 앞에서 튀어나오는데...

쓸데없는 상상을 하며 유나가 안으로 들어갔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의자에 앉은 사람들의 형체가 보이자 순간 비명이 나올 뻔했다. 마치 수면제라도 아니 수면 가스라도 마신 듯 하나같이 의자에 편안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늘을 보자 역시나 신랑 신부는 하늘에 동동 떠서 눈을 감고 있었다.

주변에 반딧불이 춤을 추며 반짝이는 불빛을 뿜어댔다.

춤추는 반딧불의 리듬에 맞춘 듯 신랑 신부의 몸이 흔들리는 게 살아있는 것 같이 보이지 않았다.


뒷걸음치며 문을 밀고 밖으로 나오자 그제야 멈췄던 숨을 크게 쉴 수 있었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쓰러질 것 같은 현기증이 밀려와 벽에 몸을 기댔다.


“내가 뭘 본거지?”


“뭘 봤길래.”


팔짱 낀 똑 단발의 남자가 생긴 것과 다르게 묵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신랑신부.jpg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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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14 쿨샥
    작성일
    24.05.27 16:10
    No. 1

    잘 보고 갑니다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에리카짱
    작성일
    24.05.27 22:18
    No. 2

    감사합니다. 여기는 상상의 세계가 이뤄지는 정말 멋진 공간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이시언
    작성일
    24.05.27 18:44
    No. 3

    감성이 풍부한 글 이어서 좋습니다. 일률적인 유행 쪽으로 기울어진 작품이 아니어서 더 마음에 듭니다. 게다가 그림 까지 덧붙여 지니 금상첨화고요. 저도 그림 잘 그렸으면 좋겠습니다. 매번 부럽기만 합니다. 파이팅~!!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에리카짱
    작성일
    24.05.27 22:17
    No. 4

    유행을 잘 몰라서 에리카 세상에 살고 있어요^^ 에리카 월드에 초대합니다 ㅎㅎ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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