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문지기순덕님의 서재입니다.

마법 웨딩홀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중·단편

공모전참가작

에리카짱
그림/삽화
에리카
작품등록일 :
2024.05.22 16:44
최근연재일 :
2024.06.20 14:3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204
추천수 :
18
글자수 :
76,439

작성
24.05.29 15:00
조회
9
추천
1
글자
9쪽

행복한 부부

DUMMY

“뭘 봤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보면 안 되는 것을 본 건가?

단발머리 남자의 눈빛이 사나워 보여 더 두려웠다.

순전히 지금 유나가 본 관점에서지만.


천천히 다가오는 남자의 어깨가 유난히 우람하고 팔뚝이 엄청 굵어 보이는 게 어디로 끌려갈 것만 같은 불안함이 밀려왔다.


본능적으로 비굴한 목소리를 내며 유나가 말했다.


“아니요. 아무것도 못 봤어요.”


눈을 마주치면 안 될 것 같아 고개를 숙여 옆을 지나가려다가 막혔다.

유나의 앞을 막아서 똑단발의 남자는 고개를 아래로 숙여 유나와 눈 높이를 맞췄다.


“잘못했습니다.”


이건 뭐 생존 본능이다.


“아무것도 못 봤어요.”


처절하다.


“뭘 봤냐고?”


무서운 목소리.

이게 유나 인생의 마지막인가 싶었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는


“못 봤다니까요.”


남자를 밀치며 앞으로 나가려는데 남자가 유나의 손목을 잡았다.

너무 세게 잡아 유나는 그만 남자와 얼굴을 마주하며 앞으로 당겨졌다.

훅하고 나는 남자의 입 냄새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가까이에서 보니 속눈썹도 길고 너무 짙다 싶었던 눈썹도 남자다워 보였다.


눈을 깜빡이며 남자의 얼굴을 빤히 보자 남자가 부끄러워졌는지 슬며시 유나의 손을 놓았다.


“너 거울 봐야겠다.”


빨개진 얼굴로 부끄러운 듯 작게 말하는 남자는 낮게 한마디 덧붙였다.


"이에 뭐가 끼었어."


“아? 아...”


이건 뭐............... 이 사이로 혀를 밀어 넣어 급하게 빼내며 유나가 고개를 돌렸다.


‘창피해.’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 아무것도 모르고 온 거야?”


어떻게든 입속에서 낀 것을 빼내려 애쓰며 유나가 고개를 저었다.


“너무한데.”


“뭐가?”


순간 말이 튀어나왔다가 아차 싶어서 손으로 입을 가렸다.


“요?”


“아무것도 모르고 여기에 오면 당연히 놀라지. 과장이 무슨 생각인지. 통 알 수가 없다니까.”


“뭐가? 요?”


“따라와!”


손가락으로 까딱하며 부르는 남자의 손짓에 강아지처럼 총총대며 따라갔다.

또각또각 복도를 울리는 구두 소리가 동굴 속에라도 들어가는 듯이 점점 메아리가 되어 여기저기에서 들렸다.


이거 가도 되는 거야? 내 발로 이상한데 가는 것 아냐? 의심하면서도 이끌리듯 남자 뒤를 따랐다.


안쪽의 작은 홀 밖으로 나이 든 부부의 웨딩 사진이 크게 걸려 있었다.


“재혼도 하나 봐요.”


“결혼식에 초혼, 재혼, 삼혼이 따로 있나? 여기는 살다가 하기도 하고 그렇더라고.”


“난 결혼식이 그다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 사실 잘 이해가 안 가요.”


“그냥 편하게 반말로 해.”


의외로 쿨하게 말하는 똑단발은 말투도 남자다웠다.

사람은 정말 알고 보면 나쁜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아니다! 눈꽃은 알면 알수록 나쁘지만 그건 뭐, 극 소수.


“저분들은 평생 혼자 지내다가 다시 만난, 첫사랑.”


“어떻게 다 알아요?”


“사진을 찍으면 보이거든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우와! 멋있다.”


“멋있어?”


우쭐대며 말하는 똑단발은 귀엽기까지 했다.

역시 남자는 자고로 우쭈쭈 해줘야 한다니깐.

사실 유나는 '모태솔로'

뭐, 솔로이지만 스스로 연애에 있어서 고수라 생각한다.

이론적으로는...


“따라와봐”


5-1.jpg


그냥 말만 해도 될 텐데 똑단발은 굳이 유나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아이 참.”


못 이기는 척 똑단발 손에 잡혀 웨딩홀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열리자 넓은 초원이 펼쳐졌다.

파란 물빛 하늘로 태양이 밝게 비춰 눈부셨다. 살며시 감았다가 뜬 눈앞에 넓은 초원을 걸었다.


야외로 통하는 건가? 이렇게 넓은 공간이 안에 있다니. 신기함을 넘어 이상했다.


와글와글 시끄러운 소란이 가까워지며 초원 한가운데 그림처럼 아름다운 야외 결혼식이 열리고 있었다.

밝고 싱그러운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맑은 피아노 소리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결혼식이었다.

녹색의 푸르름과 붉은빛 장미가 어우러져 화려했다.


하얀색 테이블 보가 바람에 날리는 사이로 아름다운 신랑 신부의 모습이 살며시 보였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하얀색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날씬한 팔이 단단한 신랑의 팔을 감싸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아름다운 신랑 신부의 눈이 서로를 마주하며 끊이지 않는 웃음을 쏟아냈다.


오늘만큼은 마음껏 행복을 뽐내도 되는 모두의 축복을 받는 그런 날이다.

젊고 행복하고 밝은 그들의 미래가 보이는 듯했다.


유나는 전염된 듯 행복한 웃음을 짓다가 똑단발을 보고 물었다.


“아까 본 그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똑단발은 말없이 젊은 부부를 가리켰다.


“꿈의 결혼식”


유나의 눈이 다시 젊은 신랑 신부에게 향했다.

그들을 축복하는 하객들의 모습도 하나같이 젊고 싱싱한 사람들뿐이었다.


“상상의 결혼식?”


“아니.”


“마법 결혼식”


“그게 가능해?”


“가능해. 오직 여기에서만.”


“어떻게?”


“마법”


“뭐?”


보고 있지만 현실이 아닌 여기는 어디일까?


다시 똑단발이 유나의 손을 잡아끌었다.


“어디 가?”


“일하러 왔으면 일해야지 언제까지 놀 거야?”


“아!”


눈꽃의 차가운 눈이 벌써부터 옆에 선 듯했다.


“여기는 어디야?”


“마법 웨딩홀”


뛰듯이 빠른 걸음으로 나가는 똑단발에게 팔목이 잡혀 밖으로 나온 유나는 굳게 닫힌 홀의 문을 다시 바라봤다.

열고 싶은 충동이 간절하게 일었지만 똑단발이 다시 무서운 얼굴이 되어 유나에게 눈짓으로 가라고 말했다.


“알았어. 간다고 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20대가 되어 결혼할 수 있다.

이거 완전 대박 아냐?

상품성이 꽤 괜찮은데. 여기가 잘 되는 이유가 있었네.

그런데 어떻게 한 거지?

마법?


생각하다 다시 머리를 흔들었다.

마법 같은 소리 한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마법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소리는 정말 아닌 것 같았다.


“야!”


씩씩대는 눈꽃이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밖에서 들렸다.


“너 진짜 이따위로 일할래? 내가 지금 얼마나 힘들었는데...”


하며 울먹이는 눈꽃에게서 조그맣게 뽕 하는 소리가 들렸다. 벌떡 고개를 든 눈꽃이 뛰다시피 화장실로 향하며 소리 질렀다.


“너 진짜 이따 봐!”


“작작 좀 먹지. 신입도 아니면서”


쯧쯧 유나는 그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더 미안했다.


“안녕하십니까. 몇 층으로 가시죠?”


이제는 자연스럽게 나오는 멘트가 프로페셔널하게 느껴졌다.

이틀 일했는데 이렇게 익숙하다니...

스스로 대견해하며 유나는 자꾸만 떠오르는 잠이 든 하객들의 모습을 지우려고 했다.


“야! 너!”


어느새 곁으로 온 눈꽃의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근데, 너 누구랑 싸운 거야?”


“갑자기 왜?”


“그냥 궁금해서”


“있어. 궁금해하지 마. 그나저나 너 어디 갔다 온 거야?”


“혹시 너 여기 결혼식 본 적 있어?”


“있지.”


“이상하지 않아?”


“뭐가?”


“마법”


“별 거지 같은 소리 다 들어보겠다. 넌 그걸 변명이라고 하는 거야? 과장한테 다 일러버릴 거야.”


“진짜 너 본 적 없어? 잠들어 있는 하객.”


“그거야 당연하지. 너 결혼식이 얼마나 졸린 줄 알아? 주례사도 어쩜 그리 똑같은지.”


“말을 말자.”


“뭐야? 지금 나 무시하는 거야?”

5-3.jpg


“진짜라니까. 할아버지 할머니가 20대가 되어 있었다니까.”


“그래. 그래. 진짜 멋있는 웨딩홀이다. 짱인데?”


영식이 머리를 털자 땀이 바닥에 후드득 떨어졌다. 땀에 젖은 검은 후드의 겨드랑이가 더욱 검게 젖어 있었다.


“듣고 말하는 거야?”


“어, 들었어.”


“너 오늘도 '딥하우스' 갔다 온 거야? 죽돌이!”


“누가 죽돌이야? 오늘 딱 하루 다녀왔는데. 메뚜기 뛸래?”


“야! 우리 나이면 미래를 생각해야지. 취업 준비를 한다든지. 편입을 준비해야지. 너는 아직 애가 어려서 언제 클래?”


“우리 아빠 재혼한다는데 거기 웨딩홀에서 할까? 20대로 만들어 준다며. 완전 좋은데."


“넌 아빠 재혼하는데 괜찮아?”


“야! 내가 독립한 지가 언젠데. 아빠도 안 외롭고 좋지 뭐.”


“너 좀 컸다.”


“난 처음부터 반대한 적 없어.”


“그나저나 넌 뭐 먹고 살 거야? 가수는 싫다며.”


“내가 생각해 봤는데, 연기도 힘들잖아. 나 추위 엄청 타는 거 알지. 사극하면 아휴, 생각만 해도 달달 떨면서 하루 종일. 한겨울에 물에도 들어가야 된다더라. 안 맞아. 나랑.”


“나보다 더 답이 없다.”


“카페나 하게. 유학 갈까 하다가 뭐, 배우는 거는 더 싫고. 아빠가 강남역에 하나 차려준다니까.”


“이기적인 새끼. 나 간다!”


유나가 벌떡 일어났다.


“왜 갑자기?”


“너랑 나랑 다른 세상을 사는 것 같아서 짜증 나.”


“뭐가. 네가 원한다면 ”


“원한다면 뭐?”


썸도 좀 있었고, 강남역에서 카페 하는 부부도 뭐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유나 머릿속에 몽글몽글 로또 같은 희망의 연기가 피어올랐다.


“와서 아르바이트해도 돼. 시급은 제대로 줄게.”


“아이씨, 짜증 나! 가서 춤이나 춰.”

5화.jpg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 이시언
    작성일
    24.05.29 16:49
    No. 1

    저~ 할아버지만 너무 주름이 많아요 ㅜㅠ 진짜 판타지 올려줘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에리카짱
    작성일
    24.05.29 18:41
    No. 2

    ㅎㅎㅎ 할머니는 화장을 하셔서^^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법 웨딩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 신이 된 여자 +1 24.06.20 4 1 9쪽
17 믿음과 배신 +1 24.06.20 6 1 9쪽
16 혼례식 +2 24.06.18 8 1 9쪽
15 미안함 / 못다한 결혼식 –기억할 수 있을 때 +2 24.06.17 10 1 9쪽
14 땡땡이!! +2 24.06.14 10 1 10쪽
13 저승사자 맞네! +2 24.06.12 10 1 10쪽
12 능력자 +10 24.06.10 17 1 9쪽
11 와이파이 존 +2 24.06.06 10 1 10쪽
10 잃어버린 시간 +2 24.06.05 10 1 10쪽
9 옆집 오빠 +2 24.06.04 10 1 10쪽
8 소원을 이뤄드립니다. +6 24.06.03 8 1 10쪽
7 행복한 야구선수 +4 24.05.31 14 1 9쪽
6 에리다누스 +2 24.05.30 9 1 9쪽
» 행복한 부부 +2 24.05.29 10 1 9쪽
4 이래서 돈을 버는 구나~ 알아버린 돈의 맛 +4 24.05.27 14 1 9쪽
3 아르바이트 24.05.24 11 1 10쪽
2 마법 웨딩홀 24.05.23 16 1 9쪽
1 마법 웨딩홀을 소개합니다. +2 24.05.22 28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