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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순덕님의 서재입니다.

마법 웨딩홀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중·단편

공모전참가작

에리카짱
그림/삽화
에리카
작품등록일 :
2024.05.22 16:44
최근연재일 :
2024.06.29 00:26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278
추천수 :
20
글자수 :
97,170

작성
24.06.18 17:23
조회
10
추천
1
글자
9쪽

혼례식

DUMMY

“중효야!”


낯설지 않지만 너무 오랜만이라 잠깐 생각해야 떠오르는 목소리였다.


“중효야!”


지금의 자신보다 한참 어린 어머니가 방문을 열고 아들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어머니?”


“애가 웬일이야? 한 번에 벌떡 일어나고? 어제까지 싫다더니 장가간다니까 또 좋은가 보네.”


버선발로 방안에 쑥 들어온 어머니는 중효 옆에서 이불을 탈탈 털어 접었다.


“어머니!”


낯익은 등 뒤로 간 중효가 어머니의 등을 끌어안았다.

포근한 느낌과 함께 어머니에게서 나는 따뜻한 향기에 코를 묻었다.

그리운 사람을 다시 만났을 때 이렇게 따뜻한 체온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어머니”


“아니 얘가 오늘따라 왜 이럴까?”


끌어안고 있는 중효의 손목을 탁 치며 싫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웠습니다.”


중효의 이마에 손을 올린 어머니는 자신의 이마와 번갈아 대며


“열은 안 나는데”


얼굴이 발그레하거나 몸이 좋지 않을 때마다 어머니가 늘 하시던 모습이다.

눈물이 톡 하고 떨어졌다.


“얘가 정말 어디 아픈가?”


중효의 얼굴을 만지작거리던 어머니가 나와서 따뜻한 물이라도 한 그릇 마시라며 나가셨다.


“어.... 어머니.”


어머니의 뒷모습이 마지막인 것만 같아 손을 내밀었다.

그리운 부모님과 집에서 지내던 그때 그대로 와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살짝 열린 방문 틈으로 붉어진 볼과 입술에 빨간 연지를 바르고, 이마에 곤지까지 바른 신부의 부끄러운 모습이 살짝 보였다.

긴장한 중효의 입술이 바짝 말라 왔다.

다시 한번 기회가 온 거다.

방문으로 고개를 돌린 중효의 등이 쭈뼛 섰다.

눈이 마주친 아내가 웃고 있었다.

행복한 얼굴의 아내의 눈망울이 너무 초롱초롱해서 울컥하고 눈물이 솟구쳤다.

고개를 살랑살랑 흔드는 아내는 중효를 낯설어하지 않고 이미 알고 있는 기억을 잃기 전의 아내 모습 그대로 따뜻한 웃음을 보내고 있었다.


“당신 기억하고 있는 거야?”


원삼을 입은 신부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수모들의 부축을 받고 비단 계단을 밟고 나오면서 기우뚱거렸다.

이제 스물이 갓 된 아내를 보고 있으니 예쁘기만 한데 왜 그랬을까 싶었다.


맑은 물에 손을 씻고 교배례를 하는 아내가 고개를 숙이면서 찡긋 윙크를 해 보였다.

‘아는 건가?’

주효의 심장이 벌떡였다.


족두리 아래로 고개를 숙인 아내와 마주 앉은 중효가 한 뼘 더 다가 앉았다.

오래 서 있었는데도 허리와 무릎이 아프지 않아 신기하기만 한데 아내의 맑은 눈망울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당신”


“네”


“다 알고 있는 거요?”


“글쎄요......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당신은 알고 있어요. 내 남편”


“여보.....”


울음에 목이 메어서 제대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미안했어.”


“전 고마웠어요. 같이 살아줘서.”


“미안하고.... 사랑해요”


처음으로 아내에게 전한 말이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전할 수 없는 말이라 나오는 내내 목이 따끔거렸다.


돌아보면 후회하는 게 인생이라지만 되돌아갈 수 없어 늘 아쉬운 게 인생이라지만 이렇게 중효에게는 무슨 복인지 기회가 왔다.


“여보!”


---------------------------------------------


“자! 시간 됐습니다. 일어나세요.”


아내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던 중효는 깨어나기를 거부했지만 과장이 강하게 등을 두드리며 강제로 눈을 뜨게 했다.


“조금만 더”


“저희도 업무 중이라서요. 어떻게 오늘 결혼식 괜찮으셨어요?”


“정말 꿈이 아니었던 건가요?”


몽롱하게 말하는 중효는 슬며시 팔을 잡는 아내의 체온을 느꼈다.

다정하게 쳐다본 아내의 눈망울에는 흐린 먹구름이 끼어있었다.

다시 목 안이 뜨거워졌다.


“여기 또 오면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나요?”


“죄송합니다. 손님. 여기는 한 번밖에 이용이 안되세요.”


과장은 예의 바르지만 단호하게 끊었다.


“그럼 돈, 돈을 지불하면요?”


“저희는 더 받을 게 없어요. 행복한 결혼식으로 늘 고객님들께 최선을 다하는 마법 웨딩홀입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깍듯하게 90도로 인사한 과장은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팔을 잡은 아내가 손을 흔들며 나가자고 했다.

가만히 일어난 중효가 아내의 눈을 보고 물었다.


“결혼식은 괜찮았어?”


“네, 저는 좋았어요.”


“당신, 기억해?”


“배고파. 밥 먹자”


아내는 중효를 잡아 밖으로 끌었다.

어깨가 아래로 내려간 중효가 다시 힘을 내어 아내에게 말했다.


“뭐 먹고 싶어?”


“짜장면”


“그래요. 짜장면 먹으러 가요.”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명부에게 중효도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했다.


DALL·E 2024-06-18 17.09.00 - An animation-style scene set in a 1920s Korean household. A mother in her 30s is placing her hand on her teenage son's forehead, looking worried. The .jpg


“과장님하고 옆에 계신 분은 어떤 사이셔?”


송편을 집어 입에 쏙 하고 넣으며 유나가 서리에게 물었다.


“아, 명부 삼촌?”


“삼촌이셔?”


“우리 삼촌은 아니고, 그냥 그렇게 부르는데 직급은 대리? 뭐 그렇게 부른 적이 없어서.”


“그럼 삼촌. 그래?”


“부를 일이 잘 없어. 주로 과장님이 부르시지.”


“뭐, 비서 같은 건가?”


이번에는 롤케이크를 입에 넣으며 유나가 말하자 포크를 내린 서리가 가만히 쳐다봤다.


“넌 참 행복하겠다.”


“뭐가?”


이번에는 홍어 무침을 푹 찍어 입에 넣었다.


“가지가지 먹어서.”


“아니 먹는 거 갖고 그래? 넌 앞에 두고도 뭘 먹질 않아?”


“흥미 없어.”


“먹는 게?”


“응”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아니 인생을 살면서 가장 큰 행복인 먹는 것에 흥미가 없다니 어디 몸이 아픈 거 아냐?


“어디 아파?”


“안 아파.”


“입맛이 없어?”


다시 서리의 날 선 눈빛이 유나를 향했다.


“너는 네가 좀 과하게 먹는다는 생각 안 하니?”


“전혀”


서리가 더 이상 대화가 통하지 않음을 알고 머리를 흔들었다.


유나의 포크에 잡채가 한 움큼 걸려 입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자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일어났다.


“왜?”


“보기만 해도 체할 것 같아. 좀 작작 먹어.”


“치사하게 먹는 것 갖고 그러냐?”


서리가 일어난 뒤에도 유나의 포크질은 계속되었다.


“잘 먹으면 좋지.”


낯익은 목소리. 역시 똑단발이었다.

이 오빠 나 좋아하나?

툭하면 나타난다.

그렇다면 매력 발산을 해줘야지.

유나가 어디서 본 것은 있어서 살짝 내려뜬 눈의 속눈썹을 바들바들 떨며 은근히 올려다봤다.


“나 좋아하지 마라.”


똑단발이 선수쳤다.


“뭐?”


“네가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우린 ‘종족 보존’, ‘끼리끼리’ 이런 말이 철칙이라.”


“뭐야. 그럼 내가 종족이 다르다는 거야? 넌 무슨 단발 종족이야?”


“너 지금 내 헤어스타일 가지고 놀리는 거야?”


“아니...”


할 말이 없다.

사실이니.


“그리고, 너 기찬이한테는 높임말 하면서 나한테는 왜 반말인데?”


“나?”


어느새 잘생기고 싸가지없는 기찬도 옆에 섰다.

머리가 반쯤 벗겨진 카메라 아저씨까지.


“그래 너. 얘는 기찬 오빠고. 나는 왜 똑 단발이야?”


“뭐, 제가 딱히 말씀드리기에 너무 상처를 드릴 것 같고.”


에라 모르겠다. 유나도 이렇게 된 이상 솔직해지기로 했다.


“외모 지상주의인 저의 개취 정도라고 해두죠.”


“개취? 개취가 뭐야?”


“개인적 취향?”


“뭐?”


“제가 좀 기분 나쁠 거라고 미리 말씀드렸잖아요. ”


“말투부터 왜 이리 기분 나빠?”


“기분 나쁘라고 그러는 게 아니라 하도 높임말 높임말 하시기에. 그럼 저는 이만 일을 해야 해서...”


내빼듯이 유나가 일어났다.


-----------------------------


“왜 이렇게 늦었어?”


“쏘리쏘리”


유나가 슬슬 기듯이 들어와 의자를 밀고 있는 서리를 도왔다.


“식 있다며.”


“지금 예식 준비하잖아.”


“아니, 예식 준비를 하는데 의자를 왜 옆으로 밀어?”


“오늘은 좀 그런 식이라 사람들 안 다치게 옆으로 빼야 돼.”


“왜? 왜?”


“잔말 말고 일이나 먼저 해.”


“진짜 좀 알려주면 어디 덧나나? 치사하게 맨날 나보고....”


“정신 사나워. 그런 건 속으로 생각해.”


“쏘리”


머쓱해진 유나가 의자를 힘겹게 미는데 하객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돈 받는 사람 없어?”


“올 거야. 남 걱정하지 말고 네 걱정 먼저 해.”


“갑자기 내 걱정까지?”


서리의 얼굴에 살벌한 웃음이 감돌았다.

찜찜한 기분 무언가 나쁜 일이 생길 것 같은 무서운 예감이 들었다.


오후 1시 30분. 예식 시간이 다가오자 하객들이 갑자기 밀려들었다.

구석으로 몰아둔 의자 때문에 신랑 신부 입장을 하는 가운데에서 댄스 타임이라도 있을 것처럼 공간이 넓었다.


“곧 식이 시작될 예정이니 하객분들께서는 자리에 착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DALL·E 2024-06-18 17.15.26 - An anime-style scene set in a buffet restaurant featuring two young women in their 20s sitting at a table facing each other. Both are wearing identica.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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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믿음과 배신 +2 24.06.20 12 1 9쪽
» 혼례식 +2 24.06.18 11 1 9쪽
15 미안함 / 못다한 결혼식 –기억할 수 있을 때 +2 24.06.17 11 1 9쪽
14 땡땡이!! +2 24.06.14 11 1 10쪽
13 저승사자 맞네! +2 24.06.12 11 1 10쪽
12 능력자 +10 24.06.10 22 1 9쪽
11 와이파이 존 +2 24.06.06 11 1 10쪽
10 잃어버린 시간 +2 24.06.05 13 1 10쪽
9 옆집 오빠 +2 24.06.04 11 1 10쪽
8 소원을 이뤄드립니다. +6 24.06.03 8 1 10쪽
7 행복한 야구선수 +4 24.05.31 15 1 9쪽
6 에리다누스 +2 24.05.30 12 1 9쪽
5 행복한 부부 +2 24.05.29 11 1 9쪽
4 이래서 돈을 버는 구나~ 알아버린 돈의 맛 +4 24.05.27 15 1 9쪽
3 아르바이트 24.05.24 12 1 10쪽
2 마법 웨딩홀 24.05.23 18 1 9쪽
1 마법 웨딩홀을 소개합니다. +2 24.05.22 3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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