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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순덕님의 서재입니다.

마법 웨딩홀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중·단편

공모전참가작

에리카짱
그림/삽화
에리카
작품등록일 :
2024.05.22 16:44
최근연재일 :
2024.06.29 00:26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280
추천수 :
20
글자수 :
97,170

작성
24.06.14 23:37
조회
11
추천
1
글자
10쪽

땡땡이!!

DUMMY

“피곤하다.”


밖으로 나온 유나가 기지개를 켰다.


“우리 다시 웨딩홀로 가야 하지?”


“가야지.”


피곤한 기색이 일도 없는 기찬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종족이 다르다더니 얘네들은 지치질 않네.


“우리 그냥 늦게 끝났다고 하고 집에 바로 가면 안 될까요?”


유나의 애교 섞인 목소리에 기민이 화를 냈다.


“얼른 가자! 일하러!”


“야!”


“그럼 커피숍이라도 가자. 위에 휘핑크림 막 올라간 달콤한 거 먹고 싶다.”


기찬이 돌아봤다.


“달콤한 거?”


“이대 앞에 이번에 생긴 스타벅스 카라멜마키아토가 그렇게 맛있다던데”


“그거 얼만데?”


기미도 싫지 않은 반응을 보이자 이때다 하고 말했다.

마법도 부리는데 까짓 4천 원이 없을까?


“4천 원”


“나 오천 원 있는데 그럼 나만 먹을까?”


“뭐? 의리 없이”


유나가 버럭 했다.


“아니 너는 마법도 부리는데 까짓 커피 한 잔 못 사주냐?”


삥 뜯는 이 당당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럴 때 보면 유나에게 일진의 피가 흐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커피는 가져다줄 수 있지만 그거 도둑 아냐?”


“왜?”


“우리가 가져오면 그 장소에서 없어지는 거고, 우리가 돈을 내면 돈은 사라지니 절도고”


“아! 뭐가 그리 복잡해. 아무 짝에 쓸모없는 능력자들”


“가고 싶은 데는 어디든 데려다 줄 수 있어.”


“할 수 없지. ”


잠깐 고민하던 유나가 머릿속으로 강남역을 떠올렸다.


도로의 자동차 소리와 사람들의 소음이 들리더니 주변이 번화가로 바뀌어 있었다.


'뭐가 이리 자연스러워?'


위로 올려다보니 아직 뜨거운 태양 아래 타워레코드 간판이 흘러내릴 듯한 노란빛을 띠고 있었다.

주말 오후에 가뜩이나 복잡한 거리가 약속을 잡고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더운 날씨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좋네. 편하게 왔어. 그런데 여기가 아니거든.”


칭찬 받아서 만족하던 기찬이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강남역이라며”


“강남역은 지역이란다 아이야.”


“아이? 너 너무 말이 짧아진다.”


“한국말은 왜 그리 잘해?”


“그래서. 어디라고?”


“자 내 머릿속으로 들어와 봐”


유나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영식의 커피숍을 떠올리려 노력했다.


“어디냐고?”


“있어봐 봐. 내가 요즘 좀 기억력이.”


“그냥 웨딩홀로 일하러 가자!”


“싫어!”


기민의 말에 강하게 반발하며 유나가 쥐어짜듯 영식이 알려준 주소를 떠올렸다.


DALL·E 2024-06-14 23.17.02 - In front of a transparent glass record store, about 10 people are waiting for appointments. The crowd is dressed in semi-hip-hop style, looking trendy.jpg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저절로 눈이 떠지는 곳.


“왔다!”


“너 뭐냐?”


영식의 시크한 목소리가 유나를 깨웠다.


“나? 진유나”


“야, 씨. 장난해?”


“뭐가?”


영식의 앞치마 두른 모습을 흘낏 보며 유나는 구석진 자리로 가서 앉았다.

기찬과 기민은 아무 말 없이 유나를 따르고 그 뒤를 영식이 쫓았다.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거야?”


“몰라. 나도. 나 목마른데. 카라멜마키아토”


문이 열리고 손님이 들어오자 영식이 빠르게 뛰어가 카운터에 섰다.


“자식, 제법 사회인 같은데. 영식이 많이 컸다.”


영식이답게 시커멓게 꾸민 카페는 나름 모던한 매력이 있었다.

물론 유나라면 지나가다 들어올만한 곳은 아니었지만.


“애가 원래 칙칙해”


유나가 친구 영식을 소개하는 의미로 말했다.

뭐 딱히 다른 소개할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인테리어에 맞게 까만 앞치마를 두른 영식이 다가왔다.


“옆에 분들은?”


“응, 직장동료. 여기는 기찬, 여기는 기민 뭐, 징글징글한 관계랄까?”


“넌 애가 표현이 참.... 반갑습니다.”


영식이 제법 어른스럽게 기찬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름 잘생긴 놈을 견제하는 느낌이랄까?


'저 도전적인 눈빛 봐봐. 역시 쌍방이었어.'


유나는 혼자만의 썸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랬다.

짝사랑도 아니고 혼썸은 더 자존심이 상했다.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영식의 눈빛을 보면 분명히 쌍방이었다.


“쌍방이 뭐야?”


기찬이 눈치 없이 물었다.


“쌍방?”


맹한 영식의 반문에 유나가 얼른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다.


“아, 뭐 그런 게 있어. 쌍방 과실이랄까? 둘 다 잘못한 거지. 아 하하하 뭐, 그런, 뭐.”


“너도 참 복잡하다”


영식이 제일 먼저 정신을 차렸다.


“두 분은 뭐 드실 겁니까?”


“뭐, 같은 걸로.”


저 새끼 왜 반말이야? 하는 눈치였다.


사회생활 좀 했다고 영식이 욱하지 않고 잘 참아냈다.


"카라멜 마키아토?"


물론 영식이 답게 '이에는 이' 반말로 응대하긴 했지만


“너네 커피숍도 안 와봤냐?”


“응”


“대학생이라며.”


“신분 세탁이랄까?”


“대학교 구경도 못해봤지?”


“그게 뭐.”


“아니다. 아니, 너네는 뭐 하며 사는 거야?”


“일”


“그래.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에리 뭐, 암튼 그쪽 세계나 여기 세계나 먹고살아야지.”


영식이 주문을 받고 멀어져 가자 유나가 애달프게 말했다.


“우리 영식이 봐봐. 쟤도 먹고살려고 저리 열심인데.”


언제 배웠는지 빠른 손놀림으로 커피 제조까지 마친 영식이 다시 잔 세 개를 들고 왔다.


“야! 너 언제 그런 것까지 배웠냐?”


“커피숍 하는데 기본이지.”


역시 단순한 영식.


칭찬 한 마디에 바로 으쓱하고 어깨가 올라갔다.


“앉아.”


“장난하냐? 저기 빈 그릇들 안 보여?”


“넌 부자인 애가 직원 하나 없냐?”


영식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네가 사업을 알아? 인건비가 얼만데”


“그러니까. 나 쓰라니까. 평일에.”


“평일에 손님도 없는데 직원을 왜 써. 그것도 파는 것보다 먹는 속도가 빠른 너를”


“아니거든. 나 많이 안 먹거든.”


“네가 안 먹어. 야,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어디? 어디? 개가 어딨어? 야 너는 뻥이 그냥 일상생활이구나.”


“뻥? 뻥? 내가 사준 밥값이 얼만데?”


“얼만데? 얼만데?”


“계산해 봐? 너네 집 팔아도 모자랄걸.”


“이것 봐. 뻥 좀 그만 날려. 집값이 얼만데 밥값이랑 비교하냐?”


둘의 유치한 싸움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기찬과 기민은 해탈한 표정으로 앞에 놓은 캐러멜마키아토를 쪽 하고 빨았다.


순간 둘의 눈이 마주치고 신기한 것을 보는 것처럼 커피잔을 들고 바라보다가 쪽쪽쪽 열정적으로 빨아먹기 시작했다.


“뭐야? 너네 이걸 원샷 한 거야?”


놀란 유나가 둘의 빈 잔을 쳐다봤다.


“맛있어”


“진짜 처음 먹어봐?”


“그러게.”


“아니, 바깥 세상 구경은 안 해보신 거예요?”


“우리야 늘 일만 했지.”


“밤에는?”


“밤에는 회의하고.”


“어디서?”


“웨딩홀에서.”


“그럼 퇴근은?”


“우린 퇴근 없는데...”


“서리도?”


아니 서리랑 대학을 같이 나왔는데 이게 말이 돼?


“서리는 입장이 좀 다르지.”


“뭐가?”


유나가 빨대에 입을 갖다 대며 쪽하고 빨아넘기자 기찬의 꿀꺽 침 삼키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한 잔 더?”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영식의 오케이 사인이 건너에서 보였다.

매상 좀 올리겠다는 희망의 미소를 짓고 행복하게 카라멜마키아토를 만들고 있는 영식에게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는 돈이 없다는 것을 말하지 못했는데...


“일단 내가 아는 걸 먼저 말할게. 너네는 에리 뭐 하는 지하세계에서 왔다. 능력을 갖고 있지만 인간 세상에서 먹히지 않는다. 웨딩홀 안에서만 마법을 부릴 수 있는데, 이상하게 나 진유나 옆에서는 된다. 이거지?”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그럼 내가 너네보다 위네.”


“뭔 소리?”


“맞잖아. 내가 있어야. 너네가 마법을 부릴 수 있다. 내가 없으면 너네는 그냥 돈 없는 총각들.”


기분은 나빴지만 틀린 말은 아니니 반박할 수 없었다.


“여기 나왔습니다.”


싱글벙글 웃고 있는 영식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래도 일말의 양심, 미안한 마음은 있었다.


'영식아,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몇 배로 갚아줄게... '


미리 말할거 뭐 있나? 감정만 상하지.

유나 답게 심플하게 정리했다.


“우리가 웨딩홀만 해봤겠어?”


“뭐 해봤는데?"


"어린이집, 놀이동산, 예술 대학교 다 해봤지.”


“대학교?”


“거긴 좀 우리 쪽하고 결이 좀 다르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안 맞아서 찢어진 케이스.”


“이사장님도 에리 뭐야?"


유나는 이상한 상황을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그렇긴 한데. 그 새낀 좀 그래.”


“뭐가?”


“우리랑은 달라. 양심도 없고.”


“범죄자 같은?”


다가오던 영식이 움찔했다.


“자! 어떻게 제 커피는 마음에 드셨습니까?”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보였지만 아무도 영식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왜 웨딩홀만 해?”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


“뭐가 제일 힘들었어? 궁금하다.”


“어린이집”


“푸하하하 어떻게 어린이집을 할 생각을 해?”


“에리다누스에는 아이가 없거든. 아이와 함께할 때 제일 행복해 보여서 했는데, 그때가 가장 힘들었지.”


“왜? 왜?”


웃음이 나 죽겠다는 표정으로 유나가 계속 물었다.


“울어. 아침에 들어오면서부터 울고, 밥 맛없다고 울고. 간식 더 달고 울고, 잘 놀다가 갑자기 싸우고. 도대체 왜 아이들이 행복하다는지.”


“과장님이 어린이집 원장님이셨어?”


“응”


“그럼 명부 아저씨는?”


“운전”


“하하하하하 그럼 너는?”


“체육 선생님”


“대박! 정말 웃겨. 그럼 서리가 선생님이었겠네?‘


”그때 서리는 없었지.“


”그럼 누가?“


”기민이랑 카메라 메고 있던 그...“


”헐 남자 선생님?“


”알바도 썼었는데... “


기찬이 의외로 고분고분 얘기를 잘했다. 마키아토의 힘인가? 역시 사람은 달달한 것에 약하다니깐.


“하긴 사업이 그렇지. 영식아, 너도 많이 힘들지?”


유나가 영식을 돌아봤다.


“어? 응. 그렇지 뭐.”


얘기를 듣는 영식의 표정이 묘하게 떨떠름했다.






DALL·E 2024-06-14 22.45.08 - An anime-style illustration of three people sitting at a table in a coffee shop with a black background, enjoying caramel macchiatos. The woman has a .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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