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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순덕님의 서재입니다.

마법 웨딩홀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중·단편

공모전참가작

에리카짱
그림/삽화
에리카
작품등록일 :
2024.05.22 16:44
최근연재일 :
2024.06.29 00:26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279
추천수 :
20
글자수 :
97,170

작성
24.06.12 17:20
조회
11
추천
1
글자
10쪽

저승사자 맞네!

DUMMY

“누..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마법 웨딩홀에서 왔습니다.”


“어디요?”


“마법 웨딩홀입니다.”


씩씩한 기민의 대답과 동시에 문이 열렸다.


방금 전 소파에서 울던 여자는 간신히 뜬 눈으로 유나, 기찬, 기민을 가늘게 바라봤다.


“위약금은 계좌로 보내드릴게요.”


현관에서 나가기를 바라는 듯 여자는 작은 목소리로 말한 후 기다렸다.


‘알겠습니다.’라는 대답을.


기민은 당연히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럴 거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거였다.


“자!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얘기를 나눠 볼까요?”


“네?”


놀란 여자가 막아섰다.


문을 열어준 것을 후회하고 있을 거다.


“저기 앉으면 될까요?”


안으로 들어가면서 묻기는 왜 묻는 건지.


민망해진 유나가 그나마 예의를 차려서 친절한 미소로 말했다.


“회사 규정상 처리해야 할 게 있어서 실례 좀 하겠습니다.”


역시 배운 여자. 스스로 칭찬하며 기찬 옆에 앉았다.


기민, 기찬 그리고 유나가 나란히 소파에 앉자 여자는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멀찍이 서 있었다.


“이리 오시죠?”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지만 강압적인 목소리였다.


아마도 여자는 지금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것 같았다.


“앉기 불편하시죠?”


눈치 빠른? 스스로 눈치가 빠르다고 생각한 유나가 식탁 의자를 가져다가 소파 앞에 내려놨다.


이건 뭐 청문회가 따로 없는 분위기였다.


마지못해 여자가 의자에 앉자 취조가 시작되었다.


마법 웨딩홀은 함부로 예약하면 안 되는 곳이구나! 이렇게 계약을 위반하면 아주 힘든 상황을 맞게 되는구나! 유나는 생각했다.


“밥은 드셨어요?”


기찬의 따뜻한 말에 유나가 쳐다 봤다.


“식사는 하셨나요?” 뭐 이런 질문은 안부를 물어보는 말인데 지금 이 상황에 저걸 왜 물어보지?


“......”


여자가 대답하지 못하자 기찬이 일어났다.


뭐지? 이제 시작인 건가?

뭐 조폭영화에 나오는 그런 것처럼 다가가서 귓가에 대고 협박??


기찬의 손이 위로 향하자 유나는 눈을 감았다.

이러려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게 아닌데... 돈 좀 벌어보겠다고 이상한 곳에 들어와서 후회가 막 밀려왔다.


위로 올라간 기찬의 손이 여자의 등에 닿았다.

후려질 줄 알았던 손은 부드럽게 토닥이며 여자를 위로했다.


“뭐지?”


“보고 싶지 않으세요?”


뭐가?

유나만 지금 이 상황을 적응하지 못하고 있나 보다.


기민의 엄지와 검지가 만나자 홀로그램처럼 남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부어서 제대로 뜨지 못하는 여자 눈에 다시금 눈물이 차올랐다.

여자의 손끝이 남자를 향하고 제대로 일어나지 못한 다리는 휘청이며 바닥으로 무너졌다.


“흐흐흑”


목구멍에 돌덩어리라도 걸린 듯 무겁게 토해내는 울음이었다.

다가가려 애쓰지만 남자의 모습은 점점 희미해졌다.


왜 헤어진 거야?


속으로만 생각해도 알아차리겠지만 아직 적응이 되지 않아 입모양을 열심히 만들면서 기민과 기찬을 향했지만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냥 민망하게 자리만 지키고 있자니 여자의 울음이 너무 슬퍼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죠. 지금 힘드시겠지만 더 좋은 분 만나실 겁니다.”


위로가 좀 됐을라나?

간신히 짜내어 만든 말인데 분위기가 영 아닌 것 같았다.


기민이 다가가 여자를 부축해서 소파에 앉혔다.


“물이라도 좀 드세요.”


기민의 손에는 어느새 따뜻한 물이 든 컵이 들려있었다.

고개를 젓는 여자의 입에 겨우 가져다가 한 모금 먹이자 컵은 어느새 사라졌다.

저 물은 어디로 갔을까? 위로 들어가서 사라졌을라나? 그럼 뭘 또 억지로 먹여? 어차피 없어질 텐데...

유나는 분위기 적응도 안 되고 자꾸 딴생각만 났다.


아니 파혼했으면서 사진은 왜 아직 걸어두고 있어?

그러고 보니 콘솔 위에는 연애시절부터 찍은 사진이 예쁘게 액자에 꽂혀 있었다.

냉장고에는 스티커 사진이 뽀샤시하게 찍혀서 붙어있고, 부엌 한편에는 여행 다녀오면서 찍은 사진들이 줄지어 붙어있었다.


남자가 바람이 나서 여자를 버린 걸 거야.

여자는 버림받았지만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했고 그래서 저렇게 눈이 팅팅 붓도록 울고 있고...

딱이네!


여자를 보고 환하게 웃고 있는 신랑의 얼굴을 노려봤다.

자고로 인물값 한다더니 쌍꺼풀진 눈망울에 바람기가 보이는 것 같았다.

어떻게 결혼을 약속하고 바람을 피울 수 있어?

저 여자도 얼른 정신 차려야 하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보니 여자가 더 가여웠다.

같은 여자로 욱하는 감정이 치받고 올라왔다.


“원래 사람은 못 고쳐 쓰는 겁니다. 혼인신고하기 전에 바람기 안건 다행이에요. 럭키입니다."


“유나야!”


기찬의 차분한 목소리가 유나를 잡았다.


“왜? 그거 아니야? 지금?”


“뭐가?”


기민이 조용히 검지를 들어 입에 갖다 댔다.


“왜?”


“조용”


순간 유나의 입이 꽉 하고 닫혔다.

능력자긴 능력자네.


“발인은 언제죠?”


“내일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기민과 기찬이 머리를 숙였다. 눈치 없는 유나만 지금 상황에 적응하려 애쓰고 있었다.


“마지막 인사도 못하고 가셨을 텐데 만나보시겠어요?”


“네?”


여자가 기찬의 손을 잡았다.


뭐야? 정말 기찬이 무당인 거야?

몸속에 저 남자 영혼이 들어와서 굿이라도 한다고?

웨딩홀과 굿판은 어울리지 않았지만 아마도 양쪽으로 돈을 벌고 있나 싶었다.


유나의 머릿속에 화려한 옷을 입은 기찬이 기도하며 춤을 추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는 찰나!


DALL·E 2024-06-12 16.20.37 - A handsome young shaman in his twenties performing a ritual, drawn in Japanese anime style. He is wearing traditional Korean shamanistic clothing, wit.jpg


“너는 무슨 애가 냉혈한이니?”


“응?”


“공감 능력하고는...”


기민의 실망하는 모습을 보니 또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아니, 나는... 제가 오해를 하고 있었나 봐요. 돌아가신 줄도 모르고...”


어느새 입이 풀렸나보다.


“그런데, 하아아! 왜 졸리지?"


유나의 눈이 깜빡거리다가 그대로 소파에 푹하고 쓰러졌다.


옆에 앉은 여자도 유나에게 기댄 자세로 잠들었다.


몽글몽글 연기가 피어오르고 유나가 눈을 떴다.


“여기가 어디지?”


누군가 유나의 손을 꽉 쥐었다.


"어머나!"


"여기가 어디예요?"


여자는 두려운 표정으로 유나의 손을 잡고 있었다.


“저도 잘...”


말하고 있는데 갑자기 보내버리다니.

역시 기찬의 싸가지는 바가지다.


여자 손의 온기가 느껴지자 유나가 정신을 바짝 차렸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는 없던 용기도 생겨난다.

거기다 유나에게 이런 경험은 처음이 아니니 말하자면 경력자 같은 느낌이랄까?


“일단 따라오세요.”


용감하게 앞으로 걸어 나갔다.

연기는 더 짙어지며 눈앞이 잘 안 보일 정도로 안을 채우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유나와 여자는 숨이 막히거나 연기 때문에 눈이 따갑지 않았다.


마치 보호막에 쌓여있는 것처럼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으으으”


연기에 가로막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그대로 선 자세에서 들리는 신음 소리는 공포영화 속에 들어온 것처럼 무서웠다.


“들었어요?”


“들었어요.”


여자의 부은 눈이 조금씩 가라앉아 이제는 쌍꺼풀 라인까지 살짝 보였다.


“으으으”


신음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귀를 세우고 어디쯤인지 가늠할 틈도 없이 여자가 앞으로 튀어나갔다.


“오빠”


달려간 여자가 선 곳에 연기가 사그라들며 커다란 진열장에 깔려 얼굴과 팔만 밖으로 나온 남자가 보였다.

연기 때문에 얼굴에 검은 얼룩이 잔뜩 묻은 남자는 겨우 숨을 내쉬며 마지막 생명의 끈을 잡고 있었다.


“오빠”


남자를 구해내려 장식장을 위로 올리려 했지만 여자의 손은 어느 것도 잡지 못했다.


“오빠”


남자가 여자를 올려다봤다.


“보고 싶다. 연희야”


“오빠”


“연희야! 미안해”


“가지 마. 안돼. 가지 마!”


여자의 울부짖음에도 남자의 숨이 가빠지고 있었다.


구해내지도 못하는데 왜 여기로 보냈는지 기찬이 원망스러웠다.


“오빠! 안돼! 오빠”


남자는 여자의 얼굴을 만지려 손을 뻗었고 여자는 남자의 손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유나도 남자에게 다가섰지만 남자는 유나를 보지 못했다.


장식장이라도 치우고 싶었지만 유나는 어느 것도 만질 수 없었고, 애타는 두 사람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연희야. 사랑해”


남자는 숨이 끊어질 때까지 여자의 이름을 불렀다.


“오빠!”


메케한 연기가 입속으로 쑥 하고 들어오며 유나와 여자가 기침을 했다.


“콜록콜록 콜록콜록”


미친 듯이 기침을 하던 둘이 거실에서 깨어났다.


“살려주세요!”


정신을 차린 여자가 기찬에게 매달렸다.


“살려주세요. 우리 오빠”


“죄송합니다. 그건 저희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대신 좋은 곳으로 보내드릴 수 있어요.”


이봐 이봐 저승사자가 맞네.

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의 정체를 다시 확인했다.


연희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면 저도 같이 보내주세요”


여자가 베란다로 달려가자 기민이 먼저 여자를 잡았다.


“행복하게 이별하세요.”


단호한 목소리에 힘이 있었다.


“이별?”


“이별하세요. 행복하게.”


다시 말했다.


“인간은 언젠가는 이별합니다. 당신에게는 그 시기가 조금 더 빨랐을 뿐입니다.”


“하지만”


“잠들면 만날 수 있어요. 잠자는 동안 그 사람과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게 될 겁니다.”


“잠들면 만날 수 있다고요?”


“단 49일간만 그렇게 할 수 있어요. 50일 후부터는 혼자 살아가야 합니다. 씩씩하게.”


“혼자?”


여자의 얼굴이 다시 어두워졌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잠들면 만날 수 있다는 거죠?”


“네. ”


“그렇게 할게요”


여자는 간절했다. 당장이라도 수면제를 먹고 잠에 빠지려는 것처럼


“당신이 잠든 밤에만 찾아올 겁니다. 그전에 결혼식부터 해야죠.”


“결혼식요?”


“세상에 공짜가 어딨습니까? 결혼식 먼저 하고 그러고 나서 꿈을 꾸십시오.”


“아니 돌아가신 분하고 어떻게 결혼식을 해?”


차마 여자가 하지 못하는 말을 유나가 대신했다.


“꿈을 꾸면 됩니다. 오늘 밤 결혼식을 하실 겁니까?”


“네, 결혼식 할게요.”


“49일간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신 후 반드시 50일부터 자신의 삶을 사셔야 합니다. 약속할 수 있어요?”


“네, 그럼요.”


DALL·E 2024-06-12 17.09.28 - A dramatic and emotional scene drawn in Japanese manga style, now in color. A handsome young man in his twenties, with his face smudged with soot, lie.jpg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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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10 이시언
    작성일
    24.06.16 16:23
    No. 1

    오늘부터 잠들면 아무라도 만날수 있는거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에리카짱
    작성일
    24.06.17 17:13
    No. 2

    전 꿈꾸는 것을 좋아해요.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것들이 이뤄지는 마법의 세계가 꿈속이 아닐까해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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