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매검향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난세의 간웅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대체역사

공모전참가작 새글

매검향
작품등록일 :
2024.05.19 17:44
최근연재일 :
2024.06.30 18:00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30,160
추천수 :
652
글자수 :
217,902

작성
24.05.28 18:00
조회
751
추천
15
글자
11쪽

상계리로서의 임무

DUMMY


1


낙양에 도착한 간옹은 날이 저물어감에 따라 우선 동쪽에 위치한 시장 근처의 객잔을 잡아 투숙하였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는 대충이라도 낙양 지리를 익히기 위해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 그 결과 낙양에는 큰 궁궐이 두 개나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한고조 5년, 유방이 낙양을 도읍으로 정하고 남궁(南宮)에서 3개월간 머물렀는데, 이후 유경(劉敬)의 제안에 따라 수도를 장안(長安)으로 옮겼다.

후한 광무제(光武帝)는 낙양을 도읍으로 정하여 남궁을 건설하고 황궁으로 삼았다.


명제(明帝) 영평(永平) 3년(서기 60년), 남궁의 북쪽에 새 궁전을 지으니, 세칭 두 궁전을 남궁(南宮)과 북궁(北宮)이라고 했다. 이런 남궁과 북궁 사이에는 낙수(洛水)가 흐르고 있었고, 두 궁의 거리는 약 십 리쯤 되었다.


그리고 두 궁 사이에는 소금이나 철 등을 판매하는 관부(官府), 곧 중매(仲買)의 건물이 즐비하였다. 그리고 지방에서 몰려온 상계리들도 이곳에 집중 머물러 관부 사람을 만나려 애쓰고 있었다. 그렇게 된 데는 두 궁 사이에 복도(複道)를 설치하여 길 셋이 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황제는 가운데 길로, 조정의 관리들은 좌우 양측 도로로 다녔으며, 10보마다 위사(衛士)가 한 명씩 배치되어 경계하고 있었다. 하지만 위사의 눈을 피해 지나가는 관리를 불러내 매수하기 위해 상계리들이 즐겨 묵었던 것이다.


아무튼 이들의 하는 양을 본 간옹도 관부 뒷골목에 다닥다닥 붙어 지어진 객잔 중 하나를 잡아 머물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는 지방 상계리를 담당하는 승상부 내 호조(戶曹) 담당관을 미리 만나 손 쓰기 위해 눈을 벌겋게 뜨고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퇴근 무렵 지방에서 올라온 상계리 하나가 호조 낭중(郎中)을 낚아채자 우르르 그의 곁으로 몰려갔다. 그런 속에 익숙한 듯 낭중은 이들 모두를 데리고 부근에서는 제일 큰 객잔으로 향했다.


머지않아 일행이 사해객잔(四海客棧) 도착하니 익숙한 듯 종업원은 낭중을 내부에 꾸며진 안채로 그를 안내했다. 그러자 관행인 듯 한 사람이 나타나 산통 하나를 내밀었고, 지방 상계리들 또한 익숙한 듯 산통에 든 번호표를 뽑아 순번(順番)대로 대기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차례로 상계리가 들어가고 12번을 뽑은 간옹도 차례가 되어 내실로 들어갔다. 그러자 피곤한 듯 상체를 보료 위에 비스듬히 누이고 있던 낭중이 고압적인 자세로 물었다.

“어디서 온 누구인고?”


“황실 종친 유우가 다스리는 유주 탁군 소속, 상계리 간옹이라 하옵니다.”

“요즈음은 개나 소나 황실을 파니 종친이니 어쩌고 하는 수작은 필요 없고, 요는 얼마나 나와 윗선에 기름칠을 잘하느냐에 따라 태수의 전최가 결정되니 그일 알라고.”


“그래서 소직도 준비해온 것이 있사옵니다.”

말과 함께 50만 전짜리 어음 네 장을 그 앞에 밀어놓았다. 그러자 액면을 전부 합쳐 읽어본 낭중이 돌연 소리를 버럭 질렀다.

“자네 상계리 처음이지?”


“네.”

“그러니 세상 물정을 모르지. 황실에 가보면 황제 폐하부터 매관매직 정가표를 붙여놓았는데, 삼공은 1천만 전, 구경은 5백만 전. 가장 등쳐먹기 좋은 노른자위 보직인 태수의 정가가 얼마인 줄 알아?”


“글쎄요, 그건?”

“자그마치 2천만 전이야. 한데 그 지위를 유지하려면 최소 그 사분의 일은 바쳐야 할 것 아니냐?”

“소인 이것이 전부입니다.”


말하며 탈탈 털 듯이 더 내놓은 합계 어음 금액은 2백 만전이었다. 이에 따라 도합 4백만 전을 낭중에 준 것이 되었다. 아무튼 10만 전부터 20만 전, 30만 전, 50만 전에 이르는 어음의 합계를 신속히 암산해 금액을 알아챈 낭중이 그래도 성에 차지 않는지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나 혼자 이 돈을 다 먹는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야. 위로는 황문의 고자 놈들로부터 직속상관이며, 아래 것들에 이르기까지, 내 지위를 유지하려면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는지 알아? 그래서 하는 소리지만 내년부터는 5백만 전 이하면 일절 없어.”


“감사, 감사합니다!”

“탁군 장부 내놔!”

“여기 있습니다.”


오늘에 대비해 만든 장부를 건네주자 낭중은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다음!’이라고 큰 소리로 다음 대기자를 호출했다. 그래도 물러가기 전 간옹이 확인차 물었다.


“탁군 태수 자리는 유지가 되겠지요?”

“네가 잘 부풀려 놓았으면 그렇게 되겠지.”

“아, 네!”


기름칠 각오를 하고 간옹 또한 6배나 부풀린 탁군의 통계를 올렸으니, 자리보전은 될 것이라 생각하며 그 앞을 물러 나왔다. 그리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긴 한숨을 불어냈다.


생각보다 빨리 일 처리를 끝내자 간옹은 기왕 낙양에 온 김에 좀 더 낙양 분위기를 살펴보기로 했다. 그러나 문제는 수중에 남은 돈이었다. 오는 도중 호족들에게 거둔 돈이 260만 전으로 이것저것 그동안 쓴 것도 있어 수중에는 50만 전밖에 남아 있질 않았다.


그래도 업무를 끝냈으니 홀가분한 심정으로 간옹은 장비와 진도를 이끌고 일단 객잔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장비의 술타령에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주청으로 향했다. 곧 주청에 도착하니 왁자한 소음과 함께 많은 상인과 상계리들이 수다를 떨고 있었다.


손님이 얼마나 많은지 딱 한 자리가 비어있었다. 그래서 간옹은 두 사람을 이끌고 그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술 열 근을 시켰다. 그러자 장비가 뒤틀린 심사로 물었다.

“안주는요?”


“손가락 빨면 되지.”

“걷은 돈 많잖수?”

“낭중이라는 놈이 얼마나 돈을 밝히는지 탈탈 털렸다.”

“얼마나 주었기에요?”


“4백만 전.”

간옹이 속삭이듯 말했지만, 장비와 진도의 눈이 커질 대로 커졌다. 아무리 돈 가치가 없는 세상이라지만 4백 전이라면 거금 중의 거금인 까닭이었다.


“형님! 내가 그놈의 새끼 다리목쟁이를 분질러 놓을까요?”

“아서라! 다 유 태수 유임시키기 위해 쓴 돈인데 네놈이 깽판을 치겠다고?”

“그런 뜻은 아니잖습니까? 너무 세상이 썩어 돌아가는 것 같아 분해서 그러죠.”


“됐다. 곧 곪아 터질 것이니, 그 때에 대비한 준비나 철저히 하고 있으면 돼.”

“앞으로 아이들 무예 훈련을 더욱 철저히 시켜야겠네요.”

“내가 원하는 것이 그것이야.”


이때였다. 한 사람이 다가와 일행에게 물었다.

“자리가 없어 그러는데, 합석해도 되겠습니까?”

간옹이 사방을 둘러보니 정말 자리가 없었다.

“좋소. 합석합시다.”


이에 장비가 눈살을 찌푸렸지만 간옹은 개의치 않고 새로운 일행에게 물었다.

“혹시 당신도 상계리요?”

이에 20대 중반의 사내가 간옹을 요모조모 뜯어보더니 물었다.


“혹시 탁현에서 오지 않았소?”

의문의 표정을 지으며 간옹이 답했다.

“그렇소이다만?”

“나 또한 바로 남쪽 중산국의 상계리 유자혜(劉子惠)라고 하오.”


‘유자혜’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간옹은 얼핏 들어본 이름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금방 떠오르진 않았다. 그래서 간옹이 물었다.

“내가 탁현에서 온 줄은 어떻게 아셨소?”

“중산국까지 당신의 이름이 뜨르르하지요. 신동이요, 양 거두의 문하생으로 말이요.”


“그렇군요. 한데 낭중은 만나보셨소이까?”

“나도 좀 전에 일을 끝내고 돌아온 참이오.”

“얼마나 바쳤는데요?”

유자혜라는 인물이 남이 들을세라 속삭이듯 말했다.


“5백만 전.”

그 말을 듣는 순간 간옹은 낭중이 헛소리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때 점원이 술 열 근을 동이째 내왔다. 그런데 안주가 전혀 없는 것을 보고 유자혜가 말했다.


“합석을 시켜주어 고맙기도 하고, 이 낙양 땅에서 이웃 군의 상계리를 만나니 반가운 마음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오. 그래서 내가 고기 한 근 살 터이니 사양 말고 잡수시오.”

“듣던 중 가장 반가운 소리요.”


장비의 호응에 빙긋 웃은 유자혜가 곧 점원을 불러 삶은 돼지고기 1근을 주문했다. 그런데 그 순간 간옹의 머리에 유자혜라는 인물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기주 목 한복 밑에 있다가 진언을 잘못하여 쫓겨난 비운의 인물로.


실제 유자혜는 중산국 사람이다. 훗날 기주목 한복(韓馥)의 치중종사(治中從事)로 근무했다. 그러던 중 한복이 종사들을 불러 모아 말린 고기의 장단점에 대해 물어보니,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일전에 제게 내려주신 말린 고기 중 100근이 남아 이를 팔았는데, 주 내에서 충분히 유통되어 사치함과 검소함의 차이가 없어졌습니다. 이는 말린 고기가 관리와 병사들의 노고를 위로해주었기 때문에, 이것을 팖으로써 검소함을 보여준 것입니다.”


초평 원년(190년), 교모는 동탁을 토벌하자는 내용의 격문을 돌렸다. 이를 읽은 한복은 관리들을 불러 모아 놓고, "동탁과 원소 중 어느 편을 드는 것이 좋겠소?"라고 말하며 자문을 구했다. 이에 유자혜가 다음과 같이 진언하였다.


“나라를 위해 군세를 일으키는데, 동씨니 원씨니 따질 때입니까? 군세를 일으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니, 서둘러서는 안 됩니다. 다른 주들을 살펴보아, 먼저 나서는 이가 있다면 그다음에 응하십시오. 기주는 다른 주들에 비해 약한 곳이 아니니, 선두에 서지 않더라도 다른 주의 공이 기주보다 앞서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복은 이를 옳게 여겨 반동탁연합에 가담했으나 한편으론 원소의 신망이 높아지는 것을 견제해 원소에게 보내는 군량을 끊어 원소의 군대를 흩어지게 만들려고 했다. 이로인해 원소는 아무런 군사 활동도 취할 수가 없었다.


얼마 후 연주자사 유대는 "동탁을 토벌한 후에는 역적 한복을 쳐야 한다"라는 내용의 격문을 돌렸다. 격문을 받아보고 이를 두려워한 한복은 유자혜에게 책임을 물어 그를 죽이려 하였다. 그러나 장사 경무(耿武)의 만류로 그를 살려주는 대신에 쫓아내어 관청 문 앞을 쓸게 하였다.


고기를 주문하자 장비가 반색한 가운데 유자혜가 간옹에게 물었다.

“낙양을 둘러보고 차이점을 발견한 것이 있소?”

“초행이라 지리도 잘 모르는데, 차이점을 발견할 리 없죠.”


“낙양 동시(東市) 가장 끝자락에 가보면 우마 시장이 있는데, 그곳에 가보면 알겠지만 유독 낙양만은 말보다 나귀가 더 비싸다오.”

“에이, 설마 그럴 리가요?”

셋 모두 납득하지 못하는 표정이자 간옹이 그 연유를 설명했다.


--------


작가의말

감사, 감사드리고요!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94 습관성탈골
    작성일
    24.05.28 22:22
    No. 1

    뇌물을 바치더라도 유우가 있는게 낫지요.
    그런데 주인공이 나귀 에피소드는 진짜 모르는거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또끼슈끼럽
    작성일
    24.05.28 23:00
    No. 2

    ^^ 잘보고갑니다 또라이황제 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매검향
    작성일
    24.05.29 07:39
    No. 3

    남자는핑크님!
    이번 작품도 함께 해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또끼슈끼럽님!
    감사, 감사드리고요!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삼국지 난세의 간웅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상계리로서의 임무 +3 24.05.28 752 15 11쪽
12 낙양행 +2 24.05.27 777 15 12쪽
11 관우 및 진도 +3 24.05.26 795 17 11쪽
10 관우 +1 24.05.25 824 16 10쪽
9 출사 +1 24.05.24 847 15 11쪽
8 누이 도매금 처분 작전 +3 24.05.23 868 17 11쪽
7 누이 도매금 처분 작전 24.05.22 905 14 10쪽
6 보은 24.05.21 950 20 11쪽
5 성을 바꾼 개자식이 되다 +1 24.05.20 995 17 11쪽
4 국연 왕수 +1 24.05.19 1,030 16 10쪽
3 국의 +1 24.05.19 1,087 16 10쪽
2 공손찬 +1 24.05.19 1,183 21 10쪽
1 노식 문하 +7 24.05.19 1,370 24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