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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베어의 곰굴

EX급 귀농 라이프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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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캡틴베어
그림/삽화
점심 1시 10분! (연재시간)
작품등록일 :
2024.05.11 21:02
최근연재일 :
2024.07.05 13:10
연재수 :
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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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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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50
글자수 :
536,143

작성
24.07.03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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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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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글자
13쪽

78화

DUMMY

78화




“당미미가 모용 메가 코퍼레이션 장남한테 쳐들어갔었단 말이야??”


이 어찌 헌앙한 외모가 아닐까!

마치 그림으로 그려낸 동양화 속의 미남을 가위로 오려낸 듯한 훤칠한 외모의 남자는 긴 머리를 틀어 올리고, 마치 과거의 장군들처럼 이마를 가리게 동여매는 천인 영웅건을 두르고 있었다.


백색과 검은색이 교차되는 스타일의 정통적 무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듯한 옷을 입고 있는 이 젊은 남자는 다름 아닌 헌터맹장의 아들, 현 종남파의 후계자로 꼽히는 한백지였다.


“그렇습니다 도련님.”


“그러니까, 내가 아는 그 당미미가······??”


한백지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비서에게 몇 번이나 다시 물었다. 그리곤 자기도 모르게 고민을 하느라 힘이 빠져서 쿠션이 넉넉한 사장님 용 의자에 머리를 묻는다.


“정말로 당미미가 그랬단 말인가?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닌 걸로 아는데.”


한백지가 아는 당미미는 정말로 정신이 없는 여자였다.

사치스럽고, 보여주기만 좋아하고, 알맹이라곤 없는 사람이었다. S급 헌터라지만 자기 발로 던전에도 한 번 들어간 적 없는 당미미야 말로 이 시대 메가 코퍼레이션 3세 4세들의 가장 안 좋은 전형이라고 생각했다.


완전히 망가진 메가 코퍼레이션의 손자 손녀!


그런 사람들을 가장 경계하고 싫어하는 것이 올곧의 성정의 한백지였고, 그런 의미에서 당미미는 절대로 그에게 호감적인 인상이 될 수 없었다. 당미미가 10년 가까이 한백지를 짝사랑함에도 말이다.


그런데, 당미미가 변했다.


“도련님께선 모르시겠지만, 당미미님이 SNS 업로드를 안 하신 지도 제법 되었습니다. 거의 몇 달 되어갑니다.”


“······. 세상에. 정말로요?”


한백지의 눈에 이체가 서렸다.

남에게 보이는 데서 인생의 보람을 찾는 여자가 당미미가 아니었나? 한백지가 알던 당미미와는 달라져도 너무 달라진 거 같았다.


“하지만요. 모용 메가 코퍼레이션의 장남과 싸우는 건······. 당미미가 아니라, 그 어떤 사람이라도 힘든 일이 아닐까요.”


자칫하면 기업 간 전쟁이라도 일어날 수 있는 사안이었다.

모용 역시나 당가보다만 못 한 것이지 헌터들을 군대 급으로 동원할 수 있는 메가 코퍼레이션이었으니까.


“도대체 왜 그랬다고 합니까?”


보고서에는 올라와 있지 않은 맥락이 궁금했다.


비서가 한참 뜸을 들이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밥맛 때문······. 이었다고 하긴 하던데요.”


“밥맛이요?”


“들리는 이야기로는 그랬습니다. 확실한 건, 당미미가 전 황보코퍼레이션의 제갈이준 선생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 제갈선생!”


한백지의 눈에 빛나는 섬광이 스쳤다.


“훌륭하신 분이었지요. 유황숙의 책사가 아니었습니까.”


“맞습니다. 전 황보유숙 레이드 팀에서 헤드 역할을 하시던 분입니다.”


천하제일 지낭, 퍼스트 오퍼레이터.

모르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당시 속사정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제갈이준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분이랑 당미미가 어째서······?”


둘 다 각기 다른 의미에서 대단한 사람들은 맞지만, 그 둘이 함께 어울린다는 건 상상이 안 가는 조합이다.


“그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당미미 이사님께서 주기적으로 제갈이준 선생님의 농장에 드나든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제갈 선생님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지 않았습니까?”


“네. 화산 메가 코퍼레이션에서 제갈 선생님이 계신 동네에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다 철수했다는 것은 공식적으로 확인되 바 이고, 비공식적으로는······.”


“비공식적으로는요?”


“화산 메가 코퍼레이션이 제갈이준 선생님에게 비무를 신청했다가 패배해서 물러났다는 이야기입니다.”


“예? 그럴 리가요.”


한백지가 의아하게 중얼거렸다.

물론 제갈이준은 한백지도 인정할 정도의 헌터가 맞긴 했다. 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진법계 헌터였으며, 전투보다는 다양한 능력을 인정받아 S급 헌터가 되었던 사람에 가까웠다. 게다가 던전에서 얻은 병으로 폐인이 되어 등급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도 들었었다.


“뭐,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야 잘 모르겠습니다만······.”


화산과의 일전에도 엄청난 활약을 선보인 제갈이준, 게다가 그의 영향인지 당미미까지도 전과 다르게 변했다. 아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렇다면.


고개를 끄덕거리는 한백지의 얼굴에 슬며시 기대감 어린 미소가 떠올랐다.


“제갈선생을 꼭 한번 찾아 뵙고십군요!”




* * *




보글보글보글!


화사한 기운이 감돌고, 아름다운 햇살이 청청히 빛나는 식물들 사이를 감돌고 있는 신비한 숲! 그 사이를 요정과도 같은 하급 정령들이 뛰어놀고 있는 풍경은 마치 천국을 그대로 떼어다 놓았다는 말이 썩 어울리는 광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 맛 나는 냄새가 나는 냄비 옆의 제갈이준의 눈이 깊고, 또 깊어졌다.


그런 제갈이준이 노려보고 있는 것.


드워프 아저씨가 해 주고 있는 음식이었다. 새빨갛고 맛나 보이는 빨간 국물이 파글파글 끓고 있는 냄비. 그런데 그 가운데에 있어서는 안 될 재료가 함께 들어있었다.


“이······. 이게 뭐예요?”


“응? 돌 찌개.”


“······.”


그런 게 이 세상에 있어요?

왜 있어요?


“돌 찌개 안 먹어봤어? 이게 얼마나 맛있는 건데. 최고로 맛있는 거야 아주!”


“아······. 맛있어 보이네요.”


“그렇지? 아유 이거 젊은 친구가 아주 맛잘알이네 맛잘알이야! 먹을 줄 아네. 요새 젊은 사람들은 뭐 요상한것만 먹고 그러던데. 사람이 이렇게 자연에서 나온 재료들을 넣고 해서 먹고 그래야 건강에도 좋은 거거든. 내가 조약돌도 몇 개 더 넣어 줄게.”


“······.”


말은 틀린 말이 없으되, 눈앞의 음식이 심각하게 틀려먹었다고 생각하는 제갈이준이었다.


마침내 완성되고 만 돌 찌개를 사이에 두고 앉은 제갈이준과 드워프 아저씨. 이건 말이 드워프지 그냥 동네 아저씨가 계속 장난치고 있는 것 같다.


아무리 봐도 등산 모자 쓰고 동네 마실 나온 40대 아저씨인데, 본인이 드워프란다.


하지만 식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제갈이준의 의심은 조금이나마 잦아들 수밖에 없었다.


오독, 오도도독!


“······.”


“왜 안 먹어? 맛있어. 먹어 봐.”


눈앞의 드워프 아저씨가 아주 야무지게 돌 찌개의 돌을 씹어 먹는 게 아닌가.

콧노래를 부르며 돌을 씹어먹는 사람이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게 더 큰 일 날 일 같았다.


“아, 제가 사실 돌을 못 먹어서요.”


“아니 정말이야? 그럼 이거 괜히 했네. 에이. 진작 말을 하지.”


“아, 아녜요. 국물도 맛있네요.”


살면서 돌을 못 먹는다는 소리를 이렇게 진지하게 할 일이 생기리라곤 예상치도 못했던 제갈이준이 당황해서 찌개를 뒤적거렸다.


“그런데 이 햇반은 어디서 나신 거예요? 그러고 보니 버너도 그렇고.”


신비한 숲에 있을 물건들 치곤 좀 범상치 않다. 드워프가 아무리 솜씨가 좋은 종족이라 해도 햇반까지 만들 수야 없을 거 아닌가.


“아 이거? 일단 먹고.”


드워프 아저씨가 식사 후 제갈이준을 데려간 장소는 신비한 숲 한편에 있는 자갈밭이었다.


“여기서 나오거든 저런 것들이. 좀 있어 봐.”


“······. 여기서 햇반이 나온다고요?”


“응. 온갖 게 다 나와 아주. 있어 봐.”


“······.”


라고는 하지만 정말인지 평범한 자갈밭이었다. 아무것도 없고, 도저히 어디서 뭐가 나온다는 이야기가 황당하게만 느껴졌다.


“그냥 여기서 햇반이나 라면 같은 게 나오고 그런다고요?”


“씁~ 좀 있어 보라니까? 한 30분만 기다리면 돼.”


“······.”


그대로 멍한 눈으로 20분 정도 흘려보내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봐라 봐 저거!”


드워프 아저씨의 호들갑에 보니, 정말인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파치칙! 파치치칙!


“헉. 저, 저거.”


차원균열 현상!

이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의 것이 시공간을 넘어올 때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허공의 풍경이 일렁이며 전기적 스파크가 이는 듯하더니, 이내 무언가를 번쩍하고 뱉어냈다.


“아~ 또 이거네. 이거는 왜 이리 자주 나오는지.”


허공에서 튀어나온 스팸을 그냥 한쪽에 버려버리는 드워프 아저씨.


“······. 햄은 안 드세요?”


“햄? 햄이 뭔데.”


“저거요?”


“아~ 인간들은 쇳덩어리를 먹는 걸 좋아하나? 그랬던가?”


“······. 아뇨 저건 쇳덩어리가 아닌데.”


제갈이준은 스팸을 주워다 캔을 따는 걸 보여줬다.


“뭐 뭐야 이게! 아이고 징그럽다야.”


“아, 이거 구워 먹어야 맛있는데. 제가 구워드릴까요?”


“그래? 맛이 있어?”


굉장히 이상한 식도락 탐험대가 조직되고 있었다.




* * *



일본인 사카모토는 세계적인 음식 평론가 중 한 명이었다.

그는 프랑스의 한 음식 잡지의 의뢰를 받아 한국의 맛집이라고 알려진 곳들을 동료들과 함께 방문해 평점을 메기는 출장을 다니고 있는 길이었다.


“사카모토! 이번 가게는 특별히 전일성 시장님의 추천 맛집이니까 너무 날카롭게 평하진 말라고.”


사카모토와 함께 여정에 나선 평론가인 비만한 타입의 백인인 루이스가 자신의 배를 토닥이며 그렇게 넌지시 말했다.


그때, 사카모토의 날카로운 눈빛이 빛을 냈다.


“아는 사람이 연관 되어있으니 봐주자는 건가요? 평론을 뭐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아, 아니 나는 그런 게 아니라······.”


빼빼 마른 인상, 거기에 더욱더 인상이 날카로워 보이게 만드는 반 테 안경을 쓸어 올린 사카모토의 맹렬한 눈빛을 받은 루이스가 중얼거리듯 덧붙였다.


“이상하게 사카모토가 한국 쪽 식당들에는 더 까다로운 거 같아서.”


“글쎄요, 그게 제가 까다로운 걸까요? 아니면······.”


사카모토는 사실 상당한 혐한 정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기준에서 한국의 모든 음식은 사실상 일본의 음식을 저열하게 베껴낸 카피 제품들에 불과했다.


“한국에 별점을 제대로 줄 만한 수준의 식당이 없는 게 아닐까요?”


빠칭~


사카모토의 빛이 날 정도로 날카로운 눈빛에 그의 동료들도 뭐라 말을 덧붙이지 못했다.


“허허허허······.”


청청시의 시장인 전일성 시장이 이들에게 제갈이준의 가게를 소개한 것은 아주 순수한 선의에서였다.


실제로 제갈이준 가게의 음식들이 이 지역에서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기도 할 뿐 더러, 제갈이준의 장사를 조금 도와주고 싶다는 사심도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제갈이준의 할아버지와 오래된 지인이었음은 물론, 제갈이준 본인 역시나 전일성 시장의 마음에 아주 드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유치해. 인테리어는 빵점에 가까운 수준이군요.”


“내가 보기엔 화려하고 좋은데? 이런 시골에 이런 카페가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네.”


“신화 속의 풍경 같지 않아요? 금빛 인테리어에 세상에, 테라스에 인공 폭포까지 있어요!”


마치 신화 속 풍경을 오려내 붙여 놓은 듯 한 제갈이준의 초대형 카페!


소림 메가 코퍼레이션의 디자이너와 인재들이 의기투합하여 만들어낸 예산 1,000억 규모, 부지 평수만 2,000평에 달하는 초대형 카페였다.


안에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손님들도 상당수 들어차 있었다.


“이런 곳에서 무슨 음식을 먹는단 건지······. 쯧쯧.”


사카모토는 사실 제갈이준의 음식이 어떻든지 간에 무조건 최악의 평을 내줄 결심을 마친 뒤였다.


그런 그의 눈에, 용서할 수 없는 광경이 들어왔다.


“카페 안에······. 회전 초밥??”


얼굴을 일그러뜨린 사카모토. 그의 동료들이 덩달아 긴장했다.


“아 그······. 뭐 이벤트식으로 해 본 거겠지.”


“맛이 괜찮을 수도 있잖아요?”


사카모토의 입가가 비틀려 올라갔다.


“저기부터 가 봅시다. 큭.”


“······.”


사카모토의 눈빛을 본 동료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뒤로 따라갔다.


안 그래도 한국이 일본 것을 따라 한다며 길길이 날뛰기 일쑤인 사카모토인데, 심지어 이토록 근본 없도록 대형 카페 안에 회전초밥 코너라니 그냥 넘어가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


‘전일성 시장님에게는 도대체 뭐라고 이야기하지?’


전일성 시장은 루이스와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그래도 시장님이 직접 추천해 준 가게인데 최악이니 엉망이니 하는 사설이 올라갈 생각을 하면 루이스도 껄끄러웠다. 적당히 하라고 설득이야 해 보겠지만 사카모토가 말을 들을지도 미지수였다.


“어서 옵쇼~”


회전초밥 코너의 김일식이 손으론 계속해서 초밥을 쥐며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가장 자신 있는 걸로 주시게.”


사카모토의 싸늘한 미소.

김일식은 고개를 끄덕이고 곧장 무언가를 만들어 내왔다.


그리고 잠시 뒤,


“어?”


까다롭기 그지없는 평론가 사카모토의 눈이 크게 벌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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