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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베어의 곰굴

EX급 귀농 라이프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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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베어
작품등록일 :
2024.05.11 21:02
최근연재일 :
2024.07.04 13:10
연재수 :
8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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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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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146

작성
24.07.0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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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글자
12쪽

77화

DUMMY

77화




“헥헥헥헥!!”


누군가 열심히 전기 자전거의 페달을 밟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청록빛 계열의 옷을 입은 그녀의 옷차림은 요즘에 쉽게 보기 힘든 복고풍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었다. 요즘 사람들은 잘 입지 않는 빈티지 옷들을 청록색 피스만 모아서 조립한 듯한 패션은 은근히 아주 멋져 보이면서도 희소성 있어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옷이 빈티지 스타일인건 그녀의 패션 감각이 유난히 빛나서 그런 게 아니었다.

실제로 빈티가 나는 것이었다.

누가 보아도 미용실에서 한 것이 아닌 굉장히 짜친 빛깔의 주황색과 금빛 브릿지로 물들인 머리를 양 갈래로, 그것도 밧줄 마냥 꽁꽁 따맨 그녀는 개방의 일원, 즉 거지였기 때문이다.


“제가 곧 갑니다 방주니이이이임!!”


끼릭끼릭끼릭끼릭!!


텅 비다시피 한 외딴 국도 위에 전기 자전거가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전기 자전거는 게이트 시대 이전에는 제법 값이 나가는 고급 취미 생활 물품이었다.


하지만 게이트 이후엔 달라졌다. 누가 도대체 위험한 몬스터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먼 야외까지 자전거 따위를 타고 다니고 싶겠는가?


전기 자전거 산업이 사장되다시피 하면서 전기 자전거를 팔아버리는 사람들, 문을 닫고 대량의 매물을 쏟아내는 공장 등이 합쳐지며 전기 자전거의 값은 ‘떡락’ 해 버렸다. 그 뒤에는 다시 여러 가지 목적으로 저렴한 이동 수단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자격증 없는 전문가들이 마개조한 전기 자전거 등이 암암리에 거래되곤 했으니, 여러 가지 변천을 거치며 암흑 진화를 마친 전기자전거는 특히 지금 이 여자, 박지우와 같은 사람들에겐 주력 이동 수단이 되어버린 상황이었다.


“아이고 힘들다! 아이고 힘들다! 헥헥헥헥!”


개방의 간부라기엔 너무 어려 보이는 얼굴의 박지우는 연신 엄살을 피우면서 페달을 밟아대고 있었다.

그녀의 허리춤에 기다랗게 펄럭이는 힙합 스타일의 벨트. 그 벨트에 장식된 벨트 버클의 숫자는 무려 7개였다.


이것은 박지우가 굉장히 이상한 패션 감각을 지니고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물론 그녀 스스로는 이 벨트를 마음에 들어 했다는 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이건 개방의 일종의 계급 구분법이었다. 예전에는 허리띠 매듭의 숫자로 계급을 표시했었다고 한다. 최근엔 벨트 버클 장식이 그것을 대체하고 있었다. 그녀는 7 버클의 개방도였으며. 개방 최고의 정예의 4인을 칭하는 용호풍운 중 용이기도 했다.


“제가 곧 갑니다 방주니이이임!! 헉!”


그녀가 이토록 열심히 달리는 이유는 다급한 사정으로 개방 최고의 상징물, 방주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대나무 막대기인 취옥장을 배달하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전기 자전거 페달을 밟는 그녀의 등 뒤에서 파란빛 직사각형 상자가 흔들거렸다.


열심히 페달을 밟던 박지우가 화들짝 놀랐다.


도로의 앞쪽 코너, 갑작스럽게 어마어마한 무언가가 몰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 고라니 떼??”


“키야아아악!!”

“야아아아악!!”

“우와아아아악!!”


귀청이 찢어질 듯 엄청난 소리로 울며 도로를 메우며 달려오는 고라니 떼!


“허, 헉! 우, 우와아아아악!!”


박지우도 그만 너무 깜짝 놀라 고라니처럼 비명을 지르며 전기 자전거와 함께 달리는 고라니 떼에 휩쓸린다.


“아이고, 아이고 허리야······.”


간신히 고라니 떼의 행렬에서 정신없이 살아남은 박지우가 허리를, 주먹을 말아 톡톡 치며 일어나 전기자전거를 일으키고, 자신이 메고 있던 등짐을 다시 찾아서 멜 무렵이었다.


“응?”


무언가가 다르다.

이상함을 느낀 박지우는 자기가 등에 계속 메고 있던, 고라니들 덕분에 잠시 떨어뜨릴 뻔한 상당히 기다란 네모난 케이스 상자를 열어본다.


안에는 본디 있어야 할 아름다운 청색 옥빛의 대나무 막대기는 없고, 웬 공사장 쇠 파이프만 하나 들어있다.


“바, 바꿔치기??”


위이이이이이잉!


화들짝 고개를 든 박지우가 주변을 살피는데, 마침 그 순간 저쪽 도로 밖의 숲 부근에서 엄청난 굉음을 내며 허공을 떠다니는 검은색 박스같이 생긴 물건이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도둑, 도둑이야!!!”


‘하늘을 나는 자동차’에 가장 가까운 물건인 에어로카 였다.


콰슈우우우우우


시커먼 에어로카가 박지우가 쫓아갈 시간도 주지 않고 저 멀리 날아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야이 나쁜 자식들아! 거지 물건을 훔치냐?! 차라리 벼룩의 간을 빼 먹어라!!”


에어로카 까지 등장했다는 것은 박지우가 옮길 취옥장을 작정하고 훔칠 계획을 세운, 아주 간 큰 도둑들이란 소리였다.


에어로카에 타고 따라오지 못하는 박지우를 비웃는 도둑들의 목소리가 들리기라도 하는 듯했다.


“이 나쁜 놈들! 나쁜 놈드으을!”


너무 억울해서 엉엉 울던 박지우가 전기 자전거의 머리를 돌려 다시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 * *




[ ‘숲속 친구들 모여라!’ ]

퀘스트 조건 :

1. 청청산 동남쪽의 신비한 숲 발견하기 1/1

2. 신비한 숲에서 복분자 따기 1/1



“오호. 복분자 맛이 괜찮은데?”


제갈이준은 한가로이 걷다가 신비의 숲의 입구 부근의 나무에 열려있는 복분자 열매를 하나 따서 입에 넣고 씹었다. 살짝 달지만 쌉쌀하고도 풀 냄새 같은 것이 같이 밀려드는 게 신선한 맛이었다. 무엇보다 모양이 재밌었다. 마치 커다란 포도에 마법 같은 축소 빔을 쏘아 작게 만들어 둔 듯한 모양인지라 통째로 넣고 입안에서 씹으면 알알이 토도독 터지는 식감이 다른 데서 맛보기 힘든 감각이 있었다.


“요건 술을 담으면 또 좋다는 이야기가 있지.”


아주 활력에 좋다는 복분자주!

배고파서 복분자를 잔뜩 먹고 집에 갔다가 요강을 뒤집어버린 가난한 나무꾼 이야기도 있었고, 아무튼지 간에 아저씨들이 여러 가지 의미로 좋아하는 술이었다.


“감나무의 감은 아직 덜 익은 거 같고······. 아무튼 경치 좋네.”


신비의 숲은 그야말로 무릉도원 같은 풍경이었다. 어쩐지 하늘의 광채부터가 달라 보였고, 생생한 풀숲엔 신비로운 기운이 감도는 듯했다. 숲의 가운데엔 제법 커다란 호수가 있었고, 호수의 주변은 동글동글한 돌들로 꾸며져 있었다.


자연적으로 자라난 듯한 노란빛의 들꽃들이 살랑살랑 바람에 휘날렸다.


“뀨뀨뀨뀽!”


뀽뀽이도 기분이 좋은지 풀밭에 배를 깔고 누워 꽃 냄새를 맡고 있었고, 어디선가 날아온 새는 그런 뀽뀽이를 분명 오늘 처음 봤을 테지만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뀽뀽이의 머리 위에 앉아서 털을 골라주고 있었다.


옹알 옹알!

옹알 옹알!


꺄르르르르르.


하급 정령들도 신비의 숲에 와서 신이 나는지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놀기에 바빴다.


어느새 편안하게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누운 호돌이의 머리에 물의 하급 정령 팀장님이 노란색 꽃을 꺾어다 꽂아 주고는 킥킥 웃고 있는 게 보였다.


옹알 옹알?

옹알 옹알?


내 주변으로 정령들이 작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몰려들었다.


그중에 빨간색 머리카락을 양 갈래로 딴 듯한 소녀 모습의 불의 하급 정령 삐삐가 나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했다. 삐삐는 저번에 내가 만들어 준 조그마한 밀짚모자까지 쓰고 있었는데, 그게 삐삐의 귀여움을 세 배로 증폭시켰다.


실체도 제대로 없는 하급 정령이 모자를 어떻게 쓰고 다니나 했는데, 신비롭게도 내가 모자를 선물함과 동시에 모자 자체가 마치 정령계로 건너간 듯 반투명한 상태가 되어 이렇게 잘만 쓰고 다니고 있었다.


옹알 옹알??


입을 크게 벌리며 자기 입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삐삐.


“그래. 도시락 먹을까? 일단 밥부터 먹어?”


옹알 옹알!


순간 화사하게 빛이 나는 쪼꼬미들!


원래는 그냥 진짜로 나 먹을 도시락을 준비한 것인데, 도시락을 싸는 동안 이 녀석들이 따가울 정도로 눈빛을 보내고 있어서 그냥 두 개 쌌다.


“자, 오늘 메뉴는 김밥이야.”


소풍의 정통적인 강자인 김밥이었다.

돗자리도 깔면 분위기가 더 나겠지만, 나는 대충 예쁜 모양으로 동글동글한 백색의 바위 위에 앉아서 도시락을 깠다.


“자, 너희들 용은 이거.”


평범한 크기의 김밥은 이 녀석들이 먹기엔 너무 크니까, 따로 특별히 작은 크기의 김밥을 쌌다. 손가락 굵기 정도로 싼 아주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작은 김밥 안에 나름 단무지며 계란지단 맛살 따위가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꺄! 꺄!


김밥의 자태를 보고 좋아 죽는 정령들에게 김밥을 한 알씩 쥐여주고, 나도 내 김밥을 입안에 넣었다.


“흐~~음.”


옹아~~알


옹골차게 들어찬 밥알이 김 옷이 해체됨과 동시에 부드럽게 갈라지고, 그 안의 신선한 재료들이 단번에 들어오며 조화로운 맛을 자랑했다. 그리고 이 김밥의 신의 한 수!


“크으으으~ 이거지.”


옹알쓰~~


살짝 양념한 신선한 부추의 향이 모든 것을 마무리! 내가 싸 온 김밥은 무려 부추 김밥이었다.


“간만에 부추 마니아 이름값 했군.”


옹알 옹알~


정령들도 마음에 들었는지 남은 김밥을 얼른 서로 집어 가며 꺄르르 웃었다.


옹알 옹알~


그리고 빵긋 웃는 삐삐는 역시나 나를 톡톡 치더니 자기 입속에서 불타 없어지는 김밥을 자꾸 보여줬다.


“그, 그래 맛있게 먹으렴. 하하하하.”


왜 이러는진 이해할 수 없지만 귀엽긴 하다.


슉!


“그릉.”

“꽉!”


혹시 안 챙겨주면 서운할까 봐 운디네와 실프에게도 내 김밥을 한 알씩 고시레 하듯 던져줬다.

입을 쩍쩍 순발력 좋게 잘도 받아먹는다.


“넌 이리와 너도 줄게.”


“뀨뀨뀨뀽······.”


순발력이 없을 거 같은 뀽뀽이에게도 손바닥에 김밥 한 알 얹어서 내밀어 주니 좋다고 잘도 먹는다.


이게 힐링이지.


“하아 좋구나. 드워프는 어디 있는지 모르겠고······. 어디 낚시를 해 볼까?”


그렇게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을 무렵이었다.

청청한 호수의 표면, 어쩐지 물고기조차도 신비로운 물고기가 잡힐 것만 같은 분위기에 잠시 취해 있는 제갈이준.


“어~ 낚시하나?”


“예??”


화들짝 놀란 제갈이준이 목을 움츠렸다.

분명 사람의 인적은 전혀 없을 수밖에 없는 신비로운 숲속인데! 갑자기 뒤편에서 너무 태연한 아저씨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뭐 그리 놀래. 귀신 봤나?”


“······.아뇨 그, 여기 어떻게 들어 오셨어요??”


상대의 모습이 신비로운 숲에 있기는 너무 이질적이다.

등산용 동그란 챙이 넓은 모자에 회색 조끼를 떡하니 걸친 평범한 40대 아저씨다. 제대로 안 깎은 건지, 아니면 자란 건지 새파랗게 얕게 올라온 수염까지. 청청리에 이런 사람이 있던가? 열심히 머릿속을 뒤져보게 된다.


“내는 여기 살지. 저쪽에 저기 산다 아이가.”


“······. 여기 산다고요?”


갑자기 뭔가 신비로운 숲의 이미지가 와장창 깨지는 느낌. 인적이 없는 신비로운 숲인 줄 알았더니 이런 자연인처럼 생긴 아저씨가 살고 있단 말인가?


“······.몰랐어요. 여기에 사람이 살고 있을 줄은요.”


생각할수록 이상한 일이었다.

제갈이준 조차도 이상한 피젯스피너를 얻고 나서야 들어올 수 있었는데, 알고 보니 이런 아저씨가 그냥 살고 있었다니. 그것도 느낌을 보아 조난당한 것도 아니고 그냥 편안하게 살고 있는 거 같았다.


그런데 자연인 아저씨가 덧붙였다.


“아, 내가 사람은 맞는데. 인간은 아니다.”


“인간이 아니라고요?”


아저씨가 씩 웃으며 자기 가슴을 툭툭 쳤다.


“나 드워프다 드워프.”


······.

제갈이준의 상식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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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78화 +3 24.07.03 1,023 46 13쪽
» 77화 +2 24.07.02 1,247 54 12쪽
77 76화 +3 24.07.01 1,325 52 11쪽
76 75화 +3 24.06.30 1,428 62 14쪽
75 74화 +2 24.06.29 1,512 60 12쪽
74 73화 +2 24.06.28 1,561 49 12쪽
73 72화 +3 24.06.27 1,630 55 15쪽
72 71화 +2 24.06.26 1,647 58 12쪽
71 70화 +4 24.06.25 1,701 68 15쪽
70 69화 +3 24.06.24 1,777 66 14쪽
69 68화 +2 24.06.23 1,818 66 17쪽
68 67화 +4 24.06.22 1,843 60 15쪽
67 66화 +3 24.06.21 1,979 63 14쪽
66 65화 +5 24.06.20 1,992 75 13쪽
65 64화 +5 24.06.19 1,959 76 14쪽
64 63화 +5 24.06.18 2,035 7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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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1화 +3 24.06.16 2,234 71 17쪽
61 60화 +5 24.06.15 2,334 68 13쪽
60 59화 +5 24.06.14 2,275 76 15쪽
59 58화 +2 24.06.13 2,377 64 13쪽
58 57화 +3 24.06.12 2,419 70 18쪽
57 56화 +2 24.06.11 2,501 70 17쪽
56 55화 +3 24.06.10 2,557 70 13쪽
55 54화 +2 24.06.09 2,708 63 14쪽
54 53화 +3 24.06.08 2,781 75 19쪽
53 52화 +3 24.06.07 2,823 7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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