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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베어의 곰굴

EX급 귀농 라이프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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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베어
작품등록일 :
2024.05.11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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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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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9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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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4화

DUMMY

74화




“도련님! 정신 좀 차려보세요. 토마스. 토마스! 내 목소리 들려?”


“으으응······.”


애가 타는 일레인은 자꾸만 정신을 까무룩 잃는 토마스를 깨우기 위해 애를 썼지만 토마스는 좀체 고개를 들지 못하고 신음성만 내었다.


“말도 안 돼! 왜, 왜 갑자기 발작이 심해진 거지?”


화들짝 놀란 일레인이 다급히 연락을 했고, 몇 분 채 되지 않아 토마스와 일레인과 동행한 수행 기사가 헐레벌떡 은색 서류 가방 같은 케이스를 들고 들어왔다.


“상태가 심해진 겁니까??”


“잘 모르겠어요. 응급조치부터 해야겠어요.”


일레인이 땀을 흘렸다.

아무래도 오늘 낮에 있었던 소동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일 듯했다. 토마스는 그 나이대 남자애답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지만, 하늘을 덮으며 날아오는 화산의 행렬은 일 레인조차도 간담이 서늘했으니까.


토마스가 아무렇지도 않았다고 한 말을 믿은 게 오히려 잘못이었다.


“그렇게 큰 주사를······.”


수행 기사가 눈치 없이 자기도 모르게 내뱉은 말을 애써 무시하며 일레인이 말마따나 커다란 주사기에 약을 채웠다. 주사 준비를 하는 일레인의 턱선으로 땀이 한 방울 떨어져 내렸다. 토마스에 대한 걱정과 실수 하면 안 된다는 압박감으로 자꾸만 가빠지는 자신의 숨을 호흡으로 진정시킨 일레인이 주사기의 약을 허공에 조금 뱉게 해 진공 상태로 만들고 토마스의 허벅지 혈관을 찾았다.


롱라이프 테크놀러지의 최첨단 기술로 만들어 낸 뒤틀린 마나에 대한 저항제였다. 아무리 심한 발작이라도 반나절은 잠잠하게 만들어 주는 약이었다.


“응! 끄응······.”


“왜, 왜 이러지?”


일레인의 두 눈에 지진이 났다.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토마스는 그 맞기도 힘든 주사를 맞았지만, 주사를 하기 전과 다름없이 계속해서 전신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어떻, 어떻게 해야!”


“인근 병원을 알아보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수행 기사가 방을 뛰쳐나가는 것을 본 정수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방으로 들어왔다가 화들짝 놀랐다.


“어, 언제부터 이랬던 거예요 일레인??”


“아 수아. 도련님이······. 모르겠어요.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건지 왜 이리 안 낫는지!”


울상이 된 일레인을 보며 정수아가 다시금 냉정한 눈으로 토마스를 바라보았다.


“이거, 이거······!”


정수아가 익히 알고 있는 반응이었다.

뒤틀린 마나로 폐인이 되었던 자신이, 제갈이준의 집에서 생활하다가 낫게 되기 전날 밤에 있었던 일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때.


“얘들아! 거기 있지? 좀 도와줘! 토마스가 너무 많이 아파!”


“꽉??”


마당으로 뛰쳐나간 정수아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정령들을 부르며 손짓을 했다.


“꽉~!”


운디네를 필두로 정령들이 하나둘 잠에서 깨어 눈을 비비며 정수아가 부르는 방 쪽으로 들어갔다.


운디네의 따듯한 깃털 사이에 몸을 묻고 자고 있던 정령들도, 두 발로 걷는 고양이들과 꼭 껴안고 자고 있던 정령들도, 지붕 위에서 별을 세던 호기심 많던 정령들도 총총히 내려와 토마스의 방으로 향했다.


“일, 일레인······.끙······.”


“걱정마세요 도련님. 저 여기 있어요.”


“열이 안 떨어지는데. 참!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야.”


정수아가 잽싸게 제갈이준의 방으로 달려갔다.


“선배! 선배!!”


“끙······. 수아야. 야심한 밤에 남자 방에 들어오고 그러면······.”


“잠 좀 깨 봐요 선배. 헛소리는 나중에 하고요!”


“······.”


어쩌다 내 이미지가 이렇게 됐지?

진지한 고민이 잠깐 스쳤다.

분명 성인 이후로 어딜 가서도 선생님 소리 하나는 못 들은 적이 없는데 말이야. 정수아는 이제는 날 편한 걸 넘어서 좀 모자란 선배 취급을 하는 거 같은데.


‘하기야 뭐.’


제갈이준은 상대가 편해지면 편해질수록 격식이고 뭐고 마치 어린아이가 어린아이를 대하듯 순수하게 대하는 면모가 있었다. 말인즉 자업자득, 본인이 본인 무덤을 팠으니, 불만할 게 없는 상황이었다.


토마스의 방으로 간 제갈이준은 허나 딱히 할 것이 없었다.


“무슨 일이 있다는 거야?”


“어? 그러니까 방금 전 까지······. 방금 전 까지 되게 아파했어요!”


정수아가 멍청하게 정말이라는 듯 억울한 눈빛을 했다.


“응? 나 하나도 안 아파!”


“도련님, 누워 계세요. 몸이 온전치 않으십니다.”


자기가 하나도 안 아프단 걸 보여주고 싶은 토마스가 일어나려다가 머리가 핑 도는지 다시 베개에 머리를 댄다.


대충 주변을 둘러보니 알 수 있었다.


꽉꽉이는 방 한쪽에서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펴고 있었고, 토마스는 카피바라인 뀽뀽이를 수면 인형처럼 안고 있었으며, 단발이와 팀장님과 삐삐 그리고 레몬을 포함한 하급 정령들이 토마스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다 해결된 거 같네.”


잘했다 귀여운 녀석들아.


옹알 옹알!


자다 깨서 그런지 좀 피곤해 보이는 정령들이 손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우리만 미더!


그래그래.

믿음직스럽네.


이유는 모르겠지만 토마스는 정령들의 합격을 받은 거 같다. 뭐, 어린애들끼리는 원래 빨리 친해진다고 하기도 하지.




* * *




다음 날 아침,

일레인의 두 눈에는 보석 같이 빛나는 이체가 깃들었다. 평소 반쯤 죽어 있는 듯, 흔한 도시인의 그것처럼 잿빛이던 일레인의 눈이 마치 새로 태어난 사람처럼 생생하게 반짝였다.


“도련님······?”


자기도 모르게 밤새워 간병하다가 까무룩 잠깐 잠이 들었던 일레인이 마당으로 나오자 보인 것은 제갈이준이 키우는 커다란 백호를 자꾸만 귀를 잡아당기며 괴롭히고 있는 토마스였다.


“어 일레인 일어났어?”


호랑이를 괴롭히거나, 거위와 뛰어노는 모습 같은 거야 평소 낮의 토마스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일레인의 두 눈이 흔들린 이유가 있었다.


“도련님, 도련님 잠깐만요!”


“아 왜 그래. 뭔데.”


“도련님 팔이······. 팔이······.”


토마스의 팔에 있던 거친 검은색의 문신과도 같았던 무늬가, 중화라도 된 듯 흐릿하게 연보랏빛으로 변해 있었다.


“아 싫어! 나 주사 안 맞을 거야. 오늘 기분 엄청 좋아!”


“······.”


토마스가 평소처럼 땡깡을 부리며 달려 나갔지만, 일레인은 복잡해진 생각에 토마스를 붙잡고 있지도 못하고 입을 벌린 체 농장으로 달려 나가는 토마스의 뒷모습을 볼 뿐이었다.


“이게 어떻게······.”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게이트 사고에 휘말린 사람들이 종종 겪게 되는 장애이기도 한 뒤틀린 마나 현상. 그것은 전 세계적으로 뚜렷한 치료법이 없기로 유명한 악독한 증상들을 유발했다. 그리고 그 뒤틀린 마나의 상징과도 같은 몸에 남는 검은 상흔인데, 그것이 마치 씻어내기라도 한 듯 한결 가벼워진 토마스의 몸.


“도련님께서······. 토마스가 나았어?”


일레인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꿈에서만 그리던 상황이 눈앞에 벌어지자 맘껏 기뻐하지조차 못했다. 자칫 섣부르게 기뻐하면 이 모든 꿈이 깰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제갈 선생님께서······. 해주신 거야.”


일레인은 알 수 없는 예감에, 저쪽 마당 한쪽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는 제갈이준의 뒷모습을 몰래 잠시 바라보았다.


일레인은 다급히 스마트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회장님. 급히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통화 괜찮으십니까?”



바다 건너 멀리, 미국 어딘가.

회의실에서 마라톤 회의에 참석 중이던 롱 라이프 테크놀러지의 회장, 약선의 후예인 이한선은 자신의 직속 비서 중 하나인 일레인의 연락을 받고 잠시 회의를 끊었다.


“쉬었다 하지.”


“예 알겠습니다!”


“휴우!”


뜬금없이 부여된 쉬는 시간에 진땀을 흘리며 몇 시간 연속으로 회사의 미래에 관한 토의에 참석하던 이사들이 잠시 풀어진다.


회의장 옆의 빈 사무실로 들어온 이한선은 빌딩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사무실 창가에서 일레인의 전화를 받으며, 점점 말을 잃어간다.


“······. 그게. 그게 정말인가??”


“네 회장님. 정밀 검사를 받아봐야겠지만 눈으로 보기에도 많은 차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회장님의 추측이 맞았나 봐요. 무슨 방법을 쓴 건진 모르겠지만 제갈이준 선생님께서 고쳐주신 듯합니다.”


“이, 이런 이런 일이······. 그게 정말이었다니. 세상에 어떻게······.”


이한선 회장은 평소 말을 칼같이 하는 사람이었으나 이 통화에서만큼은 벅차는 감정에 할 말을 잃은 한 명의 할아버지일 뿐이었다.


“······.회장님?”


일레인의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회장의 안부를 물었다.


“아닐세, 아니야. 자네가 아주 장한 일을 해 주었구만. 그래. 나도 적절한 조취를 취할 테니 자네도 할 일을 계속 해 주게. 다른 회사 문제는 일절 개의치 말고. 토마스를 잘 돌봐줘.”


다급히 덧붙이는 이한선 회장의 목소리에 물기가 묻어났기 때문이다.


망해가는 가업을 되살리고 회사를 크게 펼치고 전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시킨 철인 이한선 회장이, 심지어 자신의 친 아들이 죽은 날에도 회사의 합병 식에 참여해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라는 평을 들었던 이한선 회장이. 전화 뒤편에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울먹이고 있었다.


일레인과의 통화를 도망치듯 마친 이한선 회장은 도심 위의 하늘을 보며 하염없이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고맙네······. 정말 고마워. 고맙네. 우리 손자를 잘 부탁하네 제갈 선생······.”




* * *




“아이 귀 가려워. 누가 내 얘기를 하나?”


옹알 옹알?


“응. 남이 내 얘기를 하면 귀가 가렵다고 하는 말이 있어.”


옹알 옹알~


제갈이준의 어깨와 머리에 쓴 밀짚모자 위에 붙어 있던 하급 정령들이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자꾸만 자기들 귀를 긁어댔다.


“왜. 너도 누가 네 얘기 하는 거 같아?”


꺄르르.


단발이가 머리칼이 찰랑거릴 정도로 즐겁게 웃었다.


귀가 가려워서가 아닐 거다. 요즘 들어 하급 정령들은 제갈이준이 하는 거의 모든 것을 따라 하곤 했다.


“휴, 어쨌든 간신히 완성했다.”


이준이 만든 것은 커다란 나무문이었다.

나무로 된 문 곳곳엔 신비한 금속들로 장식이 되어 있었다. 특히나 그 중앙의 투박한 장식과 손잡이는 평범한 청녹색의 금속으로 보였으나 그 정체는 무려 판치온이었다.


판치온!

현존하는 게이트 산 금속 중 가장 값어치가 높다고 여겨지는 희귀 금속이었다.


“하지만 이건 그럴 가치가 있지.”


숨을 몰아쉰 제갈 이준이 자신감 있게 주문을 외웠다.


“여신님의 비밀스러운 매력은 나만 보고 싶다는 사실!”


······.


뻘쭘하긴 충분할 정도의 짧은 침묵이 지난 후.


화아아아아아아앙!!


제갈 이준이 들고 있던 나무문에 찬란한 빛이 깃들었다.


[ 당신의 성좌 ‘어디에도 없는 여신’이 부끄러워하며 손사래 칩니다! ]


······. 본인이 시켰잖아요.


어찌 되었든 완성된 문은 겉보기엔 평범한 나무문이었다. 유난히 단단해 보이고, 새것이라 그런지 겉이 반질반질 예쁘게 빛이 나긴 했지만.


“흠.”


뭘 어떻게 하라는 거지?

아이템의 설명을 보니 바닥에 설치하면 된다는 거 같다.


“······. 문만?”


이 무슨 황당한 일인가. 아무튼 뒷마당의 적당한 곳 아무 바닥에나 문을 내려놓았다.


“······.이게 맞는가 모르겠는데.”


하면서도 바보 같아서 의심스럽다. 하지만 제갈이준의 의심은, 동그란 고리 모양의 문고리를 당겨 올렸을 때 완전히 날아가 버렸다.


“이, 이게 뭐야????”


분명히 맨바닥에 문을 내려놓고 열었을 뿐인데, 안쪽의 공간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오는 게 아닌가!


“안에 뭐가 많은데??”


게다가 빈 공간이 아니었다. 무언가 구색을 갖춘 공간이 있었다.


머리만 드밀고 안을 확인한 제갈이준이 감탄하며 허리를 다시 폈을 때였다.


띠링 띠링.


“응? 뭐지.”


[ 입금 +500,000,000 롱라이프테크놀러지 / 숙박비 ]


“헉, 뭐. 뭐야 오억???”


아무리 최근엔 돈 잘 벌고 있는 제갈이준이라 해도 순간 헉 할만한 금액이 턱 하니 들어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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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75화 +3 24.06.30 1,209 60 14쪽
» 74화 +2 24.06.29 1,342 58 12쪽
74 73화 +2 24.06.28 1,401 48 12쪽
73 72화 +3 24.06.27 1,477 53 15쪽
72 71화 +2 24.06.26 1,514 57 12쪽
71 70화 +4 24.06.25 1,566 67 15쪽
70 69화 +3 24.06.24 1,654 65 14쪽
69 68화 +2 24.06.23 1,699 66 17쪽
68 67화 +4 24.06.22 1,724 59 15쪽
67 66화 +3 24.06.21 1,851 62 14쪽
66 65화 +5 24.06.20 1,873 74 13쪽
65 64화 +5 24.06.19 1,845 75 14쪽
64 63화 +5 24.06.18 1,921 74 16쪽
63 62화 +2 24.06.17 1,995 62 19쪽
62 61화 +3 24.06.16 2,110 70 17쪽
61 60화 +5 24.06.15 2,216 66 13쪽
60 59화 +5 24.06.14 2,163 74 15쪽
59 58화 +2 24.06.13 2,266 63 13쪽
58 57화 +3 24.06.12 2,307 68 18쪽
57 56화 +2 24.06.11 2,396 69 17쪽
56 55화 +3 24.06.10 2,450 68 13쪽
55 54화 +2 24.06.09 2,596 61 14쪽
54 53화 +3 24.06.08 2,672 71 19쪽
53 52화 +3 24.06.07 2,712 71 16쪽
52 51화 +2 24.06.06 2,751 74 15쪽
51 50화 +2 24.06.05 2,914 7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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