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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베어의 곰굴

EX급 귀농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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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베어
작품등록일 :
2024.05.11 21:02
최근연재일 :
2024.06.2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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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6.17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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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62화

DUMMY

62화




휘까앙! 휘까앙!!


아주 경쾌한 리듬감의 소리가 청청산의 비밀스러운 광산 속을 울리고 있었다.


“내가 왜 이 고생을 해야 하는 거야!”


어둠 속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불만을 터뜨렸다.


당연히 이곳은 제갈이준 소유의 산이었고, 그 안에 있는 광산이었다. 이 광산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상식적인 풍경과는 참 다르게 생겼다.


보통의 광산이라면 자연을 개발하는 일이다. 그렇다 보니 많은 인력과 장비들이 들어간다. 광산 안팎을 드나드는 전찻길을 깔기도 한다. 요즘은 자동화된 탄광 차가 다니며 광물을 옮기기도 하기에 어찌 보면 광산 개발에 있어 필수적이다.


사실은 그것은 비단 일반적인 광산이 아니라, 게이트 시대 이후에 성계의 간섭으로 인해 생겨난 변형 지역의 신비로운 광산들도 거의 마찬가지였다.


특히 미국의 벤져스 팀 같은 변형 지역 채굴 단의 경우 어마어마한, 그야말로 전쟁이라도 치를 법한 인력과 장비들을 동원해 미국 캘리포니아에 등장한 신비한 광산을 초토화하며 안으로 점차 진입하고 있었다.


오히려 그쪽은 정통적인 의미의 광산 개발보다도 훨씬 더 규모가 크고, 인력을 많이 쓰고, 핵융합 엔진을 장착한 초거대 드릴 등 엄청난 장비들과 수백 명 단위의 전문 인력을 동원해 신비 광산을 개발 중이었다.


하지만, 제갈이준의 광산은 조금 달랐다.


분명 산에 고사리 뜯으러 가는 상황은 아닐진대, 제갈이준 광산에 드나드는 이들은 곡괭이 하나 덜렁 메고 광물을 담을 주머니 정도나 메고 다녔으니 말이다.


오늘 잔뜩 고생 중인 사람은 제갈이준이 특별히 고안한 헬멧 장비를 쓰고 있었으니, 나름 제갈이준의 일꾼들 중에는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튼튼한 헬멧에 어디서든 빛나는 신비로운 도깨비불 횃불을 그저 케이크 위에 초 꽂듯 턱 하니 꽂아둔 제갈이준표 광산용 헬멧!


그 특별한 헬멧을 특별히 시착할 기회를 얻은 사람은 하지만 그렇게 기분이 좋아 보이진 않았다.


“이래도 되는 거야? 이건 노동 착취가 분명하잖아. 나같이 연약한 여자에게 이런 험한 일을 시키다니. 불법이 분명 해!”


씩씩거리며 자꾸만 도깨비 횃불이 달린 작업용 헬멧을 고쳐 쓰는 여자. 정말로 이런 광산 속에서 작업을 하고 있을 거라곤 상상도 되지 않는 인물인 당미미였다.


당미미가 쓰고 있는 헬멧 위의 도깨비 횃불 덕분에 주변은 환하게 밝았다. 불꽃 자체는 신비로운 보랏빛이 도는 청색이었으되 그것이 내뿜는 빛은 은은한 분위기가 있는 밝은 노란 빛이었다. 보통의 조명 따위와 다르게 도깨비 횃불은 그것이 있는 공간 전체를 신비로울 정도로 골고루 밝게 만들어 주어, 이런 광산 여정에 있어서 굉장히 유용한 물건이 되어주었다.


도깨비 횃불은 광산 초입에서 발견된 물건들이고, 몇 층에 걸쳐서 가끔 발견된 물건이다. 하지만 지금은 광산에 도깨비 횃불은 단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는데, 제갈이준이 몽땅 뽑아다 집에 가져다 놨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도깨비 횃불은 지금 제갈이준이 새로 만든 대형 카페인 카페 더 청청에 인테리어 장식물로 쓰이고 있었다.


“아하이 진짜! 거지 같아! 날 이런 꼴로 만들다니.”


검은 때가 꼬질꼬질 타 버린 작업용 장갑을 보며 당미미가 얼굴을 왈칵 구겼다.


서울에서 차라리 패셔니 스타에 가깝던 (실제로 인스타 팔로워 숫자가 상당하다.) 당미미의 모습은 청청리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다곤 해도, 이 정도로 처참하게 망가진 모습은 호돌이를 처음 만난 날 그녀의 머리가 사탕처럼 쩝쩝 빨리던 부근 이후를 제외하곤 처음이었다.


마치 수상한 실험을 하다가 비커가 폭발한 미치광이 과학자처럼 산발이 된 당미미의 머리카락 사이사이엔 미세한 먼지와 돌가루가 잔뜩 끼어들어 가 끔찍한 상태였고, 옷은 도무지 뭘 입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검뎅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다만 유난히도 죽죽 잘 늘어나는 바지의 윤곽 만이 그것이 몸빼 바지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제가 갑이라고 나한테 갑질하는 거야? 노동자 인권 문제는 관심도 없나 제갈이준은??”


노동자 인권이라니.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어린 시절부터 메가 코퍼레이션에서 공주 취급을 받으며 갑 중 갑으로만 살아온 당미미가, 노동은커녕 아르바이트라도 제대로 해 본일 없던 당미미의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는 것을 알면 목덜미를 잡을 법한 사람들이 서울에 많을 게 틀림없었다. 자의 조금에 타의 많이로 어제도 야근을 한 탕가 메가 코퍼레이션의 직원들이 지금 당미미의 말을 듣는다면 어떤 반응을 해야 할 지 감도 잡지 못하리라.


“구리 조각이 80개······. 아직 20개나 모자라잖아!”


손바닥만 한 크기의 신성한 구리 조각!

이것이 이 광산엔 지천으로 깔려있었다. 정확히는 어지간한 사람 크기만 한 커다란 돌덩어리를 부수면, 그 속에서 이런 구리 조각이 나올 때도 있고 안 나올 때도 있고 그랬다.


이렇게만 보자면 신성한 구리가 이토록 적게 나오는 광산이 별것 아닌 거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은 손바닥 만 한 크기의 신성한 구리가 이렇게나 자주 나오는 광산이 있다는 거 자체가 엄청난 일이었다.


어쨌든 힘은 많이 들고, 캐서 나갈 것의 분량은 적은 상황. 제갈이준은 당미미에게 이미 자기가 정복한 층들에서 신성한 구리 조각을 캐 올 것을 주문해 둔 상황이었다.


“대체 다른 일꾼이 캐면 왜 안 된다는 거야? 이게 뭐라고.”


광산 일을 시킨다기에 일꾼을 데려오겠다는 당미미를 고사했던 제갈이준. 꼭 당미미가 직접 캐야만 한단다.


“날 고생시키고 싶어서 안달 난 게 분명해!”


사실 제갈이준이 이런 귀한 광물이 나오는 광산에 덜컥 당미미를 일을 시킨 것은 그녀를 믿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제갈이준의 생각보다 보안이 더 철저하게 잘 지켜지고 있었다.


“······.별로 예쁘지도 않은 돌덩이가!”


화를 내며 구리 조각을 자루에 쑤셔 넣는 당미미는, 신성한 구리가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조차 몰랐기 때문이다.


이번 주의 당미미 할당량은 구리 조각 100개!


휘깡! 휘까앙!


그녀의 곡괭이 소리가 계속될 무렵, 제갈이준 역시 편하게 놀고 있지만은 않았다.




* * *




“꺄아아아아!! 선배!!”


“수아야아아아아아!!”


“드디어! 드디어어어어!”


정수아와 제갈이준은 둘이서 손을 잡고 팔딱팔딱 뛰며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드디어 90층 클리어!!”


당미미가 있는 곳보다 한참 아래, 광산 지하 90층이었다. 80층 중반에서부터 시작된 오늘의 여정이 마침내 끝나는 순간이었다.


“뀨뀨뀨뀨뀽!!”


“찍찍!”


카피바라의 모습을 하고 있는 대지의 중급 정령 노움과, 그런 노움에 붙어온 햄스터 두세 마리도 함께 그들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팔딱팔딱 뛰었다. 그야말로 축제의 장!


옹알 옹알!!


그들 주변의 하급 정령들도 서로 껴안고 기쁨에 핑글핑글 돌았다.


90층에선 조금 위험했다. 50층부터 점점 위험한 몬스터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제갈이준 혼자선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어갔다. 중급 정령들의 힘을 빌려 적당히 타계했지만, 더 내려오니 더욱더 강한 몬스터들이 간간이 수문장처럼 지키고 있었다. 그래서 제갈이준은 인간 전차 정수아를 데려왔다.


사실상 재각성에 가깝게 현재 역대급 전투력을 가지게 된 정수아!


오히려 강화 팔찌 때문에 아프기 전보다 지금 정수아가 훨씬 강했다. 그녀의 성좌와의 유대감도 더 높아져 2차 성좌 스킬까지 사용할 수 있는 특급 S급 헌터, 문자 그대로 모양만 사람이지 탱크와 팔씨름하고 전투기와 탁구를 쳐도 좋은 승부를 펼칠 수 있는 게 지금의 정수아였다.


그런 정수아에게 걸린 90층 보스는 참 운이 없는 편이었다. 서울의 아무 헌터나 잡아 와서 승부를 붙여도 90층을 지키고 있었던 보스 몬스터인 위풍당당한 미노타사우르스에는 고전을 했을 것이나, 정수아는 그런 괴물을 빛이여란 일갈 한 번에 비프로스트로 구워버렸다.


[ 퀘스트를 클리어했습니다! ]


[ 당신의 성좌 ‘어디에도 없는 여신’이 흐뭇한 미소로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


본디 성좌와의 계약에 따르는 퀘스트긴 했으나, 여신님의 퀘스트는 또 각별히 상황에 맞게 척척 이준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보상으로 내어주곤 했다.


‘이번엔 금 시리즈구나.’


과연 그렇지 않을까 예상은 했었다.


곡괭이와 호미, 도끼 등을 신성한 금으로 만드는 방법이 적힌 레시피들이 첫 번째 보상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조금 특이한 레시피가 있었다.


[ ‘반전의 좋았쓰 고양이 장화’ 레시피 ]

- 여신님의 가호가 깃든 엄청난 마법 장화의 레시피!

- 너무 험악한 지형이 나타났을 때 이 장화를 신고 있었다면 오히려 좋았쓰!

- 밟을 엄두가 안 나는 것을 밟을 때 ‘좋았쓰’를 외치면 좋았쓰!

- 상상력을 발휘하면 발휘할수록 더 좋았쓰!


- 고양이 전용 장화로 만들면 재료가 1/5만 들어가고 고양이 전용 옵션이 활성화된다.

- 고양이 전용 옵션 : 변신과 무술 기능이 추가된다.


- 장화를 만들고 아래 주문을 외우자.

-‘아름답고 착하고 매력적이고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운 여신님이 내 성좌라니 좋았쓰!’



“······.”


나는 설마설마하는 내용을 삼킬까, 말까 할 틈에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설마······. 리플랙션 마법?”


물건의 이름이 상당히 해괴하다. 하지만 곰곰이 살펴보면, 이건 한 가지 마법과 연관있는 설명일지도 모른다는 추론이 가능했다.


리플랙션!

‘반전’ 마법. 그러니까 이 레시피로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은 문자 그대로 ‘반전’의 속성을 지니고 있단 말이다. 반전이란 이런것이다. 적의 마법을 튕겨내거나, 아예 적에게 그대로 돌려줄 수 있는 그런 마법이 바로 리플랙션이었다. 하지만 리플랙션은 인간 마법사가 쓸 수는 없었고, 주로 던전의 보스들이 사용하는 마법으로 알려져 있었다.


“어떤 식인진 모르겠지만······. 만들 수 있다니. 허허······.”


물론 얼마나 강력한 종류의 리플랙션인지, 정말 던전 보스의 그것과 같은 리플랙션인지 실험하고 알아볼 필요야 있었으나, 리플랙션이 달린 아이템이라는 거 자체가 너무나도 엄청난 일 이었다.


이러면 그간, 기나긴 헌터 역사 동안 리플랙션을 쓰는 보스 몬스터 때문에 죽어간 수 많은 헌터들은도대체 뭐가 된단 말인가? 장화에도 붙어 있는 건데!


그러고 있을 무렵이었다.


“선배! 여기 좀 봐봐요 선배!”


“응? 뭔데 그래.”


“여기, 여기 엄청 이상한 돌이 있어요!”


겉보기엔 평범한 암석 중 하나로만 보이는 돌덩이였다. 허벅지 높이 정도 까지 오는, 이 광산의 90층에 있기엔 제법 아담한 크기의 착 가라앉은 청회색의 암석이었다.


“이게 왜?”


“이, 이거 안 깨져요!”


“뭐, 뭐라고???”


이건 놀랄 만한 소리였다.

지금 우리는 광석을 수집하기 위해 이 광산에 온 게 아닌, 퀘스트를 깨면 더 먼 아래로 가 보기 위해서 온 것이었다. 그렇기에 광석을 많이 캐면서 가진 않았지만, 특이해 보이는 암석이 있는 경우엔 한 번씩 쪼개 보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인간 전차 정수아가 여신님의 힘이 깃든 곡괭이를 들고도 못 부수는 돌덩이가 있다고?


이건 보통 대단한 돌이 아니었다.


“제대로 해 본 거 맞아?”


“정말이라니까요?!”


까앙!


정말이었다.

나 역시 곡괭이로 암석을 쳐 보았지만 마치 돌이 탱탱볼이라도 되는 양 단단한 손맛만 남기고 그 반발력으로 곡괭이가 되려 뒤로 튀어 올라서 놓칠 뻔했다.


“뭐 이런 돌이 다 있지.”


그저 어이가 없었다.

광산이 생기고 나서, 변형 지역과 광산에 대한 논문을 전방위적으로 읽어본 나로서도 이런 돌에 대한 정보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선배 곡괭이 굉장히 튼튼하니까. 마나를 많이 많이 밀어 넣어 볼까요?”


“흠. 해 볼 가치는 있겠지.”


나와 정수아는 사이도 좋게 서로 손을 번갈아 가며 곡괭이를 함께 붙잡고 마나를 밀어 넣었다.


고오오오오오오!!


은빛의 곡괭이에 마나가 밀어 들어가자, 무지개색의 아우라가 날 부분에서 번뜩인다. 정수아의 머리칼이 그 기세에 휘날린다.


“이야아아앗!”


쩌억!


둘의 힘을 합쳐 마침내 갈라진 광석.

그리고 정수아가 그 사이에서 꺼내든, 마치 암석화된 청포도처럼 보이는 밝은 빛깔의 금속. 손톱보다 조금 더 큰 사이즈로, 사이즈 마저도 청포도 알 같은 그것에 대한 정보가 내 눈앞에 떴다.


[ 판치온 ]

- 성좌들의 세계인 성계 어디에선가 떨어져 나온 금속 조각.


“파, 파, 파, 판치온 이야!”


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다고 알려진 마법의 금속이 내 손바닥 위에 있었다. 비록 한 알 뿐이지만!


“판치온? 판치온 이요 선배? 맞. 맞네? 정말 판치온 이라고 뜨는데요?!?!?”


우리 둘은 한참이나 입을 쩍 벌리고 절로 빛나는 판치온 조각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 지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문자 그대로, 내 손바닥 위에 꼬마빌딩 하나가 올려져 있었다.


그렇게 빛나는 청포도 알, 아니 판치온 조각을 보며 멍을 때리는데, 눈앞에 메시지 창이 나타났다.


[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


[ 진격의 제갈이준 도굴단 ]

퀘스트 조건 :

1. 91층으로 진격 하십시오 0/1

2. 우정의 힘으로 위기 극복하기 0/1

3. ???


퀘스트 보상 :

1. 이상한 피젯스피너




* * *




제갈이준이 광산 90층을 정복한 다음 날. 소림 코퍼레이션의 회의실에 난리가 났다.


한옥 스타일로 지어져 신발을 벗고 드나들어야 하고, 바닥에 앉는 고전적인 스타일의 집처럼 생긴 회의실에는 작은 불상들, 그리고 시간대에 맞춰 서서히 불교적 상징성이 있는 그림들로 변하는 AR 벽과 빛은 진짜 초처럼 내지만 실제론 타지도 않고 꺼지지도 않는 홀로그램 촛불들과 등들 덕에 오묘한 분위기가 있었다.


그리고 바닥에 앉았을 때 높이에 맞게 짜인 검은색 테이블에 앉아 있던 스님들은 경악을 하고 있었다.


“그, 그게 정말인가!”


“예! 제갈이준의 광산에서 심상치 않은 에너지 반응이 있어서 직접 탐사대를 보내 보니, 무려 90층까지 정복되어 91층이 개방된 상태였다고 합니다.”


피곤에 쩔어 보이는 특무대 승려가 머리를 숙이며 보고했다.


“아, 아니 이건 정말로 큰일이 아닙니까?? 얼마 안 남았다는 소리가 아니겠어요!!”


“우리 정보에 따르면 90층 이후부턴 이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수준의 몬스터들이 나올 겁니다. 아무리 제갈이준이 S급 헌터와 함께 해도 외부에 도움을 청하지 않고선······.”


“하, 하지만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그런 전재를 붙이기엔 지금까지 제갈이준이 보여준 행보를 아시지 않습니까!”


“90층이라니······. 기껏해야 30층 정도나 갔겠거니 했던 게 아닙니까!”


평소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침착함을 유지하던 소림의 간부들이 난리가 났다. 방장 혜진조차도 머리에 식은 담이 맺혔다.


이런 통제라!

어떻게 이런 일이?

제갈이준이 도대체 무슨 방법을 쓰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소림이 최소한 수십 년은 각오하고 시작한 일을, 이렇게 짧은 기간에 끝내버렸다. 눈치도 없게 말이다!


꽈앙!


“제기랄! 무슨 놈의 고매한 심계가 있었던 게 아니었단 말인가!”


혜진이 저도 모르게 손바닥으로 상을 내리쳤다. 그 기세에 다른 스님들이 화들짝 놀란다. 방장이 침착함을 잃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통제라. 제가 이리도 모자랍니다!”


혜진은 속이 탔다. 여태까지 제갈이준이 뭔가 기막힌 책략을 세워 그들의 뒤통수를 치진 않을까, 그것만 걱정하며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게 아니었다. 그냥 기가 막히게도, 제갈이준은 이 세상에서 광산을 제일 잘 파 내려가는 사람이었다!


‘시, 심계 따위가 아니라 그냥 본인이 파면 그만이란 생각이었구나!’


제갈이준을 완벽히 반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광산 캐는 재주야 당연히 없을 테고, 무언가 이 상황에서 이득을 많이 챙기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야 제갈이준의 별호는 천하제일 지낭이니까. 머리를 쓰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했다. 몸을 이렇게 열심히 쓰고 있었을 줄이야. 반전의 연속이다. 그리고 소림의 입장에선 너무도 치명적인 반전이었다.


“우, 우리가 원하는 물건이 99층에 있는 게 확실하겠죠?”


“그럴 확률이 아주······. 높다고 봅니다.”


“뺏길 수야 없습니다! 지금 당장 법이고 뭐고 들이닥칩시다!”


모두가 공감했다.

엄연히 제갈이준 사유지 무단 침입이었으니 찜찜한 일이었다.

그리고 불가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들인데 불법을 저지르자는데 스님들이 만장일치가 되는 것은 정말로 드문 일이긴 했다.


“수호전을 앞세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몬스터들이 무더기로 있을 거라는 데.”


“무조건 그래야죠. 하, 하지만 법진 스님은······. 제갈이준과 친분이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 법진은 제가 설득하겠습니다.”


소림의 방장 혜진의 눈이 깊어졌다. 그는 법진을 평소 하고 싶은 대로 무얼 하든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놓아두었지만, 이번에는 사태가 달랐다. 그리고 또한, 정확한 사태를 전달하면 법진의 생각도 바뀔 것이었다.


얼마 뒤,

방장실에 방장과 법진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었다.


“저더러 제갈형님과 싸우란 소리입니까? 그렇겐 못 합니다!”


마치 토라진 소녀처럼 단호하게 말하는 법진에게, 방장이 눈짓 하자 한 스님이 지도를 가져온다.


“······.우리가 몇 년 전 입수한 변형 지역의 지도네. 확인해 보시게.”


지도의 값만 수 십억을 주고 구한 물건이었다.

이것 자체가 던전에서 발굴된 아이템이었다. 해당 지도는 지구의 어딘가에 나타날 변형 지역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기록되어 있었다.


그렇다.

바로 제갈이준 소유의 청청산에 나타날 변형 지역인 광산에 대한 정보가 잔뜩 적혀있는 지도였다. 그 광산은 그냥 아무렇게나 생겨난 게 아니었고, 던전에서 발굴된 지도에 예언 되어있었던 지형이었다.


“이, 이게 정말입니까? 이, 이게······.”


법진의 눈이 지진이라도 난 듯 떨렸다.

제갈이준의 광산 밑 마지막 층에 무엇이 있는지 지도에 상당히 상세하게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방장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 말도 안 돼 이, 이게! 이게 대체 거기에 왜 있단 말입니까아아아아아아아아!!”


얼굴이 시뻘게진 법진이 자기 머리에 손가락 자국이 남을 정도로 머리를 쥐고 소리를 질러댔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머리를 쥐어뜯을 상황이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쥐어뜯을 머리카락이 없었다.


법진의 절규에 십분 동감하는 방장이었다.

대체 그게 하필이면 거기 있다니, 이런 운명의 장난이 어디 있단 말인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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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65화 +5 24.06.20 1,667 71 13쪽
65 64화 +5 24.06.19 1,641 72 14쪽
64 63화 +5 24.06.18 1,715 71 16쪽
» 62화 +2 24.06.17 1,791 59 19쪽
62 61화 +3 24.06.16 1,917 67 17쪽
61 60화 +5 24.06.15 2,026 63 13쪽
60 59화 +5 24.06.14 1,971 7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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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7화 +3 24.06.12 2,126 66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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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5화 +3 24.06.10 2,282 66 13쪽
55 54화 +2 24.06.09 2,424 59 14쪽
54 53화 +2 24.06.08 2,506 69 19쪽
53 52화 +3 24.06.07 2,550 69 16쪽
52 51화 +2 24.06.06 2,582 71 15쪽
51 50화 +2 24.06.05 2,737 6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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