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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베어의 곰굴

EX급 귀농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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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베어
작품등록일 :
2024.05.11 21:02
최근연재일 :
2024.06.30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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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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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1화

DUMMY

71화




사파이어 빛깔처럼 맑은 청청리의 앞바다. 해구 안.


“······.”

동화 속의 공주처럼 아름다운 인어 이장님이 자못 비장한 표정으로 모여 있는 인어 주민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어 전사들과 해양 무사들은 긴장과 흥분으로 근육이 꿈틀거리며 어깨를 자꾸만 풀고 있었고, 일반적인 인어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인어 이장님 쪽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 안에는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예전에 완전히 물러간 줄 알았던 화산이 다시 바다에 자신들의 진지를 짓기 시작했고, 이번에 그들은 위협적인 검은 옷을 입은 헌터들을 대동했으며, 제갈 이준이 완전히 몰아내었던 그들의 쓰레기 같은 기계장치들이 다시금 바다에 소리를 울리고 있었다.


기나긴 긴장감 어린 침묵 끝에, 인어 이장님의 입이 떨어졌다.


“저 인간들이, 또다시 바다를 병들게 만들기 위해 이곳까지 찾아왔습니다.”


인어 이장님의 목소리에, 무례임을 알면서도 여기저기서 참고 참던 불만 어린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역시 인간 놈들은 믿을 게 못 돼!”


“내 이렇게 될 줄 알았다고!”


“고향에서나 여기에서나! 뭍에 사는 놈들은 믿을 수가 없어!”


인어 족이라면 본디 늘 입버릇처럼 해 오던 땅 위에 사는 인간들에 대한 분노와 불평과 불만들이 쏟아졌다. 이장님이 한마디 했을 뿐인데, 마치 그들을 욕함으로써 긴장감을 풀어내듯 인어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땅 인간들의 욕을 더 했다.


하지만 이 중에 평소와 달리, 마음껏 욕하지 못하고 팔짱을 낀 채 침통한 표정인 사람도 있었다.


제갈이준의 인어 형님, 카나크낙산이었다.


“그렇지만 제갈이준 동생은······. 좋은 인간 같았는데······.”


카나크낙산의 중얼거림 같은 소리를 들은 인어들의 표정이 다시금 침통해졌다. 인간은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세상엔 화산과 같은 무뢰배들도 있었지만, 제갈이준 같은 착한 인간도 있었다.


“······. 혼란스러워하실 것 없습니다. 이 세상 모든 인간이 좋지도, 혹은 나쁘지도 않은 겁니다. 인간 모두를 미워할 필요도, 인간 모두를 좋아할 필요도 없습니다!”


인어 이장님의 맑은 목소리에 인어들이 정신을 차렸다.


“그래. 화산은 나쁘고! 제갈이준 동상은 애가 참 진국이고!! 그런 것이여! 알것는 들가!!”


“좋아! 그렇게 딱 정리하면 되겠구만!”


“그래! 제갈 걔는 애가 참됐더라!”


카나크낙산의 목소리에 인어들의 표정이 한결 풀어졌다. 속을 갑갑하게 막고 있던 무언가가 해결된 느낌이었다.


인어 이장님의 눈이 깊고 또 깊어졌다.

또렷한 눈동자로 모두에게 전달했다.


“개구리 무사님의 말에 따르면, 지금 우리의 친구인 제갈이준님 역시 화산 때문에 위기에 빠졌다고 합니다.”


“저, 저런······!”


“세상에나.”


“아니 그 썩을 놈들이!!”


제갈이준에게도 화산의 업화가 미쳤다는 소리에 인어들의 눅진한 분노가 팔팔 끓어 올랐다.


“이준님도 싸우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 역시, 이대로 가만히 있어선 안 됩니다.”


찌르르한 긴장감이 온 바다에 흐르는 듯했다.


“바다는 넓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바다의 민족이라면서도 바다에 무슨 일이 생기면 도망치곤 했죠. 다른 곳으로 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늘 있었으니까요.”


“······.”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차원 여행으로 지구로 떠내려와서까지 그들은 화산이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할 때 오히려 자신들의 활동 반경을 줄이며 상대하지 않으려 애썼다. 제갈이준이 오기 전까지 무언가와 싸우기는커녕 도망치기에 급급했다.


“어떤 관점으로 본다면 우리가 저들을 막는 것 자체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우리는 이방인이고, 비록 바다를 망치려는 자들이 있어도 이들이 이 지구의 본래 주인이니까요.”


인어 이장님이 숨을 크게 들이켰다 뱉으며 외쳤다.


“바다는 누군가의 소유가 아닙니다! 모두가 함께 살아가고 바다의 은혜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만일 누군가가 자신의 이득만을 위해 바다를 전부 망치려 한다면, 바다의 아들딸을 자처하는 우리야말로 가장 최전선에서 그들과 싸워야 할 것입니다!”


“!!!”


평소와는 다르게 결연한 인어 이장님의 발언에 모두가 놀랐다.


“우리의 친구 제갈이준 역시 우리의 적들과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가 도망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그러니 싸웁시다. 모두 일어나서 싸웁시다!”


“······!”


카낙크낙산을 비롯한 몇몇 인어 전사들이 자기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전사들뿐만 아니었다. 이 자리에 모인 인어들이 남녀노소를 떠나 모두 결연한 표정이 되었다.


“크하하하하하하!! 명연설입니다. 이장님!”


퍽퍽!


인어 이장님의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누군가가 거칠게 어깨를 치며 뒤에서 나타났다.


“아, 아버지?”


어느새 투구와 삼지창까지, 모든 전투태세를 챙겨 나온 선대 인어 이장님이었다.


“어르신!!”


“몸은 괜찮으십니까??”


“당연히 괜찮지. 제갈이준이 약과를 해 준 이후로 몸이 아주 날아다닐 것 같으이. 마치 전성기처럼 말이야!”


전성기, 선대 인어 이장님은 인어 왕국의 장군이었다. 카리스마 넘치던 그 시절의 장군이 다시금 부활한 듯했다.


“자. 그럼, 우리 이장님의 의지는 이러한데. 따를 인어는 얼마나 되지? 누가 인어 이장님의 뜻을 따라 저 간악한 화산 놈들과 싸우겠는가!”


“······오오오오오오!!!”


거의 모든 인어가 외침과 함께 주먹을 치켜들었다.


“오오오오오오오오!!”


“가자!! 우리의 바다는 우리의 손으로 지키는 거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인어들이 각자 무기나 무기가 될 법한 것들을 들고 화산이 짓고 있던 바다 밑 기지로 헤엄쳐가기 시작했다.




* * *




제갈이준의 농장에선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흡······!”


황금 호미 끝에 온 신경을 집중한 제갈이준의 머리에 식은땀이 맺혔다.


본디, 스킬이란 그 방법을 익힌다고 해서 모두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 안에 담긴 서사를 이해해야 하며, 본인이 서사의 주인공으로 시스템에 인정받아야만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갈이준이 제대로 된 화산의 스킬을 쓸 수 있을 리는 없었다. 그는 스스로가 화산의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솔직히 말하면 화산의 조사들이 말하는 사상에 100% 동의하지도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런데도, 이 스킬 하나에 관해서만큼은 미약하나마 서사가 쌓여 있었다.


- 이야 이 정도나 따라 하다니, 준아. 화산으로 입문할 생각은 없냐?


백색의 풍경,

흩날리는 매화와 검은색 실루엣의 남자. 어떠한 상황속에서도 인간적 향기를, 마치 짙은 매화향처럼 남기고 다니던 남자.


‘그 시절 전투로 피해를 본 건······. 우리만은 아니었으니까.’


화산 소속이었던 영광의 세대.

그 하나만큼은 모진 눈밭에서 피어난 한 떨기 매화처럼 유난히도 빛이 나던 사내.

세상이 그를 기억하는 이름은 매화검선이었다.


- 이준아! 나중에 우리 애들이 뭐 물어보고 그러면 네가 좀 알려주고 그래라.


- 미쳤어요? 내가 왜요? 형님이 알려주세요. 아주 오래오래 살아서 벽에 똥칠하면서 알려 주세요. 내가 매화 통이다~ 하면서.


- 이 자식이 진짜!


피식.

그때 생각이 나니 긴장감이 완전히 날아가 버린 제갈이준의 호미가 가볍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르르르르르르.


호미의 끝이 잔상을 만들 정도로 떨리며, 이 세상에 자신의 색을 칠하기 시작했다.


뜬금없는 장소인 청청리 깡촌, 그 농장 한 가운데서 피어나기 시작한, 매화 꽃잎 하나.


“저······. 저게. 저게!!!”


화산 메가 코퍼레이션의 이사 청두팔의 얼굴이 기괴하게 뒤틀리며 꿈틀거렸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하나, 둘,


마치 눈치채지 못한 사이 새하얀 설원에서 고개를 내민 생명력 가득한 꽃잎 같은 것이 제갈이준의 손끝에서 그려지고 있었다.


하나의 꽃이 완성되나 싶더니 그것이 순식간에 몸집을 불린다. 열, 스물, 마흔, 예순, 백······.


‘조금만 더······.’


제갈이준은 화산 스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그렇기에 굉장히 비효율적으로 매화를 피워내고 있었다. 그걸 버텨내며 계속해서 만들어 내는 것은 여신님의 축복을 받은 음식들로 쌓아온 마나와 소림 대환단을 통한 벌모세수를 통해 튼튼해진 마나로드의 덕분이었다.


효율이 반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면 두 배의 마나를 써버린다.


‘그렇게 해서라도······.’


그렇게 해서라도, 단 한 번 만큼은 이들에게 제대로 보여 줄 필요가 있었다.


“잘 봐 둬. 잘 봐 두라고.”


제갈이준이 이를 악물며 스킬에 집중했다.

이걸 이들에게 충실하게 보여주는 것. 그것만이 자신을 희생한 매화검선, 아니 알던 형님에 대한 예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너희가 버린 건, 그 잘난 강해지는 수법들 추구하면서 버려왔던 건, 바로 이거야.”


“무, 무슨 헛소리를······.”


청두팔의 얼굴이 기괴하게 구겨지며 억지 미소를 만들어갔다.


화산의 매화가 제갈이준의 손끝에서 핀다고?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이미 화산은 저런 잔 스킬 따위는 압도할 만큼 강력한 앰플을 개발해 냈다. 그것으로 청청리에서 앰플을 생산해 낸다면, 그깟 스킬 몇 개 못 쓰게 되는 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어디서 옛 시대의 유물을 꺼내 들······.”


하지만 청두팔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순식간이었다.

하나하나 그려내듯 만들어지던 제갈이준 주변의 아름다운 매화들이, 순식간에 그 숫자가 열 배 넘게 불어났다. 동시에 그렇게 자라난 매화 꽃잎들이 온 세상을 뒤덮듯 그들에게 쏟아졌다.


‘매화분분······.’


화산 인파들의 입이 저도 모르게 벌어졌다. 칼날을 갈며 언제 제갈이준에게 뛰어들어야 할지 계산하던 청두팔도, 그 뒤에 보초를 서고 있던 화산의 헌터들도, 모두 하늘을 모두 뒤덮듯 휘날리는 매화 꽃잎들의 향연에 넋을 놓아버렸다.


아름답다.


어떻게 스킬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가 있는가?


시간이 정지해 버리기라도 한 듯 모두가 넋을 놓아버렸다. 그 직후였다.


퍼억!

퍽!!


“크읏?!”


헌터들이 화들짝 놀랐다.

그들이 쓰고 있던 헬멧을 가냘픈 꽃잎 단 하나씩이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마치, 너희를 헤치진 않겠지만 그 위력은 증명해 주겠다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헤, 헬멧이······.”


떨어진 헬멧에는 저마다 커다란 금이 쩍쩍 가 있었다. 어지간한 몬스터가 내리쳐도 멀쩡한 내구 강화 헬멧이었는데, 검은 헬멧들에 백색의 금이 쩍쩍 가서 나가떨어졌다.


화악~!


그렇게 한 차례 그들을 휩쓴 매화 꽃잎의 파도가 제갈이준이 호미를 위로 치켜들자 다시금 하늘로 올라가 저 멀리 날아가며 서서히 봄날의 눈처럼 녹아 없어져 버렸다.


“······.”


“······.”


“이······. 이게.”


“이게······. 우리 화산의 스킬···??”


모두가 잠시간 넋을 놓았다.

그들은 엉뚱한 길을 가고 있느라 그들의 진정한 힘을 잃어버렸다. 화산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고민이 드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하지만 청두팔은 다시 목청을 높였다.


“그래서? 그래서 뭐 어쩌란 말이냐! 이런 쇼 같은 걸 한다고 우리가 물러설 성싶어?!”


콰아아아아!


청두팔의 온몸에서 마나가 들끓어 올랐다.

결론이 변할 건 없었다. 이 자리에서 제갈이준을 헤치우고, 청청리에서 앰플을 만들면 그만이다. 그렇게 생각한 청두팔이 한 걸음 나서려고 한, 정수아가 칼을 빼 들며 제갈이준 앞으로 나서 성좌의 힘을 내려던 그 순간이었다.


터억!


어느사이, 그 누구도 눈치 못 챈 사이 저 멀리 날아오던 헬기에서 뛰어내려 경신법 스킬을 발휘한 누군가가 청두팔의 어깨를 붙잡았다.


“회, 회장님??”


“허허허허허 청이사. 고생이 많은 건 알지만······. 여기까지인 듯합니다.”


사람 좋게 웃고 있는 장년인은 화산 메가 코퍼레이션의 CEO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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