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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너머 몽환의 역

본 베히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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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토
작품등록일 :
2016.12.27 22:52
최근연재일 :
2017.02.21 12:09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18,463
추천수 :
326
글자수 :
174,063

작성
17.02.14 11:37
조회
223
추천
5
글자
10쪽

29. 모험가

DUMMY

터벅터벅.


지친 걸음 소리가 평원을 가로질렀다. 먼지 투성이 블랙 재킷이 모래 바람에 펄럭였다.


생명 하나 없는 황폐의 대지에 플루토는 나침반 하나에 의존했다. 밤을 새워 텅 빈 평원을 횡단했다.


과거 이곳도 생기로 흘러 넘쳤을 터. 황무지 가득 요정 몬스터 [페어리]가 출몰했다고 들은 적 있다. 바보 같다 생각해 중얼거렸다.


"숲이 전부인 녀석들이 여기에 왜 살겠냐고. 아무것도 없는데."


강제로 터전이 옮겨진 페어리들은 원래의 힘을 쓸 수 없었다. 환경도 식량도 마땅찮은 페어리들은 모험가의 훌륭한 사냥감일 뿐이었다.


[대공황] 때 메아리 산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환경에 따른 그들의 강함은 단신으로 [가야바]급 베히모스에 필적한다. 더군다나 특유의 비열함에 꽤나 애먹은 상대이다.


그런 괴물들을 누가 이 땅에 가둬놨는가. 그렇게 생각할 무렵.


"어?"


저 멀리 무언가가 보였다. 하늘색 맑게 개인 허공에 이질적인 안개의 기둥이 솟아있다. 의혹에 눈이 가늘어질 땐 이미 달리고 있었다.


각력을 증폭시켜 황무지를 단번에 횡단했다. 등 뒤로 모래먼지의 선이 하늘로 튀어오를 무렵. 플루토는 그것의 웅장함 앞에 헛숨을 들이켰다.


"이, 이건 또 뭐야..."


눈앞에 서있는 건 탑이었다. 고개를 들어도 구름을 가로지른 탑의 꼭대기는 찾을 수 없었다. 희미하게 보이는 마천루의 정점은 우주로 끝없이 손을 뻗었다.


그 장엄함에 압도되어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만 봤다. 신의 조형물이라 불릴 것에 맥없는 신음이 흘렀다.


그러나 곧 이성을 깨웠다. 고개를 내려보니 거대한 문이 앞을 막았다. 와이번 때보다 그 크기가 두 배는 되었다.


플루토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문에 다가갔다. 손을 대자 귀를 찢는 금속음이 들려왔다.


멍하니 서있을 동안 광휘가 눈앞을 가렸다. 한참동안 시력이 마비되었음에도 홀리듯 그 안으로 들어갔다.


"..."


눈부심에 실눈을 뜬 플루토는 점차 돌아오지 않는 시력에 말을 잃었다.


눈은 뜨고 있었다. 분명했다. 손을 들어 앞 뒤를 뒤집어 봤지만 시력도 돌아왔다.


그곳이 암흑으로 뒤덮였다는 걸 깨달았다. 소리없이 포대에서 랜스를 꺼내들었다.


정적에 기분 나쁜 긴장감이 흘렀다. 식은 땀이 뺨을 차갑게 긋고 갔다.


"크읏?"


돌연 기습한 무언가에 랜스를 휘둘렀다. 암석이 부숴지는 소리와 함께 파동이 일었다.


공포에 힘이 더 들어갔다. 보이지 않는 바닥에서 튀어오른 적이 몇 번 꿈틀거리는 소리 뒤에 절명했다.


그 때 또 한 번의 빛에 팔을 처들었다. 눈부심에 긴 시간을 경직된 후에야 주변을 돌아봤다.


지평선까지 청록으로 물든 평원이었다. 착시 현상인지 눈을 비볐지만 그대로인 목가적 그림 한 편에 다시 비볐다.


노골적인 시선이 느껴져 주변을 돌아봤다. 그곳엔 눈을 크게 뜬 모험가 여럿이 둘러싸 있었다.


플루토는 얼른 머리를 굴렸다. 정황상 던전 공략 중이었던 것 같다. 손질 잘된 장비들이 반증해줬다.


그 중 밤색 베레모가 특징적인 여궁수가 다가왔다.


"방금 어떻게 한거야?"


몹시 놀란 목소리로 다가오자 플루토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나 곧 그녀의 손을 따라가자 아연실색해 버렸다.


길게 처진 몸이 평원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축 늘어져 생기 잃은 몸은 숨이 멎을 정도로 거대했다.


[고르모노스]라는 지룡형 몬스터. 생물체의 한계를 뛰어넘은 규격의 몸이 발치에 머리를 거꾸러뜨린 채 쓰러졌다.


플루토는 당황했다. 상황 판단이 되기 무섭게 질문 공세가 치고들어왔다


"우리 열이 스킬을 난사해도 못잡은 걸 단번에...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공포스런 눈빛이 얼굴에 다가왔다. 머릿 속이 뒤죽박죽이 되어 얼어버릴 무렵. 뒤에서 누군가 여자를 말렸다.


"너무 그렇게 몰아붙이진 말자고. 당황스러워하는 것 같으니."


붉은 갑옷이 인상적인 기사였다. 다부진 체격 덕분에 어떤 갑옷을 입어도 잘 맞을듯 싶었다. 묵직한 회갈색 배틀액스가 어깨에 안정적으로 걸려있었다.


그의 말 한마디에 여자는 말을 멈췄다. 그리고 새침하게 뒤를 돌아봤다.


"이 녀석에 대해 궁금하지도 않은거야? 방금 걸 보고 어떻게 태연할 수 있어?"


"이런 걸 보고 태연할 수 있을리가. 다만 절차라는 게 있지."


기사가 사람좋게 웃었다. 이것만 봐선 영락없는 좋은 사람이다.


그러나 여자의 어깨를 옆으로 밀어버릴 땐 힘이 실려있었다. 나서서 기분나쁘다는 암묵적인 표시였다.


플루토는 모순적인 모습에 눈쌀을 찌푸렸다. 물론 기사는 아랑곳 않고 밝게 웃었다.


"실력이 대단한 플레이어군. 들었듯이 우리 파티 열이 고전한 걸 단번에 공략에 성공했어. 어디서 온 건지 물어도 될까?"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생각하며 순간이 지나갔다. 이질적인 긴장감이 흐르기 직전 애써 대답을 만들어냈다.


"제도."


플루토는 힙겹게 답을 뱉었다. 거짓말은 아니지만 어째 생각나는 게 그것 뿐이었다.


어떻게 보면 자신 정도의 실력이라면 제도 급이 알맞았다. 옛날 이야기지만 모험가로 따지자면 제2계급부터 제도 입장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짧은 답에 기사는 말문이 막힌 모양이었다. 밝던 미소가 굳어지는 게 우스웠다. 심각한 표정으로 기사가 물었다.


"제도엔...모험가가 남지 않은 것 아니었나? 어떻게 거기서 왔다는 거지?"


"네 말대로 [대공황] 이후 모험가는 제도 출입이 금지되었어. 추방령이지.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여전히 제국은 모험가들의 힘을 빌리고 있지."


"무슨 말을 하려는 거냐."


심각하게 흘러가는 분위기에 모두가 숨죽이고 바라봤다. 그러자 플루토는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어느정도 알려줬으니 너가 알려줘야 할 차례야. 받는 게 있으면 주는 게 있어야 할 것 아니겠어? 솔직히 황무지 한복판에서 되게 당황스럽거든? 상황 좀 설명해줬으면 하는데?"


고개까지 절래절래 저어 다음 질문을 막았다.


그런 플루토가 얄미웠는지 기사는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곧 어쩔 수 없다는듯 어깨를 으쓱였다. 여유롭게 잘 넘겼기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도대체 이곳은 뭐지? 내 앞에 툭하니 튀어나온 이 녀석은 또 뭐고."


플루토가 쓰러진 지룡을 발로 툭툭 건들였다. 의심을 사지 않으려는 과장된 행동이었다.


'도대체 내가 뭐하는 건지...'


속으로 여러번 한숨을 뱉을 동안의 시간이 흘렀다. 기사가 손으로 턱을 집은 채 생각에 잠겼기 때문이다. 플루토는 그가 뭐라도 기억해내려나 싶어 잠자코 기다렸다.


"여기에 대해 묻는거냐?"


"그래. 여기가 뭐하는 곳이냐고 묻는거다."


"정말...이곳에 대해 알고 싶은 거냐?"


기사가 말하길 머뭇거렸다. 플루토는 영문을 몰라 툴툴거렸다. 그러자 뒤에서 몇 명이나 되는 모험가들이 같이 머뭇머뭇 말을 이어갔다.


"뭐가 문젠데. 뜸들이지 말고 얼른 말해."


"그게 말이다...여기는..."


"뭐라고 설명하면 좋으려나, 하하하."


"비밀이 숨겨져 있다!! 알면 다치는 비밀!! 절대로 너가 알아선 안 될 숨겨진 마녀의 저주가 있으리!!"


"오버하지마! 중증 판타지 덕후! 그냥 별 것 아니야."


"뭐하러 알려는 건데? 갑자기 튀어나와서 우리의 사냥감을 채간 건 너거든? 그쪽의 사과를 받아야 하는 거라고, 우리가!"


덩치 값 못하는 기사. 쾌활해 보이는 바보. 얜 뭐하는 놈이지? 그런 이상한 녀석을 지적하는 녀석. 그리고 기분 나쁜 빵모자.


각양각색으로 치닫는 말들에 플루토는 머리가 지근거렸다.


"아, 안 말할거면 말하지 마!! 내가 혼자 알아내면 되니까!!"


"아니...그럴 필요까지야...그래, 그럴 필요가 있겠다."


"건투를 빌게, 하하하."


"좋은 판단이다, 기사여!! 그대의 운명은 이곳에 서려있지 않나이다!"


"운명 타령하네...RPG게임을 너무 많이 했어..."


"어디다대고 신경질이야! 우리가 소리질러도 모자른 상황이라고!"


빠드득.


저도 모르게 이빨을 깨물었다. 무지막지한 소리로 갈리는 이빨에 사람 좋은 청년이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래도 알려주는 게 좋지 않을까, 듀라한. 이 녀석의 협력을 받아내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그 순간 플루토는 볼 수 있었다. 기사의 눈빛이 싸늘히 내려앉는 걸. 훽 뒤로 돌려진 시선에 청년은 어깨를 움츠렸다. 압도적인 체격이 불쌍한 청년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생각을 해봐, 유리크. 저런 녀석이 우리가 뭐가 좋다고 협력해주지? 우리가 할당량을 채워야 한다는 걸 잊지마."


속삭이듯 대놓고 들리게 말하는 그였다. 이름이 듀라한이라고 했던가. 여러모로 마음에 안드는 남자였다.


"좀 안 들리게 말해줄래? 저런 녀석은 또 뭐야. 삿대질 빼먹은 것 같은데?"


비꼬는 플루토에 듀라한이 시선을 틀었다. 경멸적인 눈빛을 지우지 못한 채 쏘아오자 기분이 몹시 나빠졌다. 그렇게 한참을 서로 노려 보던 찰나였다.


"그냥 단순한 던전이야. 그렇게 못알려줄 것도 아니고. 같은 모험가끼리 쩨쩨하게, 쯧."


""뭐?""


얼굴까지 맞대가며 으르렁대던 둘이 동시에 돌아봤다. 음성이 난 곳엔 검은색 귀여운 팔각모가 흔들렸다.


작가의말

너무 늦었네요.ㅠ 죄송합니다.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S.W.청명
    작성일
    17.02.15 01:06
    No. 1

    기다렸어요ㅠㅠㅠㅠ플루토 얼마만에 만나는건지ㅠ 그래도 바로 다음편에 나와주긴했네요. 감사합니당ㅋㅋㅋ

    찬성: 2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베네토
    작성일
    17.02.15 01:13
    No. 2

    플루토를 기다려주신 제가 감사드립니다.ㅎ

    찬성: 2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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