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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너머 몽환의 역

본 베히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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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토
작품등록일 :
2016.12.27 22:52
최근연재일 :
2017.02.21 12:09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18,450
추천수 :
326
글자수 :
174,063

작성
17.02.06 22:40
조회
296
추천
6
글자
9쪽

26. 크레이터

DUMMY

에버리스는 있는 힘껏 내리막길을 달렸다. 다행히 아바타의 몸이라 호흡에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과도한 달리기로 스테미너가 고갈되었습니다. 이동속도가 감소합니다.]


그러나 자연스럽지 못한 신체의 정지로 가슴 속이 타들어갔다. 등에 업은 사이먼이 처음보다 무겁게 느껴졌다.


두려움이 온 몸에 내달렸다. 부스럭 거리는 수풀 속에서 몬스터들의 시선이 반짝였다. 등 뒤를 창으로 관통 당할까 다리를 박찼지만 속도는 늘지 않았다.


"아..."


잠시 멈추게 되었다. 눈 앞의 광경에 기뻐할 동안 스테미너 게이지가 채워졌다.


저 멀리 보인 것에 에버리스는 안도했다. 숲에 완전히 녹아든 통나무 집들이 산의 경사에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에버리스는 얼른 달려갔다. 다시 한 번 스테미너 고갈로 발걸음이 굼떠졌을 때 마을에 도착했다.


에버리스는 얼른 근처의 집으로 들어갔다. 누군가 있을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통나무 집의 구조는 지극히 단순했다. 목재 가구에 목재 천장과 벽. 그 모든 것들이 밤색으로 창문에 스며드는 달빛을 맞이했다.


가장 가까운 의자를 집어 사이먼을 앉혔다. 그리고 다시 사이먼의 상태 창을 열어봤다.


자연스럽게 이어진 행동에 의심하지 않았지만 평소엔 이걸 열 수도 없었다. 던전의 붕괴로 시스템이 어느 정도 수복된 것이다.


에버리스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도 사이먼의 상태 점검을 늦추지 않았다.


"제발 살아있어줘, 사이먼..."


체력은 바닥. 얼어붙어 죽지도 살지도 않은 상태의 사이먼에 손을 얹었다.


이 몸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것이라 할 수 있는 것. 그녀의 청아한 목소리가 이중으로 울렸다.


"나의 구세주시여."


경건하게 감은 눈은 누구에게 기도하는 것인가. 에버리스는 누구든 괜찮으니 사이먼을 구해달라 외쳤다.


"광명의 기적이시여 당신의 하늘을 빌리겠사오니 부디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큐어(Cure)!"


손 한가득 광휘가 쥐어졌다. 홀려버릴 정도로 아름다운 빛이었다. 에버리스는 그대로 그 빛을 사이먼에게 밀어넣었다.


"제발, 제발......"


플루토 때가 떠올라 마음이 조급해졌다. 혹시 자신의 술이 효과가 없는지 해서.


정적이 스며든 공기는 마시기조차 힘들었다. 아바타의 유일한 감각이 호흡조차 이젠 기쁨이라 느껴지지 않았다.


제발...


얹은 손을 떼지 않았다. 사이먼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냉기도 온기도 느낄 수 없는 몸에 에버리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 때였다. 사이먼의 체력 바가 요동쳤다. 확연한 진동이 일었다. 그리고 사이먼의 체력 게이지가 미세하지만 붉게 차올랐다.


에버리스의 얼굴에 환희가 그려졌다. 그러나 극소량의 체력조차 갑자기 0으로 기어가고 있었다.


아, 안돼.


"당신의 하늘을 빌리겠습니다! 큐어!"


에버리스는 연속으로 영창했다. 손에서 빛줄기가 강해졌다. 어떻게든 0이 되는 걸 막아보겠다는 일념 하에 기력을 쏟아부었다.


[과도한 *기력 사용이 발견되었습니다. *기력을 아끼는 걸 권장합니다.]


"시끄러워! 다시 한 번! 큐어!"


눈 앞을 빨갛게 가리는 경고문을 무시하고 이젠 인공호흡하듯 급해졌다. 두 손까지 얹어가며 에버리스는 끝없이 영창을 반복했다.


[*기력* 사용량이 너무 많습니다. 1분 내로 *기력*이 고갈됩니다.]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살아나!!"


붉은 게이지가 찔끔거렸다. 이어지는 줄다리기에 아랑곳 않고 마나 칸은 강물 빠지듯 하얘졌다. 신경줄이 끊어질 듯 했다.


[기력 사용량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주의해서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지금이 그럴 때냐고!!"


살아나! 살아나라고! 속으로 무한 번 외친 말에 시간조차 멈춰버린 듯 했다.


그리고.


[마나가 고갈되었습니다.]


그 짧은 문구와 함께 찬란하던 광휘가 사그라들었다. 서서히 눈앞에서 사라지는 빛을 멍하니 보고 말았다.


"아...안돼..."


짧은 신음과 함께 에버리스는 경직되고 말았다. 몸을 점령한 허무감에 고개가 천천히 내려갔다.


"여. 여기까지 왔는데...여기까지 왔는데...!"


녹색 절반까지 체력 게이지가 서서히 내려가고 있었다.


이젠 아예 땅에 주저앉아 버렸다. 절규가 입 안에서 쓰게 터져나왔다. 눈 앞이 물기로 흐려졌다.


그 때였다.


탁.


눈 앞을 휙 지나가는 무언가. 허공에서 반사된 달빛에 에버리스는 눈이 크게 뜨였다. 놀라 잠시 동안 땅바닥만을 쳐다봤다.


꿀꺽꿀꺽. 이질적인 소리가 코 앞에서 들려왔다.


"하아, 마나가 없으면 아이템을 쓰면 되잖아. 저 찬장 위에 있드만.~"


특유의 여유로운 목소리. 얼른 고개를 들었다. 유리병을 땅에 내려놓는 청명한 소리가 울렸다.


"그래도 목소리는 이뻐서 좋았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였어. 그냥 말할 때랑 노래할 때랑 엄청 다르네."


"어...어?"


"덕분에 살았어, 에버리스."


사이먼이 씨익 웃고 있었다. 어느 때보다 생기있게.


"어, 어이?"


와락 안기는 에버리스에 사이먼은 얼빠지는 소리를 냈다. 온 몸이 곤두섰다. 그러나 곧 몸의 힘을 풀었다.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작은 얼굴을 보지 않기 위해 고개를 돌려줬다. 꺼이꺼이 구슬픈 소리가 턱 아래에서 들려왔다.


"아니지, 에버리스는 가명이지. 진짜 이름은..."


옷깃을 살짝 붙들렸다.


사이먼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나 곧 이해하곤 입꼬리만 올렸다.


"그래, 여기선 에버리스로 하자."


사이먼은 창 밖의 달빛을 감상하듯 올려봤다.


"어떻게 보면 우린 저 세상에서 도망쳐 온 거니까."


우수로 젖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이먼과 에버리스는 집을 나왔다. 몇가지 구호품들을 챙겼다.


"흠, 내가 돌아봤을 때만 해도 이런 곳은 없었는데."


"갑자기 지도에 떠올랐어. 이거 봐."


사이먼의 앞으로 지도 창이 팝 아웃했다. 에버리스가 열어준 창엔 집 세개의 미니어처가 선명하게 보였다. 마을을 뜻했다.


"던전이 무너지고 나서 생겨났다 이건가...한 번 조사해 볼 필요가 있겠어."


"플루토는 너가 살아나면 곧장 클로버 마을로 가라고 했어. 너가 길을 알거라고 하던데?"


"후아, 살거란 걸 확신한 거냐? 사고 반경이 어떻게 되먹은 놈인건지."


사이먼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있는 통나무 집 주변을 걸었다.


사이먼의 의견에 따라 둘은 마을 주변을 탐색했다.


누군가 살았던 흔적이 있다. 그것만은 누가봐도 알 수 있다.

신기하게도...


"방금 피운 건 아닌 것 같은데..."


마을 중심의 모닥불조차 어둠 속에서 일렁이고 있었다. 바람에 불씨를 위태롭게 날리자 사이먼은 물 계통 마법으로 소화했다.


이미 꺼졌을 모닥불조차 방금 피워올린 마냥 살아있다. 사이먼은 가는 눈초리로 사방을 둘러봤지만 역시 사람은 없다.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순간 에버리스가 말했다.


"여기 뭔가를 찾았어!"


저 멀리 에버리스가 부르고 있었다. 사이먼은 아무 생각 없이 얼른 경사길을 내려갔다.


그리고 헛숨을 들이키고 말았다.


"뭐, 뭐야 이게..."


코 앞에 펼쳐진 장면에 눈을 의심했다. 헛것을 본 건 아닌가 눈을 비볐지만 산을 깎은 폐허는 사라지지 않았다.


웅장하다 할 크기의 크레이터였다. 뭉텅이로 파인 구덩이는 흡사 운석 낙하를 방불했다. 지름이 어림잡아 40m는 족히 될 것이다.


그것에 대한 생각은 단 한가지였다.


"얼른 여기서 떠나자."


"뭐?"


연구를 좋아하는 사이먼의 입에서 나온 말에 에버리스는 놀랐다. 사이먼의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선으로 내려왔다.


불현듯 엄습하는 공포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사이먼은 에버리스의 손목을 잡고 이끌었다.


"저게 뭔지 알아. 별로...가십거리가 될 건 아니지만..."


"정말 뭔지 아는 거야? 그렇게 위험한 거야?"


걸음을 빨리하는 사이먼에 에버리스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사이먼이 한차례 깊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허탈하게 중간에 끊겨버렸다.


"어리석은 모험가들의 무덤이야. 이제 이곳은 괴수 천지가 될거다."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ㅎㅎ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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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S.W.청명
    작성일
    17.02.07 04:56
    No. 1

    세상에ㅠㅠ우리 사이먼이 살았어요!
    세상에나 너무 좋다. 에버리스 짱짱걸♡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베네토
    작성일
    17.02.07 15:05
    No. 2

    원래 모험가라면 마을에서 부활하는 게 정상이죠. 그런데 시스템의 불완전한 복귀로 에버리스가 인공호흡을 했다고 보시면 됩니다.ㅎ

    찬성: 2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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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크레이터 +2 17.02.06 297 6 9쪽
27 25. 결의, 그것은 최후의 맹약 +8 17.02.03 475 8 13쪽
26 24. 사냥, 그것은 산 자들의 추격전 +3 17.02.01 435 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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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8. 외로운 산의 마법사 +9 17.01.19 586 12 9쪽
19 17. 카노푸스로 +3 17.01.19 561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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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 기울어짐 +7 17.01.14 572 11 11쪽
16 15. 말로 +6 17.01.12 522 12 16쪽
15 14. 역전 +5 17.01.10 585 1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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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0. 공모 +2 17.01.06 592 10 10쪽
10 9. 급습 +3 17.01.05 586 1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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