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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너머 몽환의 역

본 베히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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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토
작품등록일 :
2016.12.27 22:52
최근연재일 :
2017.02.21 12:09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18,466
추천수 :
326
글자수 :
174,063

작성
17.01.31 23:54
조회
503
추천
7
글자
10쪽

23. 사이먼

DUMMY

"너희 악마들이 있을 자리는 없다."


나지막하면서도 단호한 영창이 울렸다. 사이먼이 주춤 한발짝 빠졌다. 대항하듯 무언가가 사이먼을 밀어냈 것이다.


음산함에 맞서 온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섬뜩하게 전신을 파고들던 기운이 허공으로 흩어져서야 플루토는 의식이 돌아왔다.


"젠장, 이거만 하면 기분이 나빠져서 하고 싶지 않았는데..."


플루토는 랜스를 고쳐잡으며 투덜거렸다. 사이먼은 눈을 부릅뜨고 이쪽을 노려봤다.


"제법이구나, 성기사."


삼중으로 울리는 명칭에 플루토는 눈쌀을 찌푸렸다.


"과연 우리의 형제를 쓰러뜨릴만 하도다. 이제 동격이 되었으니 말이 잘 통하겠군."


"뭐, 그렇게 되는 거라면 환영이다. 무슨 바보같은 상황인지 갈피를 못잡겠으니까."


"네 놈이라면 알 것이다. 부정한 이곳이 누구의 과오인지."


"알다마다. 뭉뚱그려 알 뿐이지만 동족이란 건 부정할 수 없지......"


"그렇다. 이 신전은 너희들이 세운 것이다. 신을 기리겠다 너희들이 만든 것이 바로 우리다."


플루토는 잠시 동안 입을 다물었다. 무겁게 달라붙은 입술은 열릴 생각이 없었다.


"이곳을 만든 자들은 한가지 술을 걸고 갔지. 자신들의 걸작이 혹시나 무너지더라도 영원히 다시 설 수 있도록. 너 같은 우둔한 생각을 할 소수가 있을까 두려워 우리를 창조했다."


"나 같은 녀석이 많았으면 어쩔 뻔했어? 영원은 개뿔. 영겁을 잔해로 지낼텐데."


"하, 절대 그럴리 없다. 너 같은 놈들은 과거나 앞으로나 영원히 소수일 뿐이야! 정의? 올바름? 결국 동물인 인간이 그렇게 대단한 종족일리 없어. 설마 기대한 거야? 녀석들은 자기 아가리만 채우면 그만이야."


사이먼은 냉소적인 웃음을 터트렸다. 마치 빙의되어서가 아닌 그의 의지인 것처럼.


"결국 해결하겠다 나온 것도 너 하나 뿐이잖아? 겨우 너 하나로 어떻게 이 세상 별들을 전부 끌 셈이지?"


플루토는 눈을 가늘게 떴지만 반박하진 않았다. 그저 침묵할 뿐이었다.


검은 기둥들에 눈이라도 달린마냥 내려다보여지는 느낌이었다.


사이먼이 입꼬리로 킥킥 거리며 웃었다.


"그래서 결론으로 넘어가자고. 넌 실패했다."


순간 대기가 일렁였다. 눈을 크게 뜬 사이 압도적인 척력이 플루토의 턱을 강타했다. 공중으로 붕 뜬 플루토는 저 멀리 벽에 쳐박혔다.


등허리가 울어댔다. 고갤 들자 사이먼의 손바닥이 들어올려져 있었다. 또 한차례 중력이 전신을 짓눌렀다.


한계 이상의 고통에 실핏줄이 모두 터져나가는 듯 했다.


"크아아아아악!!"


"마침 우리가 점령한 이 녀석도 각성이 끝나가는군. 애써 부순 것도 다시 세워지고, 이 녀석도 옆의 동료도 구하지 못한다. 최고의 각본이잖아!! 이거!!"


뒤늦게 힘을 개방했다. 영혼이 심장에서 폭발해 혈류가 꿈틀거렸다. 전신에 도는 힘을 휘둘러 중력을 강하게 밀어냈다.


플루토의 눈빛이 사납게 일렁였다. 강한 고함과 함께 땅을 박차고 쏠려나갔다.


한차례 랜스를 휘둘렀다. 그러나 사이먼은 한 번 뛰어오를 뿐 아무런 피해가 없어보였다. 두 번 세 번, 먹히지 않을 것을 알기에 전신을 짓이겼지만 역부족이었다.


빙의체의 신체는 한계치까지 증강한다. 정신을 강제 점거, 신체의 방어를 위해 영혼을 혈류로 폭주시킨다.


자신이 쓰는 기술에 자신이 당하자 플루토는 이를 꽉 물었다.


사이먼은 즐겁다며 마구 웃어댔다. 손바닥에서 파직 하고 정전기가 터져나왔다.


"하나도 소용이 없구나! 큰일이야? 이 녀석은 이제 거의 다 되어가는데?"


플루토는 다시 땅을 박차려다 멈칫했다. 이미 반격의 범위에 들어와 있었다.


넌 실패했다고? 완전히 실패했다고! 결국엔 실패했단 말이다!"


눈앞이 번쩍 튀었다. 쇄도하는 번개 폭풍이 여러 갈래의 창으로 찢어졌다. 플루토가 재빨리 옆으로 구르자 창들은 허공을 뚫고 지반을 폭파시켰다.


"너희 악마들은......때려도 별로 안아프다며?"


음산한 속삭임이 사이먼의 귀를 훑고 갔다. 검은 그림자가 그의 상체 아래를 파고 들었다.


묵직한 일격에 파동이 크게 일었다. 사이먼은 눈을 크게 떴다.


"안 그래도!! 그 낮짝 패주고 싶었는데!!"


공중을 힘없이 부유하는 사이먼을 따라 플루토가 날아올랐다. 무거운 암석을 때리는 팔 저림을 무시한 플루토의 랜스가 사이먼을 연타했다. 땅을 박찬 반동으로 저 높이 사이먼을 밀어올렸다.


일격마다 사이먼의 몸을 허공으로 뛰어올렸다. 마술로 강화된 한계까지 강화된 신체가 힘없이 삐걱였다.


하늘까지 날아올랐다 싶었을 때, 플루토는 사이먼의 옷깃을 붙잡았다. 그대로 완력을 이용해 벽에 던져버렸다.


콰앙!!!!


폭음과 함께 먼지의 꽃이 피어났다. 벽에 처참히 박힌 사이먼을 응시한 채 플루토는 반대쪽 벽에 닿았다. 랜스를 꽂아 균형을 유지했다.


"아직이다! 아직 넌 실패한 상태야! 크하하하!"


"그런 것 치곤 다 부숴지고 있지만!"


"이 녀석만 있다면 다시 세울 수 있다. 단 하나의 기둥만 있다면 신전은 무너지지 않아. 모험가라면 다시 모으면 그만이고."


"모험가를 모은다니? 설마..."


"그래. 너가 생각하는 그대로다. 대공황으로부터 5년. 1년마다 한 명씩 모험가들이 홀려서 이곳으로 오게 된다. 재화든 지식이든 이 신전이 전부 해결해 줄 수 있거든."


사이먼이 벽에 박힌 채로 손아귀에 번개를 모았다. 그 정도의 충격에도 잔상처 외엔 멀쩡했다.


"그리고 너가 하나를 부숴버렸다. 한 마리 베히모스가 생겨나는데 1년이나 걸리거늘! 네 놈의 오만한 생각때문에!!"


번개의 포화가 플루토를 강타했다.


공격에 맞춰 힘을 개방했다. 플루토는 강화된 각력으로 벽을 박차고 달렸다. 지반과 평행하게 달리는 플루토에 벼락의 쇠뇌들이 잇따라 표적을 놓쳤다.


도움닫기 한 번만에 랜스가 사이먼을 내리쳤다. 파동으로 우는 대기가 사이먼에 직격해 벽을 터트렸다.


멈추지 않고 사이먼을 허공에 던졌다. 신전 벽을 빠르게 도약하며 하늘에 뜬 사이먼에 돌진했다. 연속으로 치닫는 공격에 사이먼이 쓰러지길 빌었다.


그러나 사이먼은 멀쩡했다. 부유하는 암석에 랜스를 꽂아 넣은듯 팔이 시렸다.


그 때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사이먼의 입꼬리가 내려가 있었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구나, 너의 창이 울겠어."


잡아끄는 느낌이 들었을 때 플루토는 이미 땅에 내려와 있었다. 놀라 허공을 향해 눈을 껌뻑였다.


"이 녀석을 걱정하고 있구나. 혹시나 몸이 부숴져 버리면 어쩌나 해서."


사이먼은 천천히 하늘에서 내려왔다. 천장의 빛을 등진 채 우아하게 하강했다. 자칫 신으로 오해했을지도 모를 정도로 빛나는 자태였다.


플루토는 입에 고인 피를 뱉어낸 후 튕기듯 몸을 일으켰다. 사이먼은 혀를 차며 말했다.


"자기 주제를 알아야지. 나를 쫓아내는 동시에 신전을 무너뜨리고 이 녀석을 구한다. 그 정도의 그릇이 못된다, 넌. 말하지 않았느냐? 동격이라고? 그것도 겨우 턱만 걸치는 주제에 말이야."


"덜 맞아서 그런 말이 나오는거냐? 그 빌어먹을 웃음소리 짜증나서라도 세게 때려줬건만 무슨 소리야."


"때리기만 세게 때린다고 이길 수 없다는 걸 알텐데?"


사이먼은 더 이상 웃지조차 않았다. 싸늘히 식은 시선엔 냉소적인 의미가 담겨있었다.


"어느 정도는 기대했건만, 쯧쯧 이제 정말로 끝이다, 성기사. 아니, 주제 파악도 못하는 어리석은 소년이여!"


손바닥이 플루토의 얼굴을 향해 펴졌다. 전기가 튀던 예상과 달리, 검붉은 불꽃이 눈앞에서 타올랐다. 다른 쪽 손으로 수인을 맺자 불꽃은 그 크기가 끝없이 부풀었다.


사이먼의 눈동자가 광기로 한계까지 커졌다. 마치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것처럼.


"이곳에 바쳐지는 번제는 주를 위한 것일지니. 모두가 볼지어다!!! 자연을 거스르고 섭리를 거스른 이 자들의 최후를!!"


크게 내질러진 말에 플루토는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이를 깨물었다.


연옥의 화염이 대기를 압도했다. 쏘아진 불덩이가 공간 전체를 까맣게 불살랐다. 거대한 수라의 불 앞에서 플루토는 피할 수 없었다.


콰아아아아아앙!!


폭음이 땅을 지진으로 흔들었다. 새까맣게 타오르는 파도가 일대를 덮치자 사이먼은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애처로운 눈빛으로.


"미안하다, 플루토. 하지만 너라면 해결해줄거라 믿었는데. 너라면 냉정하게 판단하리라 믿었는데."


사이먼은 고개를 숙였다. 플루토가 산 중턱까지 단숨에 올라왔을 때부터 였을까. 이미 엎질러진 문제를 해결해주리라 간절히 원했다.


그러나 플루토는 냉정하지 못했다. 결국엔 자신을 살리려다 실패하고 말았다.


조종당했다해도 자신이 저지른 일에 눈이 들어지지 않았다.


고작 10퍼센트 남짓한 의식이었다. 둘을 해치우고 나서야 불안정하게나마 돌아온 것이다.


"왜 하필 지금 돌아오는 거냐고...난."


흐느끼듯 던져진 말엔 메아리조차 없었다. 자신의 과오에 무릎 꿇었다. 눈물이 앞을 가리려던 순간.


"일어나."


메아리 대신 울린 것은 나지막한 목소리. 화염의 강 건너 들리는 가능할리 없는 음성이었다.


사이먼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환하게 웃었다. 날아가는 의식에 미련조차 없이.


"그런 표정이면 내가 어떻게 때려주냐고..."


일순간 거대한 화염이 소용돌이쳤다. 플루토의 창에 무시무시한 속도로 빨려들어가는 자신의 불꽃에 또 다른 사이먼은 경악했다.


이젠 여유로운 입꼬리조차 드러난 플루토가 고함쳤다.


"그래. 그런 표정이어야 뭉개줄 맛이 나는 거라고!!"


작가의말

5일 연재...참으로 힘들군요. 좀 더 성실해지고 싶어 했지만 역시 방콕 생산력이 못따라가는군요.ㅠ 겨우 12시 전에 올립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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