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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너머 몽환의 역

본 베히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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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토
작품등록일 :
2016.12.27 22:52
최근연재일 :
2017.02.21 12:09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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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4,063

작성
17.02.09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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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8. 신의 사다리를 잡은 자들은 어디로 갔는가

DUMMY

던전. 모험가들과 함께 나타난 미지의 건축물.


천체 운행을 그린 기계 플라네타리움처럼, 던전은 별들이 움직인 그 여파로 일어난다. 접촉, 차단, 거리 등의 여러 가지 성간 관계에 영향을 받는다.


다시 말해 던전은 대우주의 인과를 따르는 마법, 점성술로 이루어져있다.


인조적인 외관을 지니고 있음에도 던전은 노동력을 통해 건축되지 않는다. 창세신의 명령을 듣고 일어난 산과 바다와 하늘, 그리고 별들처럼 인간의 의지와는 무관한 자연물이다.


천연 지형. 그러나 동굴이나 절벽과 달리 던전의 건축은 인간을 위해 이루어진다. 그것도 모험가만을 위해서 말이다.


험준한 지형은 최대한 배제되어 있다. 예외적인 곳도 있으나 대다수의 던전은 실제 자연에 비해 지형이 완만하다. 마치 몬스터와의 싸움에만 집중하라고 배려하는 듯이 말이다.


몬스터들은 다양하지 않다. 매번 한 던전에 교체되는 몬스터 종은 바뀌지 않는다.


이걸로 던전은 천연 건물임에도 의도가 짙은 인조 건물인 것이다. 이런 역설이 가능한 존재는 이 세상에 단 하나.


신.


이 세계에 유일한 지고의 존재. 창조자가 없는 자. 삼라만상의 시작이자 끝.


웅장하면서도 싸한 아우라가 입가를 돌았다. 테르미온은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러 봤다.


이세계의 신은 모험가들을 증오한다. 어느 날 툭 떨어져 자신의 창조물인 제국민을 앞질러서 일까. 눈엣가시 같은 이방인인 모험가에게 영원한 시련을 내주었다.


그 시련의 증표가 바로 던전. 우둔한 모험가들의 생존을 책임지는 탑과 동굴들이다.


그렇기에 신은 몸소 괴수들을 풀었다.


제국에 내려진 신의 기둥은 그 날로 수천에 달하는 괴수들을 빚었다. 그리고 그 괴수들이 이방인만을 공격하도록 제국민들은 성벽의 높이를 올렸다.


물론 신의 의도는 증오만이 아니었다. 그 날은 모험가뿐만 아니라 제국민들에게도 각성의 순간이었다.


무력감을 인정한 제국민들은 무사히 그들의 도시를 빠져나가는 괴수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평소 소홀했던 신에게 다시 기도를 올리며.


물론 신의 계획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아마 그 날이었을 거야. 우리 모두가 한차례 죽은 날이 되겠지..."


그 날 단 한 마리 괴수의 태동에 온 제국민들은 전율했다.


그 검고 억센 다리에 깔려 죽은 사람이 일천이요. 지평선처럼 끝없이 펼쳐지는 날개에 제도는 반토막이 났다. 목과 꼬리는 강처럼 길고 굵었으며, 머리엔 검은 뿔들이 왕관처럼 머리 뒤로 산발해 있었다. 눈은 지옥의 구덩이처럼 공허했다.


그것은 용이었다. 용의 형상을 한 괴수들의 왕이었다. 괴수들의 왕인 묵시록의 악마였다.


용이 거대한 아가리를 쳐들고 심연의 이빨을 벌리는 순간, 대지는 혼돈에 휩싸였다. 그 포효를 듣지 못한 사람은 없었으며 세상은 벌벌 떨었다. 어떤 존재도 포효를 막을 수 없었다. 제국민들은 소홀했던 신에게 다시 돌아갔고, 모험가들은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포효가 끝날 무렵, 용은 두 날개를 동시에 휘저었다. 폭풍이 마을을 날리며 용은 단 한 번의 날갯짓으로 하늘을 향해 사라졌다.


제국민들에겐 잊혀 지지 않을 기억일 것이다. 검은 용은 여전히 그들의 머리 위에 있으며 다시 내려오는 날은 세상의 종말이겠지. 예언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 황당한 점은 이 사건이 제국과 모험가들의 전쟁위에 쓰여 졌다는 것이다. 그런 사건이 있은 후 제국민들의 혐오는 공포 수준으로 바뀌어 버렸다. 앞으로 모험가와 제국민의 화해는 근본적인 문제로 불가능할 것이다.


신은 그것을 교묘하게 노린 것이다. 공통의 적이 있다면 인간은 연대한다. 그 적이 강대하다면 연약한 인간은 신을 찾는다. 이세계의 신은 영원한 적을 만들어 자신이 창조한 제국의 분열을 막았다. 그리고 그들이 다시금 신앙을 찾도록 만들었다.


불쌍하지만 모험가들은 희생양이 된 꼴이다.


평화를 위한 제물. 한 세상의 단결을 위해 불려온 이방인.


모험가들의 입장은 난처해졌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제국은 관리의 차원에서 모험가들과 물건을 교환해 줬다. 그리고 제국의 구미에 맞는 물건들을 구하기 위해 모험가들은 본격적으로 던전을 공략한다.


애초부터 모든 것은 시나리오대로 가고 있었다. 모험가들과 함께 생겨난 던전. 필드 몬스터들의 절멸과 괴수들. 제국의 관리. 던전에 종속되게 된 모험가들.


모든 것은 신이 예정한 운명에 따르고 있다. 이 운명은 절대불변하고 영원할 것이다.


그런데 괘심하게도 운명에 반대하는 소년이 있다. 자연의 섭리를 거부하고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려 신의 뜻을 거스르는 역적이 있다.


모두가 웅크리는 동안 홀로 일어난 멍청이에게 줘야 할 벌은 무엇일까. 섭리를 거스르려는 자는 어떻게 처벌하면 좋을까. 테르미온은 허허 웃으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빌어먹을 플루토 자식. 정말로 다 부숴버릴 생각인가, 껄껄.”


너무 많은 던전들이 무너져 내린다면 시스템 억제가 풀려버릴 것이다. 시스템 억제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모험가들에 대한 구속도 풀리고 말 것이다. 점성술로 움직이던 괴수들은 움직임을 멈출 것이다. 시스템들이 불안정하게나마가 아니라 원상복구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원거리 통신이 가능해진다. 그 근방 사이의 연락이 가능해진다면 교류가 늘어난다. 마을끼리 고립되지 않는 것이다. 괴수도 없어지니 마을 간의 왕래가 활발해지고 단합이 시작된다.


대상의 스테이터스도 확인이 가능해진다. 모험가들은 이세계의 위험을 미리 간파해버리고 말 것이다.


몬스터들의 행동이 일정해진다. 원래의 시스템대로 돌아오는 몬스터들은 위협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모험가들은 더 이상 죽게 되지 않는다. 죽음이 의미가 없어지고 만다. 불멸자가 된 모험가들은 필멸자가 된 제국민들에게 곧바로 응징을 가할 것이다.


말 그대로 체재의 위기이다. 애써 신이 준비한 모든 것들이 무너지고 만다.


'우리 집행 기사단이 나서야 할 때일 뿐, 테르미온. 당신은 최강의 모험가 중 한 명으로서 이 상황을 해결하세요.'


'다른 단원들 중 결번은 없습니까? 저에게도 당장 할 일이 있다만요?'


'이 시국에 뭐가 더 중요하단겁니까. 우리 기사단의 위신이 걸려있습니다. 곧바로 해결하고 오세요.'


그렇게 테르미온이 지목된 것이다. 막무가내의 그 상황이 떠오르자 난감한 미소가 그려졌다. 하지만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아트마 님이 가는 것보단 나을 겁니다. 황자를 보면 이성을 잃을 거에요. 냉정한 당신이 필요합니다.


"원래라면 발 뻗고 원격으로 관찰했을테지. 그래도 바보 검사님이 오는 것 보다야 나은 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니 꽤심했다. 마술 전문의 자신에겐 이동과 점성술을 병행할 순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플루토의 위치를 매번 놓치고 말았다.


다행히 바보 같은 제국군은 떼놓고 왔다. 애초에 임무에 실패한 순간 동행할 의무 따위 없었다. 카노푸스 신전은 무너졌고 죄인 플루토는 도주했으니.


그 때 저 멀리 세상 잃은 표정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청년이 보였다. 어두운 낮빛의 청년은 고개를 바닥으로 떨구고 있었다.


“또 한 명의 낙오자가 탄생했군, 쯧쯧. 부디 다시 재기할 수 있기를 바라지.”


테르미온은 혀를 차며 청년의 처지를 애도했다. 그로서도 모험가들이 낙오되는 것을 바라지는 않았다. 목적이 체재 유지인 이상 악당 역할인 모험가들의 낙오는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그러나 같은 모험가임에도 동정심은 들지 않는다. 겨우 한 명이야 어찌 되든 상관없다. 다만 저 한명이 아니라 어딘가 더 많은 모험가들을 위협할 존재를 조정해야한다.


그의 다른 임무는 균형이 유지되는지 확인하고 조정하는 것. 너무 거대한 위협은 균형 유지에 도움이 안 되므로 제거해야한다.


노인은 청년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계속 주시했다. 멍하니 청년이 걸어가는 방향으로 시선을 따라갈 무렵이었다.


문득 떠오른 묘안에 사악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렇게 하면 되겠어, 그래...”


테르미온이 손가락을 허공에 휘둘렀다. 청명한 소리와 함께 떠오른 인벤토리에서 지도 한 장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방금 막 청년이 지나친 던전의 잔해를 향해 펼쳤다.


그것은 이 세계에 단 두 명만이 가지고 있는 물건이었다. 신의 사명을 받아 세상의 질서를 수호하는 자들에게 내려진 권능.


‘던전 스크롤.’


제국엔 점성서라 불리는 이 스크롤은 성간 법칙을 조정하여 그 자리에 던전을 세우는 초월의 힘이었다.


스크롤을 양 손으로 펼친 테르미온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지나가는 청년은 듣지 못하지만 하늘의 별들은 들을 수 있게끔.


“세상 만물을 지배하는 제국 신의 명을 받들었사오니, 부디 오만한 별들을 물리치시고 눈부신 빛을 거두어 이 땅에 내려주옵소서...”


작고 느린 소망의 어조로 읊은 문구에 응해 스크롤에 문양이 떠올랐다. 펼친 스크롤 앞뒤로 관통하듯 동시에 문양이 생겨났다. 테르미온은 세우고자 하는 곳으로 문양을 향했다.


그러자 가리킨 곳에도 문양이 떠올랐다. 마치 렌즈 밖으로 투사되는 이미지처럼 허공에도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문양을 중심으로 땅이 융기했다. 지반을 흔들며 터져 나온 벽들은 앞뒤 다투어 문양을 향해 쇄도했다. 벽들이 문양을 가렸을 쯤엔 높은 탑이 하늘 끝에 닿아있었다.


“그 이름은 아크. 당신의 영광을 담은 방주가 완성되었사오니 기쁘게 받아주소서.”


눈을 감은 노인의 고백과 함께 던전이 완공되었다. 천천히 눈을 뜨자 등 뒤에서 생겨난 던전에 놀란 청년은 허겁지겁 던전에 들어가고 있었다.


테르미온은 작게 미소 지었다.


작가의말

오늘은 설정이 많군요. 죄송합니다.ㅠ 플루토요? 어딨냐구요? 예, 곧바로 나올 겁니다. 헤헤 아마도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Personacon S.W.청명
    작성일
    17.02.10 04:38
    No. 1

    플루토는 어디로 증발하고 모르는 청년이 나오나!했더니 작가의 말에 답을 적어주셨네요ㅋㅋㅋ 다음편도 기다립니당~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6 모민
    작성일
    17.02.14 04:18
    No. 2

    설정까지 외워가며 보게 되었네요. 정주행마쳤습니다. 갈수록 재밌어지는 게 참 신기합니다. 표현 설정 스토리 모두 흠 잡을 때가 없어요. 한마디로 너무 재밌어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베네토
    작성일
    17.02.14 09:41
    No. 3

    너무 비행기 태워주시는 건 아닌지요.ㅠ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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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 신의 사다리를 잡은 자들은 어디로 갔는가 +3 17.02.09 384 7 10쪽
30 예고편. 아크(Arc) +7 17.02.08 429 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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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5. 결의, 그것은 최후의 맹약 +8 17.02.03 475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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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 기울어짐 +7 17.01.14 573 11 11쪽
16 15. 말로 +6 17.01.12 523 12 16쪽
15 14. 역전 +5 17.01.10 586 10 9쪽
14 13. 돌파 +1 17.01.09 509 10 11쪽
13 12. 습격 +3 17.01.08 543 10 14쪽
12 11. 운명, 막다른 길 +2 17.01.07 558 10 12쪽
11 10. 공모 +2 17.01.06 593 10 10쪽
10 9. 급습 +3 17.01.05 586 10 10쪽
9 8. 로프 타운의 보안관 +3 17.01.04 585 9 15쪽
8 7. 징벌 +5 17.01.03 640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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