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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너머 몽환의 역

본 베히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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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토
작품등록일 :
2016.12.27 22:52
최근연재일 :
2017.02.21 12:09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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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59
추천수 :
326
글자수 :
174,063

작성
17.01.3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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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9쪽

22. 악마

DUMMY

무시무시한 속도로 산을 오르는 뱀에 플루토는 이빨을 꽉 씹었다. 당장 에버리스의 허리를 붙든 채 땅을 박찼다.


"어디야! 저 녀석 어디로 가는 거냐고!"


절규에 가까운 플루토의 고함에 에버리스는 신음하듯 말을 흘렸다.


"신전. 다시 신전으로 향하고 있어..."


플루토는 다리에 온 힘을 쏟아 부었다.


최대한 속력을 냈지만 뱀의 기어오르는 속도를 잡지 못했다.


압도적인 힘과 속력의 차이에 플루토는 당황스러웠다.


일순간 삼켜진 지반이 머릿 속을 채웠다. 암흑으로 쩍 벌리는 괴기한 아가리에 등골이 오싹했다.


"플루토, 사이먼은 괜찮을까?"


"저 괴물이 내가 아는 그 녀석이라면 가능성이 있어. 적어도 바로 삼키진 않을 거야!"


에버리스가 안긴 채로 플루토를 올려봤다. 플루토는 한마디 던진 후 달리는 데 전념했다. 가쁜 숨에 표정이 엉망이 되자 에버리스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가까스로 신전 앞에 도달했을 때, 플루토는 에버리스를 밀쳐냈다.


콰앙!


검은 아가리가 다시 한 번 지반을 휩쓸었다. 나무들이 굉음을 내며 넘어졌다.


돌발적인 괴수의 공격에 플루토는 목소리가 올라갔다.


"에버리스, 신전에 있는 사이먼을 데려와!"


"신전?"


"녀석들은 [님로드]야! 식사보다 다른 목적을 우선시하는 놈들이라고. 식욕만 왕성한 1계급 [가야바]랑은 달라!


"그럼 녀석들이 사이먼을 삼키지 않았다는 거야?"


"그래, 분명 저 신전에 뱉었테니까 내가 시간 끌 동안 찾아와!"


플루토의 긴박한 외침에 에버리스는 얼른 달렸다. 다행히 님로드는 형형한 눈구멍을 플루토에게 향했다.


플루토는 랜스를 꺼낸 후 포대를 저 멀리 던졌다. 다시 한 번 다리에 힘을 집중해 거세게 돌진했다.


폭발적인 각력을 시작으로 온 몸을 비틀었다. 전신을 쓴 휘두르기에 이번엔 괴수의 머리가 폭발했다.


사방이 검은 파편으로 꽃 피우는 가운데, 플루토는 공중에서 연속으로 랜스를 휘둘렀다. 묵직한 일격이 무자비하게 뱀의 정수리를 짓이겼다.


격동이 지반을 타고 울리는 와중에도, 뱀은 아무렇지 않게 반격해 왔다. 발 아래 쩍 벌어지는 아가리에 플루토는 경악했다.


"뭐, 이런 녀석이 다 있냐고..."


플루토는 얼른 뱀의 머리를 타고 뛰어올랐다.


랜스를 휙 뒤로 뺐다. 지반과 수직으로 붕 떠올랐을 때.


플루토는 힘을 개방했다.


찰나의 순간. 혈류가 수백 바퀴로 끓어오르는 듯 했다. 심장으로 흐르는 기운에 전율이 느껴졌다. 손아귀의 폭발적인 악력으로 쥔 손잡이가 끼이익 하고 신음했다.


사납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랜스를 내리찍었다.


"좀 뒤지라고!"


솟아오는 지옥의 문에 플루토는 그대로 내리찍었다. 어마어마한 압력이 심연의 입 안으로 떨어졌다. 아가리부터 긴 몸통이 절반으로 쭉 찢어졌다.


절규에 가까운 섬뜩한 비명성이 울렸다. 힘 잃은 검은 기둥 두 개가 수풀 너머까지 흙먼지를 터트려 보냈다.


플루토는 얼른 신전의 잔해로 향했다. 부디 아무런 일이 없길 원했다.


천장이 무너져 내려 처참한 돌무더기였음에도 틈 사이가 있다. 육중한 뱀이 뚫어놓은 구멍이었다,


동굴은 지하로 통해있었다. 잔해들이 무너질까 바닥으로 구멍을 뚫은 모양이다.


플루토는 얼른 그 안으로 들어갔다. 음산한 분위기의 동굴에

눈초리를 가늘게 떴다.


긴장으로 식은 땀이 흘렀다. 으스러진 대리석 조각이 발치에 차였다. 벽을 뚫고 또 다른 뱀이 나올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발걸음이 자신의 것 같지 않았다. 뭔가에 홀린 것처럼 안으로 자꾸 들어가게 되었다.


충격적인 그 광경을 보기 전까진,


"아..."


다리가 땅에 붙어 굳어 버렸다. 플루토는 눈을 크게 떴다.


에버리스가 쓰러져 있었다. 온 몸이 잔상처 투성이였다. 숨을 헐떡이며 손 안의 빛을 가슴에 대고 있다.


아무리 이동해도 지치지 않는 모험가다. 저 정도로 가쁜 숨을 몰아쉬는 때는 큰 피해를 받았을 때 뿐.


"에버리스...야, 괜찮아?"


퍼뜩 정신이 든 플루토는 그녀에게 달려갔다. 그 때 에버리스가 손으로 제지했다.


"오, 오지마! 함정이야!"


"상관없어! 여기 함정 쯤이야......?"


플루토는 왼편에서 엄습하는 불안감에 재빨리 앞으로 굴렀다.


플루토가 있던 곳으로 검은 기둥이 지나갔다. 손가락만 닿아도 빨려들어갈 속도로 뱀은 벽과 벽 사이를 꿰뚫었다.


그리고 그 뱀을 피해 앞으로 굴렀기에 볼 수 있었다.


"나는...발자취를...따라갔다..."


"사이먼!"


저 멀리 사이먼이 흐릿하게 보였다. 어둠 속에서 그는 아직도 글귀를 되내이고 있었다.


플루토는 눈을 가늘게 떴다. 분노로 이빨을 으득으득 갈았다.


"사이먼이 아니야, 저 놈, 빙의 당했어."


"구하러 들어온 날 곧장 마술로 공격했어. 뭔가 이상해."

"생각해보니 저 녀석. 너무 깊게 파고들었어. 봐선 안 될 것도 적어가면서까지 외웠다고."


낭패다. 사이먼이 이렇게 될 줄 알았어야 했다. 자신의 불찰에 플루토는 속으로 가슴을 두드렸다.


"그럼 깊게 파고들면 안 된다는 거야?"


"그럴리가. 그저 한꺼번에 많이 집어 넣어서 저렇게 된 거야. 머리 속에만 억지로 쑤셔 넣으면 뭐해. 정신이 받아들이질 못하는데."


뱀은 그 피폐해진 틈새를 공략했다. 의식 깊숙히 파고드는 정신 조작이었다.


베히모스 님로드. 본능적 사고를 하는 1계급 가야바와 달리 지능적이다. 목적을 위해 몇 끼 식사 정도는 참는 녀석들인 것이다.


그래서 그 목적이 무엇인가.플루토가 사이먼에게 다가가려했다.


곧바로 검은 벽이 가로막았다. 동굴 전체를 뒤흔드는 횡단에 플루토는 멈칫했다. 뱀의 몸체가 완전히 모습을 거뒀을 때 사이먼은 속삭였다.


"빛이 있다..."


"사이먼! 정신 차려!"


목소리에 조급함이 묻어 나왔다. 왜인지 모르게 저 글귀를 전부 읽어선 안된다는 예감이 든다. 이번엔 뱀의 견제를 무시하고 땅을 박찼다.


그러나 한줄기였던 검은 뱀은 세갈래로 벽에서 뻗어왔다. 당황한 플루토는 몸을 회전했다. 교차하는 돌기들이 등허리를 사납게 할퀴고 갔다.


플루토는 목구멍에 터져나오려는 비명을 신음으로 삼켰다. 가까스로 그들의 공격을 피했을 땐 적이 여럿이라는 절망감만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 한 글귀가 끝을 보였다.


"나는 으스러졌다."


담담하게 읊어진 말에 모든 것이 정적으로 얼었다. 아, 하고 허무한 소리가 입에서 나왔다.


대기가 정지했다. 고요함이 을씨년스러움으로 흘러갈 때.


동굴이 폭발했다. 맹렬한 폭음이 앞다투어 사방에서 터져나왔다. 동굴 바닥이 지진으로 마구 떨렸다.


플루토는 상황을 깨닫고 에버리스를 데리고 나가려했다.


모든 게 늦어버렸다.


사이먼이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뻗었다. 마치 신을 부르는 것처럼 간절하게.


동시에 벽에 숨어있던 검은 뱀들이 하늘로 솟구쳤다. 단단한 지반을 자갈로 부수어 오르는 기둥은 모두 세 개였다. 강대한 힘이 저절로 붙은 잔해들을 천공으로 들어올렸다.


전율의 광경에 플루토는 넋을 잃었다. 고개를 든 곳엔 새로운 신전이 웅장함으로 태어나고 있었다.


천장이 최대로 올려졌다 생각되는 순간.


이상하게도 신전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불안하게 이곳저곳 갈라지는 신전에 플루토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때 볼 수 있었다. 무표정이던 사이먼이 이빨을 드러내는 걸. 악마에 홀린 것처럼 눈 한가득 음험한 기운이 서려있다.

"네 놈이구나. 이 숭고한 계획을 망친 게!"


삼중으로 발하는 고함엔 중저고음이 모두 섞여 있다. 그러나 모두 분노로 대기를 흔들었다.


처음엔 영문을 몰랐다. 그러나 곧 무엇을 말하는지 알게 됬다.


플루토는 옳커니 했다. 뱀이 신전의 기둥이 된다는 것이 떠올라 미소가 그려졌다.


"내가 부숴버린 한 마리. 한 쪽 기둥이 빠져 있는 걸 보니 없애버리길 잘했군."


"원대한 계획이었다. 겨우 네 놈 하나에 무너질 게 아니었단 말이다!"


거대한 아우라가 안면에 날아들었다. 플루토는 덮쳐오는 기운에 몸을 뒤로 젖혔다.


그 때 밀려드는 사악한 기운에 의식을 날려보냈다. 입이 제멋대로 속삭였다.


"너희 악마들이 있을 자리는 없다."


나지막하면서도 단호한 영창이 울렸다. 사이먼이 주춤 한발짝 빠졌다. 대항하듯 무언가가 사이먼을 밀어냈 것이다.


음산함에 맞서 온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섬뜩하게 전신을 파고들던 기운이 허공으로 흩어져서야 플루토는 의식이 돌아왔다.


"젠장, 이거만 하면 기분이 나빠져서 하고 싶지 않았는데..."


플루토는 랜스를 고쳐잡으며 투덜거렸다. 사이먼은 눈을 부릅뜨고 이쪽을 노려봤다.


"제법이구나, 성기사......흐흐"


삼중으로 울리는 명칭에 플루토는 눈쌀을 찌푸렸다.


작가의말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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