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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호빵님의 서재입니다.

F인데 최강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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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민트호빵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6
최근연재일 :
2019.09.03 16:05
연재수 :
117 회
조회수 :
345,313
추천수 :
4,846
글자수 :
607,892

작성
19.04.24 16:05
조회
3,852
추천
60
글자
11쪽

#26

DUMMY

-26-




‘베니로 던전에서 만난 정령이 어쩌고 하는 이상한 아저씨는 나와 보상이의 대변인이었고, 그때 전투는 보상이 혼자 다 했지. 난 보상이가 뱉어내는 전리품 담당이었고. ···인제 와서 생각하니 나 완전 쓰레기였네. 보상이는 잘살고 있으려나.’


유이한이 수련을 마치고 던전을 떠날 때 보상이를 촌장에게 맡겼다.


[“혹시나 마을에서 난동을 부리면 처분해도 되. 아니. 처분해. 나한텐 너희가 더 중요하니까.”]


마지막으로 촌장에게 밀명을 내리고 유이한은 던전을 뒤로했었다.

원래라면 감동한 촌장이 부족원에게 유이한이 얼마나 아끼는지 설명한 다음 습도가 높은 이별 장면을 예상했다.

이때 유이한은 고블린과 사람의 차이를 느꼈다.


우직하고 용감한 베니로 족 고블린은, 특히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한 자경단은 누구 하나 슬퍼하지 않고 절도있는 인사로 유이한을 떠나보내 줬다.

그나마 다른 일반 부족원이-특히 유이한과 접점이 없던 이들이- 울고불고 매달려서 유이한이 원한 장면을 연출해줬다.

그 꾀에 자기가 빠져서 이틀을 더 묵었지만.


나중에 진짜로 돌아서며 맛있는 음식을 못 먹는다는 현실에 눈물 한 방울 흘렸을 땐 보상이 녀석이 가장 기뻐하면서 덜그럭거렸던 게 아직도 생생히 유이한의 뇌에서 재생됐다.


‘젠장! 네스 찾고 나면 다시 한번 들려서 보상이 교육을 다시 해야겠어.’


회상하다가 혼자 열 받아서 씩씩거리는 사이, 파티는 첫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전사는 원환원의 예비 마네킹이다.

무장도 다 예비라서 수리 맡긴 마네킹보다 약하다고 했었는데.


“야.”

“왜.”


유이한은 힐러, 마법사와 같이 뒷줄에서 전투를 구경하고 있는 원환원을 쳐다봤다.

지긋이 쳐다보니 원환원은 얼굴을 붉히며 성질냈다.


“네가 하고 싶은 말은 대충 알아! 그러니까 그렇게 보지 마!”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게 사람 심리.


“너 신사였구나?”


원환원의 얼굴은 잘 익은 토마토와 겨뤄도 좋은 승부를 낼 수 있을 정도로 빨갛게 달아올랐다.


‘어쩐지 던전 들어와서까지도 케이스에서 꺼내질 않더라.’


“한때 환원이는 저 인형으로 밤에 읍!”


마법사가 뭔가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었는데, 원환원이 뒤에서 목을 조르면서 입을 틀어막아 버렸다.

유이한은 바로 고개를 돌려 전사를 자세히 살펴보니 피부가 일반 마네킹하고는 달라 보인다.

재질이라든지, 탄성이라든지, 여하튼 여러모로!


“설마. 저거 그냥 마네킹이 아니라. L로 시작되는 그 인형? 우리나라에 수입 안 되지 않아?”

“여긴 한국이 아니야! 여기서 샀으니까 불법도 아니야!”


어쩌면, 아~주 어쩌면 눈곱만큼은 좋은 녀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려다가, 병영에서 군인과의 유착 관계를 떠올렸다.


‘하긴, 저건 옛날에 썼던 장비라고 했었지. 그리고 러브 뭐를 쓴다고 해서 꼭 좋은 사람인 건 아니니까.’


언제부터 저 인형을 쓰는 게 좋은 사람 기준이 된 건지 의문이지만 일단은 넘어가자.




유이한이 실물로 처음 보는 비싼 인형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이 전투는 일행의 일방적인 학살로 끝났다.

이건 비단 유이한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장 앞에서 싸운 창잡이를 제외한 전원의 문제다.


“야! 안 되겠다. 장비 저거 말고는 없어?”


지금 전사의 장비는 굴곡진 몸매부터 드문드문 노출된 피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웨이브 치는 미드!

유이한의 의도는 노출이 없는 튼튼한 장비를 입혀서, 자동으로 시선을 모으는 원인을 제거하자는 거다.


“있기야 있지. 성능이 훨씬 떨어진단 말이야. 저게 저렇게 쓸데없이 노출이 있어도 마법 장비라 얼마나 좋은 건데. 이 갑옷은···”


노출이 쓸데없다는 소리는 제쳐두고, 원환원의 정열적인 설득에 어느새 일행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고 있었다.


‘헉! 이 자식! 텔레마케터로 전직해도 우수사원은 떼놓은 당상인데?’


유이한이 잘못 알고 있지만, 텔레마케터가 전부 사기꾼은 아니다.

극히 일부 눈에 띄고 염치 불판에 구워 먹은 사기꾼들이 문제인 거다.


“거기에 중요한 게 바로 이 마석. 이게 어떤 효과냐 하면···”

“야! 영업 그만하고 딴 거 입혀.”


결국, 유이한의 제안을 무시하고 계속 설파하다가 맞았다.


전사는 누가 봐도 튼튼하게 보이는 장비로 갈아 입혔다.

보기에만 저렇고 실제론 기존의 80% 정도 성능이라고 하도 징징거려서 유이한이 거의 쓸 일 없는 감정 스킬을 써서 확인해 봤더니 방어력은 23에서 18로 딱 80% 낮아졌다.

추가로 노출 장비엔 [방패 방어 시 20% 충격 흡수]라는 마법도 걸려있는데 이 튼튼이 장비엔 없다.


‘응. 종합적으로 80%보다 더 떨어지는데, 가만히 있자.’


원환원이 더 난리 칠 게 뻔하기에 진실을 말하지 않기로 했다.

때로는 이렇게 일부러 이야기하지 않는 것도 당사자-의 정신 건강-를 위해 좋을 때가 있는 법이다.




@ @ @




마법사는 계속 유이한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세계의 상식이 조금 부족하다는 걸 눈치채고 생활에 필요한 잡다한 것부터 모험가가 필수로 알아야 할 상식까지 두루 섭렵해서 알려주었다.

그중 던전에는 몬스터가 침입하지 못하는 안전지대가 있다는 것도 유이한은 처음 알았다.


“그러니까 이 레디알 던전에선 층과 층을 연결하는 이 계단 부근하고, 보스방 앞이 안전지대라는 거지?”


‘거참 신기하네. 내 베니로 던전엔 이런 안전지대 없었는데. 설마 여긴 네스가 있는 차원이 아닌 다른 차원인가?’


유이한 입장에선 충분히 설득력 있는 가설이다.


처음에 차원을 넘을 때도 차원 게이트가 아니라 차원 이동 두루마리를 사용했다.

차원 이동 두루마리는 사용자를 무작위 장소로 날려 버린다.

충분히 차원 게이트가 열리는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으로도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여기선 유이한이 우연히-하늘이 돕고, 조상님이 도왔다.- 가지게 된 ‘요정 모험가’라는 존재 자체를 모른다.

더군다나 메네벨과 같이 큰 도시에서 지구 출신의 모험가가 없을 확률은?


이런 점들을 들어보면 충분히 네스가 있는 차원과는 다른 차원이라는 가설도 설득력이 있다.

그걸 확인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여기도 종교가 있지? 신은? 이름이 뭐야?”

“응. 여기도 신이 있는데, 지구랑 다르게 전 세계가 단일 종교야. 여신님 이름이 에오미티라고 정말 가끔 애드로 왕국이 아닌 다른 나라 수도에 나타난다고 하는데. 그게 끝장나는 미인이래.”


‘응. 같은 세계네. 설마 이 여신님 이름이 철수나 영희처럼 신 사이에서 흔한 이름이 아니라면.’


그렇게 유이한의 또 다른 차원설은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안전지대에서 하룻밤 보내기로 한 일행은 각자 저녁 식사 준비를 했다.

마법사는 물을 만들어 각자 반합에 일정량을 채우고, 인간 버너가 되어 파이어 마법으로 반합을 고문했다.

반합 안에는 각자 준비한 보존식이 들어있고, 물과 함께 끓으면 조리 끝이다.

이렇게 보니 마법사 없으면 안 되는 만능 노예다.


그 옆에선 유이한이 커다란 냄비에 김치와 적당한 크기로 썰린 돼지고기, 참치 한 캔을 넣고 끓이기 시작했다.

김치찌개 빌런의 찌개가 끓는 동안 사각 프라이팬에 달걀을 풀어 계란말이를 만들었다.

여기에 분홍 소시지까지 슬라이스 해서 구웠다.


한국인이라면 밥 두 공기는 기본으로 해치울 수 있는 반칙 밥상 완성이다.


“원래는 어제저녁에 먹으려고 했는데, 이제야 먹다니.”


유이한은 일부러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최대한 맛있게 먹었다.

그 모습을 원환원 파티 모두가 침을 삼키며 쳐다봤다.

한 손에는 각종 재료가 푹 끓은 반합을 들고.


“야. 침 떨어진다. 그렇게 먹고 싶어?”


유이한의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일행은 아닌 척 정색하며 반합에서 한술 뜨려다가 멈췄다.

모두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마법사는 눈가가 촉촉해지기까지 한다.


“야. 이리와. 넌 오늘 나한테 이것저것 많이 알려줬으니 특별히 공짜로 주마.”

“어? 정말?”


마법사는 동료들을 한번 둘러보더니 신경 쓰지 않고 바로 달려들었다.

유이한은 밥공기를 하나 더 꺼내서 밥을 한가득 퍼줬다.


“대신 남기지 마라.”


마법사는 며칠 굶은 사람처럼 열심히 입속으로 음식을 처넣었다.

그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나머지를 향해 유이한은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였다.


“먹고 싶으면 1골드.”


1골드는 절대 적은 돈이 아니다.

이 세계의 중상층 4인 가족이 1주일 먹을 수 있는 식비다.

기준치를 더 낮춘다면 그보다도 더 오래 충분히 먹을 수 있는 금액이다.


“아무리 여기가 던전이라고는 하지만 바가지가 너무 심한 거 아냐?”


역시 불만 대장 창잡이답다.

시장원리를 깡그리 무시하는 언사를 봐라.


“넌 이 세계에서 김치찌개 파는데 봤냐? 이런 반찬 나오든? 그리고 있다 쳐도 지금 여기에 있어?”


창잡이는 같이 싸운 동료애가 어쩌고 했지만, 아쉽게도 유이한은 애초부터 이들을 동료라고 인식한 적은 단 한 순간도 없다.


‘동료? 지랄이 염병을 하고 앉았네. 동료라고 생각했으면서 군대에 달려가서 사주해? 말이 되는 소릴 처해라.’


“그러면 넌 등산하면서 지게 지고 정상으로 물건 나르는 분이랑 같이 올라가면, 같이 올라왔는데 돈 받는다고 뭐라 할 거냐?”

“우린 그런 게 아니잖···”

“됐고. 1골드.”


눈치를 보던 활잡이부터 구매를 시작해서 결국엔 다 같이 오순도순 모여서 김치찌개를 거덜 냈다.

도중에 힐러가 분홍 소시지를 혼자 다 처먹는 바람에 다시 구웠다.




푹 자고 일어난 아침에도 유이한은 식당 영업을 시작했다.

아침 메뉴는 삼겹살과 쌈 세트다.


“그··· 소시지는 이번엔 없어?”

“어제 누구 때문에 과하게 소비한 분홍 소시지는 오늘 쉽니다.”


‘이 힐러 양반은 액면가로는 3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데, 얼마나 초딩 입맛인 거야?’


소시지가 없어도 신급에 오른 유이한의 요리 스킬 보정을 받은 삼겹살 구이는 안전지대에서 같이 하룻밤을 묵은 다른 파티의 후각과 시각도 사로잡았다.


‘이것들아. 침 떨어진다. 먹고 있으면서도 남의 음식에 욕심을 내다니. 역시 내 요리는 세계 최고야.’


살짝 자만에 취해 한 손으로 머리를 쓸어올리며 나름 멋있어 보이는 포즈를 취하는 사이 정신이 살짝 흔들리면서 파이어 마법이 커지는 바람에 고기가 탔다.


“젠장.”


탄 고기는 완전 연소로 증거 인멸한 뒤에 다른 파티를 향해 손가락을 하나 치켜들었다.


“먹고 싶으면 1골드. 참고로 할인은 없다. 여기 있는 이 사람들도 다 1골드 내고 먹는 거야.”


몰려드는 손님 덕분에 유이한은 아공간 창고에서 고기를 더 꺼내는데, 입가에 걸린 미소가 사라지질 않는다.




풍족한 식사를 마친 일행은 2층으로 내려갔다.

어제 김치찌개 덕인지 더욱 친절한 설명충 모드로 들어간 마법사가 지금 교전하고 있는 무리에서 처음 보는 고블린에 관해서 설명해줬다.


“궁수?”

“응. 근데 잘못 쏘지 않는 이상 여기까지 안 날아와.”


핑.


유이한은 마주 보고 있는 마법사와의 사이를 가로지르는 화살을 손으로 잡았다.


“이건?”

“이게 잘못 쏜 거야. 저기 봐.”


전열은 지금 혼돈이 펼쳐지고 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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