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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호빵님의 서재입니다.

F인데 최강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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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민트호빵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6
최근연재일 :
2019.09.03 16:05
연재수 :
1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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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46
글자수 :
607,892

작성
19.04.1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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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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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글자
12쪽

#17

DUMMY

-17-




남자가 내민 나무 접시에는 한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잘린 고기가 가득 쌓여있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게 마치 자길 먹어달라는 듯 유혹하고 있다.


‘안돼! 이건 한입 먹는 순간 이 고기에 빠져 헤어나오질 못하는 위험한 냄새야!’


본능은 거부하지만, 육체는 솔직했다.

손이 자동으로 고기로 향한다.


‘뭐 하는 거야! 메드레이 돈 베르 R 네스! 나라는 없어졌지만, 왕녀의 품격을 지켜ㅇ··· 어머! 너무 맛있다. 이건 성에서도 먹어보지 못한 천상의 맛! 아아~ 여신님. 감사합니다. 이제 전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응?”


어느새 손에 들린 접시가 비워졌다.


“더 드릴까요?”


예의 없이 손으로 집어 먹는 모습을 남자는 웃으며 보고 있었다.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걸 느끼며 어떻게 해야 할지 사방으로 눈을 돌렸다.


“고기는 아직 많이 있어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남자는 접시에 고기를 올려줬다.




@ @ @




유이한이 백은의 마녀의 집 앞에서 야영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이제는 서로 통성명도 하고 자연스럽게 이웃으로 살고 있다.

이 상황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전부 자신의 부하인 베니로 족 고블린 덕분이다.

던전 보상이라는 이름의 수련을 하면서 충분한 양의 향신료도 얻었고, 그 당시 수련은 했지만 얻지 못했던 요리 스킬도 최근에 습득했다.


‘스킬 보다, 가장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야.’


요리를 전수해주려던 스승-고블린이지만-은 유이한의 한없이 낮은 대인 대면 스킬에 원통 해하면서, 언행이 안되면 차라리 위장을 잡으라며 요리를 가르쳐줬었다.

단순하게 동료를 먹이로 길들이라는 소리다.


‘그 숭고한 가르침 덕분에 찬란한 지금이 있지. 고마워. 스승님.’


“음~ 이한씨. 오늘도 맛있어요.”


아침 햇살을 받아 더욱 빛나는 머릿결을 자랑하며, 어제 잡은 포레스트 샤크 고기를 이용한 샐러드를 행복한 표정으로 먹어주는 그녀가 있다.


“많이 드세요. 모자라면 더 해드릴게요.”

“어머! 이한씨는 저를 돼지로 만드실 생각이세요? 호호호.”


백은의 마녀. 네스는 유이한의 맞은편에 앉아서 입으로는 불평을 말하면서도, 얼굴은 밝게 웃고 있다.


‘스승님. 이 정도면 충분히 위장공략이 완료됐다는 증거겠죠? 이제 슬슬 다음으로 넘어가도 되겠죠?’


미안하다. 그 스승이나, 너나 텔레파시 못한다. 스스로 알아서 해라.




@ @ @




메드레이 돈 베르 R 네스.

통칭 백은의 마녀라고 불리는 네스는 요즘 틈만 나면 고민에 빠졌다.


‘으··· 또 옆구리에 살집이 늘어났어.’


성년이 되고 2년-즉, 17세-, 당시 전 대륙을 뒤덮었던 마왕 군의 화마 속에 부모님과 형제자매를 비롯한 보이는 모든 군신의 시체를 자신의 손으로 매장했다.

왕녀로서의 마지막 의무를 다하고, 가족을 따라가려 할 때 자비로운 여신 에오미티의 부름을 받고 마녀가 되었다.


마녀가 되고 180여 년, 이 숲에서 살면서 평화롭고 호화스럽던 메드레이 왕성에서의 삶은 점차 시공의 흐름에 마모되어갔다.

특히, 음식.


가끔 병을 치료하는 약을 만들어 인근 마을에 팔기는 하지만, 그 돈으로 풍족한 삶을 살 수 없다.

우연히 몬스터의 습격에서 구한 아들을 키울 땐 이 문제로 정말 몰래 많이 울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전에 나타난 유이한이라는 이 남자는 그저 살기 위해 에너지를 채우던 식습관을 완전히 깨부숴버렸다.

기본적으로 같은 재료라고 해도 이 남자의 손을 거치면 예전 왕성에서 먹던 궁중음식의 아련한 기억을, 뺨을 때릴 정도로 맛있어진다.

또 한 가지. 가장 중요한, 누군가와 같이 식사를 하는 즐거움을 다시 일깨워줬다.


이렇다 보니 별생각도 없이 살던 예전과 다르게 외모에도 조금씩 신경을 쓰게 되었는데.

그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유이한을 집안으로 들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언제까지고 밖에서 야영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서, 비어있는 아들 방을 내줬다.

자연스럽게 둘은 하루 대부분을 같이 지낸다.


아들이 아닌 외간남자와의 생활.

새로운 생활의 활력소가 된 건 좋지만, 자신의 처지가 너무 신경 쓰인다.


‘내가 이렇게 살이 찌는 건 다 밥을 너무 맛있게 만드는 이한씨 때문이잖아. 책임져!’


“하아···”


고민의 끝은 언제나 이렇게 한숨이다.

마녀로서 선택받은 이상 여신님께서 부여해주신 의무를 내팽개칠 수 없다.

누군가와 결혼을 할 수도 없고, 가장 중요한 건 상대와 너무 차이가 난다.

나이가.


‘아마 올해 아니면 내년쯤이 나이로 200 찍지 않나? 100년만 더하면 내 능력치랑 나이랑 같아져. 아하항항. 젠장.’




@ @ @




“오늘은 약초 캐러 뒷산에 다녀올게요.”

“네?”


지난 두 달간 유이한이 밥을 차려주는 모습은 네스의 집에서 이젠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 타이밍에 오늘 하루 일정을 짜는 것도 평소와 같은 일이다.

다만.


“뒷산이요?”

“네. 저~ 북쪽에 있는 산이요.”


네스는 가볍게 산책간다는 투로 말하는데, 산은 상당한 거리다.


여긴 숲의 초입.

이 바레스 숲은 뒷산이라 불린 바레스 산을 둘러싸듯 넓게 자리 잡고 있다.

결국, 산에 이르는 길은 숲을 가로질러 나가야 한다는 말이 된다.


거리로는 유이한이 전력으로, 쉬지 않고 뛰어도 왕복 하루 정도 걸리는 길이다.

아무리 네스가 마녀로서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쉽게 말할 수 있는 거리는 절대 아니다.


“그럼 저도 준비를 할게요.”

“네? 저 혼자 갔다 올게요.”

“위험, 이 아니라. 혼자는 심심하잖아요. 식사 문제도 있고.”


네스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왜 가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머리카락과 같은 색인 커다란 은색 눈을 껌뻑이며 네스가 질문했다.

그냥 웃고 넘겨야 하는 건지.

위트 있는 말을 해야 하는지.

유이한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모범답안이라고 할만한 말이 떠올랐다.


“전에 말하셨잖아요. ‘마녀로서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충분한 대책을 세워둬야 한다.’고.”

“네. 설마, 단지 그거뿐이에요?”

“자세히 물었다가 폐가 될지도 모르잖아요. 좋아하는 사이라면 이런 건 더욱 조심해야죠.”


네스는 피부가 하얘서 흥분하는 걸 알기 쉽다.

행동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또! 그런 장난을···”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이며, ‘나 화나쏘!’ 하는 인상을 짓는 네스에게 유이한은 그저 해맑아 ‘보이게’ 웃었다.




@ @ @




유이한의 20년 인생 중에 등산 경험은 오늘을 포함해서 한 손으로 꼽을 수 있다.

이번 한 번을 빼고 나머지 두 번은 부모님의 등쌀에 못 이겨 가족끼리 집 근처 산에 갔을 때뿐이다.

그 산도 시에서 공원을 조성해 놔서 중턱까지 차를 타고 갔고, 거기서 15분 정도 걸어서 정상에 올라갔다.

그로 인한 경험 부족으로 등산도 당연히 평지를 걷는 속도로 계산했던 유이한은 당혹을 넘어 혼란에 빠졌다.


‘힘은 들지 않지만, 은근히 멀어.’


아까부터 보이는 봉우리는 가도 가도 가까워지질 않는다.

그나마 위안은 네스와 함께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점이다.

아니. 이 모든 고생(?)은 이 상황을 위한 밑거름일 뿐이다.

···라고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네?! 이한씨가 다른 차원의 사람이라고요?”

“네.”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소재가 떨어져서 자신이 차원을 넘어왔다는 말을 하자 네스가 너무 놀라는 바람에, 오히려 유이한이 그 모습에 놀랐다.


‘이미 우리나라만 해도 수만의 인원이 차원을 넘어 모험가가 됐는데···’


여기까지 생각하다가 유이한은 메네벨에서 지구에서 넘어왔다는 사람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거기에 차원을 넘어 돌아갈 차원 게이트 회사도 보이지 않았다.

잘못하면 돌아가지도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지금은 눈앞의, 어깨가 축 처지는 여자가 최우선이다.


“아! 그러고 보니 메네벨에서도 저와 같은, 그러니까 차원을 넘어온 사람을 못 봤네요. 아마 이 근방에는 별로 없고, 다들 다른 나라나 지방에 있나 봐요.”

“그런가···요?”


네스는 자신이 혼자 숲에서 살아서 세상살이에 뒤처졌다는 점을 상당한 콤플렉스로 안고 있다.

이런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유이한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다.


“걱정은, 누가, 그, 그런 거 아니거든요.”


이렇게 삐진 척하는 것도 아름답다.

완전히 미모에 관해선 먼치킨이 따로 없다.




지구라는 새로운 주제가 나와서 유이한은 한국에 대해서 주야장천으로 떠들었다.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TV에 관해서 알려주자 네스가 눈을 빛내며 흥미를 보였다.

머릿결과 같은 백은의 눈동자가 빛을 발하니 주위를 빨아들이는 듯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이한씨?”

“네, 넵!”

“갑자기 왜 그러세요?”

“눈이 너무 예뻐서, 저도 모르게 정신을 놨어요. 하하하.”


어색해지지 않으려 웃었지만, 이미 분위기는 골든타임을 놓쳤다.


나이스! 쌤통이다!


네스는 어색하게 계속 주변의 풀만 쳐다보고 있다.


‘누구는 심심해서 죽는다고 하는데, 난 지금 이 어색한 공기에 눌려 죽을 것 같아! 어떡하지? 뭔가 좋은 수가.’


열심히 뇌세포를 혹사시킨 유이한은 아공간 창고에서 그동안 전원을 끄고 처박아둔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건 뭔가요?”


처음 보는 물건이 신기한 네스가 자연스럽게 유이한의 손에 있는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오랜만에 켰는데도 불구하고 전원을 꺼서 아공간 창고에 넣어둔 덕분인지 배터리가 97%를 유지하고 있다.

최대한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 바로 비행기 탑승 모드로, 배터리도 초절전 모드로 전환했다.

그리고 카메라 앱을 켜서 네스의 어깨에 팔을 두른 채 끌어당겼다.


“꺄!”

“여기, 제 손을 보세요.”


셀카 모드라 둘의 모습이 화면에 보이자 놀라는데 셀카를 찍었다.


“이, 이게 뭐예요?”

“사진이에요. 이렇게 찍은 순간을 나중에 볼 수 있어요.”


지금 찍은 사진을 보여주자 네스는 귀까지 붉게 물들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했다.




“드로잉 마법이랑 비슷한 거군요.”


네스의 설명에 의하면 사진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생활 마법이 있다고 한다.

마법을 사용한 순간에 보인 장면을 그대로 종이에 옮겨 담을 수 있다고 한다.


‘역시 이 세계의 생활 마법은 안되는 게 없어.’


겉보기엔 지구의 중세 같은 모습이지만, 생활 마법으로 인해 현대 문명의 이기에 찌들어 살던 유이한도 딱히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이다.




해가 지는 바람에 오늘은 산에서 야영이다.

아무리 잘 아는 산이라도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으면 위험하기 마련이다.


모닥불을 피우고, 저녁 메뉴로는 오늘 잡은 포레스트 샤크로 요리를 했다.

등지느러미만 따로 구웠다.

샥스핀이고 뭐고 그냥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구워 먹는다.

요리 스킬을 습득하자마자 포인트를 쏟아부어 10등급에 +10 강화까지 올렸기 때문에 그냥 굽기만 해도 훌륭한 맛을 낸다.

거기에 적절한 향신료로 간을 했으니 천상의 맛이 따로 없다.


포레스트 샤크는 상어의 몸통에 지느러미 대신 앞뒤 다리가 달린 육지 몬스터다.

크기는 상당히 커서 한입에 사람의 반을 뜯어 먹을 정도라고.

그래 봤자 이미 머리는 잘라서 버리고 등지느러미와 다리 두 개, 몸통 반 정도를 해체해서 불판에서 맛있게 구워지고 있다.


쿵. 쿵.


‘아! 뭔데! 밥 먹을 땐 개도 안건들인다고!’


나무를 해치며 나타난 묵직한 발소리의 주인은 굵직한 나무를 통째로 손에든, 최소 키가 3미터는 되어 보이는 자이언트다.


작가의말

다음 화

-자이언트 주제에 오러를 써?

-“이한씨!”

-울려 퍼지는 그녀의 절규!

-중2라는 것이 폭발한다!

 

PS 1. 주말에 연재했더니 금월월월 느낌이···

PS 2. 비축이 필요해! 라고 울부짖어 봅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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