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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호빵님의 서재입니다.

F인데 최강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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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민트호빵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6
최근연재일 :
2019.09.03 16:05
연재수 :
117 회
조회수 :
345,293
추천수 :
4,846
글자수 :
607,892

작성
19.04.09 18:07
조회
5,992
추천
74
글자
12쪽

#10

DUMMY

-10-




피나는 가지고 온 식량이 거의 떨어져서 먼저 메네벨로 돌아갔다.


이제는 여기에 꽤 오래 자리를 잡은 유이한이다.

지나치는 모험가들이 보상이를 펫 정도로 인식하기 시작했기에 딱히 설명하지 않아도 마찰이 생길 일이 없다.


피나의 유일한 활용도가 없어졌기에 이제는 없어도 그만인 상황이라 아쉬움을 느끼지도 않는다.

여전히 유이한에게 피나라는 존재는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유이한은 이 이상한 인간이 떠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분명 다른 사람들도 시도해봤겠지만.’


보스 방의 수정구에 손을 대고 마나를 불어 넣었다.

처음에는 마나를 구분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스킬을 쓸 때마다 몸에서 조금씩 빠져나가는 마나를 겨우 느끼게 되었다.

이것도 피나의 조언 덕분이지만, 딱히 고마워하거나 하는 감정이 들지 않았다.


‘후우~. 몸이 나른해질 때까지 넣었는데 고작 이거야?’


유이한은 수정구에 펜으로 살짝 표시해놨는데 수위가 약 1cm 정도 올라갔다.


‘이래서 다른 사람들이 굳이 마나를 주입하지 않는 건가?’


그렇지 않다.

마나는 개인의 정신력과 관계있다. 정신력이 높을수록 체내에 가지고 있는 마나의 총량이 늘어난다.

지금 유이한의 정신력은 (231)로 보통 사람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마나를 가지고 있다.


유이한은 평소에 마나를 거의 쓰지 않기에 가지고 있는 마나의 1/5 정도만 수정구에 주입한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몸이 위험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다른 모험가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엄살 부리지 말라고 했을 테지만, 유이한은 지금 혼자다.

설령 피나가 있었어도 알지 못할 일이었고, 오히려 수정의 눈금이 올라갔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을 거다.




달그락.


유일한 말벗인 보상이가 옆에서 아양 떨었다.

갑자기 힘을 쓴 주인이 안타까워 보였기 때문이다.


“이게 콱! 말로 할 때 저리 가라.”


달그락.


자기 마음도 몰라주는 주인 때문에 시무룩해진 보상이는 유이한에게서 거리를 벌리고 주특기인 평범한 상자인 척했다.




유이한은 이 수정구에 대해서 들었을 때 마나 주입이 된다면 한번 끈기를 가지고 끝까지 해보자고 속으로 다짐했고 수정구의 수위가 올라가는 의미 있는 변화를 목격했다.


‘몸이 나른하지만 이건 별거 아니야! 나도 노력이라는 걸 한번 해보겠다고!‘


유이한의 궁극적인 목표.

누나를 찍어누를 수 있는 인기와 명성. 그걸 얻기 위한 높은 등급의 모험가이고, 그 높은 등급의 모험가가 되기 위해서 던전에···


“아! 이런. 된장!”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금 유이한은 등급을 올리기 위한 실적 점수는 차고 넘치고 있다. 단지 능력치만 오르면 된다.

각각 해당하는 능력치는 계속 쓰면 상승한다.

전투는 대부분의 능력치를 사용하기 때문에 모험가의 능력치가 일반인보다 빠르게 오르는 것이다. 대신 그만큼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 빠지기 쉽다는 단점이 있지만.


능력치를 올리기 위해 직접 전투를 해야 하는데, 쓸데없는 잔머리를 굴리는 바람에 자동사냥에 눈을 떠서 전투는 거의 하지 않았다.


‘이게 다 저 녀석 때문이야!’


갑자기 생각난 자기 실수를 애먼 보상이에게 뒤집어씌우고 원한을 품는 유이한의 인성. 빈말로도 훌륭하다고는 하지 못하겠다.


유이한은 검을 뽑아 들었다가 다시 집어넣었다. 자신을 타락시킨 보상이를 베려다가 멈춘 것이다.


‘이 녀석이 없으면 불침번이 없어서 당장 맘 편히 쉬지도 못하니까.’


일단 이 던전에서 나갈 때까지만 녀석의 목숨을 연장해 주기로 했다.




@ @ @




점점 마나를 쓰다 보니 어느새 가지고 있는 거의 모든 마나를 쓸 수 있는 경지까지 올랐다.

대신 마나 고갈에 의한 탈진으로 손가락 하나 꼼짝 못 하는 상태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 경험으로 인해 쓰러지지 않을 정도의 수위를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수련의 결과로 수정구에는 마나가 거의 끝까지 차 있었다.


‘이제 조금만 더 넣으면 끝이다.’


그동안의 고생이 잠시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수정구에 마나를 넣고.

바닥에 퍼져서 쉬고.

일어나면 마나가 회복된 걸 확인하고.

수정구에 마나를 넣고.

···


지금 와서 돌아보니 별로 크게 고생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발치에 있는 보상이만 발로 찼다.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차인 보상이는 억울했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하는 반쯤 달관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몬스터를 정식적으로 성장시키는 위업을 이뤄냈지만, 실상을 안다면 누구나 유이한을 욕할 것이다.




수정구의 남은 부분을 마나로 채우자 여태 굳건하게 닫혀있던 석문이 스스슥 좌우로 열리며 딱 한 명 지나갈 만큼 공간이 생겼다.


“됐어! 드디어 내가 해냈어!”


부단한 노력이 드디어 결실로 나타나 기뻐하다가 혹시나 다른 모험가 파티가 올지 몰라 주위를 둘러보고 재빨리 안으로 들어갔다.


“으···”


보스 방에 들어와 정말 오랜만에 보는 햇빛에 인상을 찌푸리며 기습에 대비해 방패를 들어 올렸다.


‘응? 햇빛? 여기 지하 2층인데?’


눈부심이 사라지며 시야에 일렬로 늘어선 수많은 고블린이 보인다.


“젠장!”


달그락.

달그락.


위험을 느끼는 유이한 앞으로 나선 보상이가 위협하듯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여태 상대해왔던 고블린과는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았기에 막상 덤벼들지는 못하고 위협만 하는 것이다.

보상이를 앞세워 방패를 치켜세운 체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튈까? 아니면 강화빨을 믿고 밀어?’


후퇴하자니 여태 보스 방을 열기 위해 했던 노력이 아까웠고, 전진하자니 압도적인 숫자의 폭력 앞에 두려움이 몰려들었다.

거기에 여태 던전에서 봤던 고블린과는 다르게 장비 수준도 높아 보이는 게 전진하는 데 주저를 하게 만들었다.


스스슥.

쿵.


찰나의 순간이었다.

열렸던 보스 방의 문이 닫혔다.

막혀버린 도주로를 멍하니 바라보는 유이한. 그 앞으로 고블린 하나가 다가왔다.


‘이런 제기랄! 뒤가 막히니까 덤비는 거냐!’


달그락.


보상이가 마치 주인에게 다가오는 위협을 내쫓으려는 개 마냥 뚜껑을 열었다가 닫으며 위협을 하는 바람에 고블린은 거리를 유지하며 깊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오. 구세주시여.”

“엥?”




@ @ @




유이한은 고블린 마을의 가장 안쪽에 있는 촌장의 집에 앉아서 손님 대접을 받고 있다.

차를 타준다는 것도 거절하고 아공간 창고에서 꺼낸 물을 마시는 중이다.


‘독이 들었을지도 모르니까 방심하면 안 돼.’


보스 방문이 닫히고 앞에 대기하고 있던 고블린이 모두 인사를 하며 정중하게 대해줘서 살았다는 안도감에 별생각 없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왔는데, 자리에 앉아서 차분하게 생각해보니 이게 전부 함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아마 당장 나를 어떻게 하지 않는 건 옆에서 여전히 주위를 위협하고 있는 보상이랑 이 보스 방을 내가 혼자 열었기 때문에 간을 보고 있는 거겠지.’


유이한은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고블린이 무서워 보상이를 다리 옆에 끌어다 놨다.


물론, 고블린은 구세주인 유이한과 펫으로 보이는 미믹에게 손을 댈 생각이 전혀 없다.

오히려 공원에서 다른 집 강아지를 보듯 보상이를 만져보고 싶어서 눈치를 살피는 중이다.


“구세주시여. 자세한 설명해 드리기 전에 먼저.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자신을 촌장이라고 밝히고 차를 타주려고 했던 고블린이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그에 맞춰 주위의 고블린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이것들 대체 목적이 뭐지?’


20년 인생을 돌이켜봤을 때 그다지 남에게 감사를 살만한 일을 한 적이 없던 유이한은 멋쩍은 상황에 부닥치고 말았다.

기껏해야 <마음 키움> 사업하면서 손님들에게 상투적으로 고맙다는 소리를 들은 게 전부였다.


수술하지 않고.

부작용 걱정도 없는.

그야말로 꿈과 같은 희망을 선사해준 유이한이다.

고객들은 모두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었지만, 이 피해망상 환자인 유이한에겐 그 마음이 닿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 고블린들을 위해 뭔가를 했다는 인식이 없는 유이한에게 밑도 끝도 없이 감사를 표하니 더더욱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감사는 됐으니까. 이제 설명 좀.”


어색한 마음에 유이한은 손사래를 치며 촌장에게 설명을 촉구했다.


“네. 알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저희는 대마법사이신 베니로님의 가호로 이 던전의 깊숙한 곳으로 피난 오게 된 베니로 족입니다.”

‘응? 처음 듣는데? 베니로라고 하면 이 던전의 최초 발견자라서 던전에 이름이 붙여진 모험가 아니었어? 대마법사라고?’


초장부터 혼란을 겪고 있는 유이한은 내버려 둔 채 촌장의 설명은 계속됐다.


“풍요롭지만 언제나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살아가던 저희를 불쌍히 여긴 베니로님께선 저희를 위해 대성벽(大聖璧) 밖에 있는 던전을 만드시고 가장 깊숙한 이곳에 저희를 살게 해주셨습니다. 오시면서 보셨다시피 이 마을은 던전의 마나로 언제나 풍부한 자연환경을 유지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촌장의 말대로 이곳으로 안내되며 보인 환경은 그야말로 ‘풍요’ 그 자체였다.

마을을 중심으로 한쪽은 울창한 숲.

반대쪽은 넓은 평원.

그 마을의 뒤는 작은 계곡과 녹음이 우거진 산이 버티고 있었다.

평원에는 저 멀리까지 펼쳐진 논밭이 황금 물결을 이루고, 숲에서는 사슴이나 돼지 같은 짐승들이 얼핏 보였다.


지나치며 봤던 풍경을 되뇌고 있는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던 촌장이 갑자기 크게 한숨을 쉬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후우··· 하지만, 저희 부족이 너무 늘어났는지 언젠가부터는 대성벽(大聖璧)에 내포된 마나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잠깐. 자꾸 나오는 대성벽? 그게 뭐야?”

“예? 구세주께서 마나를 채워주신 그 수정의 명칭입니다.”

“아~.”


이들이 말하는 대성벽(大聖璧)이 보스방 문에 붙어있는 수정구를 가리키는 것임을 이해한 유이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베니로님께선 저희를 여기로 이주시켜 주시며 마지막으로 이 던전의 주인이 바뀌지 않는 한 대성벽의 문이 열리지 않도록 해주셨습니다.”

“어··· 어?”

‘시방 불쌍한 척하는 이 녹색 땅꼬마들이 뭐라는 거여? 그러면 내가 이 던전 주인이 됐다는 말이야? 뭐야?’


되지도 않는 사투리로 태클을 걸어봤자 상대는 독심술을 익힌 그분이 아니다. 유이한의 정신을 꿰뚫어 볼 리가 없다.


“새로운 던전의 주인이시자 저희의 구세주시여. 부디 저희를 내쫓지 말아 주십시오.”

““내쫓지 말아 주십시오.””


촌장이 고개를 숙이며 부탁하자 주위의 병풍들도 따라서 고개를 숙였다.

이들의 목숨이 자신의 손에 -마나를 채웠을 뿐인데 왜 소유권이 넘어왔는지는 아직도 미지수지만- 있다는 소리를 듣고 나니 유이한의 얼굴에 자연스레 씨익 미소가 지어졌다.


‘이것도 계속 보다 보니 그리 나쁘지 않은 풍경이네.’


완전히 믿지는 못하지만, 지금의 말을 들어보면 왕과 같은 위치에 올랐다는 걸 유추한 유이한은 순수하게 기뻤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남들 위에서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

큰 수고를 들이지도 않고 이 많은 인원-고블린이지만-이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며 간청하는 모습은 그 본능을 채우고도 남는 감동을 주었다.

이는 유이한이 평소에 자존감이 낮은 이유도 있다.


‘나보다도 못한 버러지 같은 것들. 푸하하하하.’


병이다.

누군가 이 환자를 정신과 병원에 데리고 가주길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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