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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호빵님의 서재입니다.

F인데 최강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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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민트호빵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6
최근연재일 :
2019.09.03 16:0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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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892

작성
19.04.0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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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글자
12쪽

# 01

DUMMY

-01-




20세가 될 때까지 각성하지 못하는 경우 국가에서 행하는 각성 프로그램(60%)에 강제 참여하게 된다.


“다음 201번부터 250번까지 들어오세요.”


귀찮음이 절절히 묻어나는 억양 없는 목소리가 지나간 자리엔 단 한 명이 대기표를 들고 앉아있었다.

혼자 남은 유이한은 올해 대학 새내기로 턱걸이에 턱걸이로 겨우 합격한 지방대를 다니는 평범한 대학생이다.

성적도 그냥저냥.

성격도 딱히 모나지 않고 그냥저냥.

체력도 그냥저냥.

살아온 인생 자체자 그냥저냥 ‘중하위’권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이건 아니잖아.’


바로 앞에서 순서가 끊어졌다.

다시 한번 대기표를 봤지만 251/270.

오늘 270명이 올 예정이었는데, 19명이 결석이다.

평소엔 270명을 정원으로 잡으면 240명 근처로 온다는데 오늘은 조금 많이 왔다고 담당자가 투덜거리며 지나쳤었다.

평소보다 조금 높은 출석률로 인해 유이한은 이 넓은 대기실에 혼자 남아 고개를 숙이고 있는 꼴이 됐다.


‘이런 망할!’




유이한이 대중에 파묻혀 살아가길 원하게 된 계기는 아마 누나가 연예계 데뷔하면서부터였을 거다.

어릴 적엔 다섯 살 위의 누나를 이겨보겠다고 바락바락 덤볐었다. 항상 만만하게 보던 누나-평생 이긴 건 키와 몸무게뿐이지만 -가 고등학교 올라가고, 데뷔와 함께 연예계 정상을 향해 폭주하는 걸 보며 자존감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그 유명한 에이스 핑크의 하나 동생이라며?’

‘누나는 여신급 외모인데 넌 왜 폐기물이냐?’

‘진실 친누나임?’

‘TV 보니 네 누나는 성적도 좋은데 넌···’


주변에서 잘나가는 누나와 비교하는 비난에 점점 자존감이 사라진 유이한은 -친구 몇몇을 제외하고는- 남의 눈에 띄는 걸 극히 꺼렸다.

그 이후로 유이한은 대중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핑계로 노력이라는 단어와는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평화협정을 맺고, 별생각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지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유이한이 50명 중 1인이 되지 못해 혼자 남게 됐다.


극에 달한 불안감과 바닥을 치는 자존감 덕분인지 유이한은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평소에 알던 모든 신에게 욕을 쏟아부었다.


‘아무리 평소에 내 운이 중하위권이라고 해도 이건 아니잖아.’


여전히 소심해서 속으로만 투덜거리는 유이한이 집에 들어서니 일방적으로 열등감을 품고 있는 대상이 지정석인 소파에 누워서 -자기가 나온- 예능 프로를 보며 낄낄거리고 있었다.


“야. 뭐 나왔어?”

“몰라! 알아서 뭐하게.”

“이게 어디서 누나한테 말버릇이 그따위야!”


유하나의 다리에 깔린 쿠션이 꿈틀거리며 떠오르는 걸 보자마자 유이한은 후다닥 방으로 피신했다.


‘두고 봐! 언젠가 저 더러운 성격을 내가 팬 미팅 현장에서 다 까발리고 말 거야!’


오늘도 다짐만 하는 소심쟁이다.




50명이 받는 각성 프로그램을 혼자 받은 것도 쪽팔린 데, 각성을 마치고 주민등록증에 찍힌 유이한의 어빌리티는 끊임없는 한숨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강화(F)>


-대상을 강화한다.


하필이면 각성 프로그램의 60% 확률을 뚫지 못한 것보다 못한 희박한 확률의 F등급 어빌리티를 각성했다.

대부분 각성을 하게 된다면 E등급을 받는 이 각성 프로그램에서 F등급을 받을 확률은 스마트폰 게임에서 게임머니로 뽑는 기본 뽑기에서 최고등급인 S급을 뽑을 확률과 비슷하다.

F등급이 나올 확률과 비슷한 확률로 E등급을 넘은 D등급이 나올 확률도 존재한다. 바로 유이한에게 거침없는 폭력을 행사하는 유하나처럼.


염력이라는 상당히 좋은 어빌리티인 것도 모자라 무려 그 희박한 확률을 뚫고 D등급을 얻었다.

항상 화제를 만들어야 하는 연예인이라는 직업특성과 각성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에서 광고효과를 노린 결과. 뉴스에도 나오며 전 국민이 에이스 핑크라는 걸 그룹은 몰라도 ‘D등급 염력사 연예인’은 누구라도 들어 봤을 정도다.

당장 오늘만 해도 유이한이 각성 프로그램을 받기 전에, D등급 사례로 자신의 누나가 나오는 홍보영상을 보고 왔다.


‘젠장! 같은 확률이면 이왕지사 D등급이 나올 것이지 왜! 나만!’


유이한은 주민등록증을 책상에 내던지려다가 혹시나 고장 날지 몰라서 부드러운 침대에 던졌다.

그나마 협소한 ‘마음’을 가진 대가로 받은 거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하며 울분을 삼켰다.

참고로 이 ‘마음’은 남을 배려하고 하는 마음이 아니다. 물리적인 ‘마음’이다.




방안에 처박힌 유이한은 한숨을 쉬면서 자신의 어빌리티를 시험했다.

첫 번째로 책상에 굴러다니는 볼펜.

선정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그저 눈에 가장 먼저 띄었기에 집어 들었을 뿐.


“강화!”


일부러 힘을 줘서 말했다. 뭐가 됐든 좀 좋은 결과가 나오겠지라는 마음으로.


······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

게임처럼 강화됐다고 +1 이런 게 표시되는 것도 아니고, 원래 잘 쓰인 볼펜이라 더 잘 쓰이게 변했는지도 모르겠다. 전혀 변한 걸 못 찾겠다.


‘역시나 쓰레기···’


이번엔 2번 타자인 30cm 자에 강화를 써봤는데, 실패했다는 감각이 느껴졌다.

서둘러 민증을 확인하니 쿨타임이 30분이라고 적혀있다.


‘이뭐병!’


유이한은 쿨타임에 짜증 나서 볼펜을 굴리다가 이내 잠자코 만화책을 보면서 기다렸다.


“강화!”


실패했다는 감각도 없고, 민증을 보니 쿨타임이 다시 돌아간다.

어빌이 성공적으로 사용됐다는 증거다.

하지만 여전히 외형상 변한 점은 없다. 평범한 자 그 자체다.


손바닥을 때려보니 아프다. 원래 아프니 이건 패스.

내구성 테스트.

있는 힘껏 휘어보다가 놓치는 바람에 턱에 직격 했다.

유이한은 핑 도는 눈물을 꾹 참으며 자를 원래 자리에 갖다 놓았다.

욱신거리는 턱이 더럽게 아프다.


‘안 해!’




@ @ @




유이한이 저녁을 먹고 바닥에 앉아 소파에 기대며 TV를 보는데 갑자기 귀가 잡아당겨 졌다.


“아! 아!! 아프다고!”

“이게 어디서 소리를 질러!”


유하나의 어빌인 염력에 이어 물리(발) 공격도 같이 날아온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유하나는 운 좋게 고등학생 때부터 데뷔해서 아이돌 활동을 했다.

그 부수 효과로는 댄스를 바탕으로 단련된 체력.

걸 그룹이 겉으로 보기엔 여리여리해 보여도 속으면 안 된다. 특히, 이 에이스 핑크라는 그룹은 절대 속으면 안 된다.

춤도 힘이 있어야 춘다는 소속사 사장의 철학으로 든든히 먹이고, 남들보다 더 운동을 시킨다.

평소 운동과는 불가침 조약을 맺은 유이한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한 체력과 힘을 가지고 있다.


퍽! 팍!


발등으로 차고. 발바닥으로 차고. 여러 각도, 여러 부위를 차는 바람에 유이한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정당방위를 하려 손을 허우적거렸다.

그러다 옷을 잡았다. 아니. 느낌상 잡은 것 같다고 느꼈다.


‘어차피 별 반응도 없는 어빌! 될 대로 돼라!’


“강화!”


쪼물딱.


“하윽!”


처음 들어보는 유하나의 이상한 소리와 동시에 작지만, 손안에 갑자기 부드러운 살집이 잡히는 감촉.

뇌의 한편에서는 그동안 봐왔던 애니메이션에서 지금과 비슷한 상황의 장면이 재생되며 대피를 촉구하지만, 20년간 남매 싸움을 하며 있어 본 적이 없는 감촉에 유이한은 꼼지락거리는 손을 뗄 생각을 못 했다.


‘이건 설마, 그래도 아직은 내가 더 큰··· 크억!’


결국, 무방비한 옆구리에 니킥이 작열하고 말았다.




유이한이 실로 오랜만에 손들고 무릎 꿇는 벌을 받고 있으려니 다리도 저리고, 팔 근육도 점점 뇌의 제어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동생 침대에 걸터앉은 유하나는 팔짱을 끼고 노려보고 있는데, 팔이 어색하게 높다.

저게 다 삐뚤어진 ‘마음’을 가리려는 동작이라는 걸 본인을 뺀 가족 중에 유일하게 유이한만이 알고 있다.

저렇게 만든 당사자니까.


‘굳이 저렇게 하지 않아도 상관없지 않나? 커졌다고 해도 나보다 작, 아니. 나랑 비슷한 거 아냐?’


다시 한번 말하지만, 유이한은 운동과는 일방적인 불가침 조약을 맺고 있다.

신장 180에 무게는 85를 겨우 유지한 그는 약간(?) 후덕한 체형이다.


“이거 어떻게 할 거야?”


굳이 지칭하지 않아도 예전에 유이한이 항상 놀리던 부위다.

‘나보다도 작은데 굳이 그걸 찰 필요가 있어?’라고 놀리며 매를 버는 행위였지만.

그런 유하나가 지금은 한쪽만 필요해서 속옷을 입고 있다.

일할 때만 추가아이템을 장착하는 데 필요한 속옷이. 반이지만 제 역할을 처음으로 하는 거다.


유이한은 더는 맞기 싫어 민증을 넘겨주며 남은 쿨타임을 자수했다.


“큭! 이게 F등급이라고?”


이런 기적과도 같은 어빌리티가 F라는 것과 자신은 D등급 어빌인데도 불구하고 이 미천한 동생보다도 못한 것 같은 자괴감에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아랫입술을 깨무는 건 예전부터 유하나의 버릇이다.

어쩌다가 유이한이 누나보다 성적을 잘 받거나, ···그러고 보니 지난 20년 동안 성적(?)으로 유하나를 이긴 건 한 번뿐이었다.

중학교 졸업하면서 수학 성적 우수자라는 상을 받았을 때뿐이다.

유하나가 받지 못했던 상을 동생이 받았을 때. 그때 분해서 이렇게 아랫입술을 깨물고 잘근잘근 씹었다.

‘자기 입술이 맛있나?’라고 놀렸다가 두들겨 맞은 건 당연지사다.


“뭐?! 10시간? 너 이 자식!”

“응? 무슨···”


퍽!


가드 할 손을 들고 있는데, 정확하게 갈비뼈를 발로 차는 이 악랄함.

바닥을 구르다가 다시 일어나 유이한에게 돌려준 민증에는 쿨타임 09:52라고 적힌 숫자가 보인다.


“어? 잠깐! 볼펜에 했을 땐 30분이었는데?”


손으로 입을 가리며 생각에 잠겼다가 손 내렸다고 정확하게 같은 곳을 또 차이는 유이한이다.




@ @ @




유이한은 푹 자고 아침에 누나가 처한 ‘마음’의 불균형을 맞춰줬다. 그러면서 구타는 덤이다.

균형을 맞춰주려 어빌을 쓸 때 손이 덜덜 떨렸기 때문이다.

지난 저녁에 너무 오래 팔을 들고 있었던 부작용이다.

유이한은 이미 아침에 일어나서 팔이 덜덜 떨릴 때부터 이미 각오한 일이다.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이게 내가 이러고 싶은 것도 아닌데!’


서러움을 참으며 속으로 삼켰다.

집이 요즘 많이 습하다. 덕분에 시야가 조금 뿌옇게 됐다.


“자. 여기.”


유하나는 몸을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줬다. 그것도 무려 열 분이나 되는 신사임당을.


“용돈이야. 어디 가서 떠들지 마라. 죽는다.”


‘쳇. 내가 고작 돈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야! 다 누나를 위해서, 그리고 미래의 매형과 조카들의 부족함 없는 성장을 위해서야!’


“네엡~ 여부가 있겠습니까. 어디 말할 데도 없습니다요.”


속마음을 숨기며 최대한 공손하게 두 손으로, 위대하신 선조님의 초상화를 받아드니 시야가 아주 맑아졌다.

초봄이라 집이 금방 건조해졌는지 방안에 습기가 금세 빠진 것 같다.




@ @ @




유이한은 자취방으로 돌아와 수업도 빼먹으면서 어빌에 대해서 열심히 찾아봤다. 가장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인터넷을 통해서.

일단 같은 능력을 얻었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물론, 유이한의 영어 능력이 미천해서 (위대한 번역기 님의 힘을 빌렸지만) 해외사례까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리고 국내라고 해도 모든 각성자가 자신의 어빌을 공개하는 게 아니기에 이마저도 100% 신뢰하기 힘들다.

결국, 유명하지 않은. 희귀한 어빌이라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이다.


오후에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에게서 수업 안 나오냐는 문자를 받았지만, 착실하게 무시해줬다.


‘미안하다. 나에겐 인류의 희망을 위한 중대한 실험이 있어.’


쓸데없이 장엄한 각오를 했지만, 모든 건 유이한 본인을 위해서다.

어빌의 성능을 알아보기도 하고, 미래 자신의 신부를 위해서라는 변명을 자신에게 하면서.


쿨타임이 끝나자마자 바로 화장실로 직행해 어빌을 사용했다.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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