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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뭉이의 글세상

찐따가 격투재능 금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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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뭉이
작품등록일 :
2021.02.02 03:13
최근연재일 :
2021.03.27 21:36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11,970
추천수 :
534
글자수 :
140,231

작성
21.03.22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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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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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2쪽

웰터급 랭커와의 테스트

DUMMY

<25화>


“혹시 본선에서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다른 참가자가 있습니까?”

“저를 라이벌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겠지만··· 전 딱히 없습니다.”


상태창의 패기어린 발언에 좌중은 술렁였다. 곳곳에서 야유도 터져 나왔지만, 그것을 뒤엎을 만큼의 열렬한 호응이 주를 이루었다. 넘치는 자신감, 그것을 뒷받침하는 화끈한 경기력. 거기에 180을 넘는 균형잡힌 근육질 몸에 잘생긴 마스크까지. 관객의 대부분은 이미 상태창에게 매료되어 있었다.


이규덕 기자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안경테의 이음쇠를 고쳐 만졌다. 그의 표정을 슬쩍 살핀 옆자리의 후배 기자 한유나가 말을 건넸다.


“선배님, 저 친구 어때요?”

“고1이라고? 저 나이에 저 정도의 피지컬에 실력이라니. 믿기 힘들어.”

“잠시 밖에서 바람 좀 쐬실래요?”

“그럴까.”


국내 최대 스포츠 포털사이트인 스포츠코리아의 수석기자인 이규덕은 소위 ‘격투기 통’이었다. 격투기 취재만 전문으로 해온 지 13년째. <더 영스트릿 파이터>의 제작이 결정되면서 전 시즌보다 더 화제를 모을 것으로 예상되자, 스포츠코리아 측에서는 이규덕과 한유나에게 전담 취재를 맡겨 놓은 상태였다.


“한 기자가 역시 보는 눈이 있네. 상태창, 상태창 노래를 부르더니 나는 무슨 게임에 뜨는 창인줄 알았어. 엄청나던데? 아마 이번 시즌 우승후보 1순위가 아닐까?”

“장담은 이르지만, 제가 예선 취재하면서 본 탑3 중 하나예요.”

“한 기자가 주목할 만한데? 얼굴도 잘 생겼더만.”

“하하. 선배님도 참.”


아직 미혼인 한유나는 민망하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우승 확률로만 보자면 상태창이겠지만, 사실 관심 가는 참가자는 따로 있거든요.”

“무슨 소리야?”

“저번에 잠깐 말씀 드린 거 같은데, 170전후? 키도 안 크고요, 체중도 아마 77~78kg 정도 밖에 안 나가는 친구가 있어요.”

“듣기에는 73kg급으로 나갔어야 될 친군데 말야. 82kg로 뛴다고?”

“게다가 예선 전경기 KO 승이예요.”


이규덕은 눈이 번쩍 뜨였다.


“그게 누구야?”

“이따가 나오면 제가 알려드릴게요.”

“궁금하게스리···.”


* * *


같은 시각. 객석 한가운데에는 신지수와 백성민, 그리고 혁을 응원하러 온 같은 반 남자애들이 앉아 있었다. 방금 전의 상태창의 맹활약에 백성민은 심기가 심히 불편한 듯 했다.


“아이, 짜증 나. 저 새끼 개뚜들겨 맞았어야 하는데···.”

“근데 실력은 장난 아니다. 아까 상대가 미들급 랭킹 3위였다고 했지?”

“···응.”


신지수의 말에 백성민은 마지못해 수긍했다. 그전까지 나온 다섯 명의 참가자를 단숨에 쩌리로 만들어 버리는 압도적인 실력. 당장 SFC와 계약하자고 서대환이 나서도 이상하지 않을 만한 활약이었다. 괜시리 짜증이 난 백성민은 준비한 피켓을 손으로 두들겼다.


“아, 짜증 나. 대체 혁이는 언제 나오는 거야?”

“그러게. 혁이 지금 엄청 긴장되겠다.”


지수는 혁이 운동하는 모습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자신과 거의 키도 비슷한 혁이 저런 덩치 큰 운동 선수들과 싸운다? 걱정이 태산 같았다. 새로운 참가자의 테스트가 이어졌지만, 지수와 성민은 혁의 등장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 무대 뒤편에 마련된 선수 대기실.


무대 상황을 보여주는 큰 TV와 함께 참가자들의 대기용 의자가 여러 개 놓여 있다. 곧 자신의 차례일거라 생각한 혁은 일어나서 장흥식과 함께 몸을 풀고 있었다.


벌컥. 문이 열리더니, FD가 들어왔다.


“남궁혁 참가자. 무대 올라갈 시간입니다.”


장흥식은 막 나가려는 혁의 어깨를 기를 불어넣듯 꾹 잡았다.


“혁아, 테스트는 코칭 스탭이 같이 갈 수가 없다고 하니까 네가 알아서 잘 해야할 거 같다.”

“걱정마세요.”


혁은 씨익 웃고 장 관장과 가벼운 포옹을 나눴다. 드디어 대기실 문을 나선 혁. 복도를 지나서 드디어 무대로 연결되는 문 앞에서 섰다.


“다음 참가자, 나와주세요!”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성과 더불어 눈부신 조명이 혁을 맞이했다. 혁의 동선을 따르는 지미집 카메라가 마치 표정부터 걸음걸이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무섭게 밀착해 왔다.


가벼운 긴장, 설레임, 그리고 낯선 흥분감. 여태껏 싸워온 그 어느 싸움보다 가장 많은 눈이 지켜볼 것이라는 생각에 묘하게 흥분이 되었다. 무대의 가운데로 남궁혁이 등장하자, 취재석과 패널석은 크게 웅성대기 시작했다.


“73kg급 참가자 아니야?”

“73kg급 참가자가 여기 왜 와 있어?”


한유나는 어리둥절 하는 취재석의 다른 기자들의 표정을 재밌다는 듯 살폈다. 그리곤, 옆에 앉은 이규덕에게 언질했다.


“나왔어요. 제가 말씀드린 참가자, 남궁혁이요.”

“저 체구로 예선 전부 KO승이라고?”

“보이는 거랑 달라요.”

“흠···.”


이규덕은 팔짱을 낀 채 살짝 올라온 턱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집중했다.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 서대환이 급하게 마이크를 잡았다.


“잠깐만요. 잠시 확인 좀 합시다. 남궁혁 참가자, 지금 신체 스펙이 어떻게 되죠?”

“키는 171~2 정도고요, 체중은 76~78kg 왔다갔다 합니다.”


오오오오. 술렁이는 객석의 분위기. 패널석에 앉은 전 UFC 파이터 최덕호가 입을 열었다.


“73kg급 선수들도 평소 체중이 80kg를 넘기는 사람이 많거든요. 73kg급이라고 해도 체중이 많이 나가는 편이 아닌데 왜 굳이 82kg급으로 참가했죠?”


혁은 잠시 망설였다. 잠깐 동안 많은 생각이 스쳤다.


‘복수하고 싶어서 나왔다고 하면 누군지 다 알겠지···.’


“살이 잘 안 빠져가지고요. 그냥 평소 체중으로 나온 거예요.”


푸하하하하.


좌중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서대환은 웃질 않았다. 진지한 표정으로 마이크를 들었다.


“지금 딱 3~4kg 정도만 빼면 73kg급으로 훨씬 경쟁력 있게 뛸 수 있는데, 만약에 오늘 테스트 통과하고 본선은 73kg로 뛸 수 있게 바꿔준다면 어떻습니까?”

“그냥 82kg로 계속 하고 싶어요.”

“자신 있다 이건가요?”


남궁혁은 대답 대신 씨익 웃어 보였다.


‘살 수 있는 기회를 줬는데 알아서 걷어차는군. 좋아, 그러면 원하는 대로 빡센 대진 잡아주지.’


잠시 남궁혁이라는 흥행카드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 제안을 한 건데,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어디 한번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 라는 식의 마음이 들었다.


“자, 그러면 우선 테스트 합시다. 웰터급의 류성욱 선수 나와주세요.”


‘뭐? 류성욱?’


패널석에 있던 관계자 일동은 귀를 의심했다. 지금 준비를 하고 있던 현역 선수는 미들급 랭킹 8위의 김애스홀이다. 근데 서대환이 즉석에서 류성욱으로 바꿔 불러낸 것이었다.


류성욱이라면 데뷔 이후 6전 전승으로 현재 랭킹 2위까지 치고 올라와 있는 실력자. 차기 챔프감이라고 주목받으며 UFC의 스카우터들도 탐내고 있는 대어였다.


거의 중간까지 걸어 나왔던 김애스홀이 들어가고, 류성욱이 나왔다. 감량을 하지 않은 류성욱은 거의 88kg에 육박한 모습. 키도 182를 넘는 장신이니 남궁혁과 비교하면 한마디로 거대했다. 누가 봐도 미스매치.


최덕호는 마이크를 내려놓은 채 긴히 서대환 쪽으로 갔다.


“10kg는 차이 나는데, 이러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떡합니까? 서 대표님.”

“자신 있다고 했으니까 남자라면 책임을 져야죠.”


서대환은 차라리 남궁혁이 여기서 떨어지는 게 깔끔하다는 생각이었다. 굳은 표정으로 마음을 바꿀 기미가 안 보이자, 최덕호는 불안한 표정으로 자리로 돌아갔다.


이윽고 심판이 나오고 테스트가 시작됐다.


“터치 글러브, 파이트!”


툭. 툭. 류성욱은 가벼운 원투로 간을 보기 시작했다.


‘아마추어 예선이라고 해봤자 애들 소꿉장난 수준이지. 후후. 프로의 뜨거운 맛을 한번 보여주마.’


류성욱은 승부욕을 타고난 타입. 앞서 상태창이 테스트를 통과하며 다소 거만한 모습을 보이자 그게 고까웠는지, 현역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에 얼마나 큰 격차가 있는지를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반격을 하는 남궁혁의 원투. 류성욱은 백스텝을 하며 가볍게 패링(상대의 손을 툭쳐내는 방어법)과 상체 움직임 만으로 피해 냈다.


“오오오오~”


여유 있게 큰 펀치를 피하는 류성욱의 모습에 객석에선 탄성이 일었다. 백성민은 오히려 평소의 혁이 답지 않은 무거운 몸놀림에 다소 의아해 하고 있었다.


“혁이가 평소답지 않네. 일부러 방심을 유도하는 건가?”

“왜?”

“평소엔 저거보다 훨씬 몸놀림이 빠르거든···.”


혁의 시합을 처음 보는 신지수에게 혁을 옹호하듯 백성민이 떠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장흥식 관장도 마찬가지였다.


‘혹시 혁이 어디가 안 좋은건가?’


확실히 남궁혁은 평소보다 반박자 느린 스텝과 반응속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자연히 리치와 체중에서 압도적인 류성욱이 게임을 주도해 나갔다. 왼손 훅, 오른손 스트레이트에 이은 오른발 하이킥.


파, 파팍! 팍!


경쾌한 타격이 연달아 쏟아지자, 위태위태하게 가드해 낸 혁이 육중한 파워에 밀리듯 뒤로 2m 이상 뒷걸음질을 쳤다.


‘혁아. 차라리 태클을 시도해!’


변변한 반격없이 샌드백처럼 휘청거리며 수세 일변도인 혁의 모습. 장흥식은 입이 바짝 말랐다.


원투에 이은 바디, 미들과 하이킥!


마치 테스트는 초보 회원을 대상으로 한 타격 강습 같은 분위기였다. 정타를 허용하지 않고 가드를 하고는 있어도 혁은 계속 위태롭게 휘청이고 있었다. 이미 장내에는 일방적인 흐름에 분위기가 다운되어 있었다.


슈-욱.


스탠딩에선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낮은 태클을 시도하는 류성욱. 하체가 싸잡히는 듯 했으나, 남궁혁은 간신히 골반을 털어내며 요령있게 빠져 나왔다.


‘오호, 아직도 패기가 살아 있다 이거지?’


넘어뜨린 뒤 파운딩으로 깔끔하게 마무리 지으려 했던 시도가 좌초되자, 류성욱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오냐, 덜 맞았다 이거냐? 더 패주마.’


차마 보다 못한 전 UFC 파이터 최덕호는 재차 서대환에게 어필했다.


“체급하고 기량, 모두 미스매치예요. 차라리 비슷한 체격의 라이트급 선수를 붙여보는 게 어때요?”


서대환은 조금 더 기다려보라는 듯 최덕호를 제지했다.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일방적인 경기 흐름에도 서대환은 쉽사리 스톱을 외치지 못하고 있었다.


‘고작 이 정도였단 말인가? 하긴, 기량이란 건 상대적인 법. 예선의 아마추어와 컨텐더급 현역 프로와는 천지 차이겠지. 내가 본 남궁혁이 맞나 싶은 정도인데···. 근데 신기하게도 결정타는 아직 하나도 허용하지 않고 있어.’


갈팡질팡 고민하던 서대환은 어느새 한 손으로 마이크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중단을 요청하기에는 아쉽지만, 제대로 된 반격도 없다. 마지못해 서대환은 마이크를 입 앞으로 가져갔다.


막 중단을 요청하려는 바로 그때였다.


작가의말

jaco328님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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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웰터급 랭커와의 테스트 +1 21.03.22 199 9 12쪽
24 본선 테스트 +2 21.03.19 205 8 12쪽
23 은밀한 외압 21.03.18 191 9 13쪽
22 이사장 상남길 21.03.17 237 8 12쪽
21 데뷔전 +1 21.03.14 263 8 12쪽
20 첫 시합 +1 21.03.06 250 10 12쪽
19 상태창의 등장 +2 21.03.05 240 9 13쪽
18 예선의 시작 21.03.04 282 11 12쪽
17 오해라니깐 21.03.03 231 10 12쪽
16 최종점검 21.03.02 244 9 13쪽
15 마, 설마 고딩한테 지겠심니꺼? 21.03.01 259 9 11쪽
14 오렌지 휘트니스 21.02.28 267 11 12쪽
13 케이지 속으로 21.02.26 258 9 11쪽
12 한 굴에 두 마리 호랑이 21.02.26 280 9 12쪽
11 출사표(出師表) 21.02.25 278 9 12쪽
10 A sweet revenge 21.02.24 287 10 13쪽
9 그래 가끔은 하늘을 보자 +2 21.02.24 325 10 11쪽
8 스터너의 추억 +2 21.02.23 340 8 11쪽
7 복수의 신호탄 +1 21.02.23 309 10 11쪽
6 던전에 입장하셨습니다 +2 21.02.22 338 10 12쪽
5 각성, 그리고 결심 +3 21.02.22 356 9 12쪽
4 깨어나라, 용사여! +3 21.02.21 398 13 11쪽
3 야성의 부름 +6 21.02.21 387 11 12쪽
2 약육강식의 세계 +2 21.02.20 447 12 12쪽
1 영웅의 몰락 +1 21.02.20 746 1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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