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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뭉이의 글세상

찐따가 격투재능 금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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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뭉이
작품등록일 :
2021.02.02 03:13
최근연재일 :
2021.03.27 21:36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12,024
추천수 :
534
글자수 :
140,231

작성
21.03.14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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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
추천
8
글자
12쪽

데뷔전

DUMMY

<21화>


타격보다는 레슬링이 강점인 혁. 타격 중에서도 특히 킥은 아직 자신이 없었다. 본선에 올라가기 전에 가급적 다양한 테크닉을 구사하면서 실전 경험을 쌓고 싶은 마음이었다.


전열을 가다듬은 박태웅은 다시 가드를 올린 채 전진해 왔다. 얕봤던 상대에게 한번 호되게 당하고 나니, 정신이 바짝 들었다. 하지만, 지나친 긴장은 몸을 굳게 만드는 법.


휘-익. 쫙!!


허공을 가르는 혁의 로우킥이 채찍처럼 박태웅의 허벅지를 강타했다.


휘청.


거의 무릎이 접혀질 정도로 흔들린 박태웅. 간신히 중심을 잡았지만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오히려 잔뜩 긴장한 나머지 반응이 느렸다.


“이 씨발색히가!”


침착했던 마음은 채 10초를 못 갔다.


‘내가 성남에서 어떻게 짱을 먹었는지 모르지? 머리통 깨지고, 팔 부러져가면서 산전수전 겪고 수백전을 싸운 나다. 존만한 새끼, 붙기만 해봐라!’


박태웅은 종합격투기를 배웠다기 보다는 수많은 싸움을 통해 자신 나름의 노하우를 정립한 싸움꾼이었다. 겨우 고2의 나이에 수백 전. 그의 주먹에 쓰러진 이들만 수백여 명이 넘었다. 그 많은 실전 경험을 통해 갉고 닦은 것이 근접전에서 몸싸움을 하며 붙잡고 펀치를 섞는, 소위 ‘더티 복싱’이었다.


‘우선 거리를 좁혀서 붙잡고 쇼부 봐야겠다!’


박태웅은 오른손 펀치를 크게 칠 듯이 페이크를 주며 달려들었다. 움찔하며 가드를 올린 남궁혁. 하지만, 이내 박태웅의 속셈은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덥썩.


남궁혁의 뒷목을 단단히 감싸 잡은 박태웅. 도망하지 못하게 잡고 펀치로 조지려는 계획이었다.


“하하. 이제 너는 끝이··· 헉?”


막 편치를 한방이나 내질렀을까. 순간 박태웅은 눈앞이 빙글빙글 돌며 세상이 뒤집히는 기분이 들었다.


‘뭐, 뭐지?’


콰광!!


남궁혁이 순간 무릎을 꿇어 박태웅을 거꾸로 들쳐업듯이 바닥에 내동댕이 처버렸다.


“우와아아아!!!”


손에 땀을 쥐고 경기를 보던 백성민은 자기도 모르게 함성을 지르고 말았다.


퍽. 퍽. 퍽.


박태웅은 다시 바닥에 깔려 파운딩을 쳐맞기 시작했다. 얼굴이 붉게 물들더니, 어느새 코피까지 흘리고 있었다. 더티 복싱 전략은 혁처럼 레슬링이 강한 상대에게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박태웅. 대가는 참혹했다.


“이 씨ㅂㅏ······읍.”


퍽. 퍽. 욕을 하려는 도중에 입에 파운딩이 떨어졌다. 어떻게든 파운딩을 막으려고 필사적으로 팔을 허우적거리는 박태웅.


“암 트라이앵글 잡아, 혁아!”


기회를 포착했다는 듯 장흥식이 외쳤다. 남궁혁은 파운딩을 치려다가 장 관장의 목소리를 듣고, 바로 박태웅의 오른팔과 목을 싸잡았다. 그리고, 몸을 왼쪽으로 넘기며 나사 조이듯 타이트 하게 그립을 팽팽히 당겼다.


“야, 이··· 씹···으···윽···”


뱀한테 조여져 질식사하는 먹잇감처럼 박태웅의 얼굴이 순식간에 쌔빨개졌다. 깡으로 버텨보려고 힘을 주지만 이미 역부족인 상황. 거의 기절 직전에서야 살기 위한 본능적인 손놀림이 나왔다.


탭. 탭.


“우와아아!!!! 혁이 미쳤다!! 완전.”


백성민은 함성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누군가 얼싸안고 승리를 기쁨을 만끽할 상대가 없다는 너무 아쉬운 상황. 혼자만 계속 방방 뛰었다. 케이지 바로 옆에 있었던 장흥식 역시 기쁜 듯 연신 박수를 쳐댔다.


거의 실신할 뻔 했던 박태웅이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자, 심판이 케이지의 중앙에서 남궁혁의 손을 들어 올렸다. 1라운드 2분 30초, 암 트라이앵글에 의한 서브미션 승.


“혁아!! 축하한다. 하하하. 데뷔전을 이렇게 압도적으로 이기는 법이 어딨냐.”


장흥식은 케이지 안으로 들어와서 혁을 번쩍 안아 들어 올렸다. 승리는 예상했지만, 이 정도로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줄 줄이야.


하지만, 혁은 기쁘다기 보다는 오히려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아, 좀 더 타격도 섞어보고 싶었는데. 킥도 더 쓰고. 이렇게 바로 끝나버리다니.’


예상치 못하게 서브미션으로 승리를 거두자, 뭔가 아쉽고 찝찝한 기분이었다. ‘좀 더 진득하게 타격전을 펼쳐볼걸···.’ 하는 후회까지 들었지만, 그런 기분도 잠시.


이내 케이지를 내려오자 백성민이 득달같이 달려와 혁을 끌어안았다.


“이야, 혁아. 처음에 둘이 딱 서는데 난 진짜 간 떨어지는 줄 알았다. 완전히 무슨 조폭 두목처럼 생겼잖아, 그 사람. 근데 네가 진짜 완벽하게 이겼어!”


거의 호들갑을 떨 듯이 오바하는 백성민의 반응에 혁은 승리를 실감했다.


‘드디어 첫승을 거둔 거구나. 상태창이 무서워서 나무 위로 숨던 내가 이제는 당당히 대회에서 승리를 거두고 축하를 받고 있어!’


하지만, 모두가 혁의 승리에 기뻐하는 것은 아니었다. 멀찌감치서 백성민, 장 관장과 웃으며 빠져나가는 혁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상태창은 똥씹은 표정이었다.


‘두루치기 새끼, 오호~ 몰래 운동 좀 했다 이거지? 지금 많이 기뻐해 둬라. 개털어버릴 테니까.’


그리곤, 재수가 없다는 듯 바닥에 침을 뱉고 자리를 떴다.


* * *


시즌1의 성공에 힘입어 만 18세 미만으로만 자격을 한정한 시즌2 <더 영스트릿 파이터>에는 전국적으로 약 9천여 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전국의 고교가 2300개를 웃도는 사실을 감안하면 한 학교당 거의 4명의 지원자가 나온 셈. 본선 테스트에 올라갈 64명을 뽑는 데에만 총 6주에 걸친 예선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 6주의 긴 예선 일정은 남궁혁에겐 절호의 찬스가 되었다. 발전이 빠르다고는 하나, 냉정히 말해 예선에 지원할 때의 혁의 실력은 레슬링의 기둥에 얼기설기 기본 타격을 얹어 놓은 조립식 건물의 수준. 워낙 반응속도와 폭발력이 좋아 티가 나지 않았을 뿐, 전반적인 기술은 아직 많이 부족한 상태였다.


첫경기를 순조롭게 승리로 장식한 남궁혁은 남은 예선을 타격전으로 가져갔다. 전력을 감추면서 타격 감각을 끌어올리려는 의도였는데, 의외로 KO가 이어졌다. 그라운드가 약하면 넘어질까 두려워 타격을 100% 발휘할 수 없는데, 혁은 레슬링이 강한 데다 반응속도가 빠르니 타격에 거침이 없었다. 실전과 훈련을 병행한 6주의 결과, 혁의 타격 실력은 수직상승해 버렸다.


“혁아, 이번에는 킥까지 섞어서 원투원 숙이고 투치고, 킥. 오케이?”

“네.”


쉬익, 퍼벅, 휙, 파팍!


군더더기 없는 혁의 움직임. 이미 예선은 전승으로 이끌었지만 다음 주부터는 본선이 시작된다. 한 주간 일정의 휴식이 있다고 해도, 오히려 고삐를 조여야 한다는 게 장흥식의 판단이었다. 둘은 주말임에도 불구, 체육관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자, 원투치고 숙이고 타이밍 투렉.”

“네.”


미트를 잡고 있는 장 관장의 손에 매섭게 꽂히는 혁의 원투 펀치. 살짝 고개를 숙여 피하는 듯 하더니, 혁은 주문대로 강하게 태클을 들어갔다. 185kg에 거의 100kg에 육박하는 체중의 장흥식이 순간 공중을 나르듯 떠올랐다.


“어이쿠. 이제 제법 태클이 매섭다, 야.”


넘어진 장 관장을 일으키는 혁. 손을 잡고 일어서는 장 관장의 얼굴엔 대견함이 가득했다.


‘6주 전과는 완전히 다른 녀석이다! 처음 출전할 때만 해도 좋은 경험을 쌓는다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실제로 우승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레벨에 들어섰어.’


운동을 마칠 즈음 장 관장은 이온 음료를 건네며 물었다.


“다음 주면 본선인데, 이제 방송 나오잖아. 학교 애들은 뭐래?”

“아직 거의 잘 몰라요. 저번에 본 친구 성민이만 아는 정도?”

“아니, 그럼 집에도 말씀 안 드렸어? 설마?”

“그게··· 괜히 걱정하실까봐 그냥 운동 열심히 한다 정도로만 얘기해뒀죠.”

“허허. 방송 나오면 골치 좀 아프겠구만.”


장 관장이 웃자, 혁도 배시시 웃었다.


‘어차피 본선 방송이 시작되면 저절로 알려지게 될텐데···.’


그런 생각으로 미뤄왔지만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일은 흘러가고 있었다. 혁의 생각보다 훨씬 빠른 시간에 소문이 퍼지는 사건이 터져버렸다.


* * *


월요일 아침 등굣길. 가는 도중에 확인해보니 백성민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


[기사 봤어?]

[무슨 기사?]

[포털에 영스트릿 파이터 관련 기사떴던데···]


여차하면 지각할 수 있는 상황이라 혁은 제때 답장하지 못하고 허둥지둥 학교로 향했다.


드르르륵.


드디어 문을 열고 교실로 들어서는 남궁혁. 예상치 못했던 소동이 한바탕 일어났다.


“남궁혁 왔다!! <더 영스트릿 파이터> 본선 진출자 남궁혁 왔어!!”

“혁아, 너 왜 진작에 얘기 안했어? 다들 깜짝 놀랐잖아.”

“너 언제부터 운동한거야? 네가 싸움을 잘한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남자 아이들. 남자라면 누구나 센 주먹에 대한 로망이 있기 마련이지만, 특히 청소년 기의 남학생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 남궁혁의 본선 진출 소식에 1학년 1반 교실은 아침부터 마치 시장 바닥처럼 어수선했다. 혁은 기분이 으쓱하면서도 한편으론 당황스러웠다.


“아니, 너네 근데 그거 어디서 들은거야?”

“들은 게 아니라 포털에 대문짝만하게 기사가 났어.”

“진짜?”


‘아···. 성민이가 말한 게 그거였구나.’


혁은 우선 자리를 피하고 싶은 마음에 황급히 화장실로 이동했다. 칸 안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핸드폰으로 접속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스포츠섹션 메인 페이지 최상단에 <더 영스트릿 파이터> 관련 특집 기사가 걸려 있었다. 이미 댓글만 수백여개.


《격투 리얼리티쇼 <더 영스트릿 파이터> 드디어 64강 본선 윤곽 드러났다》


‘와, 기사 올라온지 몇시간도 안 됐는데 벌써 댓글이 수백개네?’


혁은 찬찬히 기사를 읽어 내려갔다.


「국내 최대의 종합격투기 단체 ‘Street FC’이 공중파와 손잡고 제작한 <더 스트릿 파이터>의 시즌2가 막을 연다. 공중파 최대 시청률 기준 20%를 돌파한 지난 시즌의 성공에 힘입어 새롭게 시작되는 시즌2 <더 영스트릿 파이터>는 전국에서 모인 만 18세 미만의 참가자약 9천 여명을 대상으로 6주 간의 예선을 치렀다. (중략) 용인 소재의 상남고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상태창, 남궁혁 두 명의 본선 진출자를 배출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후략) 」


‘대놓고 이름 나왔네. 어차피 다음 주면 본선인데... 이번 주나 다음 주나 그게 그거지.’


결국 어차피 한번쯤은 치러야 할 유명세였다. 따져보면 혁은 누구한테 주목 받는 일은 거의 없었다. 좋은 일로는 더더욱. 갑자기 친구들이 주위를 둘러싸니 당황한 것이었을 뿐, 곰곰히 생각해보니 기분이 가히 나쁘지는 않았다. 단, 지수가 미리 말하지 않을 걸 섭섭해 하진 않을까 하는 은근한 걱정만 빼면.


‘어떻게 자기한테도 비밀로 했냐고 욕먹으려나···.’


이런 생각을 하고 화장실 문을 나서는데··· 귀신도 제 말하면 나타나는 법일까. 복도에서 딱 마주친 것은 다름아닌 신지수였다.


“야, 남궁혁. 너 죽을래?”


지수는 굳은 표정으로 혁을 째려봤다.


<21화 끝>


작가의말

연재가 주춤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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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예선의 시작 21.03.04 285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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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출사표(出師表) 21.02.25 280 9 12쪽
10 A sweet revenge 21.02.24 289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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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복수의 신호탄 +1 21.02.23 311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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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각성, 그리고 결심 +3 21.02.22 357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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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야성의 부름 +6 21.02.21 391 11 12쪽
2 약육강식의 세계 +2 21.02.20 449 12 12쪽
1 영웅의 몰락 +1 21.02.20 750 1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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