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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뭉이의 글세상

찐따가 격투재능 금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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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뭉이
작품등록일 :
2021.02.02 03:13
최근연재일 :
2021.03.27 21:36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12,017
추천수 :
534
글자수 :
140,231

작성
21.03.06 21:00
조회
251
추천
10
글자
12쪽

첫 시합

DUMMY

<20화>


“제가요?”


최민준은 한층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얘네들 다 개개인적으로는 뛰어나. 하지만, 구심점이 아직 없어. 너도 알잖아. 팀에서 누가 중심을 잡아주냐에 따라서 분위기 확 다른 거.”

“벌써 관둔 지 2년도 넘었어요.”

“반짝 2~3년 인기 끄는 그룹 만들 거면 지수 너한테 말 꺼내지도 않았을 거야. 이거는 세계시장을 노리는 프로젝트라고. 내가 수백명을 넘게 살펴봤지만, 센터에 맞는 재목이 없어.”


최민준은 아까 전의 여유로운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필사적이었다. 지수가 말을 아낀 채 가만히 있자, 최민준은 급하게 커피를 들이켰다.


“빵 떴다가 멤버 구설수 나서 망하고. 이런 리스크를 안을 수가 없어. 그러기엔 너무 큰 자본이 투입될 거야. 그래서 정말 믿을만한 멤버만 정예로 가져가려는 거야. 미모, 가창력, 안무, 리더십, 태도···. 며칠을 고민했는데 지수 네가 적격이야.”

“······.”


지수는 입장이 곤란한지 입을 삐쭉빼쭉 움직이며 도통 말문을 열지 않았다. 이어지는 침묵. 이윽고 지수가 입을 뗐다.


“저 2년간 다시 학교 적응하느라 너무 힘들었어요. 원래 성적도 좋았거든요. 근데 다시 학교 돌아오니까 열등생이 되어 있는 거예요. 그거 따라잡으려고 진짜 고생했거든요. 그런데 다시 기획사로 돌아가라니···.”

“정말 무리일까?”

“가수가 내 길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연습생을 관둔 거예요. 최 실장님이 정말 믿을 만한 분이라는 거 알지만···.”


최민준은 자신의 부탁이 무리일지도 모른다고 애초에 알고 있었다. 거절이라도 딱히 놀라운 것은 없는 상황. 하지만, 실망의 빛은 감출 수 없었다.


“그래. 쉽사리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 무리한 부탁인 것도 잘 알고. 언제라도 좋으니까 사무실 한번 놀러 와. 내가 간만에 만났는데 너무 무거운 얘기만 꺼냈네. 하하.”


최민준은 애써 태연한 듯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화제를 바꿔 가볍게 그동안의 근황 얘기로 넘어갔다.


* * *


화장실에서 돌아온 혁은 눈빛이 결의에 차 있었다. 잠시 뒤면 C-3조, 혁이 소속된 조의 예선이 시작될 차례였다.


“혁아, 아까 너 화장실 갔을 때 네 친구한테 얘기 들었다.”

“예? 무슨 얘기요?”

“방금 전 예선 경기 뛴 녀석이 널 몇 년이나 괴롭혔던 녀석이라며?”

“아···.”


혁은 마치 들키지 말아야 할 치부를 들킨 듯이 얼굴이 화끈거렸다. 상태창에 대해 장 관장이 물었을 때, 순간 감정이 격해져서 자기도 모르게 불퉁거리며 말했던 게 떠올라서였다.


“그 녀석도 경기 중에 위기가 한번 왔었잖아. 아무리 만만해 보이는 상대라도 강한 주특기가 한두 개 쯤은 있기 마련이야. 복수도 좋지만 지금 자기 앞에 선 상대에게 집중하지 못하면, 뼈아픈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무슨 말인지 알지?”

“네.”


혁은 머쓱해져서 뒷통수를 긁었다. 그때였다.


「잠시 뒤 C-3조 예선 시작하겠습니다. 참가자들은 경기 복장으로 환복하시고, 케이지 앞에서 진행요원의 지시에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드디어 혁의 출전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혁아, 너 먼저 가 있어. 난 잠깐 화장실에 다녀올 테니까.”


장흥식 관장이 자리 자리를 뜨자, 혁은 옷을 갈아 입고 백성민과 케이지 앞쪽으로 이동했다. 부지런히 통로를 걷는 그때.


툭.


거의 의도적으로 감정을 실은 듯 강하게 몸을 부딪혀 온 상대가 있었다.


‘이 사람 뭐야?’


고개를 돌려보니, 상태창이 씨익 웃고 있었다. 다른 참가자의 전력을 확인할 겸, 오극강 코치와 남아서 다른 예선들을 살피던 중 우연히 남궁혁과 마주친 것이었다.


“어이, 두루치기. 너도 이제 곧 시합인가?”

“···.”

“아까 전에 난 1라운드에 가뿐하게 TKO로 경기 이겼는데, 봤나 모르겠네. 봤으면 지렸을텐데, 안 봤어?”

“봤어. 축하한다.”


남궁혁은 이를 앙다문채 애써 태연하게 대꾸했다.


“오?? 봤어?? 지려서 옷 갈아입고 온 건가? 잠깐. 너 좀이따 예선 시작이지? 나도 구경을 좀 해야겠는데.”

“그냥 가서 네 볼일 봐. 그게 서로 낫다.”

“하하. 난 이미 오늘 경기 끝냈잖아. 내가 여기서 이제 남은 볼일이라고는··· 음, 두루치기 네가 개처맞는 거 구경하는 거 밖에 뭐 더 있겠어?”


상태창 특유의 거만함이 여과 없이 터져 나왔다.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하는 남궁혁. 옆에서 보다 못한 백성민이 남궁혁을 잡아당겼다.


“혁아, 가자. 여기서 이러는 거 도움 안 되잖아.”

“어? 이게 누구야? 백성민 아냐? 푸하하하하하.”


상태창은 의외의 인물을 만났다는 듯 크게 웃기 시작했다.


“너네 둘이 친하냐? 와···. 진짜 똥은 똥끼리 모인다더니, 비슷한 녀석들끼리 뭉쳤네.”

“뭐라고??”


남궁혁은 순간 자신이 곧 경기를 뛰어야 한다는 사실도 잊고, 상태창의 멱살을 잡았다.


“뭐라고 했어? 다시 말해봐!”


그렇게 되자, 상태창도 지지 않고 멱살을 맞잡았다. 한뼘이나 작은 남궁혁을 내려다보고 있으니 누가 보면 영락없이 덩치 큰 형이 동생을 겁주는 모습이었다. 그때였다.


“와하하하. 이게 누구야? 아까 그 상태창 참가자 아닌가? 경기 잘 봤어요, 정말. 미들킥 죽이더라구.”


왁자지껄하게 칭찬하면서 상태창의 등을 두드리는 이는 다름 아닌 장흥식 관장이었다.


“자자, 이제 혁이는 시합 들어가야 하니까 둘 간의 얘기는 학교에서 따로 하고. 지금은 놓아주자구~.”


장흥식은 웃으면서 서로 멱살을 잡고 있는 손목을 떼어놓으려 했다. 허나, 상태창 역시 감정이 격해진 상태였다.


‘두루치기, 이 좆만한 새끼가 감히 내 멱살을 함부로 잡아? 확 죽여버려?’


상태창은 더욱 멱살을 강하게 휘어잡았다.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으나···. 이내 손목이 부러질 것만 같은 고통에 멱살을 놓을 수 밖에 없었다.


“아악!!”


상태창의 손에 난 빨간 손자국. 괴물 같은 악력이었다. 장흥식은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이고, 미안하네. 내가 살짝 잡는다는 게 그만. 하여튼 같은 학교 친구니까 응원해줘요! 자, 가자. 혁아.”


그렇게 장흥식과 혁은 사라지자, 상태창은 방금 잡혔던 손목을 한참이나 어루만졌다.



케이지 앞의 벤치에 나란히 앉은 장흥식과 남궁혁. 백성민은 세컨이 아니라, 관중석으로 자리를 옮겨야만 했다. 곧 경기 진행요원이 앞에 나와 호명을 하기 시작했다.


“자, 호명하겠습니다. 제 2경기 남궁혁 참가자.”

“네.”

“그리고, 박태웅 참가자.”

“네.”

“두 선수는 1경기 끝나고 바로 들어갈 거니까 대기하세요.”


첫 대진 상대 박태웅은 바로 옆 벤치에 있었다. 혁은 슬쩍 곁눈질로 상대를 살폈다.


27살은 되어 보이는 삭은 외모에, 얼굴에 군데군데 나 있는 흉터. 목에 두른 금목걸이. 길에서 봤다면 성인 건달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은 포스였다.


“성남 통 박태웅 파이팅!!!”

“주먹 한방에 1라운드 초살 가즈아!!!”


응원단이 잔뜩 와 있는지 근처 객석에서는 박태웅을 응원하는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자, 2경기 시작하겠습니다. 3분 3라운드입니다. 참가자 분들 케이지로 입장해주세요.”


박태웅은 추리닝을 벗고는, 자신의 금목걸이를 풀어 세컨으로 나온 친구한테 건네줬다. 어깨에는 소위 ‘이레즈미’라고 하는 일본식 문신이 큼지막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에 반해, 상의를 탈의한 혁은 뽀얀 살결 자체. 비록 살이 많이 빠지고 근육이 붙었지만, 결코 잘빠진 근육질이라고는 볼 수 없는 몸이다.


‘풋. 무슨 그냥 한주먹 꺼리도 안되는 애새끼가 올라왔네?’


박태웅은 혁을 보고는 코웃음을 쳤다.


“잊지 마라, 혁아. 눈앞의 상대에만 집중하는 거야. 오케이?”

“알겠어요.”


장흥식의 으스러질 것 같은 포옹을 받고, 혁은 케이지로 들어갔다. 막상 케이지 안에 마주서자 둘의 체격 차이는 더욱 대비되었다. 182cm의 키에 평소 86kg에 육박하는 체중을 감량해서 나온 박태웅. 그리고, 아무런 감량 없이 자연체로 나온 171cm, 77kg의 남궁혁.


‘완전히 미스매치 아니야? 하··· 혁이 어떡하지.’


객석에서 지켜보던 백성민은 박태웅의 포스에 압도당했는지 저절로 두 손을 맞잡았다. 하지만, 이내 동물원에서 곰을 맞상대했던 때의 혁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런 죽을 고비도 넘기는 녀석인데···. 그래. 할 수 있어! 혁아, 힘내라!’


이윽고 경기장 안에 심판이 나타났다.


“자, 터치 글러브즈. 파이트!”


드디어 혁의 첫 예선이 시작되었다. 팽팽한 긴장감. 혁은 섣불리 공격하기 보다는 탐색을 하고 싶었다. 박태웅은 가드조차 올리지 않고 스트레칭 하듯 좌우로 목을 풀며 여유를 부리고 있다.


‘참, 대진운도 잔인하지. 나 같은 괴물을 저런 애새끼한테 붙이다니···. 성남에서 내가 쌓은 길거리 전적만 수백전이다, 이 좆만아!’


전혀 싸울 자세를 취하지 않던 박태웅은 갑작스러운 타이밍에 튀어나오며 오른손 훅을 던졌다.


부-웅.


상대의 방심을 노리는 변칙적인 기습 펀치. 펀치는 허공을 갈랐다. 근데···.


‘음?’


순간 어떻게 된 영문인지 남궁혁이 시야에서 증발해버렸다.


‘어디 갔지?’


하고 고개를 움직이려는 찰나, 박태웅의 몸이 별안간 공중으로 솟구쳤다. 마치 화물차에 받히는 듯한 강한 충격.


“으욱.”


남궁혁이 박태웅의 펀치 타이밍에 자세를 낮춰 폭발적인 기세로 투렉 태클을 한 것이었다. 박태웅은 마치 전속력으로 달리던 차가 과속방지턱을 밟고 뜨듯, 부웅 공중에 떴다가 쑤셔박혔다.


콰광!


큰 소리를 내며 케이지 바닥으로 떨어진 박태웅. 공중을 크게 가르는 호쾌한 테익 다운이었다.


‘와··· 말도 안 돼. 저게 내가 아는 혁이라고?’


폭발적인 힘과 스피드에 백성민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주먹이 세졌다는 것쯤은 알았지만, 이런 태클은 본 적이 없던 것이었다.


큰 충격을 받고 바닥에 깔린 박태웅은 잠시동안 아예 정신을 못 차렸다. 이어지는 파운딩 연타. 퍽. 퍽. 퍽.


‘으윽, 주먹이 왜케 세??’


의외로 묵직한 파운딩에 놀란 박태웅은 필사적으로 남궁혁을 끌어안았다. 일어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파운딩 거리는 주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다.


툭툭 잔주먹이 이어지다 남궁혁이 잠깐 쉬자, 이때다 싶어 박태웅은 죽을 힘을 다해 발버둥을 치며 일어섰다. 1분 넘게 깔려 있다가 엄청난 체력을 소모하고서 간신히 빠져나온 셈이었다.


‘좆만한 새끼가 황소 꼬리를 삶아 먹고 왔나, 힘이 미쳤네.’


박태웅의 얼굴에는 어느새 미소 따윈 찾아볼 수 없었다. 도저히 그 체구에선 나올 수 없는 파워. 어느새 박태웅은 여유를 잃고 본능적인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 반면, 혁은 자신의 레슬링이 먹히자, 오히려 페이스를 조절하는 여유를 보였다.


‘이젠 슬슬 킥을 좀 써볼까?’


혁은 실전 감각을 끌어올릴 겸, 레슬링이 아닌 다른 테크닉을 써보고 싶었다.



<20화 끝>

NatalTAKEDOWNedit.jpg


작가의말

Have a nice week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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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상태창의 등장 +2 21.03.05 243 9 13쪽
18 예선의 시작 21.03.04 284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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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최종점검 21.03.02 245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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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오렌지 휘트니스 21.02.28 268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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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한 굴에 두 마리 호랑이 21.02.26 283 9 12쪽
11 출사표(出師表) 21.02.25 279 9 12쪽
10 A sweet revenge 21.02.24 288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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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복수의 신호탄 +1 21.02.23 311 10 11쪽
6 던전에 입장하셨습니다 +2 21.02.22 339 10 12쪽
5 각성, 그리고 결심 +3 21.02.22 357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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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야성의 부름 +6 21.02.21 391 11 12쪽
2 약육강식의 세계 +2 21.02.20 449 12 12쪽
1 영웅의 몰락 +1 21.02.20 750 1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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