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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뭉이의 글세상

찐따가 격투재능 금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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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뭉이
작품등록일 :
2021.02.02 03:13
최근연재일 :
2021.03.27 21:36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12,023
추천수 :
534
글자수 :
140,231

작성
21.02.25 17:10
조회
279
추천
9
글자
12쪽

출사표(出師表)

DUMMY

<11화>


위-잉.

마침 폰에 진동이 울렸다.

조심조심 나무를 붙잡고 받았다.

상태창이었다.


“여보세요?”

- 야, 두루치기! 너 입원한 거 아니었어?

“아니, 나 집에서 쉬고 있는데.”

- 미친 새꺄!! 그럼 얼른 학교 나와야지, 왜 뺑끼 부리는데?

“뭐, 그냥 몸이 좀 안 좋아서.”

- 크흐흐흐흐.


전화기 너머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언제 들어도 기분 나쁜 좆같은 소리.

괴롭힘 당하던 수많은 기억들이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 몸이 안 좋은 새끼가 사람 패고 다니냐?? 어제 일 다 들었어.

“그래서?”

- 뭔 그래서야, 미친 돼지 새끼가. 뒤질라구. 지금 너 어디야?

“그냥 오던 대로 쭉 직진해.”

- 뭐?


뚝.


남궁혁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상대. 최철호를 때렸을 때, 이미 모두 각오한 바였다. 남궁혁은 아무렇지 않게 나무 꼭대기에 올라와 있는 자기 모습에 피식 웃었다.


‘며칠 전에 쫓기다 숨었던 곳도 이 나무 꼭대기였었는데···.’


하지만, 이제는 처지가 완전히 다르다. 최철호와 이영식은 무너졌고, 이제 상태창만 남았다.


‘전화를 먼저 끊어? 이 미친 새끼. 근데, 어디서 오는 줄 알고 직진을 하라고 한 거지?’


상태창은 어리둥절한 기분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윽고 시야에 익숙한 실루엣이 들어왔다. 두루치기, 남궁혁이다.


상태창은 웃음을 흘리며 남궁혁 쪽으로 걸어왔다. 근데, 가까이에서 확인한 혁의 모습은 너무 달라져 있었다. 못 본지 딱히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무심코 스쳐 지나갔으면 몰라봤을 정도로, 분위기가 180도 다르다.


둥그스름한 턱선은 샤프해졌고, 빵빵했던 볼은 들어갔다. 뭔가 키도 살짝 큰 거 같고, 전체적으로 균형이 잡힌 느낌. 상태창은 순간 이영식과 최철호의 말을 떠올렸다.


‘그 새끼 완전 달라졌어.’


어쨌든 상태창은 큰일을 만들고 싶진 않았다. 적어도 당분간은. 적당히 겁만 주고, 깝치지 못하게 엄포를 놓은 뒤에 나중에 기회를 봐서 눌러놔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두루치기, 너 요새 운동하냐? 살 좀 빠졌다, 너?”

“나 이름 있어. 두루치기니 뭐니, 그런 걸로 부르지 마.”

“하···. 이 새끼가 미쳤나?”


상태창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래. 남궁혁씨. 이름 안 불러줘서 섭섭했냐? 참 내, 이 새끼를 팰 수도 없고 확!”


순간 겁을 주기 위해 때리는 제스처를 취한 상태창. 하지만, 남궁혁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상태창만 머쓱해지고 말았다.


“왜 못 패는데? 평소에 맨날 때렸잖아.”

“하··· 이 새끼 봐라?”


꼿꼿이 고개를 들고, 눈을 피하지 않는 남궁혁의 모습에 상태창은 기가 찼다.


“경고하는데, 이영식하고 최철호 제꼈다고 깝치지 마라. 나랑 걔네랑은 레벨이 달라. 알았냐?”

“어떻게 다른데?”

“하아··· 이 새끼 엉까네?? 나 곧 대회 나가. <더 영 스트릿 파이터> 라고 들어봤냐? 전국에서 제일 강한 고교생 뽑는 대회, 그거 내가 접수하러 나간다고. 그런데 지금 너 같은 찐따 새끼나 패야겠냐? 주먹이 아깝다, 아까워.”


남궁혁은 귀가 번쩍 뜨였다.


‘더 영 스트릿 파이터? 제일 강한 고교생을 뽑는다라?’


상태창은 한발짝 다가서며 남궁혁을 노려봤다.


“다시 한번 경고하는데, 학교 와서 괜히 분란 일으키지 말고 조용히 있어라. 진짜 밟아버릴꺼니까.”

“대회 앞두고 부담되냐? 오케이. 그럼 나도 거기 나가지, 뭐. 너 전국 방송에서 맞는 거 박제당할 수도 있으니까 마음 단단히 먹어 둬.”


남궁혁도 물러서지 않고 맞섰다. 상태창은 기가 차는지, 헛웃음을 지으며 돌아섰다.


“잊지 말고 꼭 82kg급으로 지원해라, 제발 꼭 만나자. 두루치기, 아니 남궁혁씨.”


상태창은 더 이상 입씨름은 필요없다 생각했는지 자리를 떴다. 당장 오늘 싸우게 될 거라 생각하고 잔뜩 긴장했는데···. 맥이 확 풀린 기분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다행이었다. 상태창 본인의 말대로 이영식, 최철호 보다는 훨씬 강한 윗레벨의 강자니까. 지금 붙어서는 장담할 수가 없다, 아니, 불리하다.


‘한 단계 더 업글되어야 돼.’


오히려 이 기회를 살려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목표를 높게 잡자. 상태창을 깨부시고 대회 우승 해버리자.’


* * *


집에 들어온 혁은 가슴이 쿵쾅댔다. 무언가 기대되고, 설레여서 참을 수 없는 마음. 운동이나 싸움과는 벽을 쌓고 살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자신이 이제는 전국 대회에 출사표를 내려 하고 있었다.


컴퓨터를 켜고, 구글에 검색을 했다.

타타타타탁.

‘더 영 스트릿 파이터···’


맨 위 상단에 ‘스트릿 FC’의 홈페이지가 떠있다.

‘오호라, 여긴가?’

클릭.

들어가보니 배너로 큼지막하게 써 있었다.


[<더 영 스트릿 파이터> 참가신청 인터넷 접수 안내 ]


남궁혁은 내용을 찬찬히 읽어나갔다.


‘–73kg하고 –82kg 두 체급으로 나눠서, 6주간 예선을 치룬 뒤, 통과한 64명 중에서 테스트를 거쳐 본선 32강을 결정한다. 본선을 최종 우승한 각 체급별 우승자에겐 2억의 상금이수여된다? 2억?’


남궁혁은 살이 떨렸다.


‘2억이면 노르웨이에 유학도 갈 수 있겠는데? 노르웨이 계곡에서 맨손으로 연어 사냥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잠시 눈 감고 상상하던 혁의 입에서 침이 뚝뚝 떨어졌다.


‘대체 꿀로 따져도 이게 몇 병이야. 1차로는 상태창을 개바르고, 2차로는 우승이다!’


우승 트로피를 건네받은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자 갑자기 혁의 가슴이 벅차올랐다. 늘 먹이사슬의 맨 밑바닥이었던 자신의 모습. 단 한번도 많은 사람의 찬사를 받아본 적이 없다.


타닥타탁.

혁은 부리나케 지원서 작성을 시작했다.


바로 상태창과 약속한 82kg급이었다.


* * *


“여보, 나 지금 장좀 보러 갈까 하는데···. 당신도 같이 안 갈래요?”

“난 지금 이발 좀 다녀올까 싶은데. 많이 사올 거면 혁이 데리고 가지 그래? 혁아!!”

“엄마, 제가 갈게요.”


여유로운 주말 오후. 텅텅 빈 냉장고를 확인한 은정희는 장을 보러 나갈 참이었다. 평소 같으면 아직 그럴 타이밍이 아니었겠지만, 주체할 수 없이 늘어난 혁의 식사량 때문에 집안의 모든 먹거리가 일찍 동나 버렸다.


부웅. 평소 장보러 갈 때 한번도 따라간 적이 없는 아들. 오늘은 웬일로 효도를 하나 싶어 운전대를 잡은 은정희는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그것은 혁의 효심이 아니었다. 자신이 단단히 착각을 했다는 사실을 은정희는 잠시 뒤 알게 되었다.


마트에 도착하자마자 혁은 카트를 하나 꺼내왔다.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들어가 식료품을 쓸어 담기 시작하는 혁. 그전엔 잘 입에 대지 않던 연어회며, 벌꿀, 파인애플 후르츠 등 단 것이 한 가득이었다.


“혁아? 설마 이거 다 먹으려고?”

“네, 저 성장기잖아요.”

“아니··· 그래도 그렇지.”


은정희는 어이가 없었다. 가끔 저녁에 방으로 간식을 가져가면 불같이 짜증을 내던 녀석이 대체···? 밥을 공기에 가득 채워도, 저녁 시간이 약간 늦어도 화를 내곤 하던 혁이었다.


‘엄마는 왜 자꾸 아들 살 못 찌워서 난리야!!?’


그런 볼멘소리를 듣곤 했는데, 지금 혁이는 뽕맞은 표정으로 식료품을 쓸어 담고 있다. 은정희는 식탐 귀신에 들린 듯한 아들의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계산대에 올려진 끝도 없는 식재료들. 계산원도 흠칫 놀란 눈치다.


“엄청 대가족인가 보지요?”

“아, 예···.”

“두 분이 들고 가실 수 있으실지···. 총 28만원입니다.”


집에 돌아온 혁은 식료품을 냉장고에 넣기 시작했다.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는 그 모습이 은정희에겐 너무 낯설었다. 때마침 아빠 남궁천이 들어왔다.


“장, 생각보다 금방 보고 왔네?”


은정희는 슬쩍 남궁천을 방으로 불러 들였다. 뭔가 긴히 할 말이 있는 듯한 눈치였다.


“여보, 혁이가요···”

“왜, 무슨 일이 있어?”


남궁천은 혁의 얘기만 나오면 긴장부터 했다. 하나밖에 없는 외동아들인데, 큰 사고를 두 번이나 당했으니 그 심려는 알만 했다.


“그게 아니라, 쟤가 너무 바뀐 거 같아요. 당신도 알잖아요, 쟤 전에는 간식 줘도 손도 안 댔잖아요. 근데 지금 장본 거 다 혁이 카트에 골라 넣은 거예요. 엊그제 그 선물 들어온 차돌박이도 우린 구경도 못 했잖아요. 그것도 한끼에 다 해치웠대요. 이상하지 않아요?”


남궁천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쟤가 그 체육관에 운동 다니더니 먹성이 좀 좋아지는 거 같은데, 당신 너무 걱정하지 마. 요 며칠 보니까 오히려 얼굴 살이 빠진 거 같더라고. 잘 먹는데, 살도 빠지고. 그럼 된 거지.”

“아니, 워낙 갑작스러워야죠.”

“여보, 쟤는 죽을 고비를 넘겼잖아. 사람이 큰일을 당하면 성격도 바뀌고, 생각도 바뀌는 법이야. 이게 무슨 병이 아니니까 감사하게 생각하자구.”


‘하긴···. 내가 쓸데없는 걸로 걱정을 하는 건가?’


은정희는 그렇게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문을 빼꼼 열어보니 혁은 방금 사온 업소용 파인애플 후르츠 통을 입에 들이 붓고 있었다. 그 큰 통의 1/3이 벌써 없어진 상태.


“어이구, 이놈아.”


은정희는 마음을 고쳐먹기로 한 방금 전의 생각을 잊고, 혁의 등짝에 스매싱을 날렸다.


* * *


주말이 지나고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상남고 1학년 1반의 교실은 새로운 공기가 감도는 듯 했다. 무언가 달라진 분위기. 그 중심엔 남궁혁이 있었다.


사건의 목격자였던 신지수에 의해 반 아이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혁이가 아기와 엄마를 구하려다 차에 부딪혀 공중으로 20m 날라갔더라, 근데 기적적으로 안 죽고 살았다더라 하는 내용이 다 알려진 상태.


드르르륵.

한동안 학교를 쉬었던 남궁혁이 교실문을 열고 들어서자···.


“우와!! 남궁혁 돌아왔다!”

“혁아!! 안 죽고 살아 돌아왔구나!”

“불사신 남궁혁!! 웰컴백이다!!”


반의 아이들은 모두 남궁혁을 환영해주었다. 마치 연예인이라도 등교한 듯, 주변에 반 친구들이 벌떼처럼 모여 이런저런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진짜 20m를 날아간 것이냐.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주마등처럼 인생이 지나간다던데 사실이냐. 다른 사람을 구하려고 뛰어들 때 겁은 안 났냐 등등.


공기처럼 존재감이 없었던 혁은 그런 환대가 얼떨떨했다. 대충 이거저거 답을 하는데··· 지수와 눈이 마주쳤다.


씽긋.

지수는 말없이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말 한마디 없이도 어떻게 눈웃음 하나로 사람을 이렇게 기분 좋게 할 수 있을까.


수많은 친구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지만··· 혁의 눈엔 지수만 또렷하게 보였다.


마침 지수도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한 눈치였다. 혁을 뭐라고 말하는데 시끄러워서 들리지 않았다.


“뭐??”


지수는 연습장에 뭔가를 끄적이기 시작했다.


<11화 끝>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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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한 굴에 두 마리 호랑이 21.02.26 283 9 12쪽
» 출사표(出師表) 21.02.25 280 9 12쪽
10 A sweet revenge 21.02.24 289 10 13쪽
9 그래 가끔은 하늘을 보자 +2 21.02.24 326 10 11쪽
8 스터너의 추억 +2 21.02.23 342 8 11쪽
7 복수의 신호탄 +1 21.02.23 311 10 11쪽
6 던전에 입장하셨습니다 +2 21.02.22 340 10 12쪽
5 각성, 그리고 결심 +3 21.02.22 357 9 12쪽
4 깨어나라, 용사여! +3 21.02.21 402 13 11쪽
3 야성의 부름 +6 21.02.21 391 11 12쪽
2 약육강식의 세계 +2 21.02.20 449 12 12쪽
1 영웅의 몰락 +1 21.02.20 750 1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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