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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뭉이의 글세상

찐따가 격투재능 금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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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뭉이
작품등록일 :
2021.02.02 03:13
최근연재일 :
2021.03.27 21:36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12,022
추천수 :
534
글자수 :
140,231

작성
21.03.03 17:49
조회
232
추천
10
글자
12쪽

오해라니깐

DUMMY

<17화>


“이건 예선 대진표잖아요.”

“여기 네가 소속된 C-3조의 이름들을 한번 봐바.”

“강태산, 박용민, 최호두, 이승구···.”


혁은 장흥식 관장이 무슨 의미로 묻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 중에 네가 아는 사람 한 명이라도 있어?”

“아뇨. 다 처음 보는 이름들이예요.”

“그게 위험 요소야.”

“예?”


남궁혁은 장흥식이 의도하는 바를 캐치하려 애썼다.


“보통 챔피언이 되는 것보다, 챔피언 자리를 지키는 게 더 어렵다고들 하지. 왜 그렇겠어?”

“도전자들한테 분석 당하니까요?”

“그렇지. 정보가 노출이 되거든. 주특기가 뭔지, 어느 손을 잘 쓰는지, 킥이 좋은지 펀치가 좋은지. 약점은 뭔지 등등. 타겟이 돼서 계속 분석당하고 연구당한다고. 반대로 챔피언은 도전자에 대해서 그 정도의 정보가 보통 없지.”

“듣고 보니 정말 그렇네요.”


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겉보기보다 장흥식 관장이 굉장히 전략적인 스타일이라는 점에 혁은 새삼 놀라고 있었다.


“우리는 뭘 준비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위험 요소야. 오히려 본선보다 예선이 까다로울 수도 있는 거지.”

“근데 그건 어차피 공평하잖아요. 그 사람들도 저에 대해 전혀 모르니까요.”

“으하하하. 하긴 혁이 너 한달 전만 해도 글러브도 낄 줄 몰랐지. 어쨌든 아무리 상대가 우습게 보여도 방심은 금물이라는 얘기야.”


장관장은 혁의 어깨를 연신 두들겼다. 그러다가 웃음의 여흥이 가라앉을 무렵, 문득 진지한 표정이 되어 물었다.


“혁아, 훈련이 힘들지는 않니? 너무 힘들면···.”

“아뇨. 학교에서도 매일 생각해요. 집에 누워서도 생각하구. 내일은 뭘 배울까, 그런 생각에 막 기다려져요.”

“그래? 운동하는 게 뭐가 그렇게 좋은데? 힘들잖아.”


혁은 순간 고개를 숙였다. 무언가 생각할 것이 많은 듯한 느낌. 그렇게 한참을 망설이다가 이윽고 혁은 입을 뗐다.


“기대할 게 없다는 거. 그게 운동하면서 힘든 것 보다 훨씬 더 힘들어요. 내일 학교에 가는 게 신나지도 않고. 기다려지는 일은 하나도 없고, 아침에 눈 뜨기 싫은 기분. 그런 상태였거든요. 나처럼 잘하는 것도 없고 보잘 것 없는 애가 왜 태어났을까 하는···.”

“흠. 많이 힘들었겠구나.”


장흥식은 묵묵히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항상 밝은 혁의 얼굴이었는데, 이런 모습이 있었다니.


“제가 교통 사고를 당한 거는 하늘이 준 기회인 거 같아요. 그것 때문에 장 관장님도 만나게 됐고, 제가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되었거든요. 제 자신에 대해서 기대가 된달까. 특히 운동 시작하면서는 칭찬도 많이 받고 하니까 그런 게 더 커졌어요.”


장 관장은 혁의 손을 꼬옥 잡았다.


“혁아, 네가 그때 나서지 않았더라면, 나는 가족을 전부 잃었을 거야. 아마 살 의미를 잃어버렸겠지. 넌 절대 보잘 것 없는 사람이 아니다. 네 덕에 내가 산 거야. 내가 할 수 있는 한, 네 꿈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운동하면서 매일매일이 기대가 된다고 했지? 나 역시 마찬가지야. 네가 얼마나 성장할지 그 생각에 나도 하루하루가 기대된다. 결과를 떠나서, 그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한 마음이야.”


둘은 말없이 웃었다. 완벽한 신뢰. 둘은 서로에게 구원이었다.


* * *


상남고 1학년 2반의 점심시간.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학생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그중 맨 뒷줄에서 유독 떠드는 둘이 있었으니 최철호와 이영식이었다.


남궁혁에게 물리 치료를 당한 뒤로, 한동안 조용했지만 제 버릇 개 못주는 법. 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교실에서 위세를 부리고 있었다.


“목 존나 마렵네. 야, 최철호. 가서 음료수 좀 하나 사와.”

“음료수 뭐?”

“뭐 콜라나 사이다나. 아무거나. 태창아, 너도 마실 거지?”

“난 됐다. 다음 주에 시합인데 탄산음료는 사양할게.”


상태창은 핸드폰을 꺼내서 조용히 격투기 시합을 시청 중이었다. 워낙 포악하고, 거만한 성격이었으나 일단 대회에 집중하기 시작하자 오히려 학교에서는 조용하게 지내고 있었다.


“최철호, 빨리 좀 갔다 와.”

“왜 나야? 시발, 내가 무슨 셔틀이냐? 셔틀 따로 있잖아.”


최철호는 볼멘소리를 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바라보는 쪽에는 백성민이 있었다. 때마침 백성민은 이어폰을 꼽고 핸드폰으로 애니를 보고 있는 중이었다.


저벅저벅. 어느새 백성민의 옆으로 다가선 최철호. 한참 애니를 보던 백성민은 그림자가 드리우자, 그제서야 고개를 들었다.


“야, 씹덕. 너 가서 음료수나 좀 사와라.”

“무슨 음료수?”

“콜라 두 개 사와.”

“그걸 왜?”

“왜긴 뭘, 왜야? 나랑 영식이랑 마실라고 그러지.”


백성민은 뺏던 이어폰을 다시 귀에 꼽으며 말했다.

“너네건 너네가 직접 사 마셔.”


그리곤, 아무렇지 않게 계속 애니를 보기 시작했다. 이게 한동안 잠잠했던 최철호의 심기를 건드렸다.


탁.


손으로 탁구치듯 백성민의 폰을 쳐낸 최철호. 폰이 데굴데굴 굴러 교실 바닥에 떨어졌다. 덩달아 연결되어 있던 이어폰이 백성민의 귀에서 뽑혀 나갔다.


“너 시발, 눈에 뵈는 게 없냐? 사람 존나 무시하네? 뒤질래 진짜?”

“내가 왜 너네 음료수를 사야 되는데? 나한테 돈 맡겼어?”


백성민은 쫄지 않았다. 믿는 구석이 있다는 듯, 오히려 당당하게 나왔다. 최철호는 어이가 없었지만, 동시에 마음 한켠에선 걱정이 되었다.


‘이거 괜히 또 일 커졌다가, 남궁혁 오면 좆 되는데···.’


하지만, 물리기엔 이미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살짝 곁눈질로 보니, 반의 남자 애들은 이쪽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다들 살피는 분위기다. 최철호는 순간 갈등했다.


‘여기서 물러나면 이젠 개나소나 날 좆밥처럼 보겠지, 에이 씨발···.’


어쩔 수가 없다. 낙장불입(落張不入)이다.


쫙.


우선 기선을 제압하는 느낌으로 뺨을 한 대 올려붙였다. 백성민의 뺨이 붉게 물들었다.


“가서 음료수 사와라. 뒤지기 전에.”

“네 음료수 네가 사.”


백성민은 뺨을 어루만지며 울 듯한 표정이었지만, 끝까지 버텼다. 이미 반의 애들 대부분이 보고 있는 상황. 그쯤되니 지켜보던 이영식도 은근히 부담이 됐다. 슬슬 걸어오더니 백성민의 어깨에 손을 짚었다.


“성민아, 너 왜 그러냐? 남궁혁 믿고 그래?”

“남궁혁은 옆반이고, 우리가 너랑 같은 반이라는 걸 잊지 마, 병신아.”


이영식의 은근한 협박에 최철호까지 합세했다. 절묘한 일진 간의 티키타카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백성민은 굽히지 않았다.


“나 심부름꾼 아니야. 너네껀 너네가 사먹어.”


지켜보던 반의 남자애들은 술렁였다. 당연히 굽힐 줄 알았던 백성민이 이렇게 꼿꼿히 버텨낼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적당히 겁주면 뜻에 따를 거라 생각했던 이영식과 최철호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대로 놔뒀다간 반에서 쌓아놓은 모든 권위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발동됐다.


“너 잠깐 따라와.”


덩치가 큰 이영식이 백성민의 목 뒤를 잡았다. 거의 복날에 개 끌고 가듯이 억세게 끌고, 교실문을 나서는 이영식. 혹시나 하는 마음에 최철호는 상태창을 불렀다.


“태창아, 같이 가자.”

“난 이런 거 신경 끌란다. 너네끼리 좀 해결해라.”


상태창이 외면하자 이영식과 최철호는 본보기로 삼고자 우악스럽게 백성민을 끌고 갔다.


세 명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2반의 아이들은 더욱 크게 웅성댔다. 분명히 가는 곳은 소각장 옆의 공터. 하지만, 워낙 분위기가 험악하다 보니 괜히 구경갔다가 되려 붙잡혀서 얻어 맞을까 다들 감히 제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드르렁 드르렁.


그때 남궁혁은 마침 식당 옆 벤치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한동안 쉬면서 굳어진 잠버릇. 학교에 복귀해서도 점심시간은 늘 낮잠으로 보내는 것이 혁의 루틴이었다.


“혁아, 일어나봐! 큰일 났어.”

“으음···?”


한참 단잠을 자고 있던 혁을 누군가가 흔들어 깨웠다. 눈을 떠보니 평소 백성민과 친하던 2반 녀석이다. 혹시 수업이 시작했나 싶어 눈을 비비며 혁은 시간을 확인했다.


“음, 아직 수업 시간 아닌데, 왜?”

“최철호랑 이영식이 백성민 끌고 갔어! 음료수 사오라고 했는데, 성민이가 버텨가지고···.”

“어디로?”

“소각장 쪽 같은데, 선생님한테 말하는 게 낫지 않을까?”

“아냐, 내가 알아서 할게.”


사실 혁이 최철호, 이영식을 손봐준 일은 학교에선 알려져 있지 않았다. 다만, 혁이 백성민과 엄청 친한데다, ‘물불 안가리는 놈’의 이미지가 있다보니 급한 김에 혁을 깨운 것뿐. 혁은 부리나케 일어나서 소각장 쪽으로 뛰어갔다.


“시발, 보이는 게 없지? 남궁혁이 언제까지 널 지켜줄 거 같냐?”


최철호는 백성민의 머리채를 잡고, 말로 조지고 있던 중이었다.


“어이. 동작 그만!!”


그때 들려오는 나지막한 명령조의 목소리. 남궁혁이었다. 혁을 확인한 이영식과 최철호는 화들짝 놀랐다. 최철호는 슬그머니 백성민의 머리채을 잡던 손을 놓았다. 천천히 걸어가는 혁은 분노로 손을 떨고 있었다. 혁은 이를 앙다문 채 입을 열었다.


“너네 내가 저번에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 안나?”

“······.”

“백성민 괴롭히면 죽여버린다고 했지?”

“······.”


최철호와 이영식은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 서로의 눈치만 살필 뿐, 입도 뻥긋하지 못하는 상태.


“내가 반대로 물어볼까? 상태창이 언제까지 너네 지켜줄 거 같냐?”

“······.”

“걔는 나 못 건드려. 바로 시합 짤리거든. 그래서 내가 걔랑 붙겠다고 시합 나가기로 한 거야. 너네 머리가 그렇게 안 돌아가냐?”


둘은 말없이 땅만 응시했다.


“성민아, 미안한데. 얘네 음료수 좀 사주자. 가서 매점에서 콜라 1.5리터 짜리 두 병만 사다줘.”


혁은 백성민에게 만원 짜리 한 장을 건넸다. 부리나케 뛰어서 콜라 두병을 사온 백성민. 최철호와 이영식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자, 이렇게 정중하게 부탁하면 성민이가 잘 사주잖아. 그치? 너네도 얼마나 목이 말랐으면 성민이를 협박까지 해가면서 그렇게 했겠냐. 내가 대신 돈냈으니까, 이제 마음껏 마셔. 자, 각자 한 병씩 붙잡고, 지금부터 원샷하는거다? 원샷 못하면 내가 아.구.창. 돌려버릴 꺼니까 시작들 해.”


혁은 백성민의 어깨에 손을 얹고, 미소를 지었다. 백성민도 통쾌한지, 최철호와 이영식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꿀꺽꿀꺽~ 꿀꺽꿀꺽.

꿀꺽꿀꺽~ 꿀꺽꿀꺽.


최철호와 이영식은 죽을 상을 하고 마시고 있었다. 그러다 먼저 멈춘 쪽은 최철호였다.


“혁아, 이거 도저히 다 못마···”


퍽!


최철호의 배에 순식간에 꽂힌 남궁혁의 주먹.


“쿨럭!!”


최철호는 콜라를 뿜어내며 배를 잡고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본 이영식은 눈이 휘둥그레 해져서, 죽을 힘을 다해 콜라를 마시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뒤에서 예상치 못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남궁혁!! 네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혁과 백성민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서 있는 건 다름 아닌 신지수였다.


<17화 끝>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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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출사표(出師表) 21.02.25 279 9 12쪽
10 A sweet revenge 21.02.24 289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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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스터너의 추억 +2 21.02.23 342 8 11쪽
7 복수의 신호탄 +1 21.02.23 311 10 11쪽
6 던전에 입장하셨습니다 +2 21.02.22 340 10 12쪽
5 각성, 그리고 결심 +3 21.02.22 357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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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야성의 부름 +6 21.02.21 391 11 12쪽
2 약육강식의 세계 +2 21.02.20 449 12 12쪽
1 영웅의 몰락 +1 21.02.20 750 1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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