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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뭉이의 글세상

찐따가 격투재능 금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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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뭉이
작품등록일 :
2021.02.02 03:13
최근연재일 :
2021.03.27 21:36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12,019
추천수 :
534
글자수 :
140,231

작성
21.03.17 17:05
조회
239
추천
8
글자
12쪽

이사장 상남길

DUMMY

<22화>


“너 기사 뭐야?”

“아, 그게···”


남궁혁의 동공에 순간 지진이 일어났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마주칠 줄이야. 그때 때마침 종이 울렸다.


딩동댕동.


“수업 시작하겠다. 빨리 가자~.”

“......”


얼른 교실로 뛰어가며 얼렁뚱땅 넘기려는 혁에게 지수는 일갈했다.


“이따 점심 때 너 딴데 가지 말고 있어. 알았어?”

“어, 어.”


1교시 수업이 시작되고, 잠이 부족한지 혁은 오전 내내 졸았다. 실컷 졸다 보니 벌써 어느 새 점심 시간이었다. 지수가 혁의 등짝을 때리며 깨웠다.


“얼른 일어나. 밥 먹으러 가게.”

“으음···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혁은 입가의 침을 닦으며 일어났다. 화장실에 들러 잠시 잠을 깰겸 세수를 하고, 혁과 지수는 학생 식당으로 향했다.


“꺄~~ 얘 너 너무 이쁘다!”

“호호, 언니들도 이뻐요. 고마워요.”

“신지수, 팬이다. 오빠랑 사귀어 줘!!”

“호호. 오빠들 고마워요. 좀 더 크고 생각해볼게요.”


학생 식당으로 가는 내내 지수는 주목을 받았다. 거의 연예인과 다름없는 대우. 옆에 같이 걸어가던 남궁혁은 자연스레 거리감을 느꼈다.


‘아, 맞다. 얘는 아이돌 연습생 하던 애였지.’


너무 자주 보고 가까이 있다보니 어느새 까먹었지만, 엄연히 신지수는 아이돌 연습생 출신. 보통의 아이돌 지망생 중에서도 탑티어라고 볼 수 있는 특급 미모의 소유자였다. 가만히 있어도 일반인과는 저절로 구분되는 비주얼. 어딜가나 주목을 받는 지수의 삶은 대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이윽고 학생 식당. 지수와 혁은 한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여럿의 눈이 주목하는 듯 했다. 지수는 앉자마자 폰으로 기사를 찾아서 큰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더 영스트릿 파이터>는 전국에서 모인 만 18세 미만의 참자가 약 9천 여명을 대상으로 6주 간의 예선을 치렀다··· 상남고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상태창, 남궁혁 두 명의 본선 진출자를 배출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지수는 읽다 말고 빤히 혁을 쳐다 보았다. 혁은 차마 눈을 마주보지 못하고 신경 안쓰는 척 묵묵히 밥숫가락을 떴다.


“6주 간의 예선을 치렀네? 혁아? 그러면 얼마전에 봉사 활동 간다고 했을 때도 예선 준비하고 있었겠네?”

“그 날은 준비가 아니고, 일요일이니까 시합이 있었지. 흠흠···”

“아이고, 이제는 아주 술술 말이 나오시는구만? 아주 능청스럽다 너?”


지수의 이어지는 취조에 혁은 몸둘바를 모르고, 고개를 처박고 계속 먹기만 했다.


“계속 먹기만 할 거야?”

“어··· 으, 응.”


일진들이 혁을 두루치기라고 일진들이 놀리고 괴롭힐 때 구해줬던 게 지수였다. 그때는 지수가 나타나면 안심이 됐었는데, 이제는 지수가 겁난다.


“그러고 보니까, 너 괴롭히던 애들이 언제부턴가 교실에 안 나타나더니 다 이유가 있었네. 저번에 소각장에서 최철호랑 이영식도 너한테 꼼짝도 못했잖아. 난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그게...”

“그니까 그동안 운동 배운거야? 그래서 대회까지 나간거야?”

“뭐, 으응. 그렇지.”


혁은 우물쭈물대며 계속 고개만 끄덕였다.


“너 운동 다닌 거는 왜 한번도 말 안했어?”

“딱히 숨길려고 한 건 아니고···”

“어쩐지 살도 많이 빠진 거 같더라니만···”

“응, 미안해.”

“뭐 사실 나도 말 안 한 거 있으니까 쌤쌤인가?”


지수는 그렇게 말하고 드디어 밥을 뜨기 시작했다. 여자애 치곤 정말 먹성이 좋은 타입이라, 순식간에 식판의 음식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그게 뭔데?”

“글쎄, 나도 그냥 뻥칠까봐. 나만 사실대로 말해야 돼?”


지수의 말에는 뼈가 있었다. 혁은 눈치를 보다가 괜히 미안한지 물을 떠왔다.


스윽.


“물 마시면서 천천히 먹어.”

“......”


지수는 말없이 혁을 잠시 째려봤다. 지수는 밥을 한참 먹더니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전에 있던 기획사 실장님이 다른 기획사 차렸는데, 이번에 새로 걸그룹 하나 만든다고 나보고 리더 역할을 하래.”

“진짜??”

“응.”

“그래서?”

“우선은 어렵다고 얘기해 놨어. 그쪽 생각보다 많이 힘든 곳이거든.”

“그렇구나.”


지수는 수저를 내려놓고 물을 한모금 마셨다.


“근데 너 시합 나가기 전에 운동은 얼마나 배운거야?”

“한 달?”

“뭐라고?”

“시합 들어가기 전에 그 정도인데, 오히려 시합하면서 더 많이 늘었어.”


지수는 귀를 의심했다. 격투기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전국대회 본선인데 겨우 한 달을 연습했다고?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는 혁의 모습이 지수는 믿어지지 않았다.


* * *


부-웅.


상남고 정문으로 미끄러져 들어오는 한대의 검정색 고급 세단. 학교 정문에 정차한 차의 뒷좌석 문이 열리자, 건장한 체구의 중년 신사가 내렸다. 때마침 교무부장이 나와 고개를 조아리며 그 신사를 반겼다.


“어이구, 이사장님. 오셨습니까?”

“새삼스럽게 김 부장도. 바쁠텐데 얼른 들어가보시지 그래요?”

“하하, 아닙니다.”


이사장 상남길. 대한체육회의 이사이자, 상남 학원의 이사장으로서 차기 국회의원 출마를 종용받고 있는 소위 지역 유지였다. 평소 학교에 자주 모습을 비추지 않기 때문에, 일단 나왔다 하면 교장 이하의 모든 선생들은 무슨 일이 있나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가 된다. 그런 상남길이 오늘 불쑥 학교를 찾은 것이다.


복도를 통해 이사장실이 있는 2층으로 가는 내내 교무부장은 고개를 숙이고 이사장의 옆을 보좌했다. 상남길은 교무부장에게 바쁘니 얼른 돌아가라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수족처럼 부리는 데에 익숙한듯 어느새 자연스레 자신의 가방을 교무부장에게 맡겨 둔 채였다.


“김 부장, 그··· 태창이 좀 찾아서 이사장실로 보내세요. 이 녀석이 내가 보낸 메세지는 통 읽지를 않아서 말야.”

“그 나이 또래에는 다들 그렇죠. 알겠습니다, 이사장님.”


교무부장이 나가자, 상남길은 소파에 앉아서 가방에 있던 서류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똑똑.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아들 상태창이었다. 상태창은 갑자기 무슨 일 때문인지 짐작이 안 간다는 듯이 궁금해 하는 표정이었다.


“아빠가 웬일이야? 오늘 무슨 일 있나?”

“이 녀석아, 왜긴 왜야. 다 들은 얘기가 있어서지.”

“아빠 기사봤구나?”


상남길은 아들 태창에게 손짓으로 소파에 앉으라는 시늉을 했다.


“오전에 레슬링 협회 회장한테서 연락이 와서 알았다. 축하한다고 그러더라고. 무슨 소리냐고 하니까 전국에서 우리 학교만 그 스트릿 파이턴지 뭔지 거기에 두명이나 본선 진출했다고 기사가 딱 떳다는 거야.”

“오전 내내 애들이 그걸로 난리였어. 나도 별 말 안 했거든 학교에선.”

“네 이름을 봤다고 ‘이거 상이사님 자제분 맞지요?’ 이러길래 무슨 기사인가 하고 봤더니 엉뚱한 놈 이름까지 하나 있던데 말이야.”


상남길은 목이 칼칼하다는 듯 몇번이나 ‘흠흠' 거리며 목을 가다듬었다.


“남궁혁?”

“그 남궁혁이라는 놈이 예전에 너 학교 폭력이다 뭐다 교육청에 신고한다고 해서 입장 곤란하게 만들었던 그 놈 맞지?”

“응. 맞아.”

“아니, 그런 놈이 어떻게 격투기 대회 본선을 진출했다는거야?”


상남길은 못마땅하다는 듯 급하게 커피를 들이켰다.


“운동을 몰래 한지 제법 됐나 보더라고.”

“실력은 있어?”

“예선 마지막 한 경기 봤는데, 그때는 괜찮게 하더라고.”

“흠···”


상남길은 무언가를 골똘이 생각하는듯,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이사장실 안을 서성였다.


“근데 아빠 그게 왜?”

“잘 들어라. 언론이란 게 무서운거야. 그 녀석이 만약에 계속 올라가서 더 주목받고, 인터뷰하고, 그러면서 엉뚱한 소리까지 하기 시작하면...”

“엉뚱한 소리···?”

“자칫하면 예전 얘기까지 다 나온단 말야. 이사장 아들이 괴롭혀서 교육청에 신고했는데도 중간에 무마되었다는 둥 이런 소문나면,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기자들이 파리떼처럼 들러붙어서 소설을 써댈텐데. 그런 거 인터넷에 딱 뜨면 얼마나 곤란한 줄 아냐? 잘못하면 출마도 하기 전에 종 치는 거야, 이녀석아!”


상남길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언성이 높아져 있었다. 자칫 이 일이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과거의 문제들을 끄집어내는 계기가 된다면 자신의 정치 입문조차 어려워 질 수 있다. 상남길은 남궁혁의 이름을 듣자마자 그 부분을 염려한 것이었다.


얘기를 듣고 보니 상태창도 걱정스러운 낯빛이 되었다. 만약 본선에서 ‘상태창 대 남궁혁' 경기가 잡혀서 인터넷 댓글로 과거 사건들이 소환된다면? 학폭 사건만큼 한국에서 면죄부 받기 어려운 사건은 없다. 생각이 거기까지 다다르니 상태창도 초조해졌다.


“어떡하지, 아빠?”

“일단 미리 알았으니까 다행이다. 미리 싹수를 잘라내야지.”


딩동댕동.


때마침 점심 시간의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알았으니까 수업 들어가라. 손을 좀 써볼테니까.”


상남길은 태창을 보내고는 전화를 몇 군데 돌렸다. 그렇게 몇 차례. 드디어 필요한 번호를 알아냈는지 상남길은 목을 가다듬고 이사장 석에 앉아서 어떤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긴 대기음이 끝나고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상남길은 입을 뗐다.


“안녕하세요. 저는 대한체육회 이사 상남길이라는 사람입니다. 혹시...”



* * *


서울시 서초구의 SFC(The Street Fighting Championship) 본사 사무실. 서대환 대표는 조만간 있을 64강 입회 테스트의 기획 회의를 하고 있었다.


“지난 시즌이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었지만, 좀 더 스타성 있는 선수를 발굴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참 아쉬움이 남아요. 그 스타성이란 건 결국 참가자가 시청자한테 어떻게 각인되느냐 여기에 달려 있는 건데. 그래서, 첫 등장이라고 할 수 있는 64강 테스트에 사활을 걸어야 돼요.”


서대환 대표는 말하다 말고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이번 참가자들을 싹 조사해서 좀 배경이 특출나거나, 특별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참가자가 있는지부터 파악하세요. 첫 등장부터 캐릭터를 만들어 줘야 돼.”


서대환 대표는 열정적으로 지론을 설파했다. 그때 직원 중 하나가 살짝 손을 들었다.


“어, 최 실장. 할 말씀 있으면 하세요.”

“진행 요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서 저도 직관을 한번 하고 왔는데요. 이번 82kg급 본선 진출자 중에 체중이 77kg 정도에 키가 170 정도 밖에 안 되는 참가자가 있다고 합니다.”


잠깐 핸드폰을 보던 서대환 대표의 귀가 번쩍 뜨였다.


“그 체중으로 82키로급을 뚫고 올라왔다고?”

“예. 올라간 정도가 아니라 판정승이 한번도 없었다고 하네요. 전부 KO내지 서브미션 승리랍니다.”


‘바로 이거야!’


서대환은 직감했다.


“왜 이걸 이제서야 얘기해? 이런 중요한 사안은 미리미리 좀 보고하라고. 프로필 어디 있어?”


여직원이 얼른 빔 프로젝터로 지원서 화면을 띄웠다.


“남궁혁? 이름부터 스타성이 있네. 격투기 입문 1달차? 특기 나무타기, 지원 이유는 상태창을 꺾고 우승하기 위해서? 아니, 격투기를 배운지 한 달이라니? 최 실장!”

“네.”

“이 친구 예선 경기 녹화한 파일있으면 나한테 좀 보내봐요.”

“알겠습니다.”


서대환은 내심 쾌재를 불렀다. 시즌1에서 찾아내지 못한 스타가 제 발로 걸어 들어왔다는 느낌. 그런데 그때 비서실에서 직원이 하나 달려왔다.


“대표님을 찾는 전화가 있습니다.”

“누구래?”

“대한체육회 이사분이시라고 합니다.”

“대한체육회 이사가 나를?”



<22화 끝>


작가의말

jaco328님 후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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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첫 시합 +1 21.03.06 252 10 12쪽
19 상태창의 등장 +2 21.03.05 243 9 13쪽
18 예선의 시작 21.03.04 284 11 12쪽
17 오해라니깐 21.03.03 232 10 12쪽
16 최종점검 21.03.02 245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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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오렌지 휘트니스 21.02.28 268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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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한 굴에 두 마리 호랑이 21.02.26 283 9 12쪽
11 출사표(出師表) 21.02.25 279 9 12쪽
10 A sweet revenge 21.02.24 289 10 13쪽
9 그래 가끔은 하늘을 보자 +2 21.02.24 326 10 11쪽
8 스터너의 추억 +2 21.02.23 342 8 11쪽
7 복수의 신호탄 +1 21.02.23 311 10 11쪽
6 던전에 입장하셨습니다 +2 21.02.22 339 10 12쪽
5 각성, 그리고 결심 +3 21.02.22 357 9 12쪽
4 깨어나라, 용사여! +3 21.02.21 402 13 11쪽
3 야성의 부름 +6 21.02.21 391 11 12쪽
2 약육강식의 세계 +2 21.02.20 449 12 12쪽
1 영웅의 몰락 +1 21.02.20 750 1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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