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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뭉이의 글세상

찐따가 격투재능 금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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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뭉이
작품등록일 :
2021.02.02 03:13
최근연재일 :
2021.03.27 21:36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12,026
추천수 :
534
글자수 :
140,231

작성
21.02.20 22:00
조회
449
추천
12
글자
12쪽

약육강식의 세계

DUMMY

<2화>


우선 쑥마늘의 냄새를 맡아봤다.

우웩.

‘이걸 2주나 먹으라고? 차라리 엿을 먹으라고 하시지.’


에라이.

퍽.

막시무스는 박스를 발로 확 걷어찼다.

쑥과 마늘이 바닥에 널부러졌다.


‘애초에 람자르처럼 턱수염 기른 인간한테 기대한 내가 병신이지.’


하지만, 암만 생각해봐도 달리 방도가 없었다. 안 믿는다고 딱히 뾰족한 수가 있나···.


‘젠장. 속는 셈 칠까 그냥? 그러자. 어차피 다 죽은 목숨, 뭔짓을 못하겠냐.’

막시무스는 마음을 고쳐먹고, 쑥마늘을 입에 넣고 우걱우걱 씹었다.

꿀꺽.

간신히 참아가며 두 입째.


그랬더니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총상 때문에 움직일 수도 없을 거 같던 몸이 가뿐해지는 기분. 입맛은 죽을 것처럼 맵고 쓴데, 몸은 빠르게 컨디션이 회복되고 있었다.


‘어라? 보통 쑥마늘이 아닌가?’


그렇게 2주가 지났다.

아무리 어려운 일도 희망이 있다면 인내할 수 있는 법. 막시무스는 인간이 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근성으로 버텼다. 갈증은 동굴 벽에 맺힌 물방울을 핥으며 달랬다.


“네 놈이 챔피언이라는 게 뻥은 아니었나 보구나.”

새벽잠을 청하던 중 들린 목소리에 막시무스는 눈을 떴다. 어느새 환웅이 와 있었다.


“털보 할아버지?”

“포기할 줄 알았더니, 근성이 있는 놈이로고.”

“다시 오실 줄 몰랐어요. 진짜 속는 셈 치고 참았거든요.”

“어허. 속고만 살았느냐! 네 놈이 얼른 떠나가야 나도 편타. 꿀잠 자기엔 이 동굴 만한 곳이 없다.”


그러더니 환웅은 무언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약조한 대로 네 소원을 들어주마. 지금의 기억은 잊고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게 될 것이야. 그렇게 바라마지 않던 네 꿈을 한번 인간 세상에서 펼쳐 보거라.”

“정말요? 진짜, 진짜 은혜 잊지 않을게요! 감사합니다! 흑흑.”


막시무스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연신 감사의 절을 하고 있는데 주변이 신묘한 연기로 가득 찼다.

‘어··· 이게 뭐지?’


순간 모든 게 아득해지고, 막시무스는 정신을 잃었다.


* * *


삐뽀삐뽀.

“비켜주세요! 응급환자입니다.”

수원 아주대 병원 응급실 앞.


앰뷸런스 뒷문이 열리고, 들 것에 실린 환자를 구급대원이 이송하기 시작했다.

드르르륵.

응급실의 문이 열리자, 간호사가 급히 달려왔다.


“혈압은요?”

“80에 120, 정상이요. 교통사고 환자인데, 머리 쪽에 충격을 받은 거 같습니다.”

앳된 얼굴의 남자 아이가 머리에 붕대를 두른 채 의식을 잃고 누워 있다.


의사가 오고, 서둘러 각종 체크가 시작됐다. 긴박하게 검사와 응급치료를 하며 지나간 30분. 아이의 부친 남궁천이 뛰어 들어왔다.


“아이고, 혁아. 이게 무슨···.”

“환자 아버지 되세요?”

담당 간호사가 다가왔다.


“예. 우리 혁이는요?”

“하늘이 도왔어요. 경미한 수준의 뇌진탕이예요.”

“괜찮다는 말씀이신가요?”

“예. 며칠간 두통이나 기억 상실이 있을 수 있는데, 보통 일시적이예요.”


“휴우···”

남궁천은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오는 내내 얼마나 마음을 졸였던가.


“감사합니다. 정말···”

으으음.

때마침 아이가 눈을 뜨기 시작했다.


“혁아. 괜찮니? 아빠야.”

“··· 아빠요?”

“그래. 혁아. 아빠야.”

“제 이름이··· 혁인가요?”


아이는 아빠는커녕 자기 이름도 기억 못하는 듯 했다.

경기도 용인시 상남중학교 2학년.

남궁혁.

막시무스의 새 이름이었다.


* * *


막상 사람이 되고 보니, 인간 세상이 다 꽃길은 아니었다. 어쩌면 동물 세계보다 더 잔인한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이곳. 인간 세상의 학교라는 곳이다.


남궁혁은 한 달간 쉬며 몸을 추스른 뒤 학교로 돌아갔다. 회복이라고는 하나, 이전의 모든 기억은 잊은 상태.


일상생활로 돌아오기 위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시 배워야 했다. 자신의 이름, 가족의 얼굴, 학교의 수업 내용까지. 어리버리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고, 놀림감이 되곤 했다.


그걸 빌미 삼아 가장 심하게 괴롭히는 녀석이 상태창이었다. 덩치가 크고 주먹이 센데다, 아버지 상남길이 상남재단의 이사장 겸 대한체육회의 이사이다 보니 위세가 보통이 아니었다.


선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한 것도 여러차례. 하지만, 번번이 이사장 상남길은 중간에서 무마시켜 버렸다. 선생들도 이사장의 눈치를 보느라 몸을 사리자, 아들 상태창은 학교에서 왕처럼 군림했다.


그렇게 2년이 지난 지금. 남궁혁은 고1이 되어서도 여전히 상태창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다른 반이 된 것은 천만다행이었지만, 수시로 상태창은 혁의 반에 들이닥쳤다.


두다다다다다.

“이렇게 두들겨 패면 뭔 줄 알아? 돼지 두루치기!”

“푸하하하.”

“이거는 돼지 목따기!”

“케···켁. 숨 못 쉬겠어.”


상태창이 혁의 목을 조르자, 꼬붕 두 놈이 낄낄댔다. 격투기에서 말하는 ‘리어 네이키드 초크’. 뒤에서 상대의 목을 조르는 기술이다. 남궁혁의 얼굴은 피가 몰려 씨뻘개져 있었다.


“너네 당장 그만 안 둬? 왜 자꾸 남의 반에 와서 행패야!?”

순간 벽력같은 목소리에 상태창은 남궁혁을 내려놨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1반 반장 신지수였다.


2년간 연습생 생활을 하다 관두고, 지금은 학업에 집중하는 우등생. 걸그룹을 지망했던 미모에, 똑 부러지는 성격, 뛰어난 성적까지. 상남고 남학생 전부가 좋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완벽녀였다. 상태창도 그 중의 하나였다.


“하하. 지수야, 오해하지 마. 혁이하곤 중학교 때부터 동창이라 원래 장난 심하게 치고 그랬어.”

상태창은 남궁혁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조용히 혁의 귀에 속삭였다.

“웃어라, 뒤지기 싫으면.”

“하하. 지수야. 나랑 태창이랑 원래 이러고 잘 놀아.”

남궁혁은 억지로 웃으며 상태창을 변호했다.


신지수는 한참을 째려보았다.

상태창이 얼마나 질이 나쁜 놈인지 모를 정도로 둔하지는 않다.


“됐고, 쉬는 시간 끝났으니까 너네 반으로 돌아가.”

“알았어. 헤헤. 얘들아, 가자.”

상태창은 꼬붕 두 놈을 데리고, 교실을 빠져나갔다.


남궁혁은 비참했다. 번번히 신지수한테 도움을 받고 있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건가. 게다가 교실 밖에서는 신지수의 도움을 받을 수 조차 없는 것을.


* * *


즐거운 하교길.

아니, 원래는 즐거웠어야 할 하교길.

남궁혁에겐 추노의 시간이었다.

행여 상태창 일당과 마주칠까 두려워 도망치듯 사라지는 게 습관이 됐다.


그렇게 학교를 벗어나 집 근처의 공원에 다다르자 혁은 비로소 안심했다.

휴우~.

벤치에 앉아 혁은 생각에 빠졌다.


작은 키, 뚱뚱한 몸.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나 같은 놈은 대체 왜 태어난 거지?


가끔은 그런 상상도 해봤다.

혹시 기억을 잃기 전의 나는 굉장히 똑똑하지 않았을까.

싸움도 잘하지 않았을까.

인기도 많지 않았을까.


어차피 상상은 자유다. 남궁혁은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며 고된 현실에서 잠시나마 해방되는 기분을 느끼곤 했다. 그렇게 공상을 하고 있는 때에 찬물을 끼얹는 목소리가 들렸다.


“야, 두루치기!”


헉. 상태창이다.

공원 저쪽 멀리에서 상태창은 꼬붕 둘과 함께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쟤네가 대체 여긴 웬일이지. 하··· 진짜.’

남궁혁은 본능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상태창은 씨익 웃었다.

“어쭈? 공원 안쪽으로 도망가셨겠다? 영식이 넌 왼쪽, 철호 넌 오른쪽으로 가. 난 가운데로 갈게. 저 돼지 새끼, 도망치다 잡히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자.”


셋은 서로 흩어져서 사냥감을 몰 듯이, 포위망을 좁혀나갔다. 공원의 안쪽은 엄청 높은 나무들이 심어져 있는 곳. 딱히 숨을 곳이 없다.


“두루치기! 어디 숨었어? 분명히 도망치는 거 다 봤어. 셋 셀 때까지 나와라!”

바로 근처에서 상태창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그 반대쪽엔 이영식이, 또 다른 반대쪽에선 최철호가 낄낄대며 좁혀오고 있다.


혁의 머리속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

독 안의 든 쥐 꼴이 되었다.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하늘로 솟아야 되나?


20m는 족히 자란 듯한 울창한 나무의 숲. 나무는 잡을 가지도 없이 표면이 매끈했다. 혁은 나무를 두 손으로 잡아 보았다.

‘어떡하지. 타고 올라갈 수도 없잖아.’


상황에 몰리면 미친 짓도 불사하는 걸까. 혁은 본능적으로 나무 표면를 움켜쥐었다. 놀랍게도 혁의 짧은 손톱이 나무껍질에 옹골차게 박혀 들어갔다.

‘헐? 올라갈 수 있을 것도 같다?’


“어이, 두루치기~ 까꿍~ 이제부터 셋 센다. 하나!!!”

후다다다닥.

눈 깜짝할 새에 혁은 나무 위로 15m는 올라갔다. 자신도 믿을 수 없는 속도.


간발의 차로 상태창이 나타났다.

너무 높이 올라왔는지, 저 밑의 상태창은 개미만 해 보였다.

“두울~~!!!”

“세엣~!”


상태창의 일행은 포위망을 완벽히 좁혔다.

분명 방금 전에 여기로 도망갔을텐데···?

셋은 어리둥절 하며 서로를 쳐다봤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분명 이쪽으로 왔잖아, 그치?”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는데···”

“젠장, 재밌는 장난꺼리 하나 놓쳤네. 그 새끼 패는 게 타격감이 제일 좋은데. 걍 PC방이나 가자.”


상태창 일행은 그렇게 떠나갔다.

그걸 저 높이 위에서 지켜보는 남궁혁.

휴우.

‘정말 상태창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그렇게 한숨을 돌리고 나서 보니.

어떻게 내려갈지 눈앞이 깜깜했다.

대체 여길 어떻게 올라온 거지?


스스로도 이해가 안 됐다. 가끔 해외토픽에 나오는 위기 상황에서의 괴력이란 게 이런 건가. 남궁혁은 어리둥절 하며 조심조심 아래로 내려왔다.


터벅터벅.

혁은 집으로 향했다.

한차례 위기는 벗어났지만, 그럼 뭐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학교 가면 또 만날 텐데.


‘그냥 차라리 죽고 싶다. 죽어서 다시 태어나고 싶다!!!’


그렇게 한탄하며 발을 끌 듯, 횡단 보도 앞에 섰다. 녹색 불이 들어오고 사람들이 길을 건넜다.


그때였다.

왜애애애애애애앵.

갑작스러운 굉음에 고개를 들어보니 SUV 한 대가 신호를 무시하고 급발진해 오고 있었다. 바로 앞에는 유모차를 밀고 있는 젊은 여자.


“안 돼!!!”

남궁혁은 자기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뛰어들었다. 확 유모차와 여자를 밀쳐내고는···.


콰-앙!!!

SUV에 그대로 들이받히고 말았다.

전속력으로 달려온 차의 충격.

남궁혁은 20m를 튕겨 날아갔다.

남궁혁은 떼굴떼굴 굴러 저 멀리에 쓰러졌다.


다행히 유모차 속의 아이와 엄마는 무사했으나.

쓰러진 남궁혁은 미동이 없었다.

엄청난 충돌음.

인근의 사람들이 일제히 몰려들었다.


“어머, 죽었나 봐.”

“이걸 어쩐대? 애기를 구하려다가 이런 참변을··· 쯧쯧.”

사람들은 쓰러져있는 혁의 주변에 둘러서서 웅성댔다.


“구급차 좀 불러주세요!!”

그때 신지수가 인파를 헤집고 나타났다.

마침 학원을 가던 길에 교통사고 장면을 우연히 목격한 것이다.


가까이 와서 얼굴을 확인한 신지수는 경악했다.

멀리서 보고 설마 했는데···.

쓰러진 이는 남궁혁이었다.


“정신 차려, 남궁혁! 누가 구급차 좀 불러주세요!”

의식을 잃은 어둠의 심연.

혁은 어렴풋이 지수의 목소리를 들었다.


<2화 끝>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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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출사표(出師表) 21.02.25 280 9 12쪽
10 A sweet revenge 21.02.24 289 10 13쪽
9 그래 가끔은 하늘을 보자 +2 21.02.24 326 10 11쪽
8 스터너의 추억 +2 21.02.23 342 8 11쪽
7 복수의 신호탄 +1 21.02.23 311 10 11쪽
6 던전에 입장하셨습니다 +2 21.02.22 340 10 12쪽
5 각성, 그리고 결심 +3 21.02.22 357 9 12쪽
4 깨어나라, 용사여! +3 21.02.21 403 13 11쪽
3 야성의 부름 +6 21.02.21 391 11 12쪽
» 약육강식의 세계 +2 21.02.20 450 12 12쪽
1 영웅의 몰락 +1 21.02.20 750 1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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