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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뭉이의 글세상

찐따가 격투재능 금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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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뭉이
작품등록일 :
2021.02.02 03:13
최근연재일 :
2021.03.27 21:36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12,027
추천수 :
534
글자수 :
140,231

작성
21.02.23 11:30
조회
311
추천
10
글자
11쪽

복수의 신호탄

DUMMY

<7화>


체육관에서 한참 땀을 흘린 후에 솔솔 오는 낮잠의 유혹. 첫날이니 너무 무리하지 말라는 장흥식의 말에 혁은 훈련을 마쳤다.


갑자기 몸이 나른하니, 잠이 미칠 듯 왔지만 금강산도 식후경. 마트에 들러 연어샐러드를 한입에 털어넣고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잠을 때렸다.


드르렁드르렁.

몇 시간이 지났을까. 눈을 뜬 것은 연거푸 오는 카톡 소리 때문이었다.

‘누구야, 또?’


덜깬 상태에서 한쪽으로 실눈을 하고 살펴보니, 최철호였다.


[두루치기 너 아주 학교 제끼고 살판났겠다?]

[언제 학교 오냐 십년아]

[ㅋㅋㅋㅋㅋ 얼른 답장해라 뒤지기전에]

[돼지 두루치기 할 때의 그 짜릿한 손맛이 그립다]


메시지만 봐도 벌써부터 상승하는 불쾌지수. 상대의 고통스러워 하는 표정을 보면서 즐기는 최철호의 모습을 생각하니 갑자기 열불이 터졌다.


‘이 새끼한테 그동안 당한 것만 생각하면···. 그래, 답장 해주마!’


최철호한테 뭐라고 답톡을 보낼까 막 생각하려던 찰나. 띵동.

또 다른 메시지가 왔다. 백성민이었다.


[혁아, 지금 너네 집 앞 공원 와있는데]

[오늘 최철호네 집 꼭 같이 가야 돼?]


문자만 봐도 뭔가 또 한닥거리가 있었구나 싶은 눈치. 시계를 보니 벌써 5시였다.


[잠깐만 기다려]


그렇게 답을 보내고, 혁은 부랴부랴 옷을 입고 나섰다.


* * *


“성민아!”


어제 그 벤치에 백성민이 앉아 있었다. 힘없이 축쳐진 어깨, 숙여진 고개, 초점없는 눈. 먹이사슬 최하층의 삶은 고단한 것일까. 백성민은 힘들어 보였다.


“혁아, 생각보다 금방 나왔네.”

“너 오늘은 별일 없었어?”

“뭐···. 암바는 안 당했어.”


백성민은 남궁혁을 보고 애써 웃었다.

왠지 그 미소가 처연했다.


“그럼 뭐? WWE 피니쉬 기술 당했어?”

“아니. 두루치기하고 초크. 나보고 타격감이 없다고 자꾸 너 데려오래.”

백성민은 이 말을 하면서 혁의 눈을 피했다.


‘얼른 학교에 와서 네가 나 대신 괴롭힘을 당해주면 안 될까!?’

말은 하지 않았지만 백성민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누가 이 친구를 이렇게 비겁하게 만들었을까. 혁도 한숨을 쉬었다.


근데 순간 뭔가 이상했다.

킁킁.

뭔가 확 밀려오는 화끈한 냄새.


“너 팔에 파스 발랐냐?”

“어? 어제 바른 건데. 샤워해서 냄새 안 날 텐데 어떻게 알았어?”

“뭔 소리야? 이렇게 확 나는데.”


혁은 본격적으로 킁킁대기 시작했다.

“백성민, 혹시 너 요새 담배 피워?”

“아니. 내가 무슨.”

“근데 왜 네 쪽에서 담배 냄새가 이렇게 나냐?”


혁은 갑자기 개처럼 코를 킁킁대더니, 백성민의 가방에 코를 쳐박았다.

“여기에 담배 숨겨 놓은 거 같은데?”

“응? 아! 맞다!”


백성민은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는 듯 가방을 열어 보여줬다.

“오늘 낮에 불시 소지품 검사한다고 해서 최철호가 내 가방에 담배 넣어왔는데, 깜빡했네.”

“이게 최철호 꺼라고?”

“응.”


‘최철호’라는 이름이 나오자 혁의 눈빛이 순간 바뀌었다.

“근데 혁이 너 완전 개코구나? 진짜 냄새 잘 맡네.”

“그런가?”


혁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이상했다.

갑자기 모든 냄새가 훨씬 더 증폭되서 전달되는 느낌. 저화질 영상을 보다가 갑자기 블루레이를 튼 느낌이었다.


“그 담배 내가 직접 철호한테 줄게.”

“직접? 내일부터 학교 나오려고?”

“학교는 좀만 더 쉴게. 미안하다.”


혁의 말에 백성민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 얘기는 결국 백성민이 당분간 괴롭힘을 당해야 한다는 의미였으니. 순간 백성민은 자기가 너무 대놓고 실망한 표정을 지은 게 민망한지, 잠시 딴청을 피웠다.


“지금 주러 갈까 하는데, 같이 갈래?”

“지금?? 아, 아니야, 나는 그냥 갈게.”

백성민은 최철호를 다시 만난다는 생각에 오금이 저렸다.


“넌 멀리서 보기나 해. 최철호는 나만 만날 테니까. 안 보면 너 후회할걸?”

“후회??”

“어. 내가 재밌는 거 보여준다고 그랬잖아.”


백성민은 대체 무슨 얘기인지 알쏭달쏭 했다.

“가자.”

자리에서 일어나는 혁.

주머니에 최철호의 담배를 집어넣은 채였다.


최철호가 사는 새천년 1단지 아파트는 약 15분 정도의 거리. 가는 길에 혁과 백성민은 이런저런 잡담을 나눴다.


그 와중에 혁은 최철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철호야, 나 지금 너네 집 근처로 갈게. 줄 게 있어]


생각보다 답장은 금방 왔다.


[오, 잘됐네. 나 방금 집에 왔는데. PC방 가야 되니까 돈 가져와라]


당연히 남궁혁에게 상납을 받아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저 말뽄새. 혁은 속으로 다짐을 했다.


‘밀린 인성 교육 오늘 확실히 시켜주마!’


* * *


새천년 1단지 아파트의 놀이터.


혁은 백성민을 뒤로 물리고, 혼자 놀이터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평소에 머리를 잘 안 감고 다니는 최철호 특유의 비듬 냄새가 공기 중에서 느껴지는 듯한 기분.


그런데 점점 그 비듬 냄새가 진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냄새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진짜로 저쪽에서 최철호가 보였다.


최철호는 씨익 웃으며 쓰레빠를 찍찍 끌며 걸어왔다. 혁은 냄새만으로 최철호가 오는 방향을 맞췄다는 사실에 내심 놀라고 있었다.


“오오. 두루치기, 너 혈색 완전 좋아졌다? 아주 살판 나셨지?”

“철호야, 나 두루치기 아니고 이름 있어. 남궁혁.”

“그걸 누가 몰라, 병신아? 이 새끼가 며칠 안 처맞아서 돌았나, 확!”


순간 최철호가 손을 위협적으로 치켜들었다. 혁은 반사적으로 움찔했다. 오랜 시달림으로 각인된 공포가 엄습했다.


「너는 이미 강하다. 그걸 스스로 믿어야 하느니라.」


두려웠지만 혁은 환웅의 말을 떠올리며 멘탈을 잡았다.

‘그래, 난 예전의 내가 아니야. 나 자신을 믿자!’


겁만 주려 했던 최철호는 손을 내리곤,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나 준다고 한 건 뭐야? 그리고, 너 지갑부터 좀 내놔 봐.”

최철호는 다짜고짜 손을 내밀었다.


“누가 너한테 이름 대신에 비듬 덩어리, 쌩양아치 이렇게 부르면 넌 기분 어떨 거 같아? 매일 학교에서 장난치는 척하면서 때리고, 목 조르고, 팔 꺾고, 자는데 뒷통수에 침뱉고. 그러면 최철호 넌 기분 어떨 거 같냐고?”


혁은 차분하나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묵직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 최철호는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눈을 부라리며 윽박지르기 시작했다.


“너 미쳤어? 아주 그냥 뒤지고 싶지, 응? 너 지금 완전 개패버리고 싶은데, 나 PC방 가기로 영식이랑 약속한 것 때문에 너 사는 줄 알아라.”


동시에 최철호는 혁의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한쪽에서 지갑을 꺼내고, 다른 쪽을 뒤지더니···.


“어? 이거 뭐야? 이 돼지 새끼 보소.”


최철호가 혁의 주머니에 있던 담배를 꺼냈다. 순간 ‘너 같은 새끼도 담배 태우냐’는 듯한 비웃음을 지었다.


“너 이 새끼, 이거 어디서 났어?”

“그거 돌려주러 온 거야. 백성민 가방에 넣어뒀다며?”


탁.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혁은 최철호의 손에서 담배를 낚아챘다. 그리고, 정면으로 최철호의 눈을 응시했다. 그 상태로 담배를 손으로 으깨듯이 쥐어 뭉개뜨려 버렸다.


저 멀리 나무 뒤에 숨어 이를 지켜보던 백성민은 순간 오줌을 지릴 뻔 했다.


‘아니, 재밌는 거 보여준다고 해서 왔더니 혁이 쟤가 미쳤나??’


학교였다면 말려줄 선생님이라도 있지, 대체 방과 후에 최철호를 만나 웬 미친 짓인걸까. 금방이라도 최철호가 주먹을 휘두를까 봐 백성민은 걱정이 천근만근이었다.


툭.


혁은 완전히 짓이겨진 담배를 최철호 쪽으로 던졌다. 최철호는 순간 뚜껑이 열렸다.


“이 미친 새끼가?!”

쫙.

최철호가 남궁혁의 뺨에 싸대기를 때렸다. 그리곤, 남궁혁의 멱살을 잡아끌었다.


“그래, 너 며칠 안 맞아서 완전히 정신 나간 거 같은데. 다시는 못 개기게 내 얼굴만 봐도 오줌 지릴 정도로 처맞아봐라. PC방이고 나발이고, 너부터 개팬다.”


아파트의 바로 뒤편엔 야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있었다. 시간이 시간이니만큼 인적이 드문 그곳. 최철호는 멱살을 잡아 우격다짐으로 남궁혁을 이끌었다.


최철호는 걸리적거리는 쓰레빠를 벗어 던졌다. 바닥은 솔잎이 깔린 고운 흙. 맨발로 자근자근 남궁혁을 밟기엔 좋은 곳이라 최철호는 생각했다.


“말만 하지 말고 한번 때려 봐. 철호, 너 싸움은 할 줄 아냐?”

“뭐?”

“너 상태창 꼬붕이잖아. 걔 없으면 너 아무것도 아니잖아. 맨날 옆에 붙어 다니면서 위세 빌어서 센 척하는 거 모르는 애도 있냐?”


“이 개새끼가!!!”

휘-익.

화가 머리끝까지 난 최철호는 고함과 함께 주먹을 날렸다.

퍽!!


남궁혁의 턱에 정통으로 꽂힌 주먹.

크고 둔탁한 타격음이 났다.

하지만, 혁은 미동도 없었다.

맞은 턱을 잠깐 만지더니 얼굴을 찡그렸다.


“이게 다야?”

“이 씨발 색히가!!!”

다시 한번 크게 휘두르는 최철호.

하지만, 주먹은 혁의 팔에 걸렸다.

‘막았어? 이 돼지 새끼가?’


그 순간 최철호의 시야가 갑자기 어두워졌다. 눈앞으로 순식간에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


쌔-액.


그건 남궁혁의 주먹이었다.


퍼억!!!

떼굴떼굴.

최철호는 뒤로 몇 바퀴나 구르며 나가떨어졌다.


‘헉??? 뭐야??’


조마조마하며 멀리서 지켜보던 백성민은 너무 놀라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만년 빵셔틀 남궁혁이 최철호를 팼다? 상상도 못했던 전개였다.


“최철호, 이거 밖에 안 되냐? 내가 그만하라고 할 때는 집요하게 괴롭혔잖아.”

“좆까, 이 돼지 새꺄!!”


최철호는 코피를 흘리며, 다시 주먹을 던졌다.

슈-악.

혁도 최철호의 주먹을 피하지 않고 같이 주먹을 던졌다. 동시에 서로의 얼굴을 강타한 두 사람.


퍽!!!

뒤로 나뒹군 것은 최철호 쪽이었다.

“으윽···”

혁은 쓰러져 있는 최철호의 멱살을 잡았다. 막 일으켜 세우려는 찰나.


빠각!!

혁의 눈앞이 번쩍했다.

최철호가 힘껏 박치기를 한 것이었다.


순간 코가 뜨거웠다.

코를 소매로 훔쳐보는 남궁혁.

손등에는 진한 선혈이 묻어났다.


“크크크. 병신 새끼. 넌 이제 뒤졌어!!”

최철호는 냅다 발로 혁의 복부를 걷어찼다.

퍽!!

방심하고 있던 순간에 당한 연속적인 공격. 혁은 잠시 정신을 못 차렸다.


“죽어, 이 돼지새꺄! 죽어!!”

퍽! 퍽! 퍽! 퍽!

몇 번이나 최철호의 발길질이 이어졌다.

전세가 역전되자 환희에 찬 최철호의 얼굴. 고통을 호소할 때 오히려 더 잔인하게 비웃으며 괴롭히던 바로 그 표정이었다!


그 순간 남궁혁은 통제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으아아아아아!!!"


<7화 끝>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3 n5******..
    작성일
    21.02.23 16:07
    No. 1

    수정본에서는 상태창이 이사장 아들이군요~ㅎㅎ 갈수록 흥미진진합니다 ~ 기대중~~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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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A sweet revenge 21.02.24 289 10 13쪽
9 그래 가끔은 하늘을 보자 +2 21.02.24 326 10 11쪽
8 스터너의 추억 +2 21.02.23 342 8 11쪽
» 복수의 신호탄 +1 21.02.23 312 10 11쪽
6 던전에 입장하셨습니다 +2 21.02.22 340 10 12쪽
5 각성, 그리고 결심 +3 21.02.22 357 9 12쪽
4 깨어나라, 용사여! +3 21.02.21 403 13 11쪽
3 야성의 부름 +6 21.02.21 391 11 12쪽
2 약육강식의 세계 +2 21.02.20 450 12 12쪽
1 영웅의 몰락 +1 21.02.20 750 1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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