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lupus Tenebris

확보, 격리, 보호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tenebris
작품등록일 :
2020.08.18 03:51
최근연재일 :
2021.01.27 06:00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9,543
추천수 :
346
글자수 :
356,098

작성
20.11.17 20:32
조회
60
추천
4
글자
9쪽

49. 늙은이-6

DUMMY

“상태는 어떻습니까?”


“크게 안 좋지는 않아요. 썩은 건 피부 같은 얕은 조직뿐이고. 이런 건 금방 회복돼요.”


군의관이 라미레즈 소령의 발목을 덮어두었던 천을 걷자, 검게 괴사한 조직을 제거하여 상당히 흉측해진 발목이 드러났다.


상태가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았지만, 당분간 걷는 것만 주의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하니 일단 한 시름 놓은 것 같았다.


최악의 경우 다리를 절단하는 것까지 생각했건만, 희소식을 들은 라미레즈 소령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라미레즈 소령님.”


“미하엘 소령.”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라미레즈 소령이 차가운 목소리로 미하엘 소령을 불렀다.


“네.”


얼굴을 볼 면목이 없는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었다.


“고개 들어.”


“······.”


차마 고개를 들기 힘들었다.


임무보다 정을 우선시했고, 그 때문에 임무에 실패했을 뿐만이 아니라 추가적인 인원을 손실시켰다.


자신은 군인으로서 저지르지 말아야 할 가장 큰 죄를 저지른 죄인이다.


한참을 기다려도 반응이 없자, 짜증이 난 라미레즈 소령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 새끼가.”


“일어나시면 안 됩······!!”


군의관이 다가와 말렸지만, 이미 라미레즈 소령은 부상당한 오른발로 미하엘 소령의 가슴을 걷어찬 뒤였다.


“커억?!”


나동그라진 미하엘 소령이 순식간에 일어서자, 발목을 절뚝거리며 걸어온 라미레즈 소령이 다시 발로 걷어차 넘어뜨렸다.


“빨리 빨리 대답 안 하냐? 진급했다고 선임 말도 씹어?”


“아닙니······어억!!”


다시 걷어차인 미하엘 소령이 이번엔 일어나지 못하고 벽에 기대 숨을 헐떡였다.


주변에서 경계를 서던 대원들이 그를 부축하려고 했지만, 절뚝거리며 다가오는 라미레즈 소령을 보고는 머뭇거리더니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미하엘의 앞까지 다가간 라미레즈 소령이 멱살을 잡아 일으켰다.


“미하엘 소령.”


대답하려했지만 폐를 걷어차인 탓에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조슈아 클레프 요원은 SCP의 변칙성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들었다. 맞나?”


“······그렇습니다.”


“조슈아 요원은 불과 몇 달 전. D계급이었던 시절에 SCP-1983의 내부로 들어가 둥지를 파괴하고 1983의 변칙성을 무력화시켰다. 맞나?”


“······그렇습니다.”


질문을 계속할수록 목소리 안쪽에 화가 억눌려있는 것이 보였다.


“완전히 같으리라곤 단정할 수 없지만 이번엔 106의 주머니 차원 내에서 사람이 생존할 수 있다는 정보가 있다. 맞나?”


“······그렇습니다.”


미하엘 소령의 대답이 떨어지자마자 라미레즈 소령이 반대쪽 손으로 미하엘 소령의 뺨을 후려쳤다.


주먹으로.


“그럼 씨발 구출할 생각을 해야지 대가리만 떨구고 있어?! 그럴 거면 당장 기특부 마크 떼버려!!!”


어지간히 세게 쳤는지 잠깐 정신이 암전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지금 정신을 차리고 있다는 것이 착각일지도 모른다.


라미레즈 소령이 기절한 미하엘을 발로 툭툭 건드리고 있자, 무장한 데이나 요원이 다가왔다.


손에 파일을 하나 든 데이나 요원이 쓰러져있는 미하엘 소령을 잠깐 쳐다보더니,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라미레즈 소령에게 말했다.


“106 위치 추적 보고서 가지고 왔습니다.”


“출현 예정 시각은?”


“30분 후입니다.”


시간이 얼마 없다.


“미하엘 아몬 소령 휘하 기동특무부대 뉴-7에 전파한다!! 지금 당장 SCP-106의 재격리 작전을 준비하도록!!”


아직 106이 조슈아 요원을 소화하지 않았다면 다시 끄집어낼 방법이나, 혹은 조슈아 요원 스스로가 나올 수 있을 확률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어쨌든 구출을 위해서는 106을 포획하는 것이 우선이니, 당연히 최우선 목표는 106의 재격리.


마침 30분이라는 시간이 있으니, 준비할 시간은 충분하다.


“15분 내로 준비하도록.”




SCP-106 포획 작전 실패 구역으로부터 북쪽으로 2km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


도시 중심으로 향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SCP-106의 다음 행보는 도시에서 조금 더 멀어진 곳이었다.


어째서 이런 곳에서 흔적이 발견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미 확실한 증거가 나온 상황.


연막작전을 쓸 정도로 머리가 좋은 녀석은 아니니, 출현 장소가 이곳이라는 것은 확실해보였다.


“소령님은 부상당하셨으니 그냥 쉬십쇼.”


“네 부상이 더 클 텐데.”


“그럼 저격 포지션이라도 잡고 계시던가.”


“말이 짧다?”


아직도 두들겨 맞은 곳이 얼얼한지 미하엘 소령이 무심코 명치를 쓰다듬었다.


“아무튼 기본적인 작전 개요는 저번과 같다. 민간인으로 위장한 뒤, 최대한 겁에 질린 척 도망치면서 놈을 덫으로 유인하도록.”


이미 한 번 걸렸던 수법에 두 번이나 걸릴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은 그럴 가능성에 걸 수밖에 없다.


“우선적인 목표는 106의 포획, 조슈아 요원의 구출은 부가적인 문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외부에서 106의 주머니 차원에 간섭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D계급을 이용한 주머니 차원 내부 탐사 결과 내부는 여러 방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106은 그 세계 안에서 외부보다 더 많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그 탐사는 내부에 진입한 D계급이 106에게 잡아먹히면서 약 10분 만에 끝났지만, 훈련받지 않은 일반인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조슈아 요원의 생존률은 조금 더 올라간다고 봐도 좋았다.


“놈의 뱃속을 갈라서 조슈아 요원을 꺼내오는 것이 이번 작전의 최종 목표다.”




눈을 떠 보니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 보이는 것에도 익숙해지는 것을 느끼며, 머리를 차갑게 식힌 조슈아 요원이 주변을 살폈다.


분명 조금 전까진 넓은 대로에 있었지만, 아래에서 발목을 무언가가 붙잡는 것 같은 감각이 든 것과 동시에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깨어나니 이 상태.


-여기가 주머니 차원······이겠지.


올렉세이 박사와 SCP에 대해 지겹도록 공부했으니, 당연히 106에 대한 내용도 알고 있었다.


먹이를 자신이 만들어낸 공간인 주머니 차원으로 끌고 들어가, 잡아먹는다.


요컨대, 여긴 호랑이 굴인 셈이다.


그리고 그 말은, 정신만 차리면 나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금 어두컴컴하긴 했지만 주변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건물이 아닌 벽으로 막혀있는, 일종의 관이나, 하수도 파이프 내부 같은 공간.


길은 4군데가 있었으며, 각각의 길 끝에 어딘가로 이어지는 뚫린 문이 있었다.


그리고, 아까부터 SCP-106이 벽에서 나타나 반대편 벽으로 사라지면서 자신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이쪽을 인식하지 못한 건가?


마치 매가 사냥감의 주변을 돌며 탐색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106은 이쪽에 전혀 눈길을 주지 않았다.


게다가 공기가 눅눅한 것이 몸이 상당히 무거웠다.


거리를 좁혀오는 것 같지도 않았고, 라미레즈 소령의 총탄에 맞은 오른쪽 무릎 역시 멀쩡해보였으므로 SCP-106을 주시하고 있을 무렵, 3바퀴정도 조슈아 요원의 주위를 맴돈 SCP-106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조슈아를 똑바로 쳐다봤다.


그리고는, 이쪽을 향해 똑바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기에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지만, 몸이 무거운 탓에 전력으로 달리지 못했다.


-따라잡힌다.


밖에서의 신체능력과 이곳에서의 신체능력에 차이가 있는지, 거북이가 기어가는 것 같던 바깥과 달리 여기선 사람이 가볍게 달리는 정도의 속도로 쫓아왔다.


이 안에서 붙잡히면 어떻게 되는지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었으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죽는다.


온 몸의 근육을 쥐어짜내 달리자, 106에게 잡히기 직전, 복도 끝에 있던 방 안으로 들어갔다.


한 순간 시야가 암전되고, 다시 풍경이 돌아왔다.


그보다 먼저 느껴진 감각은 고막을 찢을 기세로 들려오는 비명소리였다.


잠시 후 풍경이 눈에 들어왔을 때, 조슈아가 무심코 흠칫 물러났다.


그곳은 흔히 감옥이라고 부르는 장소였다.


다만 쇠창살로 되어있는 감옥들은 전부 비어있었고, 흠집이 많고 녹이 슬어있어 오랜 세월 관리되지 않은 채 사용되었으리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고통에 울부짖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여긴 대체······.


그곳은 말하자면 조용히 끔찍한 곳이었다.


귀를 막고 돌아다니면 단순히 스산한 낡은 감옥에 불과했지만, 손가락으로 틀어막은 귀를 뚫고 들려오는 끔찍한 비명소리들이 정신을 흔들어놓았다.


혼란 속에서 감옥을 돌아다니던 조슈아가 본능적으로 장소의 정체를 알아챘다.


-식당이군.


SCP-106의 먹이창고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확보, 격리, 보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49. 늙은이-6 20.11.17 61 4 9쪽
49 48. 늙은이-5 +2 20.11.16 60 5 11쪽
48 47. 늙은이-4 +1 20.11.13 52 5 9쪽
47 46. 늙은이-3 +1 20.11.12 87 4 9쪽
46 45. 늙은이-2 +2 20.11.11 90 4 9쪽
45 44. 늙은이-1 +1 20.11.10 82 3 10쪽
44 43. 요원-5 20.11.09 62 4 9쪽
43 42. 요원-4 20.10.30 62 4 10쪽
42 41. 요원-3 20.10.29 69 5 10쪽
41 40. 요원-2 20.10.28 64 5 9쪽
40 39. 요원-1 20.10.27 75 4 10쪽
39 38. 휴식 20.10.26 79 6 10쪽
38 37. D계급-10 20.10.23 80 4 9쪽
37 36. D계급-9 +1 20.10.22 73 4 10쪽
36 35. D계급-8 20.10.21 68 4 10쪽
35 34. D계급-7 20.10.20 77 4 9쪽
34 33.D계급-6 20.10.19 80 4 10쪽
33 32. D계급-5 20.10.16 81 5 10쪽
32 31. D계급-4 +1 20.10.15 85 6 9쪽
31 30. D계급-3 20.10.14 89 4 10쪽
30 29. D계급-2 20.10.13 112 5 10쪽
29 28. D계급-1 20.10.12 137 5 9쪽
28 27. 판도라의 상자-2 20.10.09 99 6 10쪽
27 26. 판도라의 상자-1 +1 20.10.08 111 7 10쪽
26 25. 격리 실패-5 +1 20.10.07 103 4 10쪽
25 24. 격리 실패-4 +3 20.10.06 106 6 10쪽
24 23. 격리 실패-3 +1 20.10.05 114 6 10쪽
23 22. 격리 실패-2 +1 20.09.30 115 8 9쪽
22 21. 격리 실패-1 +1 20.09.29 112 5 9쪽
21 20. 실험-5 20.09.28 119 5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